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신문) '워크맨'의 유행을 소개한 옛날 신문 기사
음악팬 인기 집중
헤드폰 라디오
“개인주의를 조장” 비난 불구
출력 높고 간편…점차 대중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보급되기 시작한 헤드폰 라디오가 음악애호가들에게는 굉장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인간관계를 소원하게 한다는 예상치 못한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헤드폰 라디오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히트하고 있는 이유는 첫째 종래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보다 출력이 10배 이상 세기 때문에 음질이 대형 라디오만큼이나 좋고 둘째는 주위 사람에게 소음공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헤드폰 라디오는 그 깜찍하게 작은 규모에 걸맞게 일본 상혼(商魂)의 산물. 79년 「소니」 회사가 전자제품 판매의 불황을 타개하는 아이디어의 하나로 헤드폰 라디오를 만들어 미국시장에 내놓기 시작한 것. 이름은 「워크맨」, 당시에는 200달러나 했는데 이제는 여러 회사에서 만들어 100달러도 되지 않는다. 헤드폰 라디오의 출력은 보통 1.5W 이상으로 종래의 소형 라디오보다 10배 이상 강하다.
따라서 FM 음악을 듣기에 이상적이며 크기는 종래의 포켓 라디오 정도여서 들고 다니면서, 또는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50만 개 이상이 팔렸고 올해에는 150만 개 이상 팔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이 헤드폰 라디오가 인간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지하철에서, 공원에서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문명사회에 어울리는 제품』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헤드폰 음악 유해론도 함께 펼치고 있다. 즉 가뜩이나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미국인이 헤드폰 때문에 더욱 고립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
한 여성잡지 판매직 간부인 「콜」 양이 헤드폰 때문에 데이트를 망친 얘기를 들어보면 『나의 보이프랜드인 그 사람은 헤드폰을 끼고 스테레오 음악에만 열중하면서 나보고 들어보라는 거예요. 나는 헤드폰을 끼고 「예 예. 매우 훌륭하군요」라고 대답했습니다. 헤드폰을 돌려주니까 그는 계속 그것을 끼고 음악에만 신경을 쓰지 뭐예요』 그녀는 그날의 데이트가 마지막 데이트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중고교학생 또는 대학생들이 집에서 전축에 헤드폰을 연결해서 듣는 일이 많은데 앞으로는 이 소형 헤드폰이 유행될 것 같다.
현재 몇 개 회사가 제품을 내놓고 있으나 음질이나 헤드폰 자체의 성능이 신통치 않다는 불평이 있다. 이에 따라 고급 헤드폰 라디오를 만들려는 회사가 나타나고 있고 곧 괜찮은 제품이 선보일 것 같다.
(1981.5.13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