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프로젝트 외전 퍼스트 컨텍트 (225)
“ 다시 보니 반갑군요.”
“ 설마 먼저 연락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쿠도 신이치 군
아니
수호.......”
브라이언 윤,
윤경민은
쿠도 신이치의 환대에 얼떨떨한 기색이 다분했다.
“ 서로 바쁜 사람이니 본론으로 넘어가서...
엠파이어 누구와 연결된 겁니까?”
“ 나바로스 이삽니다.”
“ 대니얼 나바로스?”
“ 네.”
엠파이어 콘체른은
콘체른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재벌과 비슷한 기업집단이다.
다만
한 명의 총수가
기업집단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과 달리
대부분
이사회 같은 경영진회의로
권한이 분산된 경우가 많다.
엠파이어 콘체른도
이사회와 똑같은 구실을 하는 사장단을 통해
기업집단의 미래를 결정했다.
대니얼 나바로스는
인스탁 케미칼의 대표이사다.
“ 약속을 잡아보세요.”
“ 지금 바로 연락할 수도 있습니다.”
“ 아니요.
예의와 격식을 갖춘 자리가 좋겠네요.”
윤경민은
쿠도 신이치의 진의를 파악하려고 염두를 굴렸다.
“ 방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미스터 나바로스가 쉽게 오라 가라 할 사람은 아니죠.”
아니라고 말했지만
뉘앙스는
아쉬운 놈이 찾아오라는 것처럼 들렸다.
“ 십 분, 십 분만 주십시오.”
“ 얼마든지.”
윤경민은
휴대폰을 붙들고 밖으로 나가자
한쪽에서
얼이 나간 모습으로 듣고만 있던
오오카 모미지 옆에 있던
이오리 무가가 입술을 뗐다.
“ 미국을 떠보시는 겁니까?”
“ 아니요.
일본을 떠보려는 겁니다.”
“ 일본이요?
하지만 엠파이어 콘체른은... 아.”
그는 말을 하다가
중간에 탄성을 터트렸다.
“ 콘체른이란 말은.........
미국에선 잘 쓰지 않아요.”
그런
쿠도 신이치의 말에
오오카 모미지는
설마 그게 진짜였단 말이야? 하는 듯한 얼굴로
“ 지주회사를
일본계 금융이 꽉 잡고 있단 소문이 진짜인가보네........요?”
그런
오오카 모미지의 말에
쿠도 신이치는 피식 웃으면서
“ 애초에
엠파이어 콘체른 자체가
일본제국을 모델로 만들어진 괴뢰집단이죠.”
1980년대 일본은
미국마저 압도할 만큼 경제부흥을 일으켰고
전 국민이 호황과 호사를 누렸다.
플라자합의 이후
그 파급력이 미치기까지
몇 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독일과 일본은
높이 오른 만큼 더 큰 추락의 아픔을 맛봤다.
양키는 정말 무서운 놈들이다.
전범국인
일본과 독일이
부활의 날개를 펼치자
한쪽은 장벽을 무너뜨려 통일비용으로 허덕이게 만들고
다른 쪽은
버블을 터트려 불황의 늪에 처박아버렸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은 어떤가?
90년대 말
동남아시아가 떠오르자
한국도 그들과 같이 묶여 외환위기를 겪는 불운을 맛봤다.
‘ 우연일 리가 없지.’
이게 우연이라면
우연이 아닌 일이 없다.
적자니 뭐니 아쉬운 소릴 해도
기축통화가 US달러인 이상
미국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 설마.......
미국에서 주도한 일이 아닌 건가요?”
“ 모미지 양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데
미국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거든요.”
그 얼굴은
평화와 정의를 외치다가도
순식간에 선전포고를 했고
때론
정체를 감추기 위해 음습한 마스크를 썼다.
미국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어느 한 가지 성격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다중인격자다.
“ 워싱턴D.C.를
세계정치의 중심이라고 부르는 건
양키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면서도
중국도 러시아도
워싱턴D.C.의 동향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웠다.
“ 미국의회가 로비스트를 허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으로 지역개발이나 재선을 노리고 민심을 얻으려는 수작만은 아니에요.”
“ 타국도 미국 내에서는 로비스트를 활용하라는 뜻이군요?”
“ 그렇죠.
결국은 후원금으로 귀결되긴 하지만
더 큰 그림을 그리자면
미국의회가
곧 세계의회로 비춰지죠.”
하원이든 상원이든
언제부턴가
미 국회의원을 만나는 일이
타국 지도자를 예방하는 것만큼 어렵게 됐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게 바로 위상位相의 차이다.
“ 그럼 이번 일은?”
“ 언뜻 보면
스펙터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서
미국이 주도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그들은 단지 로비스트의 말마따나 판을 벌려준 것뿐입니다.
이를테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려는 심보?”
그런
쿠도 신이치의 말에
오오카 모미지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 떨면서
“ 무섭네요.”
하자
쿠도 신이치는 쓴웃음을 머금으면서
“ 무섭죠.”
라고 하고
그런
두 사람을 말없이 바라보던
이오리 무가는
지금
쿠도 신이치가 하는 말 자체가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진정한 국제정치의 노하우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모시고 있는 아가씨가
이런 엄청난 교육을 공짜로 (?) 받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불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지
햇갈린다는 표정을 하면서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오리 무가를 흘깃 보던
쿠도 신이치는
진짜 이런 부분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세기 들어
미국은 언제나 그래왔다.
긍정적인 이슈든 부정적인 이슈든
항상 ‘미국 안에서’ 다툼과 토의, 결정이 이뤄지길 바랐다.
윤경민이 제안한 10분을 몇 초 앞두고
문이 열렸다.
