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219)
10일차
Arenera MINATACA 채석장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방송이 나가고 3일째 되는 날 오전,
도밍게즈의 부대를 포함해
제 5방위군의 상당수 병력이
타카구아 비에하(Tacagua Vieja)에 집결해 있었다.
더블 티가 은닉해 있다고 알려진,
아니
확실히 더블 티가 숨어있는
아레네라 미나타카 채석장까지는
불과 1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방송이 나가고
수많은 제보 전화가
방송국과 신문사
그리고
방위군에게 걸려왔다.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고
거짓 정보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제보의 일관된 방향성이 보였다.
상당수의 정보가
카라카스 북서부에 있는
타카구아 비에하를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비에하의 채석장이었다.
카르텔은
채석장 입구가 아닌,
산 뒤쪽으로 빠지는 비밀통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민들을 동원했고,
동원된 주민 중 일부가
그 통로를 제보한 것이었다.
제보를 분석한 후
비밀통로를 감시하다,
식료품 보급을 위해
그 통로를 빠져나온
더블 티의 충성스러운 카바예로가 한 명 체포되면서,
더블 티가
그 곳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위치가 확인되자
방위군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일부 정치인들이
도밍게즈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대놓고 그렇게 하기에는
더블 티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너무 높았다.
일부 드라마 제작사에서는
벌써 더블 티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하고,
더블 티와 도밍게즈의 대결을 그린 텔레노벨라를 만든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렇기에
방위군은 눈앞에 있는 더블 티보다
방위군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카메라를 막는데
더 신경을 쏟아야만 했다.
“고생하는군요.”
이 곳에 오면서 입고 있던
일본의 중학교 교복
그것도
목까지 올라오는 검은 색 교복이 아닌
베네수엘라 방위군 군복을 입고
스키마스크를 쓴 채로
방탄지휘차량에 옵서버 자격으로 앉아 있던
사쿠라바 잇토키가
도밍게즈에게 말했다.
“젠장. 미친놈들.
무슨 군사작전을 스포츠 중계라고 생각하는지.”
도밍게즈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자업자득이지요.”
잇토키가 웃으며 말했다.
“자업자득이라니.
매스컴을 이용하자는 것은 너의 생각이었잖아!”
“나는 그저 조언했을 뿐이지요.
결정권자는
우리 도밍게즈 소령님 아닙니까?
저 같은 민간인,
아니,
외국인에게 그런 말해도....”
잇토키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말투로 밉살스럽게 말했다.
도밍게즈는
잠시 잇토키를 노려보다
무전기를 들고 소리쳤다.
“상황 보고하라.”
(아직은 어수선한 상황입니다만
일단 취재진은 모두 작전 구역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작전 수행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무전기 너머로
대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다. 일단 대기.”
도밍게즈는
작전 상황판을 펼쳤다.
이 정도의 대규모 작전에서
소령급인 그가
작전을 지휘하는 것은 사실 맞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민심의 매서운 시선을
범죄 카르텔에게 돌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대통령은
요 며칠 사이
민중들의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른
도밍게즈에게
작전 지휘권을 맡겼다.
5 방위군 내부에서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위험도가 높은
이번 작전을 직접 지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지휘관은 없었다.
리스크는 너무 크고,
얻는 것은 너무 적었다.
작전에 실패할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성공적으로 더블 티를 제거한다고 해도
도밍게즈가 다 차려놓은 밥상을
중간에서 슬쩍했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었다.
이런 저런 요소가 합쳐져
제 5방위군의 정예 병력이 상당수 포함되어있음에도
소령급인 도밍게즈가
이번 작전을 지휘하게 된 것이다.
쉽지 않은 작전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입수된 정보에 의하면
채석장 내에는
최소 30여명의 조직원들이 더블 티를 보호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 중 대다수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광신도들이라
전황이 불리해진다고 해서
목숨을 아끼기 위해 항복할 놈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미쳐있는 더블 티가
채석장에 무슨 짓을 해놓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도밍게즈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조금씩 앞으로 전진해가며
거점을 확보하는 기본 점령 전술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작전 중 병사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싶었기에,
방법을 고심하고 있었다.
해가 지기 전에
토벌 작전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도밍게즈에게
갑작스럽게 몰려든 취재진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잇토키는
방탄 차량의 작은 틈 사이로 밖을 바라보았다.
도밍게즈의 직할부대 100명을 포함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돌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잇토키는
자신이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방위군에게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것은 중요했고,
지금은
나서지 말아야 할 때였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잇토키의 눈이
짧게 빛났다.
도밍게즈의 방위군은
채석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즉 두 세력은
정확히
남북 방향으로 대치중이었다.
그런데
잇토키의 눈에
다른 무언가가 보였다.
서쪽에 위치한 산,
숲이 우거진 산 중턱에서 이질적인 무언가가.
1.5km.
아니면 그 이상?
잇토키는
잠시 생각하다 문을 열었다.
“어디 가니?”
작전판을 보고 있던 도밍게즈가 물었다.
“산책이요.”
그렇게 말하는 잇토키를
도밍게즈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잠시 바라보았다.
“저 쪽으로는 안 가요.
약속할께요.”
잇토키가 말했다.
“너가 움직인다면 뭔가 생각이 있겠지만...
부탁한다.
문제가 없었으면 하니까.”
도밍게즈가 말했다.
“이해해요.
걱정 마세요.
더블 티는
당신들 거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요.”
잇토키는 그렇게 말하고
방탄 지휘차량의 문을 닫았다.
도밍게즈는
그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작전판으로 눈을 돌렸다.
슬슬 돌입을 시도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