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어질고 현명한 황제에 의해 번영하고 있는 동양의 대국 대룡(大龍)
그 대룡의 수도 용경(龍京)의 거리는 늦은밤인데도 불구하고 가게마다 걸린 등불로 인해 대낮처럼 밝았을뿐만 아니라 온갖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 북적이는 거리에서 5살정도 되보이는 어린소년이 헐레벌떡 뛰어가고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왕진(王晉)으로 왕진은 부유한 신사(紳士)집안의 외동아들이었는데 밖에서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실컷 놀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다는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집으로 가기위해 뛰고 있었다.
그러다가 왕진은 반대편의 누군가와 부딪혀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왕진이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왕진과 부딪힌 사람은 20살정도로 보이는 젊은여자였는데 그녀의 옷차림은 초라하고 별볼일 없었지만 피부가 유독 눈같이 하얗고 또한 백옥같이 고와 보였다.
왕진은 무심코 그녀에게 이름을 물었다.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소화(小花)이고 그녀는 집이 가난하여 어느 부잣집에 팔렸는데 주인의 학대가 너무 심해서 그 집에서 도망치던중이었다고 말했다.
소화를 불쌍히 여긴 왕진은 소화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으며 왕진의 부모는 소화가 자신들의 집에서 노비로 일하는것을 조건으로 머무는것을 허락하였다.
왕진은 소화가 자신이 사는집에 머물수 있게 된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새벽에 불길한 비명소리를 들은 왕진은 잠에서 깼다.
이윽고 왕진은 집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한다는것을 느꼈다.
불길한 느낌이 든 왕진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부모가 있는방으로 향했는데 방으로 향하는동안 집 곳곳에 왕진의 집에서 허드렛 일을 하던 노비들이 모두 참혹한시체가 되어있는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방에 들어서자 왕진은 이내 얼어붙었다.
부모는 이미 피범벅의 시체가 되어 있었고 기다란 손톱과 이빨을 가진 요괴가 부모의 시체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요괴는 바로 소화였다.
소화는 게걸스럽게 식사를 하던 중 왕진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다가왔다.
왕진은 서둘러 집 밖으로 뛰쳐나갔고 소화는 무서운 속도로 쫒아갔다.
아직 어렸던 왕진은 이내 소화에게 붙잡혔다.
왕진은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나 새벽이라 거리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고 집은 하나같이 불이 꺼져있었으며 비명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왕진은 곧 죽는다는 생각에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눈을 감았다.
그때 어디선가 강풍이 불더니 소화를 날려버렸다.
왕진이 눈을 뜨고 일어서서 뒤를 돌아보니 웬 지팡이를 들고 삿갓을 쓴 노인이 서 있었다.
소화는 그 노인을 보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왕진이 묻자 노인이 답했다.
"나는 도사다."
도사라는말을 들은 왕진은 노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저에게 도술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자 노인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어째서 내가 너에게 도술을 가르쳐줘야하지?"
노인의 말에 왕진은 이렇게 말했다.
"저의 부모님이 요괴에게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퉁명스럽게 답하였다.
"도술은 복수를 위해서 있는게 아니다,그러니 복수를 위해 도술을 가르쳐줄수는 없다."
그의 말에 왕진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내 부모님을 죽인 요괴에게 복수하고 싶은게 아닙니다,나는 요괴때문에 소중한 가족을 잃었으니 도술을 배워 요괴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것 뿐입니다.)"
그말을 들은 노인은 왕진에게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였고 왕진은 기쁘게 따라갔다.
그렇게 도착한곳은 용경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어느산에 있는 작은 집이었다.
왕진은 그 곳에서 10년간 수련을 하였다.
10년이 지나자 왕진은 노인에게 말했다.
"스승님,이제 떠나게 해주십시오"
노인은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삿갓과 지팡이를 주었다.
그렇게 왕진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왕진은 우선 용경으로 갔는데 그 곳에서 한 소녀의 처절한 비명소리를 듣게 되었다.
비명소리가 나는곳으로 가보니 15세정도로 보이는 어린소녀가 엉덩이를 그대로 노출한 채 형틀에 묶여서 곤장을 맞고 있었다.
소녀를 가엾게 여긴 왕진은 정황상 소녀에게 곤장을 치라고 명을 내린것으로 보이는 딱 봐도 탐관오리처럼 포악하게 생긴 관리에게 저 소녀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곤장을 맞는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관리는 저 소녀가 비단을 훔쳤기에 곤장을 치는것이라고
답하였고 그말을 들은 왕진은 어이가 없어서 말하였다.
"법적으로 여자는 간통죄등의 중죄가 아니면 하의를 전부 벗기고 곤장치는것이 금지되있는데 겨우 비단 좀 훔쳤다고 아직 어린소녀에게 저런짓을 한단말이오?"
그러자 관리는 상관하지말라고 버럭 화를 냈고 보다 못한 왕진은 근처에 있던 주먹만한 돌을 들어 "硬玉(경옥)"이라고 적었는데 그러자 그 돌이 보석의 일종인 비취로 변했다.
"내가 저 아이를 살테니 그만 풀어주시오"
관리는 그 비취를 보자마자 곧바로 소녀를 풀어주라고 명령했으며 왕진은 소녀의 엉덩이를 도술로 순식간에 낫게 해주고는 도술로 천의의 피부를 부잣집아가씨의 피부처럼 새하얀 피부로 바꿔주었을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누더기옷에서 도술로 만든 화려한 비단옷과 여러 장신구들을 입혀주었고 천의(天依)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천의와 함께 용경을 떠날 준비를 하였다.
그때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더니 누군가 이렇게 소리쳤다.
"거인족 사내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그말을 들은 왕진은 서둘러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거인족이라면 틀림없이 위험할텐데 꼭 가야해요?"
천의가 걱정스럽다는듯이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왕진은 들은척도안하고 달려갔다.
그 곳으로 가보니 성인남자의 두배는 되보이는 덩치를 가진데다가 술에 취해 온몸이 붉어진 흉측한 거인족사내가 술집을 부수고 주변의 사람들을 공격하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왕진은 그 거인족 사내를 보자마자 거인족 사내가 날아가지 않을정도의 약한 장풍(掌風)을 날렸다.
장풍을 맞은 거인족사내는 뒤를 돌아보았고 왕진을 보자 알아들을수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달려들었다.
그것을 본 왕진은 허공에 대고 "小(작을 소)"라고 적었는데 그러자 갑자기 허공에서"小"자가 나타나더니 거인족사내에게 날아가서 거인족사내의 배에 착하고 달라붙었다.
그러자 거인족 사내는 점점 크기가 줄어들더니 평범한 성인남자보다 약간 덩치가 큰 수준까지 작아져버렸다.
그 뒤 왕진은 자신이 들고 있는 지팡이에다"靑龍偃月刀(청룡언월도)"라고 재빠르게 적었는데 그러자 지팡이가 청룡언월도로 변했다.
왕진은 자신의 청룡언월도를 거인족사내를 향해 겨눴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크기도 작아진데다가 아무런 무기도 없었던 거인족 사내는 왕진이 자신은 절대로 이길수없는 상대임을 깨닫고는 왕진을 향해 무릎을 꿇고 두손을 싹싹 빌면서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것을 본 왕진은 껄껄 웃으며 다시는 그러지말라고 거인족 사내에게 말한 뒤 거인족 사내가 부순 술집을 도술로 원상복구 시키고 거인족 사내에게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수근거리는사람들을 뒤로 한 채 천의와 함께 아무일없었다는듯이 용경을 떠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근심이 가득한 얼굴인 천의와는 달리 왕진의 얼굴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기대가 가득한듯 보였다.
왕진과 천의는 전우길을 만난 뒤 곧바로 용경을 떠나 석달동안 대룡 남쪽으로 내려갔다.
산동성(山東省)에서 공자(孔子)가 올라가 봤다는 태산(泰山)에 올라가보기도 하고 하남성(河南省)에 있는 대림사(大林寺)에 들르기도 하다가 복건성(福建省)에 있는 어느 어촌(漁村)에 도착했다.
그 어촌에서 웃통을 벗은 엄청난 거구에다 근육질이기까지 한 중년 남성이 왕진에게 민남어(闽南语)로 말을 걸었는데 용경에서 자란 왕진은 민남어를 알아듣지 못해 통역술(通譯術)을 사용하여 중년 남성에게 거만하게 말을 걸었다.
"자네는 누구인가?"
중년 남성은 자신의 아들뻘밖에 안되보이는 어린왕진이 자신한테
거만하게 반말을하는것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왕진에게서 범상치않은 기운을 느끼고는 공손하게 말했다.
"진락(陳烙)이라고 합니다,평생을 뱃사람으로 살다보니 비린내가 몸에 뱄죠"
이렇게 말한 진락은 왕진에게 다시 물었다.
