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재심 청구를 둘러싸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전 총리의 재심운동을 응원한다”고 검찰의 위증 조작 의혹을 지적한 이 지사를 겨냥해 진 전 교수는 “도지사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한 것은 검찰이 아니라 문빠(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라며 “검찰은 그냥 고발장을 받았을 뿐”이라고 지적하는 글을 남겼다. 이에 이 지사는 “손가락 말고 달을 말해 달라”며 진 전 교수의 주장을 “동문서답”이라고 반박했다.
◆ 이재명 “한명숙에 동병상련…도지사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한 그들”
이 논쟁의 시작은 이 지사가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재심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는 글이었다.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당시 검찰이 증인으로 출석한 최모씨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이 일자 이 지사는 ‘동병상련’이라며 “일부 정치검찰‧부패검찰의 범죄조작, 난도질로 파렴치한 만들기, 무죄라도 고생 좀 해 봐라 식 검찰권 남용은 지금도 계속 중”이라고 한 전 총리의 재심 청구를 공개 지지했다.
이 지사는 “촛불혁명후에도 증거조작과 은폐로 1370만 도민이 압도적 지지로 선출한 도지사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한 그들”이라며 “검찰은 정신질환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동영상과 녹음파일 등 수많은 무죄증거를 확보하고도 이를 은폐한 채 ‘정신질환 없는 사람을 강제진단’한 직권남용으로 저를 기소했고, 법정에서도 끝까지 은폐증거 제출을 방해했다”고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주장했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사건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둔 이 지사는 “본인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을 기소 재판에 고통받으며, 추징금 때문에 통장의 수십만원 강연료조차 압류당해 구차한 삶을 강제당하는 한 전 총리님에게 짙은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했다.
◆ 진중권 “도지사님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한 것은 검찰이 아니라 문빠들”
이에 진 전 교수는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도지사님, 잘못 아셨다”며 “그때 도지사님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한 것은 검찰이 아니라 문빠들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도지사님 잡겠다고 ‘혜경궁 김씨’ 운운하며 신문에 광고까지 낸 것도 문빠들이었고, ‘난방열사’ 김부선을 내세워 의사 앞에서 내밀한 부위 검증까지 받게 한 것도 공지영을 비롯한 문빠들이었다”며 “대체 검찰이 도지사님 정치생명 끊어서 얻을 이득이 뭐가 있나. 검찰은 그냥 경선에서 도지사님을 제끼는 데에 이해가 걸려있던 친문(친 문재인) 핵심 전해철씨에게 고발장을 받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하며 지지자들로부터 각종 의혹을 제기 받은 것이 이 지사를 둘러싼 검찰 수사의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도지사님을 기소 안 했으면 문빠들이 검찰을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지사님께 유죄를 선고한 것은 법원이다. 갑자기 도지사님의 정치생명을 끊으려 했던 그 사람들은 놔두고 엉뚱하게 검찰 트집을 잡으시는지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이번 수는 너무 심오해서 제가 그 뜻을 헤아리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 이재명 “동문서답…실체적 진실이 아닌 절차적 정의를 말했다”
이 지사는 31일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달을 가리켰는데 손가락이 세 개라고 했다면 교수님은 손가락 숫자보다 논지(論旨)를 벗어난 동문서답에 더 나쁜 점수를 주셨을 것”이라며 “저는 실체적 진실이 아닌 절차적 정의를 말했다”고 맞섰다. 그는 “한 전 총리의 유무죄가 아닌, 검찰의 위증교사 증거은폐 마녀사냥 범죄와 피고인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에 관해 말한 것”이라며 “법원의 최종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 역시 인간의 일이라 절대 진리일 수는 없다. 그래서 법에는 재심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검사가 직권을 남용해 위증교사죄를 범했다면 처벌돼야 하고, 무고함을 주장하는 피고인에겐 조작증거를 빼고 다시 심판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절차적 정의”라며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무고한 한명을 만들지 말아야 하고, 권력은 도덕적이어야 하며, 찌르되 비틀지 말아야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친형 강제입원 사건에 대해서도 “정신질환을 중명하는 수많은 무죄증거를 끝까지 은폐한 채 적법한 강제진단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하고, 법률에 위반된 위법관행을 깼다고 ‘관행에 위반되어 범죄’라는 황당한 주장에, 무죄 근거인 대법 판결을 유죄증거로 언론플레이하며 마녀 사냥하는 검찰 때문에 지금까지 제가 겪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한 전 총리나 조국 전 장관의 유무죄를 떠나 검찰의 증거조작과 마녀사냥이라는 검찰의 절차적 정의 훼손에 저도 같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거듭 ‘동병상련’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진 전 교수를 향해 “달의 생김새보다 손가락이 더럽다고 말하고 싶은 교수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일부러 헛다리 짚으신 척하시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라며 “교수님에겐 손가락이 중요하겠지만 누군가에겐 달이 더 중요하다. 가시는 길 바쁘시더라도 달을 지적할 땐 달을 논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다시 되물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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