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3기,
여전히 반가운 녀석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너는
여전하다고 할까
-코노스바 3기 ed-
도저히 컨트롤할 수 없는 잼민이 그 이상의 무언가, 파란머리 여신
귀족 가문 크루세이더 라는 이름값을 따위로 만드는 도M 탱커
중2병 절찬리 진행 중, 파괴적인 마법 한 번이면 리타이어 하는 폭렬 마법사
왁자지껄 우당탕탕 카즈마 파티는 또 어떤 모험을 맞이할까
저는 이세계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전생물 같은 것들은 괜한 주인공 띄워주기와 독자 자존감 채워주기용 호들갑이 많이 들어가는지라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화끈 해집니다.
하지만 이세계 전생물 중 하나인 코노스바는 결이 좀 다릅니다. 물론 제가 싫어하는 띄워주기와 호들갑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게 주가 되지 않고 하나의 작은 소재로서만 사용되며
강렬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하모니와 왁자지껄한 개그만화적인 색채가 메인인 작품이거든요,
코노스바 2기로부터 7년, 강산이 반 조금 넘게 바뀔 시간을 건너온 코노스바 3기는 여전히 즐거운 작품이었을까요?
원작을 읽지 않고 애니메이션으로만 접한 개인의 입장에서 코노스바 3기는 꽤나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이전에 보았던 마왕 간부 토벌이나 대형 이벤트를 중심으로 하기보단 작품 내내 씬스틸러 역할인 아쿠아나 개인 성장서사와 카즈마와의 상호 썸씽으로 큰 분량을 받는 메구밍에 비해 비교적 적은 비중이던 다크니스를 위한 내용으로 대부분을 채운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 캐릭터인 아이리스를 소개하는 초반부도 다크니스와 깊은 연관이 있기에 후반부의 결혼식 파트의 빌드업으로 보면 한 시즌이 통째로 다크니스를 위한 시즌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3기는 ‘내가 코노스바의 어떤 점을 좋아했었는지’를 다시금 기억나게 해준 거 같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스케일이 작아진 것도 있고 분량의 문제였는지 개연성이 아쉬운 부분들, 카즈마의 캐릭터성이 조금씩 뭉개지는 부분들이 존재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장점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카즈마 파티의 캐릭터성 부각과 그걸 중심으로 한 개그죠.
카즈마 파티를 하나하나 때어놓으면 사실 호불호가 갈릴만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아쿠아는 보케 포지션의 민폐 히로인인데 징징대는 것도 꽤 심하다보니 존재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크니스가 숨 쉬듯 치는 에로 개그, 메구밍의 중2병 가득한 행동과 대사들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너무 가볍게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셋을 묶어줘야 하는 카즈마도 사실 엉망진창인 캐릭터입니다. 이세계 전생 주인공이지만 특별한 능력이나 카리스마 없이 그 나이 때의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특유의 우쭐과 증폭 시켜 놓으면서 호불호가 쌔게 갈릴만하죠.
하지만 각 구성원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변함없이 쭉 나아가고 카즈마가 어거지로 목줄을 잡는 포지션에 위치하면서 이리 구르고 저리 치이는 상황을 만들어 충분히 다른 작품들에서 하나 씩 낀 개성 몰빵 캐릭터 여럿을 묶어 놓았음에도 특별한 재미가 만들어지죠.
평소에는 엉망이지만 사실은.. 같은 뻔한 클리셰를 자제하고 외적인 성장은 하되 내적인 성장은 거의 배제하면서 관계가 발전할 뿐 캐릭터들의 기반을 건들이지 않는 전개 방식은 코노스바라는 작품이 처음에는 개성을 내세우다가 점점 평탄해지는 다른 이세계물과 괘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점에서 작중 최고 인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던 이 멋진 세계에 폭염을!이 왜 호불호가 갈렸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메구밍은 그대로 폭주를 하는 캐릭터성을 유지하는데 목줄을 잡다가 우당탕탕 구를 카즈마와 지루하지 않게 계속 개그 패턴을 돌려줄 아쿠아, 다크니스가 없으니 원 패턴에 머물게 되어버리는 거죠.
그런 점에서 코노스바 3기는 메인 스토리를 깊게 가져갔음에도 자신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이어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모험이라는 테마에서는 조금 벗어난 이야긴 했습니다. 그나마 중반부 히드라 토벌전에서는 이전 시즌들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만 분량도 짧다보니 아이리스와 다크니스 둘의 개인 서사 쪽이 주류인 느낌이었습니다.
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가 하면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아이리스에 대한 소개는 확실히 성공적이었고 다크니스의 이야기도 어찌되었든 캐릭터의 깊이를 더해주었으니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애매한 지점들에도 불구하고 카즈마 파티와 주변 인물들이 여전히 즐겁고 또 반가웠다는 점에서 이번 3기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속작들은 이전에 받았던 느낌과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시청자들이 나이를 먹어 취향이 바뀌기도 하고 제작사나 감독 등이 바뀌며 분위기가 확 달라져 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이번 코노스바 3기도 제작사가 교체되었고, 개인적으로 취향이나 생각이 많이 바뀌었기에 이전과 같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습니다만
종영한 지금은 그게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네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일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반가운, 그리고 즐거운 바보들의 대 행진,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3기가 말합니다.
짖궂은 장난만 했던
못 말릴 우리들
오랜만에 돌아온
그 날 그대로의 우리들
-코노스바 3기 ed-
라노벨 원작 애니가 대부분 홍보용 딱지로 붙는 이유가 좀 인기있는 작품이 애니화 되지만 1쿨 분량을 3~5권 압축시켜 과도한 스킵에 원작 파괴 소리 듣고 젤 문제는 줄거리 캐릭터 설정이 전부 거기서거기 라서 이제는 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