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밀리아의 공식적인 사과와 연회 이후, 레이무는 홍마관과는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았다. 사이가 다시 서먹해질만한 일이라던가, 그런 대사건 같은 것이 있는 건 아니었다. 구문사기를 읽게 된 플랑이 며칠간 삐지는 일은 있긴 했었지만, 결국에는 홍마관 내에서의 해프닝일 뿐이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도 했고.
뭐, 그녀들의 사이가 다시 소원해지게 된 이유는 별 것 없었다. 그저 그간에 만남이 없었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인연이란 것은 만나지 않으면 마치 재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듯 간단히 사라져버리는 것이니. 몇 개월간 만나지 않다보니, 이렇게 간단히 변질되어버린 거다.
“오랜만이시네요?”
“안녕.”
그렇다고 해서 인연의 끈이 전부가 끊어진 것은 또 아닌지라. 레이무는 가끔씩 장을 보러 온 사쿠야나 메이링을 보았을 때,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곤 했다. 그녀들의 사이는 이랬다. 그저 지나가다 보면 인사를 하고, 그리 신뢰관계가 생성되어있지는 않은 사이 말이다.
그래, 그런 거다.
결국에는 요괴와 인간의 사이일 뿐이니까.
“저녁시간도 됐는데, 소바나 드실래요?”
“소바?”
서로가 말을 꺼낼 때마다 입에서 김이 빠져나왔다. 날은 겨울이었다. 뽀득거리는 눈은 아직 내리지 않은 정도의 초겨울이었다. 그럼에도 기온은 꽤나 낮아, 목도리를 해야 할 정도의 추위라 느껴졌다. 메이링은 히죽대며 주제를 이었다.
“요즘 줄을 서야 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는 소바 집이 있거든요. 가볼래요?”
“……그런 곳은 내 기억 상 없는데.”
“뭐, 입소문이란 게 있으니까 말이죠. 원래 장사란 게 다 그런 거예요.”
“자시키와라시라도 붙었나.”
후우. 레이무는 일부러 김을 내며 말했다. 자시키와라시는 집 안에 있으면 복을 불러온다는 일종의 수호신이었다. 그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자시키와라시가 집에 나타나면 애지중지하며 키우고 있었다. 집을 떠나면 집이 망해버리니,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만 말이다.
“에이, 아무리 자시키와라시가 있어도 맛없으면 말짱 꽝이죠. 그러니까 가보죠.”
“네가 쏘면.”
“와 너무하네요 진짜. 제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농담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네.”
“그런 표정에 그런 말투면 진담인지 농담인지 구분이 안 가거든요?”
“내 표정이 뭐 어떻다고.”
레이무가 싱겁게 웃으며 말했다. 가벼운 웃음을 하는 데도 김이 서려대었다. 메이링은 손가락으로 얼굴을 문질러대 곧 장승같은, 지하여장군의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이렇게 세상만사 불만에 찬 모습이라구요.”
과장이라 여겨 하, 가볍게 비웃음 친 레이무는 장소나 말하라 부추겼다. 메이링은 검지로 우측 방향을 가리켰다. 과연, 인파가 많아 딱 보기에도 줄이 많다는 느낌이 드는 건물이었다. 레이무는 줄을 서 평소와도 같은 수다 따위를 떨어대었다. 줄은 의외로 금세 줄어들어, 금방 도달하겠다는 느낌을 주었다. 누군가가 급박히 소리치기 전까지는.
“무, 무전취식범이다!”
순간 메이링과 레이무의 고개가 소리방향으로 틀어졌다. 둘은 동시에 도약하려들었다. 레이무는 메이링의 앞을 손으로 막으며 외쳤다.
“넌 가만히! 줄 계속 선 채로 있어!”
“예?”
“어디로 도망쳤어.”
“두, 둘이에요! 한 명 때문에 혼란을 틈 타 한 명이 더!”
“그니까 어디!”
“한 쪽은 뒤로, 한 쪽은 여기에서 오른쪽으로요!”
메이링은 둘이라는 소리에 다시 나서려 들었다. 레이무는 메이링을 째릿 노려봐 나서지 말라 다시금 각인시켰다. 설명을 들은 레이무는 가게 주인을 어깨에 들쳐 메곤 날았다. 헐레벌떡 뛰고 있는 중년 하나를, 또 삿갓을 깊게 내려쓴 남자 하나를 곧 주인이 가리켰다. 레이무는 그대로 부적을 날렸다. 바닥 코앞까지 부적이 활강하자 전조 없이 부적과 레이무의 위치가 바뀌었다. 레이무는 바닥에 가볍게 안착하곤 달리던 무전취식범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완전히 넘어지기 전 어깻죽지를 잡고는 냅다 주인에게 넘겼다.
“얘 맞지.”
“나, 남은 한 놈은 요즘 소문이 자자한 상습범 같습니다! 그 놈도…!”
레이무의 신형이 다시 부적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사람 모습이 부적으로 바뀐다는 황당무계한 현상을 어리둥절히 보던 가게 주인은 잠시 얼을 타다 무전취식범의 뒤통수나 때리며 분노를 표했다.
“……여긴 막다른 골목인데.”
