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티식스 세계관이 AI 로봇들(레기온)이 폭주해서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모든 나라가 서로 연락이 두절된 채 살아남으려고 국경을 최대한 축소해서 죽어라 버티는 대충 그런 세계관인데
10화에서 주인공 일행이 레기온 구역으로 여행하는 부분이 뭔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느낌이 나서 좋았네요
인간이 싹 사라지고 파괴된 옛날 마을이랑 도시들, 인간이 사라진 자연의 모습 등등..
특정 종족만 소모품으로 쓰려던 인간들을 피해서
레기온 구역으로 도망치는 어린애들의 모습도 약간 그런 느낌이었구요.
저 부분은 원작에선 짧게 지나가는걸 TVA 오리지날로 늘려놨지만
갠적으로 작품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듯 해서 좋았네요.
이 작품의 연출 특징 중 하나가, 자연과 인간의 이미지적 대립입니다. 어떤 상징성 이전에, 시각성 그 자체만으로도 환경이 인간을 압도하는 구도와 색채등을 사용하는데, 이야기의 기본 구조에 더하여 인물들이 더욱 고립되는 것과 같은 감정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 화면비가 2.35 : 1로 되어 있는데, 보통 환경을 강조할 때 쓰는 비율임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 의도가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론 저 꽃밭에 저거너트가 있는 쇼트를 좋아하는데, 마치 영화 레바논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적지를 벗어나, 암흑 같은 탱크 안에서 나오자 화창한 날씨에 사방이 꽃밭이었죠. 전쟁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엔딩 중 하나였습니다.
아하 꽃밭에 기계 있는 장면 가끔 보는데 그게 영화 오마쥬로군요. 영화쪽은 잘 몰랐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