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식) 행성과 혹성
일본어로는 '행성'(行星)을 '혹성'(惑星, 와쿠세이)이라고 하며, 옛날 우리나라 서적이나 기사 등에 '혹성'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거의가 일본어의 영향이거나 일본어로 된 천문학 서적을 중역한 흔적이다.
이 용어는 모토키 요시나가(本木良永)라는 네덜란드어 통역사가 1792년 쓴 '태양궁리요해설'(太陽窮理了解説)이라는 책에 처음 등장하는데, 이 책은 영국의 과학자 조지 애덤스가 1766년에 쓴 '새로운 천구의와 지구의의 구조물을 기술하고 용법을 설명하는 논문'의 네덜란드 번역본을 일본어로 번역한 것이다.
네덜란드어의 planeet이나 영어의 planet 모두 고대 그리스어 πλανήτης(planetes)에서 온 말인데, 이는 '방랑자'라는 뜻이다. 특정 위치에 고정돼 있지 않고 다른 별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惑(미혹할 혹) 자를 '방황하다', '길을 잃다'라는 뜻으로 쓰기 때문에 일본인 입장에선 딱히 별 문제 없는 번역이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선 이 한자를 그런 뜻으로 쓰지 않기에 중국에선 '행성'이라는 말을 만들었고, 이것이 다른 한자문화권으로 퍼져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