반면, 레이무는 김나는 숨을 토하며 당황을 표했다. 분명 이쪽의 골목은 막다른 길목이 많아 도주는 꿈도 꾸기 힘든 곳이었다. 오히려 몰아넣기 쉬운 장소에 가까웠다. 잠시 눈을 떼었던 시간도 찰나이라 그리 멀리 가지도 않았을 터였다. 주위 인파의 요란스러움이 말하고 있듯이.
그런데도 일말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레이무는 사라진 기척을 살펴보다 머리를 벅벅 긁었다. 웅성이던 인파 사이를 누군가가 틈을 비집어가며 빠져나왔다. 날씨에 맞지 않게, 숨을 헐떡여대며 레이무에게 말을 걸었다.
“레이무 씨!”
“코스즈.”
“레이무 씨도 보셨어요? 방금 그거!”
코스즈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의미모를 손짓까지 해대며 놀람을 표했다. 도대체 뭘 가리키는 건지. 레이무는 픽 힘없이 숨을 쉬곤 되물었다.
“왜 그렇게 호들갑이야.”
“아니, 사람이 연기처럼 사라졌다고요! 방금! 그, 그! 같이 보셨죠!?”
코스즈는 뒤를 돌아보곤 외쳤다. 방금 막 인파를 빠져나온 또 하나의 인물이 목에 맨 체크무늬 목도리의 매무새를 정돈하곤 덤덤히 코스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답해주세요. 코스즈가 살짝 투덜대며 재촉하고서야 홀홀, 웃어대곤 답했다.
“왜 못 봤겠는가.”
“그쵸?”
“연기처럼 사라졌다… 라. 어디에서?”
“바로 여기에서요.”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레이무의 눈이 향했다. 사람 넷 정도의 높이인 벽으로 둘러싸여있는 막다른 길. 벽에는 찐득거리는 무언가가 묻어있었다.
“……여긴 기름때가 많아서 벽을 잡으면 자국이 남아.”
“예?”
“캇파가 공사 도중 실수해서 이 근방이 오래된 기름에 얼룩진 일이 있었어. 이 근처 골목길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지라 청소하는 이가 없었지. 나중에서야 닦아내긴 했지만 눅진거리는 끼는 보다시피 아직 남아있고.”
벽을 만졌던 손가락을 대충 비벼 닦아내며 레이무가 말했다. 방금 손가락으로 만진 곳은 희미하지만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 이외에는 검질긴 갈색 기름때 투성이었다. 누구의 손때도 타지 않았음을 어린아이라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벽을 탄 건 아니고, 날았다면 시선이 집중될 테고…… 사라졌다 라.”
레이무가 한숨을 픽 쉬었다. 몰려들은 인파를 해산시키려 다가갔다. 손을 휘휘 젓자 구경이 끝난 건지 볼링공을 맞은 핀처럼 각개 해산했다. 코스즈는 의문의 여성과 함께 남아 레이무를 지켜봤다. 레이무는 쯧, 혀를 차고는 말했다.
“이건 잡기 좀 힘들겠네.”
인파가 흩어짐과 함께 레이무도 제 볼일이나 해결하기로 했다. 돌아오니 메이링이 손짓하며 얼른 들어오라 꾸준히 외쳐대고 있었다. 줄은 막 메이링의 차례로 들어선 터라, 레이무는 금방 가게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2인석에 바로 들어서 앉고, 금세 주문을 완료한 메이링은 궁금증에 물었다.
“그래서 잡았어요?”
“하나는 못 잡았어.”
“레이무 씨도 못 해결하는 게 있었군요.”
“나라고 전부 다 해결 할 수 있는 줄 아나.”
아니에요? 메이링은 태연히 팔짱을 끼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야. 레이무는 눈썹을 찡그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곧 기모노를 입은 호리호리한 소녀가 주문한 소바를 그녀들의 앞에 놓았다. 주인이 바빠 종업원이라도 고용한 듯했다. 원래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곳이었으니까.
메이링은 기쁘게 받아들더니 더할나위없이 밝은 표정으로 흡입하듯 소바를 삼켜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에서 젓가락질이 멈추었다. 메이링은 젓가락을 손짓 대신으로 하더니 입에 남아있던 소바를 삼키고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전에 왜 저보고는 나서지 말라 한 거예요? 같이 나서면 둘 다 잡았을 텐데.”
“…….”
레이무는 잠시 대답을 않았다. 덩달아 씹던 소바를 다 삼키고서야 말했다.
“줄 다시 서야 하잖아.”
“……레이무 씨, 의외로 식탐이.”
“시끄러.”
레이무가 대꾸하곤 다시 소바로 입을 채웠다. 말 대신 음식물이 입 안에 머물렀다. 우물거림과 함께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삼켰다. 튀어나온 변명 대신 원래 하려했던, 그러나 말하기엔 껄끄러워 하지는 않았던 말을 말이다.
‘왜냐하면 넌 요괴니까.’
‘어느 정도에 인간이 죽는지도 모를, 그렇기에 결국 인간을 이해하지 못할 요괴이니까.’
‘그러니 맡길 수 없었던 거야.’
시끌벅적한 음식점의 소음이 심란한 마음과 더불어 울려대었다. 차라리 소음 덕에 묻혀드는 것이 다행이다. 레이무는 눈을 감고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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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선과 영나암을 동시에 진행하겠닷!
열시미 쓰는 소설러는 추천이야
고마워욧
메이링 레귤러 될거같아
글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