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난 후, 케이엘은 여관으로 갔다. 하스 스톤브류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오, 어서오세요! 아, 잠깐 이쪽으로 와보시죠!”
여관주인의 말이었다.
“여관주인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이정도로 다칠 제가 아니랍니다!”
케이엘은 하스의 곁에 앉았다.
“저번엔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뭐… 별말씀을요.”
“자, 예전에 제가 마법사 덱을 썼을 때 만들어뒀던 전설 카드들이랍니다!”
“예전에… 요?”
“그렇습니다! 별로 안하기는 했지만, 꽤 좋아했답니다! 자, 받으시죠!”
케이엘의 손엔 두 장의 마법사 전설 카드가 들려 있었다.
“제가 이런걸 받아도…”
“당연히 된답니다! 이건 제 고마움의 표시지요! 그리고 케이엘 양이 아니면, 이걸 쓸 사람도 없답니다!”
케이엘은 들고 있는 카드들을 보았다.
고대 차원문 개방. 대마법사 안토니다스.
“한 마디 덧붙여주자면, 비전 마법은 하스스톤의 근간을 이룬답니다! 게임의 규칙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라면, 자신의 힘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겠지요!”
케이엘은 여관주인의 마지막 말뜻을 되내이며 자기 자리에 앉았다. 문득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법사 카드 뭉치가 보였다. 전설 카드의 한가운데에 꽂힌 호박석같은 보석이 눈에 들어왔다. 비전 마력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잠시 케이엘은 눈을 감고, 카드들에 흐르는 비전 마력을 느꼈다. 마법사는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냉철함이 담겨있었다. 자신의 덱을 비우고, 카드를 집어들었다.
라세인이 여관으로 돌아왔을 때, 케이엘은 덱을 막 완성한 상태였다. 라세인의 감은 마법사가 무언가 바뀌었음을 알아차리게 했다. 무언가, 그녀를 휘감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 아, 라세인 언니, 오셨어요?”
“어… 어어.”
언제나같은 인사였지만, 라세인은 무언가 달라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케이엘, 혹시 하스스톤 한판 하지 않을래?”
아무도 보지 않는 여관에서, 두 사람이 하스스톤을 시작했다.
“후회하게 해드리죠.”
“내가 대자연을 수호하겠다.”
케이엘이 동전을 던졌다. 뒷면. 동전은 카드가 되어 케이엘의 손에 들어갔다.
“아,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진심으로 합니다.”
마법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밝고 명쾌하던 평상시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드루이드는 이 목소리에 약간 당황했다. 하지만 곧 끄덕, 하고 턴을 넘겼다.
띠링!
제이나의 머리 위에 노란색 느낌표 표시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앞엔 고대 차원문 개방 카드가 놓였다.
“퀘스트를 내고, 차례 마칠께요.”
“좋아. 내 차례지?”
드루이드는 카드를 한 장 냈다. 빈 마나 수정이 하나, 드루이드의 마나 수정 표시란에 나타났다.
“턴 종료.”
제이나 옆의 마나 수정이 차올랐다. 두개.
“… 갑니다. 태고의 문양…”
비전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마법사는 그 흐름을 제어했다. 무작위로 흘러가는 비전의 힘을 원하는 길로 보냈다.
“그리고 여기에서 생성된 태고의 문양… 그리고 태고의 문양…”
제이나의 머리 위의 느낌표가 계속해서 빛난다.
라세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본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게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것도.
퀘스트는 완료되고, 고대 차원문 개방 카드는 시간 왜곡의 형태로 변형되어 케이엘의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태고의 문양. 차례 마칠께요.”
라세인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이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
“말퓨리온님, 영웅 능력.”
“자연을 위해.”
그 다음 라세인의 턴에선, 15/3 마나 지룡을 볼 수 있었다. 황급히 자연화를 써서 겨우 제압한 라세인이었다.
8번째 케이엘의 턴.
“시작할께요. 마술사의 수습생…”
‘언젠간, 당신처럼 되고싶어요!’
“한장 더…”
‘언젠간, 당신처럼 되고싶어요!’
“비용이 2 감소한 녹아내린 환영…”
‘언젠간,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비용이 3 감소한 녹아내린 환영…”
‘언젠간,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비용이 4 감소한 시간 왜곡…”
판이 변화하였다. 턴 종료 버튼의 글자가 ‘추가 턴’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번 더 제 차례죠.”
케이엘의 마나 수정이 다시 한번 차올랐다.
“대마법사, 안토니다스를 소환할께요.”
‘내 도움이 필요한가?’
대마법사의 한쪽 손에는 불이 휘감겨 있었다.
“동전 한닢…”
마나 수정이 하나 차올랐지만, 그다지 중요하진 않았다.
‘아하!’
안토니다스가 불을 띄우더니, 곧 카드가 되어 케이엘의 손에 들어왔다.
“…”
라세인은 말이 없었다. 단지…
“나의 패배를 인정한다.”
약간 씁쓸한 표정이었다. 말퓨리온은 지금까지 이 말을 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케이엘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