“ 모레 오후는 괜찮으십니까?”
“ 모레 오후? 상관없어요.”
“ 알겠습니다.”
전화통을 붙들고
영어로 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윤경민은
곧 만족한 얼굴로 통화를 끝냈다.
“ 모레 오후 두 시에
소노코 호텔에서 만나는 걸로 결정됐습니다.”
“ 좋군요.”
“ 감사합니다.”
“ 앞으로 승승장구하길 빕니다.
미스터 윤.”
쿠도 신이치는 일어서서
윤경민과 악수를 나눴다.
이오리 무가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던 상대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신이치는 휴대폰을 들었다.
“ 나야.
대니얼 나바로스 조사해봐.”
“ 나바로스?
인스탁 케미칼의 그 대니얼 나바로스?”
“ 어. 왜?”
“ 흠.
그의 머리통에
꽤 많은 현상금이 걸렸거든.”
쿠도 신이치는 깜짝 놀랐다.
뜬금없이 현상금이라니?
“ 누가?”
“ 아그네스.”
“ 엠에스서틴?”
MS-13,
마라 살바트루차로 불리는
엘살바도르계 미국범죄조직이다.
전통의 강호인
백인마피아와 마약카르텔, 야쿠자와 삼합회 같은 메이저급과는 적대관계에 놓인
떠오르는 신흥범죄조직이었다.
“ 나바로스가 대표로 취임한 이후
멕시코 카르텔과 관련해
예전부터 소문이 돌긴 돌았어.
후아레즈 소재 인스탁공장에서
마약을 대량생산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왔으니
아그네스에선
호시탐탐
그 파이프라인의 연결고리를 노리고 있었지.”
“ 야쿠자면 몰라도
카르텔이라니?
뭘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 FBI에서 흘러나온 얘기니
신빙성은 아주 높아.”
“ 이런 소문이 도는 걸 본인은 아나?”
“ 모를 걸?”
쿠도 신이치는
머릿속으로 주판알을 튕겼다.
“ 법무부 형사국장이 새로 취임했었지?
에스메랄다 오델?
무슨 조직범죄대응센터를 관할을 초월한 전국적인 부서로 키운다는 말이 들리던데?”
“ 갱전담합동수사본부 말이군.”
미국의 수많은 사법당국은
관할권을 놓고
항상 다툼을 벌였다.
그리고
그런 힘겨루기에 낭비된 시간과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에스메랄다 오델 형사국장은
취임사에서
미국을 좀먹는 악질조직범죄를 근절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었다.
“ 의욕이 지나친 형사국장님께서 컴퍼니를 들쑤시는 게 맞지?”
“ 이튼 부국장과 만났나?”
쿠도 신이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키리가야 카즈토 (콜로서스) 는
귀신같이 눈치 챘다.
“ 만났군.”
“ 어쨌든 나바로스에 대해 조사해봐.”
통화를 끝내자
때마침
이오리 무가가 돌아왔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말 그대로
세상이 무너진 듯한 모습이었고
의문이 가득한 모습으로
그를 보는
오오카 모미지를
번갈아서 보던 쿠도 신이치는
마치 때를 맞춘 것처럼
휴대폰이 품에서 진동하자
오오카 모미지에게 눈짓으로 양해를 구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 신지로 형?”
“ 뉴스를 봐.
쿠도 신이치의 손짓을
귀신처럼 알아들은
이오리 무가가 랩탑을 가져왔다.
공중파 방송사와 연결된
인터넷채널에선
막 속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검찰이 모미지 콘체른에 대한 기습적인 압수수색을 시작한 가운데......
그 뉴스를 본
오오카 모미지의 얼굴은
이오리 무가 저리가라 급으로 창백하기 질리기 시작하고
그 둘을 바라보던
쿠도 신이치의 귀에
계속해서
고이즈미 신지로의 말이 들려왔다.
“ 외신도 잇따라
모미지 콘체른 압수수색에 대한 보도를 시작했어.”
그룹은 그룹이지만
스즈키 그룹과
모미지 콘체른의 위상은 꽤 큰 차이가 아니라도
적어도 무시못할 수준이기는 했다.
그러나
외국에서 보면
모미지 콘체른은
그런 기업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관심 두지 않을
하찮은 수준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말이다.
‘ 재미있네.’
상대는
예상한 그대로 움직였다.
쿠도 신이치가 손을 써
바로
스즈키 그룹을 공격하기 힘드니
모미지 콘체른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 어째?”
“ 기다려.”
“ 이러다 모미지 콘체른이 넘어갈 수도 있어!”
고이즈미 신지로는 급히 대꾸했다.
쿠도 신이치 본인은
모미지 콘체른과 계약한 게 아니니
별 관심 없지만
굳이 입바른 소리로 상대방의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었다.
“ 아직은 괜찮아.”
“ 그럴까?”
“ 날 믿으라니까.”
아직은 기다릴 때다.
쿠도 신이치는
걱정 그 자체의 모습으로
후들거리기까지 하는
두 사람을 입구까지 배웅했다.
멀어지는
두 사람의 등을 바라보던
쿠도 신이치는 휴대폰을 들었다.
“ 나야. 뿌려.”
다음날
일본을 둘러싼 외신들의 헤드라인을 달군 건
정작 당사자인 일본인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한 번 들어본 적 없었던
일본회의란 생소한 단체다.
※단독! 일본의 보헤미안 클럽-일본회의는 어떤 단체인가?
※심층! 30대 재벌의 7할은 미국과 러시아의 주구들 후손들이다!
※특종! 텐노てんのう조차도 우습게 여기는 과거 군벌의 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