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 오후에 시간 있어? 쇼핑에 어울려줬으면 해서☆☆☆☆」
「음, 미안해. 오늘은 일 때문에 좀 바빠서.」
「그렇구나, 하긴 어른은 이것저것 바쁘겠지. 나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선생님!」
모모톡을 보내면서 미소노 미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은 선생님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무릎에 파묻었다.
하지만 미카는 한 사람에게 쏟아지는 악의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마다 들려오는 뒷담화, 욕설이 담긴 낙서가 빼곡히 적힌 책상, 사물함을 열자 보이는 신발 속의 압정, 화장실에서 머리 위로 쏟아지는 걸레 빤 물······.
그녀를 향한 악의는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전 일과 중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온 미카는 자신의 교재가 전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망연히 서 있는 미카에게 갈색 머리의 여학생이 말을 걸어왔다.
"어머나, 미카 님은 칠칠치 못하시군요. 설마하니 자기 물건도 간수하지 못할 줄이야······. 뭐, 하나부터 열까지 남에게 맡기기만 했던 공주님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그 말에 동조하듯, 교실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음이 깎여 나간다. 하지만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남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마음이 꺾일 것 같을 때마다, 미카는 선생님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응. 나는 미카의 편이기도 하니까.'
'내 소중한 공주님에게 뭐 하는 짓이야!!'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은 멋있었지, 라고 생각하며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슬슬 나갈 시간이 되었기에 미카는 외출할 채비를 한 뒤 기숙사를 나섰다. 목적지는 트리니티 자치구의 중앙 쇼핑몰. 가뜩이나 생활비를 아껴야 하는데, 교재까지 없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지출 탓에 더욱 빠듯해졌다.
"······응.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혹시 알아? 오늘 쇼핑몰에서 나기 쨩이나 세이아 쨩을 만날 수도 있잖아. 그리고 나기 쨩에게 롤케이크를 사 달라고 하는 거야!"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걷던 중, 문득 쇼핑몰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서점만 찾으면 되는데······. 아니, 모처럼이니 여기저기 둘러봐야겠다. 패션 잡지도 훑어보고 싶고, 저번에 나온 신상 액세서리도 예뻐 보이던데 구경이라도 할까? 우선 잡화점부터 가봐야지!"
그렇게 쇼핑몰을 돌아보던 중 예상치 못한 사람이 미카의 시야에 들어왔다.
'선생님? 오늘은 바쁘다고 하셨는데······. 업무 때문에 오셨나? 응, 역시 오늘은 운이 좋다니까!'
"선생님☆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녀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선생님의 옆에 있는 갈색 머리의 여학생. 교재가 없어졌을 때 자신을 비웃었던 바로 그 아이가 선생님의 곁에 서 있었다. 그것도 액세서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자신에게 어울리겠냐는 듯 선생님에게 미소 지어 보이며. 선생님은 곤란해하면서도 즐겁다는 듯 그녀를 향해 웃고 있었다.
미카는 처음 쇼핑몰에 온 목적도 잊은 채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이런 식으로 선생님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힘이 다할 때까지 계속해서, 미카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니 기숙사의 정문이 보였고, 일찍이 해는 저물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멍하니 서 있던 미카가 기숙사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사감을 맡고 있는 아이가 그녀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미카 님. 오늘도 통금 시간을 어기셨군요. 이 일에 대한 징계 여부는 내일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 잠이 들었으니 큰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고요."
그렇게 말해오는 것에 적당히 대답한 후, 미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씻지도 않은 채 침대로 들어갔다. 이불을 뒤집어 쓴 지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그녀는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응, 그렇지. 선생님은 내 편이기도 하지만, 그 아이의 편이기도 하니까······. 선생님은 모든 학생의 편인걸. 결국 처음부터 나만의 편은······. 흐윽."
미카는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계속 흐느꼈다.
우리 미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흑흑
본인이 울려놓고 뭘 행복했으면 좋겠어야 ㅋㅋㅋ
본인이 울려놓고 뭘 행복했으면 좋겠어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