"범상치않은기운이 느껴지는걸보니 고귀하신분이 틀림없으신것
같은데 이 누추한곳에는 어쩐일이신지?"
그러자 왕진이 답했다.
"나는 매화도로 가고싶은데 자네의 배로 날 매화도까지 데려다줄 수 있겠는가?"
그때 어촌주민중 한명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고 그녀의 비명소리를 들은 다른주민들은 수근거리며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일인가?"
왕진의 물음에 진락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를 좀 보십시오,왜구가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말말한 진락은 검지손각락으로 해안가쪽을 가리켰고 해안가에서 크고작은 배 여러척이 정박해 있었으며 월본식 속옷(훈도시)차림의 앞머리를 민 왜구들이 왜도(倭刀)를 들고 왕진과 진락이 있는 어촌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왕진과 진락은 왜구들을 보자마자 그들이 살육,강간,약탈등의 반인륜적인 만행을 저지르는것을 막기 위해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저도 같이 싸울래요"
그러자 왕진이 말했다.
"네가 비록 나한테 도술을 배우긴 했지만 부적이 있어야만 도술을 쓸 수 있으니 아직은 너무 위험해"
하지만 천의는 결코 고집을 꺾지 않았고 할 수 없이 왕진은 부적 몇장을 순식간에 만들어서 천의에게 주었고 그러고나서 왕진과 천의는 진락과 같이 왜구들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20대로 보이는 왜구한명이 왕진을 발견하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는데 왕진은 도술로 우미도(牛尾刀)를 만들었고 왕진과 왜구는 몇 번 칼부림을 하더니 이내 왜구가 자신이 든 왜도(倭刀)를 손에서 놓쳐버리면서 칼부림은 왕진은 승리로 끝났다.
그러자 그 왜구는 갑자기 왕진앞에서 무릎을 꿇더니 유창한 표준대룡어로 싹싹빌기 시작했다.
"저는 원래 대룡의 용경에 살던 사람인데 사정이 있어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왜구들에게 붙잡혀 강제로 왜인들처럼 앞머리를 밀고 왜놈들의 협박에 어쩔수없이 녀석들이 준 왜도를 들고 놈들과 함께 약탈을 했을뿐이고 도사님을 공격한것도 본심이 아니었으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그말을 들은 왕진은 갑자기 동정심이 들어 그 사내를 죽일지 살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사내가 자신이 놓쳤던 왜도를 다시 들더니 왕진에게 달려들었고 그걸 본 왕진은 사내의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사내의 목을 가차없이 베어버렸다.
사내의 목을 벤 왕진은 왜구들 사이에서 아무 무장도 안한채 서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그것을 본 왕진은 혹시 왜구들에게 붙잡힌 인질이 아닌가 하였으나 그녀가 입고있는 옷이 왜국의 복장(기모노)인것을 보아 저 여인 역시 왜구인듯 했다.
여인은 왕진을 발견하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알아들을수없는 말을 중얼거렸는데 그러자 여인의 하반신이 거대한 거미로 변했고 사슴을 향해 달려드는 호랑이처럼 무서운속도로 왕진을 향해 8개의 다리로 돌진해왔다.
왕진은 여인의 하반신이 흉측한 거미로 변한것에 당황하였으나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높게 뛰어올라서 그 거미여인의 뒤로 착지했다.
그러자 그 거미여인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순식간에 꽁무니에서 거미줄을 뿜어 뒤에 있던 왕진을 포박했다.
왕진을 포박한 거미줄은 밧줄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질겼기때문에 거미줄에 포박된 왕진이 언월도로 자신을 포박한 거미줄을 끊으려해도 오히려 거미줄에 언월도만 달라붙었다.
거미여인은 왕진을 비웃는듯한 표정을 짓고는 입맛을 다시며 다가왔다.
그러자 왕진은 도술로 불을 만들어 거미줄을 태워버렸는데 물론 왕진역시 옷이 타고 화상을 입었으나 도술로 옷을 복구하고 화상 역시 순식간에 치료하여 원래상태로 돌아왔다.
그것을 본 거미여인은 어안이 벙벙하여 얼빠진 얼굴로 그저 가만히 있었다.
왕진을 그틈을 놓치지않고 거미여인을 향해 불을 뿜었고 거미여인이 불타는소리와 거미여인의 처절한 단말아가 사방에 울려퍼졌으나 타는냄새역시 코를 찔렀다.
역겨운 타는냄새에 코를 막은 왕진은 진락과 천의를 살펴보았다.
진락의 경우 왜도를 든 왜구가 다가와서 왜도를 휘두르기직전에 우렁차게 함성을 지르면서 왜구의 면상에 주먹을 날렸고 왜구는 코피를 흘리며 기절했다.
한편 천의는 왜도를 들고 달려오는 왜구를 향해 "火(불 화)"라 적힌 부적으로 공격했고 전신에 불이 붙은 왜구는 고통스러워 마구 날뛰었다.
그때 온몸에 불이 붙어 고통스러워하는 왜구를 진락보다도 거대한 크기에 머리에는 뿔이 2개나 달린 괴물(오니)이 나타나서 금쇄봉(金砕棒)으로 때려죽였고 그 뒤 왕진에게 달려들었는데 아무래도 이 괴물이 왜구들의 우두머리인듯 하였다.
왕진은 우두머리 왜구가 휘두르는 금쇄봉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음에 자신이 들고 있던 지팡이를 묵직한 언월도(偃月刀)로 바꾸고는
먹잇감을 향해 날아오는 매처럼 쏜살같이 달려들어 공격했다.
우두머리 왜구는 자신의 금쇄봉으로 왕진의 언월도를 막아냈는데
묵직한 언월도와 묵직한 금쇄봉이 서로 부딪치면서 엄청난 굉음을 내었다.
그리하며 한참동안 언월도와 금쇄봉이 맞부딪치는 묵직한 소리가 온 해안가에 울려퍼졌는데 결국 왕진이 들고있던 언월도의 날이 부러져버렸다.
우두머리 왜구는 왕진을 조롱하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묵직한 금쇄봉을 하늘높이 번쩍 치켜들었다.
그 순간,왕진은 천의와 진락에게 귀를 막으라고 지시한 뒤에 자신은 천지가 흔들리도록 사자후(獅子吼)를 질렀다.
엄청난 사자후에 우두머리 왜구를 포함한 모든 왜구들이 싸울의욕을 잃어버리고는 자신들이 타고 왔던 배를 타고 달아났다.
그러나 모든 왜구들이 전부 달아나버린건 아니었는데 왕진이 우두머리와 왜구와 싸우는동안 진락과 천의와의 사투중에 부상을 입어
미처 배를 타고 달아나지 못한 소수의 왜구들이 있었다.
"お...母...様(어...머...님)....お...母...様(어...머...님)...."
부상을 입어 달아나지 못한 왜구들은 보는사람이 처량할정도로 힘겹게 그들의 모국어인 월본어로 어머님이란 말만을 반복하고 있었고 왕진은 왜구들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왕진은 동정심에 저들을 살려줬다가는 아까처럼 자신에게 다시 덤벼들지도 모른다는생각에 눈 딱 감고 그들을 고통없이 죽여주었다.
그렇게 남아있던 왜구들을 다 죽이고 단1명의 왜구만이 남아있었다.
그 왜구는 놀랍게도 15세정도의 소녀였는데 머리에는 작은 뿔이 2개달려 있었고 상의는 없이 붕대로 가슴만 가리고 있었으며 하의는 월본식 속옷(훈도시)차림이었다.
왜구들에게 매우 분노한 상태였던 진락은 소녀를 강간하려 하였다.
그것을 본 왕진은 진락이 소녀의 정조를 더럽히기전에 그를 막아섰다.
"아무리 왜구라지만 아녀자의 정조를 더럽히는짓은 사내대장부가 할짓이 아니오"
그리고 왕진은 통역술을 이용해 왜구소녀의 이름을 물었고 소녀는 야에(八重)라고 답했다.
왕진은 야에에게 목숨을 빼았지않고 정조역시 지켜주는 대신 자신을 따라다니며 그동안 왜구로서 했던 온갖 악행들을 참회(懺悔)하라고 명했고 야에는 거절했다.
화가 난 왕진은 도술로 사슬이 연결되지 않은 황금색수갑과 족쇄를 만들어 야에에게 채웠는데 수갑과 족쇄는 야에의 손목과 발목에 채워지자 마자 엄청난 힘으로 조이기 시작했고 야에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날 따라가겠다고 말한다면 그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겠다."
야에는 어쩔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왕진을 따라가겠다고 했고
당장의 고통에서는 벗어났으나 왕진은 수갑과 족쇄를 절대로 풀어주지 않았고 또한 왕진은 자신에게 달아나려하거나 반항하는 즉시 수갑과 족쇄는 다시 손목과 발목을 조이기 시작할거라고 경고했다.
