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스트 던전) 정말 악랄한 디자인이라고 느꼈던 부분
*주의: 다키스트 던전의 가장 중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음
게임의 종반부, 주인공은 이 모든 일의 흑막을 처단하려 [가장 어두운 던전]의 공략을 시도한다.
[가장 어두운 던전]의 1층, 2층, 3층을 클리어하면 가장 깊은 4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 거기에서 주인공은 흉물로 변이한 선대 가주와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선대 가주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저지하기 위해 분투한다.


처음에는 그나마 사람 형상이라도 유지하고 있지만, 싸움이 진행됨에 따라 흉물스런 형태(어둠의 심장)로 변하는 선대 가주.
그래도 영웅들은 분투하며 괴물을 몰아붙이는데, 어둠의 심장의 체력이 2/3, 1/3까지 감소하면 네 조물주에게 오라(Come Unto Your Maker)라는 특수 패턴이 발동된다.
이때 플레이어는 4명의 영웅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렇게 선택된 영웅은 즉사한다.
선택하기 전 영웅들에게 커서를 올려두면 각각 특수 대사를 치는데,
성전사 (부정하고 불경한 놈아! 네 놈과 함께 죽어주마!), 야만인 (그렇다면 날 지옥으로 보내봐라! 아킬로라아아!!), 노상강도 (빠져나갈 길이 없군. 어디 해보지.), 조련사 (괜찬단다, 얘야. 우리가 지목되면, 답하면 되는 거란다.), 나병환자 (날 선택하시오. 준비되었으니.), 중보병 (난 떳떳하게 가겠어.) 신비학자 (마침내 나의 악몽과 마주하는군. 와보게나.) 등처럼 담담하게 최후를 각오하는 영웅들이 있고,
석궁사수 (제발, 안돼! 난 살고 싶단 말야!), 역병 의사 (난 안 돼! 난 학식 높은 학자라고!), 성녀 (이건... 너무 끔찍해! 싫어어어!) 등처럼 죽음의 공포 앞에서 발악하는 영웅들이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담담한 영웅들이 최종보스를 죽이는데 더 적합한 성능을 가지고 있어서, 클리어하려면 어쩔 수 없이 저 절규하는 영웅들을 희생시켜야 한다.
게다가 담담한 영웅들은 대부분 전열 캐릭터라, 무턱대고 희생시켰다간 진형이 붕괴되어서 전멸하기 쉽다.
이래저래 플레이어는 제발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영웅들을 '직접' 선택해서 죽여야 한다.
함께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정들만큼 정든 영웅들을, 살려달라고 비는 그들의 애원을 무시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