매일 하나씩 꾸준글마냥 올리고 있습니다. 많관부 많관부.
출처는 노벨피아 연재란으로 이어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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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교 수위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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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쌤이 출근하다 그리폰에게 잡혀갔다!”
“그리폰은 무슨. 매머리에 날개 달린 사자 아냐?”
“지금 그게 중요해? 사진 찍어 사진!”
“트위터는 타이밍이라고!”
학교 수위 케이젤은 장 선생이 그리폰 발톱에 잡혀가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내 힘은 학교를 지키는 데 충분한가?’
스스로 자문한 끝에 도달한 결과는 ‘부족하다’였다.
‘더 강해져야 한다. 죽이고 싶은 그리폰에게서 학생들의 등굣길을 지키기 위해!’
“어이 케 씨, 이번 주 근무표 말인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최 씨. 지금은 수행이 필요할 때다.”
“어, 뭐시기?”
“그럼 이만.”
“아니, 야 임마! 근무표는!”
최 씨가 이해하든 말든, 케이젤의 수행이 시작됐다.
달리기 20km. 목검 휘두르기 천 번. 약수터 박 노인과의 비무 10선.
패배와 무력감을 곱씹기를 얼마나 오래 반복했던가.
그러던 어느 날, 케이젤은 두 눈을 부릅떴다. 수행을 끝낼 때가 온 것이다.
***
수행을 끝내고 복귀한 케이젤을 본 최 씨의 감상은 간결했다.
“삐까뻔쩍하구먼.”
곡선이 수려한 전신갑주는 태양 빛을 받아 백은색의 찬란함을 과시했다.
허리에 찬 것은 손전등 대신 검이었다. 학교의 문장을 금실로 새긴 붉은 망토는 등 뒤에서 늠름하게 휘날리고 있었다.
그렇다. 수위 케이젤은 학교라는 이름의 성을 지키는 기사로 전직한 것이다!
“이것으로 완벽하다.”
“일만 잘한다면야 뭐…….”
최 씨는 뭔가 말하려던 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그리폰이다! 그리폰이 나타났다!”
“왔군. 빌어먹을 4족 비행 통닭.”
그리폰이 딱히 케이젤을 기다려준 것은 아니다. 매가 방목된 양을 노리듯, 그리폰에게 있어 등굣길이란 시간제 사냥터와 같았다.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내달렸다. 뒤처지면 학교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법. 등굣길이란 늘 그런 곳이었다. 강약차가 있어도 늘 그랬다. S시의 학교는 그게 목숨이 오가는 레벨이었을 뿐이다.
케이젤이 길 앞으로 나서자 그리폰이 눈살을 찌푸렸다. 반사광이 눈을 자극한 것이다.
“네가 나의 일격을 알까?”
무서울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도발. 풋사과 같은 까마귀라면 여기서 달아났을 터.
하지만 그리폰은 달아나는 대신, 호승심을 불태우며 케이젤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순식간에 결착이 날 것을 예감한 학생들은 도망을 멈추고, 숨을 죽인 채 케이젤을 바라봤다.
남은 거리는 약 서른 걸음 남짓. 그리폰의 기동력이면 수 초면 좁힐 수 있는 거리.
이기는 것은 그리폰의 발톱인가! 기사의 검인가!
모두가 단순하고 심플한 결말을 기다리던 그때!
탕!
케이젤의 수렵총이 불을 뿜었다. 약수터 박 노인과 매일 클레이 사격 10선을 하면서 단련된 노련한 사격은 허공에 궤적을 그리고, 그리폰의 눈 옆을 절묘하게 스쳐 갔다!
“끼애애액!”
일부러 빗맞혔다는 것을 눈치챈 그리폰은 공포에 빠져, 아무렇게나 발톱을 휘둘렀다.
그러나 기세도 힘도 잃은 공격은 두꺼운 전신갑주에 얕은 흠집을 내는 것으로 끝났다.
두 번째는 반드시 맞는다. 이를 이해한 그리폰은 갈매기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달아났다. 케이젤의 승리였다!
“걱정 마라. 칼등으로 쳤으니까.”
수렵총을 갑옷 안 어딘가로 되돌린 케이젤은 경비실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철그럭. 철그럭. 모두가 걸음을 멈춘 등굣길 위로 전신갑옷의 묵직한 쇳소리가 퍼져나갔다.
학교를 수호하는 그 넓은 등을 보며, 최 씨는 무심코 나온 말을 입에 올렸다.
“아니 얌마. 칼이 아니라 총이었잖아.”
학생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최 씨는 또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그 칼, 양날검이고. 저 양반, 실력은 둘째 치고 상식이 있어야 될 거 같은데.”
학생들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S시 고등학교를 수호하는 기갑총사의 전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이곳은 K국의 S시.
거대 운석이 낙하하다 허공에서 멈춘 기묘한 도시.
이것은 S시에 사는 사람들의 혼돈과, 혼돈의 이야기다.
세계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9,997화.
뚜껑열린물티슈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