그 뒤 왕진은 바로 진락에게로 갔고 진락은 왜구들로부터 자신이 사는 어촌을 지켜준 보답으로 아무런 댓가없이 매화도로 데려다주겠다고 하였다.
자신의 시중을 드는 계집종이 두명으로 늘어난데다가 아무런 댓가도 지불하지않고 매화도까지 갈 수 있게 되어 신이 난 왕진은 도술로 술을 만들어 들이켰다.
몇시간 뒤 진락의 배는 왕진과 천의,야에를 태우고 매화도로 향했다.
"정말 안전하게 갈 수 있는건가?"
왕진이 걱정스러운듯이 묻자 진락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안전은 염려하지 마십시오,전 예전에 황견(黃堅)함장님이 이끄시는 대선단의 선원이었던적이 있었는데 그시절에 배를 타고 제고향이랑 이역만리 떨어진곳까지 가봤으니 매화도쯤은 아무위험도 없이 안전하게 갈 수 있습니다,물론 그때 탔던 배는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배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컸지만요"
"그때 얘기 좀 들려줄 수 있는가?"
예전에 큰 배를 타고 이역만리 떨어진곳까지 가봤다는 진락의 말에 흥미를 보인 왕진은 그때 얘기를 자세히 해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진락은 호탕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룡의 황제는 옛부터 수만명의 사람들과 수백척의 배들로 구성된 대선단을 바다를 통해서 머나먼 타국까지 보냈다.
그 대선단을 이끄는 자리는 환관에게 맡겼는데 정화(鄭和)라는 환관이 대표적이었다.
삶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낸 노련한 뱃사람인 진락은 보수가 짭잘했기 때문에 이 위험천만한 대선단의 선원이 되었는데 당시 함장은 운남성(雲南省)에서 태어난 회족출신의 환관인 황견(黃堅)이었다.
"선단과 함장님은 두말할것도 없이 최고였습니다,다만 한가지 크나큰 문제점이 있었죠"
당시 선단에 잇던 사람들중에는 진해(晉海)라는 안하무인의 성격을 가진 자도 있었는데 그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 고위관료의 아들이었기에 황견함장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 놈(진해)은 언제나 "천한것들"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그외에도 입만 열었다하면 더러운 말이 튀어나왔죠,지금 생각해도 주먹이 웁니다."
경멸하는듯이 말한 진락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남경(南京)에서 출발한 선단은 섬라곡국(태국),남월국(베트남),천축국(인도)등을 거쳐 검은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낯선땅(현실의 동아프리카)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터져버렸다.
"감히 네놈이 역모를 꾸미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황견함장은 매우 격노한듯이 소리쳤다.
"이 몸에게 역모라니 무엄하구나!!!!"
황견의 말에 분노하여 이렇게 외친자는 바로 진해였다.
"네놈은 겁쟁이는 아니지만 이제보니 아주 멍청한 놈이구나,황제폐하께 네놈의 역모를 낱낱이 고하겠다."
"여기서는 내가 바로 황제다!선단의 보물은 모두 나의것이며 이 새로운 땅에서 난 나만의 제국을 세울것이다!!!!"
그렇게 배안에서 진해가 이끄는 뇌물로 매수된 선원들과 진락이 포함된 황견이 이끄는 선원들간의 전투가 일어났다.
전투는 아주 치열하였으나 결국 통솔력이 있고 경험이 많은 황견이 이끄는 충성심높은 선원들이 승리하고 뇌물로 매수되어 충성심이 없던 진해가 이끄는 선원들이 패하였다.
진해는 제갈노(諸葛弩)를 쏘며 발악했으나 이미 승산이 없었다.
"날 이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나의 제국은 이제 막 태동을 시작했을뿐이니까!!!!"
진해는 궁지에 몰렸음에도 이렇게 말하며 허세를 부렸으나.......
"황제대신 바다의 용왕이 되어 보는건 어떠냐?"
진락은 이렇게 말하며 그에게 주먹을 날렸고 진해는 비명을 지르며 바다에 빠져 상어들에게 잡아먹혔다.
"그렇게 고귀하게 태어난 자가 결국 이렇게 보잘것없는 죽음을 맞이하다니...안타깝구나."
황견은 악인이긴 해도 고귀한 신분이었던 진해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기며 이렇게 말했다.
"고귀함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함장님,가문이나 재산이 아니라요"
황견의 말을 들은 진락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 네말이 맞다,나를 돕느라고 네가 고생이 많았구나"
"별 말씀을..저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입니다."
그 뒤 선단은 새로운 땅에서 얼마간 머무르다 다시 대룡으로 돌아왔다.
진락은 이렇게 이야기를 마쳤고 진락이 이야기를 마친지 얼마지나지 않아 거친파도때문에 진락의 어선이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배를 난생 처음타보는 왕진과 천의는 흔들리는 배에서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고 천의는 심한뱃멀미로 인해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어이,토할거면 내배에서 하지말고 바다에서 하라고!"
진락은 천의에게 이렇게 말한 다음 왕진에게 물었다.
"그런데 매화도에 가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왕진이 답했다.
"나는 태산에도 올라가 봤으니 이번에는 그 섬에 있다는 옥황산에 올라가보고 싶소"
그무렵 왕진일행이 탄 배에서 그리 멀지않은곳에 매화도가 보였다.
매화도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아름다운섬이었고 해안가에는 매화가 잔뜩 열린 매화나무가 널려 있었으며 그위에는 파란까치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섬은 참 아름다워서 저도 언젠가 이곳에 정착해서 살고 싶군요,어쨌든 매화도에 데려다 드렸으니 전 그만 돌아가겠습니다,돌아가기전에 이건 제가 잡은 생선인데 맛있게 드십시오"
진락은 이렇게 말하며 대형 생선 한 마리를 해안가에 놓고는 자신의 배를 대륙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수고했네,다음에 만나면 술 한잔 하자고"
왕진은 이렇게 말하며 진락에게 손은 흔들었고 진락은 배를 타고 바다저편으로 멀어졌다.
"일단 먹고나서 움직여야겠지?"
왕진이 이렇게 말하며 진락이 준 생선을 살펴보았다.
생선은 길이가 5자(151.5cm)정도에 무게는 50근(30kg)으로 왕진,천의,야에 셋이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의 양이었다.
야에는 생선은 보며 생선손질하는데는 자신있으니 본인한테 맡겨달라고 했으며 또한 부엌칼을 달라고 했다.
왕진은 도술로 부엌칼을 만들어주었는데 야에는 부엌칼로 능숙하게 생선을 손질했다.
생선의 비늘을 간단하게 벗기고는 회를 뜬다음 회를 부엌칼로 조금 뜯어서 입에 집어넣고 씹었다.
"이년아,날생선을 입에 넣다니 지금 제정신인 것이냐?"
왕진이 기겁을 하며 말했으나 야에는 아랑곳하지않고 회를 먹었다.
"왜국이 야만스러운곳이라는건 알고있었지만 설마 날생선을 먹을줄이야........."
왕진은 이렇게 중얼거렸고 천의는 구역질을 했다.
야에가 회를 먹는것을 보고 생선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진 왕진과 천의는 다른 먹을것을 찾아보기로 하고 숲으로 갔다.
숲으로 들어가서 한참동안 먹을만한것을 찾아다니다가 갑자기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는데 소리가 나는곳으로 가보니 웬 뱀이 한마리 있었다. 그 뱀은 독사였는데 자신의 거대한 독니를 드러내며 왕진에게 달려들었으나 왕진은 손을 쇠로 바꿔서 뱀의 목덜미를 붙잡고는 이렇게 말했다."뱀으로 술을 담그면 맛이 좋다던데....."그러자 천의가 기겁하여 말했다."그건 독사라구요"하지만 왕진은 대수롭지않다는듯이 말했다."난 도사다,그까짓 독사로 술을 담가 마신다고 내가 죽기라도 하겠느냐?"그렇게 말한 왕진은 도술로 만든 텅 빈 술병에 뱀을 억지로 집어넣고는 도술로 그 병에 술을 채워넣었고 독사가 든 술병에 대고 1년(一年)이라고 적자 살아있는 독사를 넣은 술병의 술은 순식간에 1년된 뱀술이 되었다."나중에 사냥해서 그 고기와 같이 먹으면 되겠군"왕진은 이렇게말하고는 흐뭇한미소를 지었다.그때 갑자기 왕진근처의 매화나무위에서 구름무늬의 표범이 순식간에 뛰어내려 왕진에게 달려들었다.그러나왕진은 귀찮다는듯이 이미 도술을 사용해 쇠로 바뀐 손을 이용해 달려드는 구름표범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구름표범은 왕진에게 맞고 저멀리 날아가서는 뒤도 안돌아보고 달아났다. 그 뒤 얼마지나지 않아 왕진과 천의는 숲에서 꽃사슴을 발견했고 꽃사슴은 재빨리 달아났으나 왕진은 축지법(縮地法)을 이용해 꽃사슴을 산채로 붙잡았다.
