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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렌게 지우개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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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4
BEST
다가시야 맞은 편 길가에 앉아서 렌게가 리코더를 깎고 있었다. 리코더를 한 개 사가지고 가려고 깎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리코더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아이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렌게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무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척이다. 차 시간이 바쁘니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사실 차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 되나."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요. 아이 참, 외고집이시구먼. 차시간이 없다니까." 렌게는 퉁명스럽게 "다른데 가 사우. 난 안 만들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수도 없고, 차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왠지 자신만의 리코더 깎는 철학이 있는 듯 했다. 굼뜨게 깎아도 매우 진지했기에 보는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다가시야에서 사 온 과자를 먹고 있지 않는가. 얼마 후에 렌게는 또 깎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리코더가 다 깎아없어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리코더를 들고 이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었던 리코더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와야 하는 나는 불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한 무뚝뚝한 아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렌게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다가시야 계산대에서 자고 있는 다가시야를 바라보고 섰다. 그때, 그 바라보고 섰던 그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아이다워 보이고 무뚝뚝한 눈매와 은발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렌게에 대한 원망이 감쇄된 셈이다. 집에 와서 리코더를 내 놨더니 코마리 선배는 예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자기 집에 있는 것 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코마리 선배의 설명을 들어보면 배가 너무 부르면 힘들어 부르다가 삑사리가 잘나고 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 배가 너무 안 부르면 잡기도 별로이며, 소리도 좋지않다는 것이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렌게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좀 더 자세히 보기위해 리코더를 돌려가며 보니 뒷편에 '냥파스'라고 적혀있었다.
노동자김씨 | 14.01.04 16:17
BEST
도장깍는 로리콘
1000 Pieces | 14.01.04 15:29
BEST
그냥 지우개를 커터칼로 판거예요
685248 | 14.01.04 12:11
BEST
결론 : 냥파스
코사카 호노카 | 14.01.04 18:53
BEST
뭐라는거야..이 노동자분은....;;;
발없는말이 슬퍼 | 14.01.04 16:32

도장깍는 노인이네;

로리김 | 14.01.03 18:56
BEST

도장깍는 로리콘

1000 Pieces | 14.01.04 15:29

깍 -> 깎

푸른바람. | 14.01.04 15:30

ㄷㄷ..저 로리콘이 아니라 그냥 신사일 뿐인데

685248 | 14.01.06 12:14

삭제된 댓글입니다.

BEST

그냥 지우개를 커터칼로 판거예요

685248 | 14.01.04 12:11

NYANG ♂

unsustainable | 14.01.04 15:38

퀄리티가 우와;;;;ㅇㅁㅇ

Einhart | 14.01.04 15:48

지금보니 렌쫑 손이 조금 작붕이네

M | 14.01.04 16:14

그리고 저 도장은 공부하던 어린 조카 손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to be continue

서에서 만납시다 | 14.01.04 16:15
BEST

다가시야 맞은 편 길가에 앉아서 렌게가 리코더를 깎고 있었다. 리코더를 한 개 사가지고 가려고 깎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리코더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아이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렌게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무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척이다. 차 시간이 바쁘니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사실 차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 되나."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요. 아이 참, 외고집이시구먼. 차시간이 없다니까." 렌게는 퉁명스럽게 "다른데 가 사우. 난 안 만들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수도 없고, 차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왠지 자신만의 리코더 깎는 철학이 있는 듯 했다. 굼뜨게 깎아도 매우 진지했기에 보는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다가시야에서 사 온 과자를 먹고 있지 않는가. 얼마 후에 렌게는 또 깎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리코더가 다 깎아없어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리코더를 들고 이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었던 리코더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와야 하는 나는 불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한 무뚝뚝한 아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렌게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다가시야 계산대에서 자고 있는 다가시야를 바라보고 섰다. 그때, 그 바라보고 섰던 그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아이다워 보이고 무뚝뚝한 눈매와 은발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렌게에 대한 원망이 감쇄된 셈이다. 집에 와서 리코더를 내 놨더니 코마리 선배는 예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자기 집에 있는 것 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코마리 선배의 설명을 들어보면 배가 너무 부르면 힘들어 부르다가 삑사리가 잘나고 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 배가 너무 안 부르면 잡기도 별로이며, 소리도 좋지않다는 것이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렌게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좀 더 자세히 보기위해 리코더를 돌려가며 보니 뒷편에 '냥파스'라고 적혀있었다.

노동자김씨 | 14.01.04 16:17
BEST

뭐라는거야..이 노동자분은....;;;

발없는말이 슬퍼 | 14.01.04 16:32

방망이 깎는 노인 ㅋㅋ

하루¸ | 14.01.04 16:49

뭐야이게 ㅋㅋㅋㅋㅋ 쥰내 집중해서 읽었다

슈우 시라카와 | 14.01.04 18:40
BEST

결론 : 냥파스

코사카 호노카 | 14.01.04 18:53

리코더와 냥파스 말곤 바뀐게 없어 ㅋㅋㅋ

캐빈디쉬 | 14.01.04 19:56

중학교 국정교과서였던가요? 국어는 국정이였던가... 재밌게 읽었었는데

호라모젠젠 | 14.01.04 20:09

'집에서' '코마리 선배'가... 호타룽 뭘 한거야?!

호라이산 카구야 | 14.01.04 22:30

예술가 장인 렌게

창세신 | 14.01.04 22:43

저 모평볼때 이거 나왔었는데 ㅋㅋ

DellaSquare | 14.01.04 23:56

정성 돋네..

Munsanism | 14.01.05 07:09

아이디어를 추가하자면 '하겠송? 하웅체로 하면 더 좋겠돵 ㅋㅋ'

왕립우주군 | 14.01.05 11:32

렌게 말은 항상 ~나농으로 끝나지 말입니다나농

나우시즈 미유 | 14.01.05 17:08

냥파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m_tosca | 14.01.06 12:21

와... 위에 그림 그리신줄 알았던게 도장 찍은 결과물인가요? 그럼 정말 대단한 퀄리티네요

[꿈님] | 14.01.04 16:33

장인이다,

루리웹-38636739 | 14.01.04 16:49

방망이 한번 깍아보실라우? 내래 노하우를 전수하겠으..

ekfkrrjtk | 14.01.04 17:57

장인 정신.

코사카 호노카 | 14.01.04 18:53

퀄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이온 | 14.01.04 21:10

ㅊㅊ

Yin | 14.01.04 23:20

ㅊㅊ

샤나렌 | 14.01.05 03:00

친구야 너 자는사이에 지우개 좀 썼어

뇌하수체 정엽 | 14.01.06 00:12

이거 애니메이션 재미있나요? 신기해서 한번 보고 싶음

다크로멘서 | 14.01.06 16:22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685248 | 14.01.06 17:10

아카데미의 백인대장이 아니었단 말인가......;

루리웹-1721487715 | 14.11.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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