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식) 등사기(謄寫機)
동일한 문서를 다량으로 복제할 수 있는 공판(孔版) 인쇄기구. 복사기가 보급되기 전까지 학교나 관공서, 회사 등에서 문서의 복사본을 만들어야 할 때 썼다.
파라핀·바셀린·송진 등을 섞어 만든 기름을 먹인 얇은 종이를 줄판 위에 놓고 철필로 긁어 구멍을 낸 다, 이를 틀에 끼운 다음 잉크를 묻힌 롤러를 굴리면 잉크가 배어나와 종이에 글씨나 그림이 나타난다.
문제는 각 장을 저런 식으로 인쇄해야 하므로 30장의 인쇄물이 필요하면 저 행동을 30번 해야 했다. 다 사람 손으로. 그리고 많이 인쇄하면 등사원고가 마모돼 잉크가 번지거나 인쇄의 질이 나빠지기도 했다.
민주화 시위가 잦았던 80년대 한국 대학가 운동권들은 이걸로 유인물을 만들곤 했다. 몰래 인쇄해야 하니 인쇄소 같은 데에 맡길 수가 없어서 이걸로 유인물을 만들어야 했던 것.
(사진 - 등사기와 필경도구. e뮤지엄)
몇몇 어르신들은 등사기를 '가리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연히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로, 등사원고를 철필로 쓸 때 '가리가리'(ガリガリ) 하는 소리가 난다 하여 '가리방'(がり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