"고통없 이 보내줄테니 안심하거라"
왕진은 꽃사슴에게 이렇게 말한 다음,꽃사슴의 몸에다가 안락사(安樂死)라고 적었고 그러자 살기 위해 발버둥치던 꽃사슴은 이내 축 늘어졌다.
왕진은 도술을 이용해 불을 피웠고 천의는 꽃사슴을 왕진이 도술로 만들어준 부엌칼로 손질한 뒤 왕진이 피운 불에다 고기를 구웠다.
군침이 도는 고기냄새가 온숲에 퍼지기 시작했다.
"고기냄새를 맡고 맹수들이 오면 어떡하죠?"
천의는 맹수들이 고기냄새를 맡고 올것을 걱정했으나 왕진은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기냄새를 맡았는지 털은 숯처럼 시커멓고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한 반달가슴곰이 나타나 침을 질질 흘리며 왕진과 천의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왕진은 오히려 기쁜듯이 말했다.
"팔진(八珍)중 하나라는 웅장(熊掌)을 맛 볼수 있겠구나"
"크아아아앙!!!!!"
반달곰이 괴성을 지르며 왕진에게 달려들자 왕진은 간단히 피하고는 오히려 반달곰의 등에 올라탔다.
당연히 분노한 반달곰은 어떻게든 왕진을 등에서 떨어뜨릴려고 날뛰었으나 왕진은 오히려 환호성을 지르며 이 상황을 즐겼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질렸다는듯이 스스로 등에서 뛰어올라서 근처에 가뿐하게 착지했다.
잔뜩 열이 오른 반달곰이 다시 덤벼들었으나 왕진이 반달곰의 몸에
"停止(정지)"라고 적자 반달곰은 코앞에 있는 왕진에게 달려들기는 커녕 눈조차 깜빡이지 못했다.
그렇게 반달곰을 무력화시킨 왕진은 천의와 같이 아까 잡은 독사로 담근 술과 함께 잘익은 사슴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반달곰은 사슴고기를 맛있게먹는 왕진과 천의를 보며 군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움직이지 못한다는것에 잔뜩 열받은듯한 표정으로 둘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차피 우리 둘이 다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고 저놈도 좀 불쌍하니 고기를 저녀석에게도 좀 나눠줄까나?"
왕진은 이렇게 말하며 반달곰의 얼굴에 "動(움직일 동)"이라고 적어 얼굴만 움직일 수 있게 해준 뒤 아직 익히지않은 날고기를 반달곰에게 먹여주었고 반달곰은 아주 게걸스럽게 먹었다.
반달곰에게 고기를 준 왕진은 식사를 다시 계속했다.
시간이 흐르고 왕진과 천의가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자 천의가 물었다.
"저 곰은 어떻게 할거에요?"
그러자 왕진이 답했다.
"일단 곰발바닥요리를 한번 맛보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며 왕진은 천천히 반달곰에게 다가갔다.
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죽창이 날라왔다.
"어떤 녀석이냐?"
왕진은 장풍으로 죽창을 날려버리고는 이렇게 외쳤다.
그때 왕진보다는 나이가 많아보이는 말총머리를 한 흑발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소녀는 왕진과 천의를 향해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민남어라 알아들을수 없었던 왕진은 통역술을 사용했다.
통역술을 써서 알아본 바로는 소녀의 이름은 소궁(小穹)으로 소궁의 말에 의하면 이숲은 매화도의 왕인 정성공의 개인사냥터인데 왕진과 천의는 왕의 개인사냥터에서 멋대로 사냥을 했으니 죄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말은 들은 왕진은 어이가 없다는듯이 말했다.
"이몸은 이 섬을 지배하는 정씨 왕국이 조공을 바치는 대룡에서 왔는데 상국(上國)에서온 이몸에게 감히 죄인?"
소궁은 그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대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기 짝이없던데 당신도 마찬가지로군,그 거만한 태도를 고쳐주겠소"
소궁은 이렇게 말하며 도술로 죽창을 순식간에 수십개나 만들고는 장풍의 힘으로 만든 죽창들을 왕진에게 날렸다.
물론 왕진은 더 강한 장풍으로 죽창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내 태도를 고쳐준다더니 겨우 이정도요?"
왕진은 소궁을 비웃며 이렇게 말했다.
그때 왕진은 등에서 통증을 느꼈는데 왕진이 뒤를 돌아보니 소궁이 죽창으로 왕진의 등을 찌른것이었다.
"어...어느새....내....뒤에?"
왕진의 물음에 소궁은 조롱하듯이 답했다.
"축지법을 좀 썼소이다."
왕진은 들고있던 지팡이를 언월도로 바꾸어서 공격하였으나 소궁은 축지법으로 재빨리 피했다.
왕진은 등에 박힌 죽창을 뽑고 도술로 상처를 순식간에 치료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등에 상처를 입히다니....도술을 익히고 나서 처음으로 해볼만한 상대를 만난것 같구려"
그렇게 말하며 왕진은 소궁과 전력으로 싸웠고 싸움은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둘은 오랜싸움으로 인해 지쳐서 쓰러져버렸다.
"헥...헥...큰물고기는 작은연못에 안사는법인데 매화도같이 작은섬에 여자의 몸으로 이만한 실력을 가진 도사가 있었다니 대단하구려"
왕진은 소궁을 칭찬했다.
"헥...헥...지금까지 내가 만난 대륙놈들은 하나같이 실력은 없으면서 입만 산 놈들뿐이었는데 나와 이렇게까지 대등하게 싸우더니 대단하오"
소궁역시 왕진을 칭찬했다.
싸우면서 정이 들었는지 소궁은 왕진에게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였다.
"그거 좋겠구려,그럼 어서 갑시다."
"대신 조건이 있소,그대가 도술로 못 움직이게 만든 반달곰을 자유롭게 해주시오"
"뭐시오?아직 곰 발바닥 요리를 맛보지도 못했는데....."
"내 집에 도착하면 내가 만들어줄테니 어서 풀어주시오"
그말을 들은 왕진은 반달곰을 바로 자유롭게 해주었고 반달곰은 자유롭게 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때 왕진일행앞에 야에가 나타났는데 야에는 회를 먹다가 왕진이 자신과 너무 멀리 떨어지자 다시 수갑과 족쇄가 자신의 손목과 발목을 조이기 시작했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왕진을 직접 찾아나섰다고 했다.
소궁은 야에를 보고 왜구가 나타났다며 죽이려하였으나 왕진이 이를 말리고는 소궁에게 야에는 자신의 노예라고 소개했다.
어쨌든 왕진일행은 소궁을 따라갔고 곧 소궁의 집에 도착했다.
소궁의 집에서 곰발바닥요리를 포함한 매화도에서 나는 각종 식재료들로 만든 온갖 산해진미를 대접받은 왕진일행은 이내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소궁은 왕진에게 매화도에는 왜 온거냐고 물었다.
왕진은 옥황산에 올라가보고 싶어서라고 말했고 이를 들은 소궁은 경악을 하며 말했다.
"옥황산은 왕과 왕이 오르는걸 허락한 자만이 오를 수 있는 산이고 허락도 없이 함부로 올랐다간 곧바로 처형이오,애초에 그대는 왕의 개인사냥터에서 멋대로 사냥을 했으니 왕께서 이 사실 알기전에 매화도를 떠나는게 좋을것이오"
이말을 들은 왕진은 아쉽다는표정을 짓고는 소궁에게 자신과 같이 떠나자고 제안했으나 소궁은 거절했다.
이유를 묻자 매화도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에 잠시라도 매화도를 떠나긴 싫다는 것이었다.
왕진은 아쉬워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왕진은 소궁의 안내로 어느 작은 어촌에 도착했다.
소궁의 말에 의하면 비록 작은 어촌이긴 해도 매일 오문(澳門)에서 온 무역선이 오니까 그 배를 타고 오문으로 가라고 하였다.
마침 오문에서 온 무역선이 도착했고 왕진일행은 소궁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오문으로 가는 배에 탔다.
왕진일행은 무역선을 타고 거친바다를 건너 오문으로 갔는데 오문은 여러나라에서 온 항구들이 즐비한 국제적인 항구도시였다.
그런탓에 오문에는 여러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고 특히 남만인들이 매우 많았는데 남만인들은 키가 크고 하얀피부를 가져 대룡인과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가졌기때문에 왕진은 남만인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오문은 철모를 쓰고 하얀 돌과 유리잔에 담긴 피를 손에 든 채 먹고있는 남만인을 발견하고는 통역술로 말을 걸었다.
