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양식이는 국수를 팔고 있다.
이장 내외는 다슬기를 잡으러 간다.
현수 어머니는 버스를 기다리며 전봇대 아래 앉아 있다.
종길이 아재는 경운기 타고 강 건너 간다.
종길이 아짐은 고추 순 집는다.
재호는 이앙기로 모내기한다.
태주 어머니는 마루 창을 열고 앞산을 보고 서 있다.
종만이 어른은 회관 정자 기둥에 기대앉아 있다.
그의 부인은 망태 메고 산에 간다.
재붕이 어머니는 모 심은 데 간다.
재섭이 어머니는 강 건너 간다.
재섭이 아버지는 마당에서 허리를 굽히고 무슨 일인가
열중이다.
동환이 아저씨는 모내는 논가에 뒷짐 지고 서서 이앙기
를 보고 있다.
그의 부인은 우리 집앞을 지나간다.
만조 형님은 자전거 타고 논에 간다.
형수는 버스 타고 친정어머니 병원에 간다.
나는 방송하러 전주 가려고 나선다.
아내는 감기 들어 기침을 하며 방문을 나선다.
판조 형님은 파 캔다.
형수는 제주도에서 아들이 보내온 갈치를 들고 간다.
당숙모는 깨밭 맨다.
세진이가 서울에서 와서 어머니를 모셔간다.
현이네 어머니는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다.
우리 집 뒷집 정수네 빈 집터 키 큰 옻나무는 하루 종일
바람에 흔들렸다. 그 위로 새들이 날아다녔다.
재섭이네 개가 컹컹 짖는다.
해는 지고
감자꽃은 하얗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창비시선 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