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 전
아침 햇살이 병실 안을 따사롭게 비추고 있었다. 가벼운 허브의 향이 편안하게 코끝을 맴돌다가 사라지고 만다. 에트모 마을에서는 환자가 드물게 찾아오곤 하지만, 대개는 가벼운 열상이나 고령에 의한 기력 저하,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토병 같은 게 종종 치료의 대상이었다. 평소에는 없던 낯선 손님이 의식을 잃고 침상을 누운 것을 제외하면 다른 손님은 없었다.
“오늘도 조용하네.”
흰 커튼을 열어 젖히고 병실 안으로 들어온 여인이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곧장 태연하게 환기를 하고, 능숙한 솜씨로 병실 안을 정리해 나갔다. 이윽고 일을 마친 여인은 창문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걸터 앉아 휴식을 취했다.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이 곳에 온 지도 벌써 한 주를 넘기고 있었다. 배고픔을 해소할 음식을 먹지 않아도, 갈증을 해갈할 물을 마시지 않고서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다. 어쩌면 소년의 한계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있었다. 근근이 여인이 소년의 의식을 확인했지만, 그저 숨을 쉬기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치료사인 남편에게 물어봐도 정신적인 추
검은 머리의 소년이 이 곳에 온 지도 벌써 한 주를 넘기고 있었다. 아무 것도 먹고, 마시지 않아도 인간은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소년이었다. 근근이 여인이 소년의 의식을 확인했지만, 별 소득 없이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치료사인 남편에게 물어봐도 정신적인 충격이 가라 앉아야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마을의 지근에서 마적에 의한 공격이 일어나고 그 사고에서 하나 뿐인 생존자가 바로 저 검은 머리의 소년이다. 이 근방에서는 보기가 드문, 아니 이 근처의 모든 지역에서는 보기가 드물다 못해서 희귀하다고 해야 할 정도다.
그런 소년이 어째서 살아났는 지는 별로 중요치가 않다. 오히려 그 사고로 인해서 마을의 경계가 비상에 걸려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하늘까지 치솟는 불의 기둥이 숲을 헤집는 것을 보았을 때에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섭고 겁이 났다. 마을을 들리던 기사들이 허풍처럼 말하곤 했던 마법의 힘을 들었을 때에는 코웃음을 쳤지만, 막상 미증유의 힘을 보았을 때의 충격은 악몽에서 화마가 덮칠 만큼 지독했다.
마을에는 즉시 비상이 걸렸고 위험을 알리는 종이 근방을 울렸다. 물론 이내 폭발이 차츰 잦아들고, 그 여파 속에서 생존한 소년이 몇 시간이 되지 않아서 온전히 발견되었다. 물론 또 다른 생존자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자경단의 사람들이 경무장을 마친 채로 신속히 달려 갔지만, 현장에서 발견 된 것은 꺼멓게 타고 남은 대지와 검게 익어버린 시체들 만이 대지 위에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 뒤로는 소년이 깨어나는 것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만. 깨어나지 않고 있고 말이야...."
여인의 자그마한 불평이었다. 물론 이렇게 지켜보는 것도 마을 사람들이 드문드문 도와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약재를 짓는 업무를 보조하면서 일이 더욱 더 많아진 느낌이 드는 것은 나쁘지는 않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소년이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고맙고, 기적이라고 말해야 될 지경이다.
여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현관에서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천천히 여인이 마중을 나가자마자 낯익은 모습이 눈에 보였다. 앳되고 가녀린 소녀가 공손히 인사를 건네며 미소 짓고 있었다.
"어라라, 데에나가 아니니? 오늘도 와주었구나. 그런데...."
"안녕하세요. 에릴 부인."
에릴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데에나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소녀는 지금 이 시간에 올 당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쉬는 게 좋아."
"정말이지. 오늘도 딱 잘라서 말씀하시네요."
"최근에 자주 보는 거 같아서 말이야. 거의 하루에 한 번씩은 들리는 거 같아. 그리고 걱정을 많이 하는 것도 건강에는 좋지 않고...."