"자네는 이름이 뭔가?"
"프란시스코 프로이스라고 하오"
"남만인들은 이름이 특이하군,그나저나 하얀 돌이랑 피는 왜 먹고 있는것이오?"
"이것들말이오?내가 먹고 있는건 돌 이 아니라 밀가루로 만든 빵이고 내가 마시고 있는건 피가 아니라 포도로 만든 술이오"
"포도로 만든 술이라고?"
왕진은 포도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는 자신도 마셔보고 싶다고 말했고 프란시스코는 왕진을 자신의 배로 데리고 갔는데 그의 배는 300명은 탈 수 있을법한 흑선(黑船)이었다.
"배가 왜 저리 검은것이오?"
"타르를 칠해서 그렇소다."
"타르가 무엇이오?'
"거기까지는 알 필요 없소이다."
프란시스코와 왕진은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흑선으로 들어갔고 왕진은 흑선내부의 이국적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왕진이 눈여겨본것은 한쪽끝에 구멍이 난 막대기였다.
"이 막대기는 무엇이오?"
"그건 막대기가 적과 싸울때 쓰는 무기오"
"무기라면 이렇게 쓰는것이오?"
왕진은 그 막대기를 들고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그걸 본 프란시스코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렇게 쓰는것이 아니오,내가 나중에 어떻게 쓰는지 보여드리리다."
프란시스코는 그렇게 말하며 포도주를 가져와 유리잔에 따라서 왕진에게 건네주었다.
왕진은 받자마자 포도주를 입에 들이켰다.
쓰고 독하기만 했던 대룡의 술과는 달리 풍미가 있었다.
"이건 소젖으로 만든건데 포도주와 매우 잘 어울리는 음식이니 한번 드셔보시오"
또한 프란시스코는 이렇게 말며 포도주를 마시는 왕진에게 노란 덩어리(치즈)를 건넸다.
이 노란덩어리역시 왕진이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들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맛이었다.
"이렇게 대접해주다니 고맙소,그 보답으로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소?"
"다른건 필요없고 당신이 데리고 다니는 저 두 계집을 나한테 노예로 파시오"
천의와 야에를 노예로 팔라는말에 왕진에 마시고 있던 포도주를 입에서 뿜었다.
사실 이 오문이란 곳은 노예무역이 활발한곳이었는데 남만인들도 주로 이 노예들을 사러 이 곳에 왔다.
주로 돈맛들린 대룡인들이 다른 대룡인들을 납치하여 남만인들에게 노예로 팔았는데 특히 여자노예의 경우 젊고 예쁠경우에는 성노예로 팔면 남자노예보다 몇십배는 비싼가격에 팔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저 아이들은 파는게 아니오"
왕진이 이렇게 말했음에도 프란시스코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도 그냥 달라는건 아니오,금이고 은이고 원하는만큼 주겠소이다,그것도 부족하다면 내 노예도 한명 드리리다."
프란시스코는 부하선원에게 그들의 언어로 무슨명령을 내렸고 이윽고 부하선원은 무언가를 끌고 왔는데 그것은 15세정로 보이는 소녀였다.
소녀는 검은피부에 귀가 뾰족했고 누더기로 가슴과 아랫도리만 겨우 가린상태였으며 손목과 목에는 수갑과 족쇄를 차고 목에는 목줄이 채워진 채 프란시스코의 부하선원에게 끌려오고 있었는데 프란시스코에게 심한 학대를 당했는지 몸 곳곳에는 채찍으로 맞은듯한 흉터들이 있었다.
"이계집은 내가 심심풀이로 데리고 다니던 계집이었는데 하도 갖고놀다보니 이젠 질려서 말이오,우리배에 있는 진귀한 물건들과 이 계집을 줄테니 당신이 데리고 다니는 저 두 계집을 나에게 주시오"
하지만 왕진은 당연히 거부했다.
"호의를 베풀어줬더니만 이교도주제에 감히....."
분노한 프란시스코는 허리에 차고있던 작은 막대기(권총)를 들고 왕진에게 겨눴다.
"당장 저 두 계집을 내놓고 꺼져!!!!"
"싫소이다."
왕진의 이 한마디에 분노한 프란시스코는 방아쇠를 당겼다.
이윽고 큰 소리와 함께 총알이 날아갔으나 오히려 왕진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총알을 한손으로 붙잡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입이 딱 벌어진 프란시스코는 벽면에 장식되어 있던 한손용 칼(세이버)를 들고 왕진에게 달려들었고 왕진은 도술로 유엽도(柳葉刀)를 만들어 이에 맞섰다.
한참이 지나도록 승부가 나지않자 프란시스코가 이렇게 제안했다.
"싸울거면 차라리 갑판에서 싸웁시다."
왕진은 이에 동의했고 둘은 갑판에서 싸웠다.
한참동안 세이버와 유엽도가 맞부딪친 결과는 결국 오른손에 들고 있던 세이버를 놓쳐버린 프란시스코의 패배로 끝났다.
그러자 프란시스코는 흑선근처를 날아다니는 갈매기조차 놀라 떨어질정도로 우렁차게 소리쳤다.
"Atacar!!!!!!(공격!!!!!!)"
그러자 갑판에 있던 300명이나 되는 프란시스코의 부하선원들이 일제히 왕진을 향해 화승총을 쏘았다.
그러나 왕진은 장풍을 사용하여 총알은 물론이고 선원들마저 전부 날려버렸고 선원들은 모두 굶주린상어가 득실거리는 바다에 빠졌다.
프란시스코도 날아갈 뻔했으나 돛을 다는 기둥을 붙잡아서 날아가는건 면했다.
"루이스선교사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프란시스코는 최후의 수단이라는듯 루이스선교사란 자를 불렀는데 그러자 그 루이스선교사로 보이는 검은옷을 입은 사내가 십자가를 들고 나타났다.
루이스선교사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십자가를 손에 쥔 채 두손을 모으더니 기도하는듯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얼거리자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루이스를 비췄다.
그러자 빛을 받은 루이스선교사가 들고있는 금도금한 십자가에서 엄청난 빛을 뿜었고 그 뿜어져 나온 빛은 프란시스코에게 날아왔으며 날아온 빛을 받은 프란시스코는 갑자기 눈뜨고 쳐다볼 수 없을정도로 온몸에서 빛이 나더니 다시 세이버를 들고 왕진에게 달려왔다.
왕진은 지팡이를 언월도로 바꿔서 프란시스코를 향해 내리쳤으나 오히려 언월도가 튕겨나가 버렸다.
"보았느냐?이것이 바로 신성마법의 힘이다!!!!"
냉병기가 안 통하자 왕진은 장풍도 날려보고 손에서 푸른 색을 띠는 기(氣)를 쏘아 공격해 보기도 하였으나 신성마법으로 신의 가호를 받는 프란시스코에게는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프란시스코는 왕진을 비웃고는 그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사지를 찢고 목뼈를 부러뜨려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프란시스코는 조롱하는듯이 말했고 왕진은 발버둥쳤으나 빠져나올수 없었다.
그순간 갑자기 프란시스코의 빛이 사라졌는데 아무래도 신성마법의 효과가 다 된듯하였다.
그걸 본 왕진은 프란시스코에게 멱살이 잡혀 들어올려진 상태에서 발로 의 턱을 걷어차서 풀려놨고
풀려나자마자 언월도를 들어서 프란시스코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러고는 루이스선교사역시 그가 신성마법을 다시 쓰기전에 재빨리 도술로 푸른색을 띠는 기(氣)를 날려 루이스 선교사에게 던졌고 루이스 선교사는 기를 맞자 곧바로 쓰러졌다.
흑선에 타고 있던 남만인들을 모두 해치운 왕진은 흑선을 불태우고는 흑선안에 있던 작은 배를 타고 오문항구에 정박했다.
배에는 천의,야에는 물론이고 프란시스코의 노예였던 검은피부의 소녀도 있었는데 항구에게 정박하자 왕진은 소녀에게 이름을 물었다.
"저는 이름이 없어요,제 주인님께서는 언제나 절 검은 암캐라고 부르셨죠"
그말을 들은 왕진은 소녀를 불쌍하게 여기며 소녀에게 피부가 검고 눈은 구슬같이 생겼다하여 검은구슬이란뜻의 흑주(黑珠)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또한 그녀를 거둬서 자신을 따라오게 했다.
그렇게 4명이 된 일행은 며칠간 오문에서 머무르다 다른곳으로 떠났다.
그렇게 왕진 일행은 몇주동안 대룡의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북방과 대룡의 경계인 북쪽의 만리장성까지 왔다.
