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대한민국의 청년 미스터 박은 신검장에서 번쩍이는 현역 글자를 받아 기차가 레일을 따라가듯 입대를 하였다.
하루도 딸련을 게을리 한 적 없는 미스터 박의 성욕은 어느정도 짬이 생겼을때 살며시 머리를 들어 올렸고 미스터 박은 반찬을 찾아 헤매이다가 맥심을 발견하게 되었다. 좁은 변기칸에서 한 손으로 맥심의 책장을 넘기던 미스터 박은 절정의 순간 이후 자신이 너무나 작고 비참하고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질의 야동을 엄선해 보던 과거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마저 뜨거워진 미스터 박. 그는 맥심을 말아쥐며 첨단 전자제품의 시대인 21세기에 이렇게 초라한 해피타임은 용납 할 수 없고 사회로 돌아가면 이따위 잡지엔 눈도 주지 않겠다고 변기통 물을 내리며 맹세했다.
그렇게 시간은 나무늘보만큼이나 빠르게 흘러 미스터 박은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부모님께 큰 절 올리고 가방을 끌러 포크 숟가락 따위를 자랑하며 오랫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미스터 박은 군복을 벗고 크리넥스를 옆구리에 끼고 드디어 컴퓨터 앞에 섰다. 군 입대 직전에 님 제발 정 좀 달라는 동생을 엿먹이기 위해 하드를 포멧한 미스터 박은 그동안 차곡차곡 업로드 되었을 싱싱한 새 AV를 기대하며 P2P사이트를 검색했다. 상상만으로도 미스터 박의 굶주린 돌돌이는 불끈불끈 하였다.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고 로그인을 한 미스터 박은 잠시 리뉴얼된 홈페이지를 구경하다가 야동을 받기위해 카테고리를 클릭했다. 그런데 이럴수가 항시 카테고리의 맨 끝에서 빨간 19동그라미를 반짝이며 미스터 박을 반겨주었던 성인 메뉴가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미스터 박은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며 어딘가 숨겨놨을 것이라 생각하고 몇 십분동안 사이트를 탈탈 털었지만 성인 메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입대 전에 지르고 간 문화상품권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며 미스터 박은 '디스크'라는 이름이 붙은 일련의 사이트 중에 익숙한 것을 클릭하여 성인 메뉴를 찾아보았으나 그곳에도 성인 메뉴는 온데간데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에 미스터 박의 등골에는 싸한 소름이 끼쳐왔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낯선 상황은 미스터 박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정신 없이 클릭한 다른 사이트에서도 성인 메뉴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미스터 박은 머리 속에 백반을 채워넣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돌돌이는 이미 사그라 들었지만 미스터박은 정신을 차리기로 하고 신세 많이 진 동료인 토렌트를 한 번 더 믿기로 하였다. 진작에 이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 자신의 안일함을 비웃으며 미스터 박은 평소 들락거리던 토렌트 사이트를 열었으나 그곳에도 야동은 없었다. 미스터 박은 애가 타서 눈알이 뽑혀나갈 지경이었다. 군대가 시간과 정신의 방이었다는 것인가! 미스터 박은 입안이 마르고 어깻죽지로 소름이 주륵주륵 오르는 것을 느꼈다. 미스터 박은 정신 없이 앞서 했던 방법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미스터 박을 더욱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사실은 우회조차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미스터 박의 심정으로 미스터 박은 지금 칠만개의 손에 오만개의 칼과 십만개의 총과 십만개의 핵미사일로 무장한 구백척 짜리 거인이 막고 있는 길을 뚫어야 밥먹으로 식당에 갈 수 있는 사람과 같았다. 그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무력감을 느끼며 미스터 박은 의자에 숨 죽은 낙지처럼 늘어졌다. 그 순간 미스터 박의 동생이 미스터 박의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미스터 박은 어린시절 트럭에 치여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군대를 면제받게된 동생의 멱살을 잡고 앞선 2시간의 사투에 대해 설명했다.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미스터 박의 동생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미스터 박을 바라보며 미스터 박이 군대에 있던 동안 정부의 주도로 음란물 추방이 벌어졌으며 지금은 대한민국 어디에 있는 컴퓨터에서든 야동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으니 세상 말세고 이럴때만 정부가 참 일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앞서 말한 바, 매일 딸련을 반복해왔던 미스터 박에게 이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미스터 박은 투표용지에 야동에 대한 것은 일절 없었다며 길길이 뛰었고 그런 미스터 박을 보며 미스터 박의 동생은 구멍동서같은 불쾌함이지만 군대에서 고생한 형을 위해 자신의 딸감을 제공하겠다고 하였다.
