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모든 톱니가 하나를 향해 맞물리듯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와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되어줘!"
-큐베-
우연히 마주친 기묘하게 생긴 붉은 눈의 짐승
마법소녀의 자질이 보인다는 악마의 속삭임.
선택의 기로에서 마주하게 된 여러 마법소녀들.
그녀의 선택은 자신을 위한 소원인가 세계에 대한 구원인가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가 방영할 때에도 덕질은 했었지만 여러 이유로 미뤄뒀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애니메이션들에 매너리즘을 느끼게 된 1년 전 쯤부터 모노가타리 시리즈, 슈타인즈 게이트 등 족적을 남긴 구작들을 보다보니 마마마까지 그 시선이 닿게 되었습니다.
어떤 작품은 명성에 비하면 조금 아쉬웠고 또 어떤 작품은 영향력에 걸맞은 개성을 가진 수작이었습니다.
아직 까지도 마법소녀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는 그에 걸맞은 작품으로 느껴졌는지를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마마마를 보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작화와 캐릭터가 취향이 아니었고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포스터등의 비주얼이 별로 끌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는 그 때 보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성적인 연출들이나 작품의 이중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아트 방향성 등은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때는 그냥 단순하게 보였겠구나 싶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마마마가 수작, 취향에 따라 명작의 반열에 들 수 있는 이유는 매력적인 캐릭터나 이야기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각본가의 다른 작품들인 페이트 제로나 가면라이더 가이무에 비하면 캐릭터 자체는 분량 등의 문제로 꽤 단면적이고 특히나 본편을 기준으로 주인공인 마도카는 초중반부와 극후반부가 완전히 다른 인상을 주지만 빌드업이 아쉬워 제대로 공감이 가지 않기도 합니다.
등장인물이 적은데도 전개의 속도감을 위해 관계성을 크게 희생하다 보니 전개에서 나오는 희생이나 죽음 등이 충격적일지언정 시청자들에게 깊은 내상을 입히지는 못하죠.
하지만 우로부치 겐 특유의 자극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삽입해 극의 몰입감을 중첩 시키는 전개 방식 덕분에 이런 단점들은 시청할 때 잘 체감되지 않습니다.
마마마가 해석할 거리가 많은 작품인가? 저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복잡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마마의 이야기의 구조는 굉장히 단순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이니 뭐니 하면서 이런저런 해석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본편에서 보여주는 각 캐릭터들의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지 그걸 알아야만 이해되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법소녀라는 가혹한 운명에서 호무라가 분전한 끝에 마도카에게 기회를 전달했고, 마도카는 여러 인물들과 진실을 지켜보고 결정을 내린다.
이게 12화 스토리에 전부입니다. 마미의 죽음과 사야카의 마녀화등은 마도카가 최후의 결정을 내리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고
호무라의 윤회는 결국 마도카의 구원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마도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초석이 되어주죠.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결말을 향해 빈틈없이 맞물려 들어가고 중간중간 이야기의 가속을 더하기 위해 마법소녀의 진실이나 마녀의 정체 등을 적절한 타이밍에 터트려 극이 3화부터 속도를 끝까지 늘어지지 않게 만듭니다.
여기에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 따뜻한 일상의 풍경과 이질적이고 기괴하게 디자인 된 마녀의 모습들은 분위기를 깊이 있게 만들어줍니다.
개인적으로 마마마가 명작인가 물으면 잘 모르겠습니다. 반역의 이야기 까지 본 지금도 캐릭터 개개인의 매력이나 깊이가 특출 나게 느껴지진 않았고
결말은 만족스러웠으나 의문까진 아니더라도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들이 꾸준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품의 몰입감은 웬만한 작품들 보다 훨씬 뛰어나고 반전 등이 클리셰 화된 지금도 유효하게 다가오는 점 등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반역의 이야기로 본편의 스토리를 크게 뒤집으며 결말을 냈기 때문에 올해 말 나올 발푸르기스의 회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가끔 에반게리온 q와 반역의 이야기를 비교하는 말들이 있던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반역의 이야기는 단일 작품으로도 그 가치가 있고 결말을 보았을 때 기대감과 의아함이 각각 들지만
q는 단일작품으로서 가치가 전무하고 결말 뿐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이 의아함으로 가득 차있기에 비교가 실례 아닌가 싶네요.
