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수도 있고 듣기 싫어할 수도 있고 그냥 아무런 생각이 안 드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시작했고 끝맺음을 져야만 한다
듣고 싶든 아니든 시작부터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는 것조차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그때부터
어려서부터 항상 대답을 하지 못했던 질문이 있다 그건 꿈, 장래 또는 진로라는 단어로 쓰인다
" 꿈이 뭐니? "
" 장래희망 적어서 내면 된다 "
" 종례 전까지 진로희망조사서 작성해서 내거라 "
그 모든 질문들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고 시간은 흐르고 흔히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흥미도 없는 공부를 하며 군대를 다녀온 뒤 집에서 빈둥대다가 집에서의 지원이 끊겨
더 이상 할 게 없어서 집을 나와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자취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아직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이이이잉ㅡ...
눈을 떴다 잠들어서도 여전히 그 이야기 그나마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하던 내가 깰 수 있게 해준 폰 진동소리에 감사하며 반쯤 뜬 눈으로 머리맡에 둔 안경을 쓰고 휴대폰 화면을 봤다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있는 걸로 보아 급한 전화인가 하며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비비며 바로 받았다
" 예.. "
그러나 이런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하는 상대는 한 사람뿐이다 알바를 뛰고 있는 편의점 점장님이다 아니 점장님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아 그냥 주인이라고 부르는게 나을까 정말 원룸 크기 정도랄까 상당히 소규모의 편의점이다
이런 이른 시간에 전화를 하신 걸 보니 뒤 통화 내용은 안 들어도 뻔하다
" 내가 잠시 아침부터 병원을 다녀와야 해서.. 오늘 휴가 낸 건 알지만 정말로 미안한데 오전 시간에만 나와줄 수 있을까? "
" 예.. 지금 바로 나가겠습니다 "
거절은 하지 않는다 굳이 거절을 해야 될 이유도 없으며 괜히 점장님과 사이가 나빠지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니까
선택지를 요구하는 그 질문보다는 낫지 않은가 선택지가 하나뿐인 이게 훨씬 낫지
집에서 나오니 거센 눈보라가 친다 아까 통화를 마치자마자 폭설주의보라고 경보음이 울려서 눈을 마저 비비던 찰나에 그대로 눈을 찌를뻔했다 유혈은 생기지 않았으니 다행이군
일하는 편의점에 가까워지니 어느새 눈은 발목 위까지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이 잔뜩 묻은 신발을 편의점 앞에 발판에 털며 카운터를 지키는 점장님에게 얼굴을 비췄다 점장님은 나를 보자마자 옆에 걸어둔 옷을 잔뜩 껴입더니 피난 가는 사람들처럼 내가 문을 열자마자 안쪽에서도 문을 열고 뛰쳐나와 나랑 태그라도 하듯 그대로 초록불로 바뀐 신호등을 향해 뛰어간다
" 눈길 조심하세요 "
점장님은 내 이야기를 듣긴 했는지 내 쪽을 봐주진 않고 손을 뒤로하며 눈보라 속으로 사라져간다 사실 그렇게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그냥 돈을 주는 갑과 그 돈을 받기 위해 일하는 을이 존재할뿐이다 애초에 시급 50퍼 더 준다는 것으로 거의 부려먹다시피 하신다
이곳 편의점에서 일한지도 3년째..
