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 작가 유인(流人). 대표작으론 <메디컬 환생>, <외과의사 엘리제>가 있으며, 이제 이 사람 거는 이번 리뷰작인 <능력 있는 시녀님> 부로 마음 놓고 거르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의 발전은 이번 소설에서 완전히 끝장났기 때문입니다.
2. 장르. 로판입니다. 안 그래도 지긋지긋한 로판인데 클리셰 범벅입니다. 시녀와 황제. 늘 그렇듯 이래저래 엮이고, 황제는 시녀를 갖지 못해 언제나 안달이 납니다. 그리고 정해진 수순대로...후후후 밍나...
주인공은 왕녀입니다. 몰락한 나라의 왕녀죠. 신분을 숨겨 강대한 제국의 시녀가 되어 어찌저찌 목숨은 부지했습니다. 여기서 능력을 얻는 당위성부터 개판입니다. 시녀인 주인공은 그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병걸린 죄수 돌보기를 하게 되는데,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25장 40절)'
제가 보기엔 이 말씀처럼, 주인공이 헌신적으로 보살폈던 죄수가 잠시 지상에 내려오신 하느님이었나 봐요. 죄수가 무엇하나 할 줄 아는 게 없는 무능한 시녀에게 이 세상 모든 것에 통달할 재능을 주시거든요!(참고로 완결 시점에 가까운 지금도, 이 죄수의 정체 따위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특정 내용의 꿈을 꾸면 그 꿈과 관련된 직종은 자연스럽게 마스터하게 됩니다. 꿈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인물들로 방통, 모차르트, 기타 유명한 실존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 아무런 위험부담이나 대가없이 싸지릅니다. 부작용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뭔 일이 터짐->신비로운 꿈을 꿈->어머, 이건 그 꿈에서 체화했던 내용이구나! 좋아 내가 나서겠다!->그 누구도 할 수 없었던 방법으로 문제 해결->사람들 감탄, 관심사 집중->무한반복. 완결 시점까지 이걸 무한반복합니다.
얼마 안 가 일개 시녀에서 제국의 성녀로, 예비황후로 급속 테크트리.
....
이 소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인공이 문제를 헤쳐나가는 걸 보면서 우리가 아무런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겁니다. '난 머리 안 돌아가는 너희들보다 우월하지롱!' 하는 말같잖은 만족감 빼고요. 공감도 안 갑니다. 우리랑 다른 세상에서 하늘의 축복을 받은 주인공느님인데 무슨 공감입니까, 공감은?
참고로 이 문제는 전작인 <외과의사 엘리제>-회귀물에서도 비롯된 문제이지만, 그나마 나았죠. 그러나 이번작에서 이 문제를 고치긴 커녕 더 크게 일을 벌릴 뿐입니다.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안 되는 시점에서 이 소설은 FAIL입니다. Thanks a lot, 작가양반!
3. 애착이 안 가는 등장인물들.
하나도. 단 한 명도! 심지어 주인공한테도 애착이 안 갑니다. 내가 이 소설의 인물에게 공감하며 희노애락애오욕을 느껴야 할 당위성이 없습니다. 개나 줬습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아 보아라 우리는 꼴리는 대로 우리 감정을 강요할 것이다! 이런다고욬ㅋㅋㅋㅋㅋ
악역은 입체적인 인물인 척 하지만 평면적이고, 선역은 평면적인 인물 투성이입니다. 왜 등장하는지 알 수 없는 인물도 즐비하고, 이제는 기억도 잘 안 나는 인물도 썩어넘쳐납니다.
이런 애들을 갖고 이야기를 짜낼 생각은 어떻게 했어요, 작가 양반? 180화 내내?
4. 멍청한 필력.
셀프 스포일러는 기본이요(그러나 XX는 몰랐다. 훗날 그것이 어떤 파란을 불러올지. 바로 XXX임을...), 오, 탈자는 애교입니다. 묘사는 틀에 박히고 쓰잘데기 없는 부분에서 자세하며, 그렇다고 묘사 방법이 다채롭거나 새롭다는 것도 아닙니다.
더욱이 더 쓰잘데기 없는 말 줄임표와 느낌표와 감탄사는 나가 뒈짖하길 바랍니다. 남발 좀 하지 말라고 쫌!!!!!
세 번씩이나 펜대를 잡았으면서 발전이 없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입니다.
5. 늘 그렇듯, 후반에 와서 힘이 서서히 빠지는 전개
전작도 그랬어요. 이번 편도 막판에서 나사가 빠지고 아 뭐 그랬구나, 그랬어 이러고 넘어가는 결말이 곧 나올 겁니다. 외전으로 결말의 여운을 망치는 건 덤.
작품 전체의 전개가 마음에 안 들었다 하더라도, 결말이 매우 훌륭하면 용서가 된다는 관행이 있어. 근데 나는 용서가 안 돼! 이번 결말도 어떻게 될지 뻔히 안다고!!!
6. 결론: 여러분의 귀중한 돈과 시간을 이 작가에게 낭비하지 마십시오. 카카오페이지건 조아라건 문피아건 네웹소건 어디건 간에 지뢰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판별하는 건 우리 리뷰어의 몫입니다.
정말, 정말 시간을 써먹을 데가 없어서 지루해 죽겠다면,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 동안 시간을 때우고 싶다면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다만 머리를 비우고 보셔야 합니다. 이 소설에서 얻어갈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7. 굳바이, 작가양반! 함께해서 재미없었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그럼 다음에 또.
그냥 딱양판소입니다 신데렐라스토리 대딸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