이야기나 캐릭터가 엄청나게 개성적이거나 뛰어나진 않지만 복합적인 모든 요소를 한 점에 집중 시키고 적절한 완급 조절로 퀄리티를 높였기에 수작은 충분히 되는 작품 아닐까 싶습니다.
잔혹한 운명에도 한 줄 빛을 향하는 수많은 비극,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가 말합니다.
"괜찮아, 믿어 보는 거야.
왜냐하면, 마법소녀는 꿈과 희망을 이루어 주니까!"
-마도카 마기카-
이 작품도 이제 10년이 넘었네요. 나이먹고 마법소녀물에 빠질수도 있다는걸 알려준 작품인데... 이 만한게 또 안나오네요. 빨리 극장판이나 좀
발푸르기스의 회천, 제발 올해 안에는 꼭 나오기를..
마마마는 10년이 넘도록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만큼 여러면에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캐릭터나 캐릭터 간의 관계성에, 잔인한 연출이나 설정에 또는 반전에, 12화 안에서 끝나는 세카이계적인 스피드 감에 매력을 느꼈고 실제로 매력적이게 잘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역시 이 작품의 가장 매력적이다 생각한 것은 각각의 캐릭터가 움직인 끝에 새로운 시스템을 덧씌운 마도카의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그에 넣으신 대로 참신하면서도 정론으로 끝냈죠.
허나 말씀하신 캐릭터 빌드업 등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 또한 이해가 갑니다. 조금 실드를 하자면 당시에는 그렇게 매끄럽지 않다고 생각하진 않은게 이 작품이 루프물인 것이 작품 후반에 드러난 것에 있을 것같습니다. 사람은 상상하는 동물이라고 단편적으로 나온 전 루프에 호무라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을 바쳤는지 상상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자연히 마도카도 호무라의 모든 것을 알고 모든 마법소녀의 고통을 이해한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소원을 빌기 직전에도 마도카는 마치 신처럼 보입니다. 사실 위에선 시스템을 바꿨다고 했지만 마지막의 마도카가 아니었으면 일종의 억지 때 같은 소원인데도 말이죠. 예... 간단히 말하자면 루프물이라는 설정이 마도카한테 엄청난 포스를 줘서 그 포스에 눌렸습니다 ㅋㅋㅋㅋㅋ.
사실 가장 매끄럽지 않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딱 이 부분이었습니다. 호무라가 루프를 하면서 겪은 일들을 한 화에 몰아 보여주면서 호무라를 이해시키고 등장인물들의 다른 시간 축에서의 모습들을 비춰준 것은 좋았지만 이게 결국 모든 시간 축이 하나로 합쳐지거나 해서 기억과 경험이 이전 된 것은 아닌데 작품을 쭉 본 흐름에선 마도카의 마지막 선택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이걸 작품이 진행되는 '현재의 시간 축의 마도카'로만 한정해서 보면 호무라와 큐베에게 마법소녀의 진실과 사건들을 얼추 전해들었다 하더라도 중반부까지 반 충동적 계약을 시도하는 방황하는 인물로 그려지다가 갑자기 마지막 화에서 모든 걸 깨달은 성인 처럼 행동하는 것이 흐름 상으론 이해되지만 이전 까지의 '현재 시간 축의 마도카'와는 괴리가 느껴졌던 거 같습니다.
11화에서 호무라가 못 버티고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마도카에게 털어놓는 부분에서 그걸 들은 마도카의 심경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데... 그보다 캐릭 심리를 자세히 보여 주기에는 12화는 짧았던 것 같네요.
방영 당시에 봤는데 개인적으로 매끄럽지 않다고 생각된 부분은 큐베가 절망을 모으는 이유에 대한 이과적 설정 보다가 문청문청하고 울었습니다. 그래도 그 뒤로 이만한 기승전결을 갖춘 마법소녀물 애니는 또 나오지가 않더군요. 마마마가 각본가는 자기는 새로운 걸 쓴 게 아니라 음지에 있던 걸(다크 마법소녀) 양지에 가져온 것뿐이라 했지만 그래도 그 양지로 가져온 게 이 작품이 처음이란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