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아편 전쟁 배경과 의의 (5) 원인은 도덕적 해이인가
흔히들 나오는 밈으로는 영국은 청나라에 대하여 아편을 팔기 위해 내부의 양심적인 의견을 묵살하고 전쟁을 일으켰다.
이런 의견들이 있는데 사실 좀 내용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청나라가 잠상 즉 밀무역 척결을 내세우며 상관을 점거하고 상선을 나포하는 상황에서 영국은 러프하게 토막을 치자면 크게 다섯 분류의 세력으로 나뉘게 되는데, 이 아편 무역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세력 있습니다.
바로 기독교 인도주의 운동입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경제적 번영과 제국주의 확장에는 도덕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네 영국이 만악의 근원이다 이런 도파민 풀충전 밈에는 잘 안나오는 이야기인데요.
근데 그럴 이유가 있어요.
이 운동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1. 노예제 폐지 운동 - 네 그거 맞습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자녀이다'
2. 사회계혁운동 - 아동노동 금지, 여성 참정권, 금주법, 감옥 개혁 etc
3. 식민지정책 - 슬슬 여기부터 커브가 꺾입니다, 미개한 국가를 기독교 윤리로 교육 시켜 문명화를 시켜야 한다. 는겁니다.
4. 복음주의 - 교육 의료 등 사회적 선교를 중시하는데 이게 제국주의랑 짬짜미 되면서 선교는 문명화다 라는 논리로 치달아버립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19세기 당시 영국 의회의 주요 파벌인 Clapham Sect를 이루었는데요.
크게는 자신들의 종교적 믿음에 따라 식민정책을 조정하고 더 나아가 동인도 회사 통치에 간섭을 하고자 하였으며, 소소하게는 아편 무역에 부정적인 스탠스를 견지하였습니다.
물론 이 들이 100% 양심적이다 이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위 기독교 인도주의의 내용도 그렇거니와 윌리엄 글래드스톤을 비릇한 많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남북전쟁 당시 남부를 지지한 바 있는 것처럼 정치 성향은 교집합입니다, 단순히 흑백으로 가를 수가 없어요.
때문에 아편 전쟁을 문명화, 사상적 계몽등으로 찬성하던 양반들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들에게 다시 말씀드리지만 인도나 청나라는 기독교 문명과 교육을 통해 도덕적으로 개선해야 할 대상이었고 그러한 대상을 상대로 아편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비 도덕적 행위로서 마땅히 서구 문명을 대표하는 대영 제국에서 금기시 해야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아편 수출과 관련된 앞선 논쟁들에서 볼 수 있듯이 아편 수출은 이미 다른 서구 문명의 국가들도 하고 있고 또 기업의 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행위였기에 용인한 일이지만 자유 무역 주의 보다 기독교적인 관념이 우선시 하였기 때문에 전쟁 만큼은 반대하는 스탠스였습니다.
또한 반대의 논리에는 보호 무역 주의와 자유 무역 주의간의 갈등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곡물법 폐지 논쟁 을 비릇하여 국가 이념의 전환기 이던 시절로서 현실과 정책의 괴리가 심화되던 시기입니다.
영국 경제는 산업 혁명 이후 과잉화 된 생산품을 두고 자유 무역을 논하고 있었지만, 동인도회사는 국가의 독과점을 용인하는 보호 무역의 상징이었습니다. 또한 청나라는 국가에서 항구와 상인을 지정하는 철저한 보호무역 체계였고 이러한 청나라의 경제를 개방하는 것이 문명의 진보로 취급되었습니다.
반면 글래드스턴을 비릇한 반대파들은 자유 무역 주의자들의 이러한 행동을 경제적 위선이라 칭하였습니다.
자유 무역이란 양 국의 합법적 상품의 교환을 의미하는 것이지 상대 국가의 주권적 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으며 영국의 이러한 행위는 보호 무역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거든요.
그리고 이 것은 실제로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여타 '문명화'된 국가들의 식민지에 대한 경제적 침탈로 증명되었습니다.
또한 국가 이미지 실추도 무시 못할 일이었습니다. 앞서 노예제 폐지와 같은 다양한 복음주의자들의 업적도 그러하거니와 영국이라는 어떠한 서구 열강의 대표주자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었습니다.
비단 그 이유는 다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빌미가 된 것은 아편 밀무역에 대한 청나라와 영국 두 국가간의 견해차로 인한 충돌이었습니다.
서구 법 질서가 붕괴되면서 타 국가에선례를 남길 수 있는 위험성과 대립되는 주장이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이 들은 아편 전쟁과 같은 국가의 개입은 국가의 도덕적 오점을 남을 것이라 주장했지요.
자 이런 도덕적 문제와 쌍벽을 반대측의 두 번째 논리가 있습니다.
바로 재정입니다.

영국은 대영제국이라고 말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없습니다..
7년 전쟁, 나폴레옹 전쟁 모두 돈이 없어 동인도 회사 삥뜯어가며 진행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벌여놓은 채무 상환은 현재 진행형으로 이미 국가 재정의 몇 배에 달하는 부채가 존재했는데 거기에 더해 식민지 유지 비용만 하더라도 재정을 반토막 내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 전쟁을 하지 않으면 청나라라고 하는 거대한 시장을 상실한 동인도 회사가 붕괴됩니다, 아편이 문제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상선이 나포되고 상관이 폐쇄되는 상황이라 답이 없습니다, 그러면 무슨일이 벌어지냐? 동인도 회사에 시쳇말로 몰빵하다시피한 영국이 붕괴됩니다..
네 이게 바로 아편 전쟁에서 9표 차로 찬성측이 이겨서 전쟁이 결정된 이유입니다.
반대측이 패배한 사유를 러프하게 토막쳐 보자면
1. 위에 복음주의자 들은 도덕적 관념적 주장은 있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었습니다, 이게 앞선 아편 무역 용인 논란부터 내려온 약점인데 이번 건에서도 동인도회사가 무너진다는 것은 곧 금융 시장의 파산과 영국 재정의 붕괴를 의미하는데 그러면 여기에 대한 대안이 있느냐 하면 없었습니다.
2. 국제 신뢰의 문제입니다, 청나라는 당시 아시아에 통용되던 질서 하에서 늘 하던 상국으로서의 행위를 한 것에 불과하였지만 이게 서구 법질서 하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나 1830년대 벨기에 혁명과 프랑스 혁명, 포르투칼, 스위스 등 온 유럽이 무너지는 상황 속에 유럽 체제를 지탱해야 하는 영국으로서는 위신을 바닥으로 내던진 이 사건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지요.
이 것은 비단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서 대중들 사이에 확산된 여론전에서 찬성측이 우위를 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편 전쟁의 발발 원인이나 서로 상이한 두 문명간의 견해차 보다는 국가 대 국가로서 명예가 짓밟힌 일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반대측이 큰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3. 문명화의 사명이라는 도덕적인 안건은 복음주의자 사이에서 공유되던 담론이었기 때문에 반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렇듯 아편 전쟁은 그 원인도 그러하거니와 단순히 부도덕한 영국이 또 영국 했다는 도파민 밈으로 설명하기도 난해한 일이기도 합니다.
Jack Beeching, The Chinese Opium Wars
P.J. Cain & A.G. Hopkins, British Imperialism
Andrew Porter, Religion versus Empire
Hilary M. Carey, God’s Empire: Religion and Colonialism in the British World
et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