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혁은 이런 숲이 싫었다. 주변이 조용한 것은 좋았지만, 주변에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저 멀리서 뛰어다니는 괴물들밖에 없는 죽음의 숲보다는 차라리 사람과 소음이 넘치는 혼돈의 도시가 더 좋았다.
"정지."
사람의 목소리. 윤혁이 4일만에 듣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결코 반갑지만은 않았다. 다른때면 몰라도 대재앙 이후인 지금, 가장 조심해야할 존재는 같은 사람이니 말이다.
"인천... 이라고 하면 되던가?"
"오늘은 전남입니다. 뭐, 그건 상관 없겠죠. 오랫만입니다."
한 폐허에서 손에 K-2 소총을 든 해군 수병 두명이 걸어나왔다. 아는 얼굴인것을 확인한 윤혁은 긴장을 풀고 친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늘 용건도 소장님이십니까?"
"뭐, 일단은 그렇지. 그리고 휴가를 보내기엔 여기만큼 좋은곳이 별로 없으니까."
"그렇긴 하죠. 여기 통행권입니다. 아, 혹시 담배 좀 주운거 있습니까?"
"없어 임마. 세상이 이꼴인데도 담배를 찾냐."
윤혁의 대답에 수병은 기대도 안했었다는듯 피식 웃었다. 옆에 있던 동료 수병도 그저 웃을 뿐,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난 간다. 괴물들 조심하고."
"예입. 수고하십쇼."
윤혁이 목적지까지 걸어가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해봐야 30분. 길이 정비되지 않았던 때에 비하면 꽤 짧은 시간이였다.
"어디보자... 독도함이..."
목표를 찾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겨우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항구에 정박한 8척의 배들 중 군함은 독도함 한척 뿐이였으니 말이다.
"출입 허가증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독도함으로 가는 유일한 길인 철제 사다리를 헌병 두명이 가로막고는 말했다. 손에 든 권총은 언제든지 윤혁의 머리에 작은 쇳덩어리를 먹여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젠장, 한두번 보는것도 아닌데 왜이래? 그냥 보내주면 안될까?"
"저도 그러고 싶지만 지난달에 상인단이 독도함 갑판에서 난동을 부렸던 탓에 어쩔 수 없습니다."
"쳇, 자 여기."
윤혁은 주머니에서 [R.O.K NAVY - 3.5.2043. 최윤혁]이라는 글자가 찍혀진 1만원권 지폐를 꺼내 헌병에게 넘겨주었다. 헌병은 손에 들고 있던 수첩을 펴서 현일의 지폐에 써진 글자와 수첩에 써진 글자를 대조한 후 현일에게 지폐를 돌려주었다.
"됬습니다. 들어가시죠."
"짐 검사는 안하나?"
윤혁이 웃으며 묻자 헌병은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미 마쳤습니다." 하고는 손가락으로 윤혁의 등 뒤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서는 다른 헌병이 윤혁의 배낭을 손에 들고 있었다.
"언제 배낭을?"
"다 방법이 있습니다. 어쨋든 검사는 끝났으니 가지고 올라가십쇼."
독도함은 이 부산항에 있는 각각의 배 8척에 구성된 마을 8개로 이뤄진 도시의 시청 역할을 하고있었다. 그 탓에 독도함의 함교는 시장 집무실이고, 그 함교의 책임자는 시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랫만입니다. 김성현 소장님."
"왔군. 자리에 앉게."
함교에서 바깥을 바라보던 김성현 소장은 윤혁이 들어오자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윤혁은 온갖 전자장비와 함선 조종에 필요한 것들이 모두 철거되고 다른 가구들이 들어와 정말 시장 집무실같은 분위기를 내는 독도함의 함교 가운데에 놓인 테이블로 가서는 그 옆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어때. 하는 일은 잘 되가나?"
"그저 그렇죠 뭐..."
"그런가... 바로 본론으로?"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그러지."
김 소장은 자신의 테이블로 걸어가 서랍을 열고서 문서 여러장을 꺼내 윤혁에게 건넸다.
"이걸... 좀 봐줬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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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2033+폴아웃...같은 2편이 올라올지는 알 수 없는 습작 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2편이 나와서 뒷배경을 설명해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