만리장성에서는 대룡의 수십만대군이 언제나 북방의 종족들이 만리장성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으나 가끔씩 대룡의 황제가 북방의 종족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한달에 한번씩 시장이 열리기도 했는데 이때는 대룡의 병사들이 언제나 굳게 닫혀 있던 만리장성의 성벽문을 활짝 열어 북방의 종족들이 대룡안으로 들어올수 있게 하였으며 북방의 종족들은 대룡인들에게 들짐승의 가죽이나 양털등을 팔았고 대룡의 상인들은 북방의 종족들에게 북방에서는 구하기 힘든 곡식으로 빚은 술이나 그밖에 온갖 사치품을 팔았다.
북방종족들 중 일부는 시장이 열렸을때 대룡으로 귀화해서 대룡인들과 어울려살기도 하였으나 시장에서 대룡인과 북방의 종족들 사이의 유혈충돌이 발생할경우 당연히 시장은 중단되고 대룡으로 들어온 북방의 종족들은 강제로 추방당했으며 시장은 몇년이고 열리지 않다가 사건이 잊혀질때쯤 열리는경우가 많았다.
왕진일행이 도착했을때는 북방의 종족들과 대룡인들과의 시장이 열린상태였는데 북방의 종족들은 들짐승의 가죽이나 마유주(馬乳酒)등을 팔았고 대룡인들은 찻잎이나 값비싼 도자기등을 팔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붉은색의 델(북방의 전통의상)을 입고 마두금(북방의 전통악기)을 연주하는 9살의 인마족(人馬族)소년이 왕진의 눈에 들어왔다.
소년은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우 능숙하게 마두금연주를 했고 그걸 본 대룡인들은 감탄하며 소년에게 은자(銀子)나 먹을것등을 던져주었다.
왕진은 이 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고 통역술을 이용하여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지?"
그러자 소년이 답했다.
"울란(붉다)이라고 부르시오"
"어리면서 어른스럽게 말하는구나,어린나이에 부모님은 어디 계시느냐?"
그러자 울란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두 분 모두 돌아가셨소,이 마두금(馬頭琴)은 아버지께서 나에게 물려주신 유품(遺品)이오"
그말을 들은 왕진은 소년을 가엾은 눈초리로 쳐다보더니 자신을 따라오라고하였다.
그러나 울란은 딱잘라 거절했다.
"내 고향은 저 장성너머에 있는 북쪽의 초원이오,내가 태어나고 자란 초원을 떠날수는 없소이다."
그말은 들은 왕진은 울란에게 그의 보호자가 될만한 인물을 찾을때까지 그를 따라다니며 같이 다니겠다고 했다.
"좋을대로 하시오"
울란이 이렇게 말하는 동시에 시장이 끝났고 북방의 종족들은 대룡인들에게 구입한 여러물품들을 들고 그들의 땅으로 돌아갔으며 울란과 왕진일행역시 같이 북방으로 향했다.
북방은 끝도없이 펼쳐진 허허벌판이었는데 울란은 자신이 들고다니던 게르를 친 뒤에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 게르는 나 한명밖에 못 들어가니 당신들은 밖에서 자시오"
하지만 왕진은 아랑곳하지않고 허공에 대고 게르를 그렸는데 그러자 열사람은 족히 들어갈 수 있을만한 크기의 게르가 나타났다.
그것을 본 울란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말안한게 있는데 난 도사이기 때문에 도술로 이런것쯤은 간단하지"
그러나 울란은 왕진의 말은 들은척도 안하고 신이난듯이 왕진이 만든 게르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는 어른스러운척 해도 아직 어린애로군"
왕진은 이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왕진일행과 울란은 몇주동안 같이 다녔는데 이들은 어느새 고비사막에 이르렀다.
"도대체 이런 사람도 없는곳에서 언제까지 있을 생각이에요?"
천의는 북방에서의 생활이 지긋지긋해졌는지 갑자기 불평하기 시작했고 야에와 흑주도 마찬가지로 불평하기 시작했다.
"울란이 보호자를 찾을때까지는 여기서 지내야지,그나저나 나도 몇달간 여기서 지내다보니 대룡에서 마시던 술이 그리워지는군"
왕진이 이렇게 말하며 허공에 고량주(高粱酒)라고 적자 고량주가 담긴 술병이 나타났다.
왕진은 이 고량주를 들이키며 오랜만에 마시는 고량주맛을 느끼며 즐거워했다.
"그러고보니 북방인들은 마유주(馬乳酒)라는술도 마신다던데 나는 몇달간 북방에서 지냈는데도 마셔본적이 없잖아?"
왕진은 이번엔 허공에 마유주(馬乳酒)라고 적었는데 그러자 마유주가 담긴 술병이 나타났다.
왕진은 마유주를 마시며 고량주와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독한맛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면서 전부 들이켰다.
그밖에도 왕진은 도술로 온갖 술을 만들어내서 전부 들이켰고 결국 얼마 안가 게르안에서 곯아떨어졌다.
그것을 본 울란은 왕진을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식량을 구하기 위해 활과 화살을 들고 게르를 떠났다.
얼마쯤 지났을까? 울란은 시력이 뛰어난 북방의 인마족들(평균시력2.0~3.0)중에서도 유독 뛰어난 시력(4.0)으로 멀리서 울고 있는 긴머리의 소녀를 발견했다.
울란은 소녀를 보고 재빨리 소녀에게 달려가 왜 울고 있냐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울고 있는소녀의 얼굴이 새처럼 변하고 붉은 입술은 날카로운 부리로 변하더니 울란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울란은 그 소녀가 생전에 부모님께서 언제나 조심하라고 당부하시던 소녀의 모습으로 변해 지나가던 남자를 유혹하다가 남자가 유혹에 넘어가면 얼굴을 새로 바꿔서 날카로운 부리를 두개골에 꽂아서 뇌수를 빨아먹는 요괴인 모쇼보라는걸 알아차렸다.
울란은 재빨리 반대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으나 모쇼보는 등에서 날개가 생겨나더니 무서운속도 울란을 뒤쫒아왔다.
올란은 이렇게 도망다니기만 하다간 졸대로 따돌릴수 없다는것을 직감하고는 활과 화살을 이용해 모쇼보를 쏘았다.
화살은 모쇼보의 날개에 맞았고 모쇼보는 추락하여 사막의 모래에 처박혔다.
그때 주변에 온몸이 깃털로 덮혀있고 턱에는 날부리대신 카로운 이빨이 나 있으며 뒷발에는 갈고리발톱이 달린 새(벨로키랍토르)들이 군침을 흘리며 몰려들었다.
울란은 한마리를 화살로 쏘아 죽이고는 먹기위해 그 시체를 챙기고 재빨리 도망쳤으나 날개를 다친 모보쇼는 그러지 못했고 결국 그 새들에게 산채로 잡아먹혔으으며 사막에는 소녀의 비명과 새의 울부짖음이 섞인듯한 단말마가 울려퍼졌다.
1시간정도 지나서 울란은 왕진일행이 머물고 있는 게르에 도착했으나 게르주변에는 올고이 호르호이(피로 채워진 창자벌레)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울란은 올고이 호르호이들을 보자 몇달전 트라우마가 떠올라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저 두려움에 떨고만 있었다.
울란의 부모님과 그의 부족들을 죽인 원수들이 바로 올고이 호르호이들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한참을 곯아 떨어졌던 왕진은 눈을 뜨고 크게 하품을 하며 게르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게르주변에 흉측한벌레들이 있는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으나 이내 침착하게 늘 가지고 다니던 지팡이를 언월도로 만들어 그 벌레중 한마리를 공격했다.
그러나 그 벌레가 뱉은 산성액체에 언월도의 날이 그만 녹아버렸다.
또한 그 벌레가 전기공격까지하자 왕진은 그만 감전되어 버렸다.
물론 다른사람이었으면 감전사했겠지만 왕진은 도사라서 죽지는 않았고 의식까지 유지하고 있었으나 심각한 타격을 입은건 사실이었다.
왕진은 서둘러 게르안의 천의와 야에,흑주를 게르밖으로 데리고 나오고는 도술을 이용해 자신을 포함한 일행전원을 공중부양시켜서 달아났다.
트라우마에 그저 벌벌 떨고잇던 울란도 왕진일행이 무사히 달아난느것을 보고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는 그들을 향해 따라갔다.
한참이 지나 왕진일행과 울란을 올고이 호르호이들을 따돌리고는 다시 재회하는데 성공했다.
그때 그들앞에서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쌍봉낙타인 인타족(人駝族)들이 나타났고 왕진은 그들에게 통역술로 사정을 얘기한 뒤 울란을 부탁한다고 하였고 인타족들은 이를 수락하였다.
