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 로봇 아빠] 이상하게 감동적으로 보질 못했습니다
작년에 개봉된 짱구는 못말려 22기 극장판 로봇 아빠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하던 작품이였고 뒤늦게 집에서 보게 되었는데
어째선지 전혀 감동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뭐랄까 처음 다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분명 완급조절도 나쁜 것도 아니고 짱구다운 느낌도 괜찮았고
재미도 있었지만
뭔가 이상하게 꼬여있었다는 느낌이였습니다.
하도 이상해서 외부의 압력이라도 받았나 생각이 들정도였죠
근데 다 보고나서 인터넷에서 사람들 반응을 보고 더 당황했습니다.
누군가는 감동적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펑펑 울었다 하고..
그쯤 되서는 극장판이 이상한건지 그거 보고 좋아한다는 사람이 이상한건지
아니면 전혀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제가 이상한건지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엉덩이 폭탄 극장판은 그야말로 펑펑 울었고
어른 제국은 어린시절 우연히 히로시의 회상 장면만 봤는데도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평소에도 감수성이 많아서 눈물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오늘 오래간만에 이 마지막 팔씨름 장면을 봤습니다.
볼 당시에는 앞에 내용은 거의 기억 나지도 않았습니다.
보통 그쯤 되면 장면에서라도 눈물이 떨어져야 할텐데 저는 똑같이 무표정이였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한 건
앞에 전개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장면 자체라는 걸 눈치챘습니다.
왜냐하면 보는 내내 '왜 로봇 아빠는 안되는 것인가?'하는 질문이 계속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여태까지 로봇과 인간에 대한 스토리는 정말 많이 봤습니다.
내용은 하나같이 음침했고
언제나 승리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였으니까요
그런 전개는 정말 자체적으로 괜찮다고 여깁니다.
또 짱구라는 특성 때문에 그런 음침한 분위기를 낼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근데 그래도 너무나 이상하게 다가왔습니다.
로봇 아빠는 여태까지 이런 작품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그 로봇이 짱구 아빠의 기억을 모두 갖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감정까지도요
딱 한가지 다른 점은 로봇으로서 기능이 추가 된 것
그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어떤분 감상에서는 저 마지막 장면이 바로 로봇 아빠가
하나의 인격을 가진 생명체를 입증하는 장면이라고 적혀있던데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로봇 아빠는 처음 나온 그 순간부터 이미 감정을 가진 생명체였으니까요
철학자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사람의 본질은 마음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로봇 아빠에 대해서 논한다면 저는 그 본질인 마음을 히로시와 거의 똑같이 갖고 있기 때문에
로봇 아빠는 히로시의 복제인간인 셈입니다.
물론 저는 정말 그대로 로봇 아빠가 짱구 가족에 합류되자는 건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진정으로 짱구를 위하고
그 마음만 존재한다면 누구나 짱구의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로봇이든 사람이든
그래서 굳이 팔씨름을 해서 아빠의 자격을 본다거나.. 그럴 필요성 자체를 못느꼈습니다.
둘 중 누구 하나가 굳이 싸워서 이겨야 할 상대라고 보지 않습니다.
지는 상대는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 안합니다.
둘 다 짱구의 '아버지'입니다...
차라리 로봇 아빠 스스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짱구의 아버지임을 자각하고
마지막 공격과 함께 소멸하면서 아버지다운 명대사를 날려주는 게 더 나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만일 이 극장판의 주제를 논한다면
'무슨 아빠가 좋은가'가 아니라
'진정한 아빠는 무엇인가'라는 방식으로 다가가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외되는 아버지를 나타내는 건 좋은데
마지막에 그런 아버지들에게 '그냥 참아'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저는 달갑지 않는 극장판이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