"그래도 지금은 밖에도 나갈 수 없어서...."
데에나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로 말을 흘렸다.
"..."
에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데에나를 보고 있었다. 사실은 지금 병실 안에 있는 소년을 맨 처음에 발견한 사람이 바로 데에나였다. 물론 그 사고의 현장에서 발견해서 마음고생이 가장 심하고 소년을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교대하는 사람은..."
"오늘은 원목의 가공 때문에 조금 바쁘다고 말씀하시기에. 제가 기꺼이 도와드린다고 했어요."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봐. 즉시 그 인간 잡아서 데려올게."
데에나는 팔소매를 걷어 붙이는 에릴을 만류하면서 쓴 미소를 지었다.
"또 통행이 가능하다고 해도 당분간은 나갈 수가 없어요."
"데에나.... 너 말이야."
에릴은 놀란 표정으로 데에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말한 건 아버지한테는 비밀이에요."
"..."
에릴은 깊게 한숨을 내쉬다가 문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너무 무리를 하지 않는 게 좋아."
"괜찮아요. 그리고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아아, 그럴 거면 다음부터는 이런 일을 안 했으면 좋겠는데."
에릴은 병실로 들어가는 데에나를 확인하고는 누군가가 들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투덜거리고는 약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퇴고 후
1.
아침 햇살이 병실 안을 따사롭게 비추고 있었다. 푸근한 온기와 더불어서 가벼운 허브의 향이 코끝을 맴돌다가 사라지고 만다. 에트모 마을에서는 환자가 드물게 찾아오곤 했다. 대개는 가벼운 열상이나 고령에 의한 기력 저하, 이 지역의 근방에서 볼 수 있는 풍토병에 걸린 사람이 종종 치료의 대상이 되고는 했다.
다만 평소에 없던 손님이 늘어나기도 했다. 용병단의 의뢰를 받아서 치료를 맡거나, 사고로 인해서 가까운 치료소로 오게 되는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더욱 많아지게 된다.
이번 경우는 명백하게 후자라고 보아야 될 상황이었지만….
“오늘도 조용하네.”
병실 안으로 들어 온 여인이 흰 커튼을 열어젖히고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이 곳에서 환자가 있을 때는 간호를 하는 여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병실의 환기를 하는 일이나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능숙한 솜씨로 병실 안을 정리해나갔다.
이윽고 일을 모두 마친 여인이 창문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했다.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이 곳에 온 지도 벌써 한 주를 넘기고 있었다. 매번 상태를 확인하고 있지만 더 이상 깨어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
배고픔을 해소할 음식을 먹지 않으면, 갈증을 해갈할 물을 마시지 않아도, 숨을 쉬지 않고서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다. 이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행동이었다.
어쩌면 소년의 한계는 여인이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있었다. 근근이 여인이 소년의 의식을 확인하고 있지만. 그저 소년은 숨만 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소년이 이 곳에 오게 된 계기는 마을 가까운 곳에서 무명의 용병대가 알 수 없는 마법사에 의해서 습격을 받은 일이 발생한 다음이었다.
하늘까지 치솟던 불기둥이 숲을 헤집어 놓고 강렬한 폭발이 연달아서 일어나 파괴를 일삼았다. 가끔 마을을 들리던 기사들이 허풍처럼 말하곤 했던 마법의 힘을 난생 처음으로 보았을 때에는 미증유의 공포에 휩싸일 정도였다.
즉시 마을에는 비상사태가 걸렸고 위험을 알리는 종소리가 주변을 거칠게 때렸다.
자경단은 경무장을 마친 상태로 마을을 방어할 채비를 마쳤고, 마을 근방에는 신호탄을 쏘아 구원 요청을 서둘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폭발은 차츰 잦아들고, 마법에 의한 불길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마치 긴장감 속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수상한 적막감이 감돌기만 했다.