미스터 박은 동생이 어린시절 중국집에서 마지막 남은 군만두를 양보했던 일 이후로 가장 큰 감사함을 느끼며 동생을 따라갔다. 하지만 동생의 방 침대 아래서 나온 소위 말하는 딸감은 바로 맥심이었다. 미스터 박은 본질부터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 토기가 치밀어 올랐고 동생이 쥐여준 맥심을 표지에 나온 서유리가 꾸겨질정도로 바닥에 세게 내친다음 자신의 방으로 냅다 뛰어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부질업는 크리넥스를 끌어안고 바닥에 늘어진 미스터 박의 모습은 감옥에서 이혼을 통보 받은 생계형 절도범의 모습과 같았다. 그는 군시절 여자친구에게 이별편지를 받는 후임을 보며 나는 여자친구가 없어서 저렇게 괴로워 할 일 없다고 내심 자랑스러워 하며 후임을 위로하지 않았던가?
미스터 박의 생활은 처참해졌다. 성욕을 해소하지 못한 미스터 박의 돌돌이는 밤낮이 없이 고개를 번쩍번쩍 들어댔다. 미스터 박은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란제리 샵의 창문만 봐도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한탕 곤욕을 치렀다. 가족끼리 TV앞에 앉아서 가요프로를 볼 때에도 걸그룹이 나와 춤을 추면 자신도 모르게 튼튼해져서 억지로 눈을 감고 속으로 몇 번이나 애국가를 완창해야 했다. 마치 짐승과 같이 변해버린듯 한 자괴감이 미스터 박의 여린 정신을 휘감았고 미스터 박은 점점더 활기를 잃고 우울해졌다. 나의 해피 타임이 대체 다른 사람에게 무슨 해를 끼쳤는가? 나는 여성들에게 단 한 방울의 피해도 입힌적 없었다! 이것이 가끔 미스터 박이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낄때 그의 마음 속에서 울리는 말이었다.
미스터 박의 피폐한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날 미스터 박은 영화 쌍화점을 보다가 기어이 크리넥스 상자를 집어오고야 말았다. 미스터 박은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개가 먹다 남긴 밥그릇을 훔쳐먹는 것이나 푼 돈을 얻기 위해 온 몸에 간장을 뿌리는 것 같은 굴욕감이었다. 미스터 박의 파괴된 자신감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미스터 박의 여린 심장에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미스터 박은 끝내 바지를 내렸다. 입대 전에 모니터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었으나 이번의 것은 마치 홍대 한 복판에서 바지를 내리는 것 같은 수치심을 느끼게 하였다. 그 순간 컴퓨터 책상의 다리 역할을 하는 서랍 아래로 우연찮게 들어간 미스터 박의 발가락 끝에 무엇인가 단단한것이 느껴졌다.
미스터 박은 다시 바지를 올리고 허리를 숙여 서랍 아래를 더듬었다. 고양이가 털갈이 한것처럼 먼지를 한 뭉치 끄집어 낸 뒤에 미스터 박은 단단한 물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미스터 박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공 DVD였다. 미스터 박의 머릿속에 고등학교 시절의 한 장면이 지나갔다.
때는 미스터 박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땐 개변태라 불리며 놀림의 대상이었지만 남고에 가게 된 뒤 야동마스터라는 칭호를 얻고 모든 반 학생들의 존경을 한번에 받았던 김 모라는 학생이 있었다. 김 모는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을 판테온 신전처럼 둥글게 모아놓고 음담 폐설을 늘어 놓았다. 미스터 박은 워낙 수줍은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 무리에 끼지 못하고 멀리서 귀만 열어놓고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김 모는 천원 이천원을 받고 야동을 넣은 DVD와 CD를 구워서 몰래몰래 학생들에게 넘기곤 했다. 팔아넘긴 야동에 대한 소비자의 감상을 듣고 자신의 품평을 장황하게 말하는 것 또한 김 모의 즐거움이었다.