그렇게 울란에게 보호자가 생기자 왕진일행은 울란과 헤어졌고 다시 대룡으로 돌아왔다.
왕진일행은 다시 대룡 곳곳을 떠돌며 퇴마활동을 하다가 예전에 잠깐 들었었던 하남성(河南省)에 도착하였는데 왕진은 하남성에 다시 온김에 예전에 들렀었던 대림사(大林寺)에 다시한번 가보기로 하고는 천의,야에,흑주를 데리고 대림사로 향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뭄달이 뜨고 부엉이가 울어대는 밤이 되었다.
대림사와 가까운 대나무숲에서 무렵 왕진일행은 갑자기 어디선가 풍겨오는 썩는악취에 코를 막았다.
"어디서 산짐승의 사체가 단체로 썩고 있는건가?"
그때 왕진은 문뜩 악취가 풍겨오는 곳이 대림사쪽임을 알아챘다.
"이거 분명 대림사에 무슨 큰일이 생긴것 같은데 위험하니까 천의 너는 야에랑 흑주데리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
그러자 천의와 야에,흑주가 입을 열었다.
"저희도 같이 갈래요"
"그러나 왕진은 단호했다.
"이 심한 악취를 보니 대림사에서 발생한 일은 보통일이 아닌듯하고 그런일에 아직 도술도 제대로 못 쓰는 너희들은 괜히 방해만 될 뿐이다."
왕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고집은 완강했고 결국 왕진이 돌로 만들겠다는 위협을 듣고 나서야 한발 물러서고 기다기리로
약속했으며 왕진은 곧장 대림사를 향해 달려갔다.
대림사에 도착하니 상황은 생각했던것보다도 끔찍했다.
딱봐도 숫자만 수백이 넘어보이는 강시들이 시체썩는 냄새를 풍기면서 대림사주변을 콩콩 뛰어다니며 배회하고 있었다.
이윽고 강시들은 왕진의 숨소리를 듣고 왕진에게 천천히 콩콩거리며 다가왔다.
왕진은 장풍을 써서 놈들을 날려버리려 하였으나 놈들은 장풍을 맞고도 날아가기는 커녕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걸 본 왕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이윽고 왕진은 저놈들이 도술을 이용하한 그 어떤공격도 통하지 않는 흑도술(黑道術)이 걸려있다는것을 알아챘다.
왕진은 지팡이를 언월도로 바꿔서 놈들을 공격하였으나 언월도역시 도술로 만든거라 놈들을 베지 못하였다.
할 수 없이 왕진은 언월도로 주변의 대나무를 베어 죽창을 만든뒤 죽창으로 놈들의 흰자밖에 없는 눈을 찔렀다.
눈이 찔린 한 놈은 왕진이 죽창을 뽑자마자 끈적하고 검은 피를 눈에서 뿜었으며 죽지는 않았다.
왕진은 죽창으로 놈들의 몸 이곳저곳을 찔렀으나 이미 굳어버린 시체라서 그런지 죽창이 제대로 박히지도 않았다.
"육시랄....죽창만으로는 놈들을 상대하는건 무리인것 같군"
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여자의 기합소리가 들리더니 야에가 왜도(倭刀)를 들고 강시들에게 달려들어 강시들 중 한놈의 목을 베어버렸다.
"내가 숲에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으냐?"
왕진이 화를 내자 야에가 말했다.
"주인님과 떨어지니까 이 빌어먹을을 수갑과 족쇄가 내 손목과 발목을 미치도록 조이길래 하는 수 없이 이곳으로 온것 뿐입니다."
이말을 한 야에는 한번쉬고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
"보아하니 혼자서는 상당히 힘겨워 보이시는데 차라리 같이 싸우는게 낫지요"
그렇게 말한 야에는 왕진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또다른 왜도를 주고는 다시 강시들에게 달려들어 왜도로 목을 베기 시작했는데 목이 베어진 강시들의 몸은 힘없이 쓰러졌고 머리는 살아있었으나 무거운 돌로 머리를 으깨버리자 쉴새없이 입을 딱딱거리던 강시머리들은 이내 잠잠해졌다.
왜도를 든 왕진과 야에는 상당한 강시들을 해치우는데 성공하였으나 둘이서 강시들을 모두 없애기에는 강시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대체 대림승들이 전부 어떻게 됬길래 대림사가 이지경이 된거지?"
아무리 없애도 끝이없는 강시들에 질린 왕진은 한탄스럽다는듯이 이렇게 내뱉었다.
그러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문뜩 왕진은 강시들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강시들은 대부분 대림승복장에 하나같이 민머리뿐이었다.
강시들의 정체를 알게 된 왕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시들은 대부분 대림사의 대림승들이었는데 다만 달이 그뭄달이라 워낙 어두워서 재빨리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대림사에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것이냐?일단 생존자를 찾아야겠군"
왕진은 이렇게 말하며 야에와 같이 주변의 강시들을 베어버리면서 대림사의 입구로 향했다.
대림사의 입구는 굳게 잠겨있었는데 왕진은 장풍을 써서 입구를 날려버리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강시들이 들어오면 어떡하죠?"
야에가 묻자 왕진은 입을 열었다.
"일단 생존자를 찾는게 우선이야"
그렇게 말하며 왕진은 야에와 함께 대림사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생존자를 찾을수가 없었다.
"대림사의 사람들은 전부 강시가 되버린건가...."
왕진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잇던 그때 야에가 지하로 통하는 비밀입구를 발견했다.
그곳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자 소수의 대림승들이 있었다.
대림승들은 왕진과 천의를 보며 깜짝 놀라며 말을 걸었다.
"주변엔 강시가 된 우리동료들이 쫙 깔렸는데 여긴 대체 어떻게 들어온것이오?"
왕진은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모두 이야기했고 이야기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대체 대림사가 어쩌다 이렇게 된것이오?"
왕진의 물음에 대림사의 주지스님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대림사의 대림승들은 새벽에 일어나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이 대림승들에게 먹을것을 구걸했고 노인을 보고 동정심이 든 어린 대림승들은 자신들의 주먹밥을 노인에게 건넸으나 주지스님은 한눈에 그가 사악한 인물임을 알아보고는 그를 붙잡으려 하였으나 노인은 순식간에 도망갔다.
그 노인의 정체는 바로 흑도사(黑道士)중 하나인 강령술사였고 아무것도 못 얻어먹은데다가 자신을 붙잡으려 했다는것에 앙심을 품고는 날이 어두워지자 대림사근처에 있는 공동묘지의 시체들을 강시로 만들어 대림사를 공격하였고 대림승들은 격렬히 저항했으나 결국 대림승의 대부분이 그 강시에게 물려 강시로 변했으며 살아남은 소수의 대림승들은 지하에 숨어들었다고했다.
"그렇다면 그 노인만 없애버린다면 이 강시문제는 해결되겠구려"
이야기를 들은 왕진은 이렇게 말했으나 쉽지않은 일이라는 것을 본인도 잘알고 있었기에 이말을 한다음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위에서 콩콩거리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강시들이 벌써 여기까지?"
왕진은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동시에 위에서 강시들의 신음소리외에도 사람의 말소리가 뚜렷하게 들린다는것을 알아채고는 대림승들과 야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가니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이 강시들을 조종하고 있는게 보였다.
노인은 왕진을 보자마자 강시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렸고 왕진은 왜도를 들고 필사적으로 싸웠으나 점점 지쳐갔다.
결국 왕진은 들고있는 왜도를 휘두르다가 그만 손에서 놓쳐버리고 말았으며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여기까지인가?"
왕진은 이렇게 중얼거렸고 노인은 승리를 확신하고는 사악하게 웃었다.
그때 갑자기 둔탁한 굉음과 함께 노인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노인이 조종하던 강시들도 노인이 쓰러지자 그냥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갑자기 쓰러진 적들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진 왕진눈앞에 나타난것은 머리만한 바위를 들고있는 천의였다.
"네가 어떻게 여기를....."
왕진이 이렇게 말하자 천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녀는 왕진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고 야에마저 왕진에게 가버리자 자신도 흑주와 같이 대림사로향했다.
대림사에 도착하자 대림사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강시들을 발견했다.
흑주가 강시들을 다른곳으로 유인하는동안 천의는 만약을 대비해 머리만한 바위를 들고 대림사안으로 들어갔고 대림사안으로 들어가서 왕진을 찾던 중 강시를 조종하던 노인을 발견하고는 바위로 내리친것이었다.
어쨌든 천의덕분에 대림사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으나 살아남은 대림승들은 대림사에 널린 시체들을 치우고 강시가 되어버린 대림승들의 명복을 빌어줘야했기 때문에 쉴틈이 없었다.
왕진일행역시 그들을 도와 대림사에 널린 시체들을 치우고 그 시체들을 묻어줘야했다.
