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엘, 니가 좀만 더 잘했으면 될꺼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블러드 엘프의 말이였다.
“..내가 왠만하면 이런 말은 안하겠소만, 거의 대부분은 내가 했다는 생각 안드오, 탈리스?”
드레나이의 말이었다.
“아! 어서 오세요! ...그만 싸우시고!”
하는 하스의 말은 묻혀버렸다.
“그래, 대부분은 니가 했지. 몸으로 하는건. 이몸은 너무 고귀해서 머리 쓰는 일이 아니면 잘 안하거든. 즉, 작전은 나, 행동은 너.”
“..너무 반박할 말이 많아서 어디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소만…”
“그럼 반박을 안하면 되—”
“그럼 머리 쓰는 일은 잘 하시오? 예컨데… 하스스톤?”
“하스스톤은 예외. 나에게는 언제나 완벽한 계획이 있지! 그 망할 오른쪽만 아니면—”
“그런걸 불완전하다고 부르는 것이오.”
물론 이들의 등장은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 겨우 케이엘이 이들을 알아차렸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케이엘이라고 해요! 견습이지만, 마법사고! 잘 부탁드려요!”
“아, 천박한 인간인가.”
케이엘은 여기서 욱했다. 하지만 곧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아, 천박한 블러드엘프인가.”
하고 일부러 성대모사까지 하며 그 말을 되돌려줬고, 블러드 엘프의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해졌다. 옆에서 드레나이가 저지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기세였다. 한편 다른 여관 식구들은 이 모습을 보고 소리 죽여 웃고 있었다.
“하하. 반갑소, 아가씨. 이 친구가 좀 성격이 오만해서 말이오. 나는 성기사인 타엘이라고 하오. 이 친구는 사냥꾼인 탈리스 트와일라잇시커라고 하고.”
하고 말하며 타엘은 탈리스를 툭, 하고 쳤다. 탈리스는 잠시 타엘을 바라봤을 뿐, 더이상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뭘 하다 오셨길래?”
“아, 이 친구가 가루를 좀 모으고 싶다 하지 않겠소. 그래서 좀 도와주려—”
“가루 따위는 이몸 혼자서도 모을 수 있단 말이다!”
“… 물론 그건 인정하오만, 아무래도 속도의 차이가 좀 있어서, 말이오.”
“아무튼, 됐어! 주인장! 여기 맥주 두잔!”
“알겠습니다! 결제는 어느 분이 하시겠습니까?”
“타엘이!”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의문이오.”
“하하, 타엘씨, 그래 놓고서 내실거 아닙니까?”
“됐소, 됐소. 이놈의 여관은 어찌 공동설립자 대우는 하나도 안해주는지 모르겠소.”
“저... ”
케이엘이 이번에도 입을 열었다.
“공동설립자셨어요? 타엘씨?”
“그렇소. 이것도 참 오래된 이야기지만 말이오… 나와 하스는 당대 얼라이언스 최고의 모험가들이었다고들 하오. 물론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호드와 얼라이언스 사이의 불화가 싫었던 우리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관을 만들기로 했던 것이오.”
“가끔은 모험가였던 시절이 그립기도 한답니다! 전 여관을 지키느라 밖에 나가지를 못하고 있거든요!”
이로써 케이엘은 여관의 모두와 만난 것이다. 여관주인 하스, 전사 다이언, 사냥꾼 탈레스, 성기사 타엘, 도적 헬레나, 드루이드 라세인, 주술사 그로한, 흑마법사 칼린, 사제 엘렌, 그리고 마법사 케이엘.
그 때, 탈리스가 무언가의 연락을 받았다.
“아, 먼저 가봐야겠어. 좀 일이… 있어서 말이야.”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히 가시지요!”
스톤브류가 말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헬레나도 무언가 연락을 받았다. 헬레나는 처음엔 당황해하더니, 이내 고민하고, 조금 더 고민해보다, 마침내 결심한 듯 일어섰다.
“가봐야겠어요.”
헬레나의 목소리에서, 눈빛에서, 어딘지 모를 의지가, 또한 어딘지 모를 살기가 느껴졌다. 평상시와 분명 비슷해보이긴 했지만,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케이엘의 예민한 눈썰미가, 그리고 라세인의 야성적 감은 이를 눈치챘다.
“안녕히 가시지요!”
칼린도 같은 연락을 받은 눈치였지만, 쿨하게 씹었다. 라세인은 탈리스와 헬레나의 갑작스러운 귀가에서, 그리고 양 쪽의 반응에서, 특히 지금껏 본 적 없는 헬레나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눈치챘다. 무언가 초조한 듯이 달력을 보더니 이내 “그럼, 저도 가볼께요.” 하고, 무언가 다짐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라세인씨? 하지만—”
하스가 입을 열었지만, 곧 라세인이 말을 가로챘다.
“…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무언가… 불안해요. 혹시 제가 늦는다면… 혹은 돌아오지 못한다면… 타엘씨, 그 땐 부탁드립니다.”
하늘에 떠있는 두개의 달은 모두 내일 쯤이면 보름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