시간은 흘러 수학여행 첫날 밤. 미스터 박의 방엔 김 모가 있었고 그들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밤 새도록 후끈후끈한 이야기를 하며 뜨거운 아랫목에 배를 지지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의 주인공 미스터 박이 변변한 야동을 본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김 모는 미스터 박을 동정하며 자신의 짐가방을 끌러 CD케이스를 꺼내더니 그곳에서 이름이 적히지 않은 깨끗한 DVD 한 장을 꺼내었다. 김 모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미스터 박의 손에 보름달 만큼이나 새하얀 DVD를 쥐어주었다. 엄선작이라는 김 모의 말이 어린 미스터 박의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고 미스터 박의 심장은 심하게 방망이질 쳐서 얼굴이 달군 쇠처럼 빨개질 지경이었다.
새벽이 지나 아이들은 하나 둘 지쳐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어린 미스터 박은 잠이 들지 못하고 DVD를 수건에 싸서 가방에 넣었다가 다시 빼고 구급약을 넣어가지고 온 비닐봉지에 넣어서 가방 맨 아래에 깔아두고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다가 하며 부산을 떨었다. 미스터 박에겐 그 얊은 DVD가 기자의 마야의 태양의 돌 만큼이나 크게 느껴졌으리라. 먼지가 잔뜩 붙은 DVD를 손끝으로 더듬으며 미스터 박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바보같은 모습이었던가? 미스터 박은 소화전에 DVD를 넣고 나서야 집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었다. 몸은 잠을 못자서 피곤해 죽겠으면서도 운동하러 나간다고 우겨서 동네 놀이터에서 시간을 좀 때우다가 DVD를 소화전에서 꺼내 품속에 넣고 눈치를 보며 자신의 방까지 한 걸음에 뛰어들어 갔다. 그리곤 부모님 잠드실 때까지 뜬 눈으로 허벅지를 꼬집으며 졸음을 버텨냈고 그렇게까지 하고 나서야 DVD를 틀 수 있지 않았던가?
미스터 박은 옛생각에 젖어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미스터 박의 돌돌이는 미친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하늘을 뚫고 나가 북두칠성의 국자모양을 뒤집어 놓을 기세였다. 미스터 박의 기억이 맞다면 이 DVD안에 담긴 것은 아오이 소라의 AV였고 또한 노모였던것이다.
두근거림은 처음 DVD를 넣었던때와 같았다. 아드레날린이 척수를 타고 솓구쳐 미스터 박의 정수리에서 펑펑 처졌다. 마치 30년 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미스터 박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DVD를 넣기도 전에 바지를 훌렁 벗어버렸다. DVD를 넣기 위해 본체의 열림버튼을 누르는 동안 미스터 박의 허벅지는 부들부들 떨렸다. 평소에 할머니께서 복달아난다고 미스터 박이 절대로 다리를 떨지 못하게 했지만 지금은 그런것에 아랑곳 할 때가 아니었다. 미스터 박의 눈 깜빡임은 평소의 1/4로 줄었다. 얼굴에선 기대의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자신이 야동을 보지 못하고 온갖 수법으로 틀어막은 나라를 상대로 어퍼컷을 날린것 같았기 때문이다. DVD가 컴퓨터 안에서 돌아가는 소리는 감미로운 음악소리와 같았고 읽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천 겁은 되는 것만 같았다.
미스터 박이 그 오래된 DVD를 몇 번이나 본체에 넣었다 뺐다 했으며 옷으로 안경수건으로 심지어는 물까지 끼얹어 가며 몇 번을 닦았던가 미스터 박은 미처 몰랐다. DVD와 CD의 수명이 엄청 짧다는 사실을 말이다.
대사 없나요? 대화 없나요?
설정이 너무 충격적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