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여린 정신의 중얼거림을 듣는 것은 어쩌면 참으로 귀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된다. 물론 혹자에게는 그저 잠 못 들게 할 잡념의 괴롭힘일 수도 있지만, 나는 항상 이 시간을 거절치 않는다. 이로인해 하루종일 정신이 퀭하더라도 이 잠깐의 시간은 내가 잡을 수 있는 하루의 흔치 않은 시간 중 하나이기에 약간의 그러한 불편함은 감수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리 깊진 않게, 조금은 무거울지라도 가볍게 끝낼 수 있는 그러한 시간을 가진다마는, 오늘따라 그리 가볍지 만은 않은 듯 하다. 생각들을 하나 하나 추궁해나갈 수록 내가 더욱 속상해지리란 것을 짐작한다. 하지만 이제사 멈추기엔 너무나 아까웠고, 놓치긴 싫은 그런 약간의 양면성을 지닌 탓에, 나는 더욱 더 깊이 들어가 계속해서 많은 것을 끄집어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도 모르게 어물거렸던 기억들, 수 많은 과거 속에 뒤섞여 엉기던 감정들을 하나 하나 붙잡는다. 하지만 대체로 기분 좋은 기억들은 아니다. 잊었으면 하는데도 자꾸만 떠오르는 몹쓸 기억들 뿐. 이런 일들은 시간에 맡겨 흘리워보내야 한다고 하건만, 나는 집착을 하는 건지, 아니면 후회를 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아직도 그 때와 같은 마음이 남아 있어선지… 쓸데 없다 생각 하면서도 항상 곱씹게 되어 버린다.
…곱씹고 곱씹은 질긴 추억들에선 비린 허실의 향이 우러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딱 뱉어내지 않을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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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민망하네요.
연애에 대한 씁쓸한 추억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이별후 얼마 못가 잊어버린 제 자신과 대조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