그 이후로 그 사고의 여파 속에서 생존한 소년이 우연히도 마을 바깥에 나가 있던 소녀에 의해서 구원을 받게 되었다.
검게 그을린 대지 위에서 익어버린 시체들 사이에서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생존해있던 소년이 발견되자, 죽기를 각오한 일부 사람들이 다른 생존자들을 수색하기 위해서 사건의 발생지를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어떠한 생존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소년이 깨어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만.”
여인은 혼잣말을 하면서 불평했다. 이렇게 소년의 용태를 지켜보는 것도 마을 사람들이 이따금 도와주고 있다. 다만 약재를 짓거나 그 이외에 환자가 올 경우를 항상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일이 갑작스럽게 많아진 느낌이 들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어떤 의미로는 소년이 살아와 준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말해주고 싶을 만큼 고마웠다.
“슬슬 시간이려나?”
창문 밖을 바라보던 여인이 낯익은 얼굴을 보고 치료소의 현관을 향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자 곧장 마중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앳되고 가녀린 소녀가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어라, 데에나가 아니니? 오늘도 와주었구나. 그런데…….”
“안녕하세요. 에릴 부인?”
에릴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데에나를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눈앞에 있는 이 소녀는 지금 시간에 올 당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쉬는 게 좋아.”
“정말이지. 오늘도 부인은 딱 잘라서 말씀하시네요.”
데에나는 잔소리를 하는 에릴을 보면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최근 들어 자주 보는 거 같아서. 거의 하루에 한번 꼴로 치료소에 들리는 거 같아. 그리고 걱정을 너무 하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 않고…….”
“그래도 지금은 마을 밖을 나갈 수가 없어서 심심하기도 하고. 제가 데려온 사람을 허투루 대할 수는 없잖아요? 오히려 부인의 할 일을 도와드리는 게 제가 뿌듯한 걸요.”
데에나는 팔짱을 낀 채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에릴을 설득하면서 말을 이었다.
“교대하는 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
“오늘은 원목 가공으로 바쁘다고 하셔서 제가 기꺼이 도와드린다고 했어요.”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봐. 내가 그 인간 잡아서 올 테니깐.”
팔소매를 걷어붙이는 에릴을 만류하면서 데에나는 쓴 미소를 지었다.
“저는 괜찮아요. 통행이 가능하다고 해도 지금의 몸 상태로는 마을 바깥을 나가는 것도 벅찰 지도 몰라요.”
“데에나, 너 말이야....”
에릴은 흠칫 놀라면서 데에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금 말한 거는 아버지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
“...”
에릴은 깊게 한숨을 내쉬다가 졌다는 듯이 문 뒤로 한 발짝 물러서주었다.
“그래도 너무 무리는 하지 말렴. 난 괜찮으니까.”
“감사합니다.”
“아아, 그럴 거면 다음부터는 이런 일을 맡지 않았으면 좋을 거 같은데.”
에릴은 병실로 들어가는 데에나의 뒷모습을 보면서 누군가가 말을 간절히 들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투덜거리고는 약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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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0자 퇴고 남았습니다. 늘 초고는 쉽게 쓰지만. 정말로 늘 느끼는 거지만 퇴고에서 많은 부분이 막히네요.
대개 퇴고를 할 때는 초고를 쓰고 난 후에 퇴고를 한 번 거치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1.의미가 없다고 쓰여졌을 경우에는 그 의미를 더 해주고.(독자에게 정보 제공, 정말로 의미가 없다면 삭제)
2.진짜 정말로 쓸모 없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과감히 지웁니다.
3.의미가 더 해 줘야 될 부분. 생략이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정보 제공이 미약하다고 느껴질 때에는 추가합니다.
4.가급적이면 시간 순서대로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을 읽을 때에 시간이 똑바로 되어야 하는데.
똑바로 되지 않아서 문맥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5.맞춤법을 가급적이면 지킵니다.
6.퇴고가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에는 여러 번 거쳐서 재확인하고, 시간을 들여서 재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