그러는동안 아침이 되었고 아침이 되자 너무나도 지친 대림승들과 왕진일행은 아침도 먹지 않은채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왕진일행은 그 뒤로 며칠간 대림사에서 머물다가 대림사를 떠났다.
다시 몇달이 지나 왕진일행은 이번에 대룡의 남쪽에 있는 섬라곡국(暹羅斛國)에 도착했다.
섬라곡국은 코끼리형태의 수인종족인 상인족(象人族)이 지배층인 국가였는데 겨울에도 눈이 안 오고 1년 내내 더운곳이라서 어디를 가도 야자수가 널려 있었다.
왕진은 찌는듯한 더위에 손으로 땀을 닦고는 천의,야에,흑주를 데리고 섬라곡국의 볶음 쌀국수인 팟타이를 먹기 위해 어느 식당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그때 그들의 근처에서 한 승려가 탁발을 통해 얻은 고기를 길거리에서 먹는것이 왕진의 눈에 들어왔다.
승려가 고기를 먹는것을 보고 기가 막힌 왕진은 그에게 통역술로 말을 걸었다.
"이보시오,승려가 육식을 하면 어떡하오?"
그러자 식사를 하던 승려가 물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먼곳에서 찾아온 이방인 같은데 그대는 어디서 왔소?''
''대룡에서 왔소만''
''먼곳에서 찾아왔군, 불도에 대해 조금 아는바가 있는듯 한데 한가지 묻겠소 부처께서 육식을 금하라는 명을 내린적이 있는지요?''
"물론 그건 아니지만 내가 살던 대룡에서는 그 어느 승려도 고기를 먹지 않소"
"거긴 대룡이고 여기는 대룡이 아니라 섬라곡국이오,섬라곡국의 승려는 누구나 고기를 먹을 수 있소이다."
그말을 들은 왕진은 어안이 벙벙해졌으나 상당히 불쾌해하는듯한 승려의 표정에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오,섬라곡국은 처음이지라 잘 몰랐소이다."
왕진이 사과하자 그말을 들은 승려는 안색을 풀고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괜찮소,나는 쌈차이라고 하오,보아하니 나이는 어려도 비범한 인물인것 같은데 대룡에서 온 젊은이여,내가 머물고 있는 누추한 절에 초대할테니 한번 둘러보겠소?"
왕진은 이국의 절에 대한 호기심이 들어 팟타이를 먹으려 식당안으로 들어가려 했던것도 잊고 고개를 끄덕였다.
산속으로 가서 얼마쯤 걷다보니 절이 나왔는데 놀랍게도 그절에 도착하자마자 커다란 호랑이가 한마리 튀어나와 쌈차이를 반기며 주인에게 먹이를 달라고 재롱을 떠는 고양이처럼 쌈차이에게 재롱을 떨었다.
"호랑이가 어째서 여기에?"
놀란 왕진이 내뱉은 말을 들은 호랑이는 왕진일행을 쳐다보더니 다가가서 재롱을 떨었다.
"이 아이는 사냥꾼에게 어미를 잃은 고아였는데 내가 불쌍히 여겨 거두어 키우게 되었고 지금은 야성을 잃어버린 채 우리 절의 한 식구가 되었소."
천의,야에,흑주는 고양이처럼 재롱을 떠는 호랑이에게 반하여 호랑이를 쓰다듬거나 얼굴을 부볐다.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그 호랑이랑 놀고 있거라"
왕진은 이렇게 말하고는 쌈차이와 함께 절 안으로 들어갔다.
절안에 들어가자마자 쌈차이는 진지한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내가 젊은이를 우리 절안으로 초대한건 자네에게 퇴마(退魔)를 부탁하고 싶어서였소"
퇴마라는 말을 들은 왕진은 신이나서 말했다.
"안 그래도 요새퇴마를 못해서 몸이 근질거렸는데 어떤요괴든지 퇴마해줄테니 한번 말해보시오"
그러자 쌈차이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그게 바로 크라슈라는 요괴오"
"크라슈라....들어본적이 없는데 자세히 말해보시오"
왕진이 재촉하자 쌈차이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쌈차이로 부터 들은말에 의하면 크라슈라는 요괴는 밤에만 활동하며 여성의 얼굴에 내장이 달린채 둥둥 떠다니는 모습의 요괴인데 밤중에 가축들을 습격하거나 임산부를 공격해 죽이고는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와 태반을 먹어치우는 무시무시한 녀석으로 매우 심한 비린내를 풍기고 쓸개가 빛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하였다.
"혹시 그 크라슈라는 요괴에게 약점은 없소?"
'크라슈는 가시나무를 싫어하기 때문에 가시나무로 만든 무기를 쓰면 될 것이오"
그말을 들은 왕진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침 내가 들고 있는 이 지팡이가 사실 가시나무로 만든것이오,내가 반드시 퇴마할테니 마음 푹 놓으시오"
"고맙소,사실 퇴마라면 나 역시 할 수 있지만 나는 밤에는 이 절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밖에 나갈수 없고 다른 승려들은 모두 수행을 하러 떠났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늠름한 젊은이가 퇴마를 해주겠다니 마음이 놓이는구려"
왕진은 맡겨만 두라며 절을 나와 밤에 크라슈가 습격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임산부가 혼자 사는 집을 찾아 주변에서 대기했다.
어느덧 무더웠던 낮이 가고 칠흑같은 암흑이 찾아왔다.
왕진은 밤이 깊어져도 퇴마를 해야한다는 사명감때문에 억지로 잠을 참았으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더니 결국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눈꺼풀을 닫았다.
"꺄아아아아악!!!!!"
왕진이 다시 눈을 뜬것은 귀청이 찢어질듯한 임산부의 비명소리가 들렸을때였다.
잠이 확 깬 왕진은 어서 비명소리가 들린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는 겁에 질린 임산부와 그 임산부를 향해 기다란 혓바닥을 내밀며 천천히 다가오는 내장이 달린 여자머리가 보였는데 칠흑같은 암흑속에서도 그 내장달린 머리의 쓸개에서 빛이 났기 때문에 눈에 확 띄었다.
왕진은 크라슈에게 달려가 가가신시나무로 만든 자신의 지팡이로 크라슈의 머리를 내려쳤다.
"으아아악!!!!!"
지팡이에 머리를 맞고 비명을 지른 크라슈는 분노하여 왕진에게 달려들어 왕진의 목을 물었다.
왕진은 호랑이에게 목이 물린 사슴처럼 버둥거리면서 어떻게든 크라슈를 떼어내려고 하였다.
하지만해 크라슈는 힘이 장사였고 왕진은 최후의 수단으로 크라슈에게 장풍을 날렸다.
장풍에 크라슈는 지붕을 뚫고 날아갔으며 왕진역시 지붕을 뚫고 뛰어올라 크라슈를 쫒았다.
크라슈는 저멀리 달아나고 있었는데 왕진역시 근두운(筋斗雲)을 만들어 타고는 재빠르게 뒤쫒았다.
왕진은 허공에 대고 火(불 화)라고 적은 뒤 크라슈를 향해 불음 뿜어 크라슈를 공격했으며 크라슈는 달아나면서도 요리조리 잘 피했다.
할 수 없이 왕진은 허공에 대고 면저모(麵櫧矛)라고 적었고 그러자 가시나무로 만든 창이 나타났는데 왕진은 그 창을 들고 크라슈를 향해 던졌다.
"아아아아아아악!!!!!!!"
빛나는 쓸개에 가시나무창이 관통당한 크라슈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추락했다.
왕진은 그틈을 놓치지않고 근두운으로 추락하는 크라슈를 재빨리 쫒아가서는 도술을 이용해 크라슈를 불태워버렸고 크라슈는 비명지를 틈도 없이 한줌의 재가 되버렸다.
퇴마를 마친 왕진은 임산부에게 돌아갔는데 마침 임산부는 출산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왕진은 그녀의 곁에서 그녀가 출산하는걸 도와주었고 그녀는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왕진은 그녀가 사는 집의 지붕을 도술로 수리해주고 그녀에게 크라슈를 물리쳤으며 앞으로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남기고는 쌈차이가 있는 절로 돌아갔다.
쌈차이는 크라슈를 무사히 퇴마했다는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왕진은 기뻐하는 쌈차이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절에서 하룻밤 묵고는 다음 날 천의,야에,흑주를 데리고 절을 나갔다.
"저희는 아직 이 절에서 며칠 더 머물면서 저 호랑이랑 놀고싶은데...."
천의,야에,흑주가 바로 떠나는게 아쉽다는듯이 이렇게 말하자 왕진이 말했다.
"이년들아,아직도 요괴들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놀 틈이 어딨어?"
그렇게 말한 왕진은 그녀들을 데리고 섬라곡국을 떠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