점장님은 나이가 들어가고 편의점은 외진 곳인데다 그나마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어느 정도 수입은 짭짤하신듯 해서 계속 운영하는 것 같지만 이런 낡은 디자인의 편의점은 요새 보기 힘들다
폭설주의보라고 말했듯이 편의점 정문을 아무리 쳐다본들 손님들은 오지 않는다 가끔 점장님처럼 바빠 보이는듯한 사람들만 드문드문 지나간다 사실 오늘 이 폭설이 재앙의 근원같은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 으하 아암... "
하품이 나온다 생각해보니 아직 오전 6시 정도밖에 안되었다 눈까지 내리니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 어디 보자.. 폐기가 뭐가 남았나... "
그냥 진열돼있는 걸 사먹어도 되지만 고르려니 망설여지는게 갈대같은 사람 마음같고 폐기도 처리해둬야 두번 일하지 않아도 되니까 폐기 냉장고를 열어 이리저리 뒤적인다 좀더 빨리 폐기될꺼 같은 음식들로 카운터가 식탁인 마냥 이것저것 내놓은뒤 전자렌지에 적당히 데워 쌓는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바깥은 어느새 온통 하얗게 변했다
' 치워야 되나.. 좀 만 엎드려있다가? '
손님도 안 오는데 굳이 편의점 앞마당을 쓸자니 바보 같은 짓이 아닐까 생각하다 잠이라도 깨볼까 하고 삽이랑 빗자루를 들고 정문을 열었다 음..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도로고 횡단보도던가 눈을 치울곳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대충 뒷마당에 쌓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발목 높이까지 오던 눈은 무릎 바로 밑까지 쌓여서 삽으로 파내는 동안 안 움직이던 허리를 써서 그런가 빗자루 질을 할 때가 되니 정문에 기대서 경치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하늘도 보고 눈보라 치는걸 맞아보기도 하며 구경하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또 흐른다
오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시침이 다시 한바퀴를 돌때쯤 그러니까 저녁 즈음이 돼서야 점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뭐? 저녁이라고?" 라고 혼자 감탄사마냥 내뱉으며 전화를 받았다
" 정말로 미안하네 오늘 종합검진 날이라 그리고 폭설 때문에 지금 교통이 지체돼서 대충 정리하고 퇴근하게 "
뭐 딱히 상관은 없다 집에 가봐야 잠이나 퍼잘 테니까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왔다 편의점이라고 전부 24시간은 아니다 점장님이 연세도 있고 처음에는 혼자 하셨다니까 아마 24시간 편의점이라는 개념은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퇴근이란 개념이 있어서 다행이다 라며 정리가 끝난뒤 밖으로 나왔다 눈보라는 여전했다 아침보다 세지는 않지만 바로 앞은 겨우 보이는 정도랄까 뉴스에서는 언제나 몇십년만에 최고의 강수량을 자랑한다고 기쁜듯이 말하는걸 보면 그 몇십년이 대체 언제부터 기준을 잡는지조차 모르겠다
혀를 차며 집에서 나왔던 대로 다시 돌아가려다 공원에서 발길을 멈추고 그네로 향한다 폭설주의보로 근처 학교들도 전부 휴교령이 내려졌겠지만
기다린다
언제였더라 여름이 끝나고 약간 추워지기 시작할 때쯤 여기서 '이선'이라는 소년을 만났다 날씨도 좀 쌀쌀한 게 집으로 바로 가려다 문득 공원 그네가 눈에 띄었고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그네에 앉아보려니 너무 커버린 몸은 맞지 않아서 끼여버렸다 하긴 어린이용과 어른용을 구분하는 이유도 이런게 아닐까 싶다
일단은 꼈는데 다시 현재상황으로 돌아와보자 요청하기엔 그네의 양옆의 쇠사슬 같은게 골반을 점점 조여오고 어느 영화에서 본 미치광이가 자신이 만든 기구로 2명의 사람을 가둬두고 서로를 죽여야만 살수 있다던가 하는 감독조차 미치광이가 아닌걸까 생각하게 만들던 그런 영화 말이다 흥미롭긴 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런 느낌인가
아무리 빠지게끔 하려 해도 안되는게 도움을 요청할까 하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말없이 존재감도 적은 소년이 한 명 있었다 존재감이 아예 없었달까 아니 내가 여기 앉기 전부터 있었던거 같은데 이런 우스꽝스런 광경을 보고도 평정심을 유지하다니 대단하군
첫인상은 좀 우울하달까 옆에서 다 큰 어른이 애들용 그네에 끼어서 고난을 겪고 있는데 소년은 눈치채지도 못했는지 고개를 숙여서 옆 그네에 앉아서는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음.. 뭐랄까 일단 지금 말하는건 범죄가 아니라고 이봐 동질감이라기보다는 그냥 소년의 머리카락이랄까 되게 덥수룩한 게 한번 손을 얹고 싶다는 느낌이랄까 그 왜 학교에서 머리를 빡빡 밀거나 한 친구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보고 싶다던가 그런 거랄까 생각하며 손을 얹었다
그제서야 소년은 내 쪽을 봤다 첫 대면, 애들용 그네에 끼여서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 하는 이상한 사람 아마 그런 인상이었겠지 반응이 의외로 귀여웠다 움츠러들며 내 손에서 떨어져서는 두려운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래봤자 그네에 타고 있어서 뿌리쳤다는게 올바른 표현
동네 소년에게도 거부당하는 내손을 처량하게 보며 자연스러운척 말을 걸었다
" 고민이라도 있냐? "
" ... "
침묵..그건 때때로 진실된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아니다 골반을 조여오는 고통도 그렇고
' 으아.. 쪽팔린다 뭐라도 말해라...! '
"저기.."
" 어..? "
일단 진정하고 소년의 두려움에 떨면서도 용기를 낸 말에 반응했다 사실 그냥 골반이 아픈것 때문에 다그치고 싶으면
서도 소년의 눈동자는 그럴 마음이 없어지게 만들었다
" ... "
또 침묵..역시 못참겠다
" 일단 나 좀 꺼내줄래? "
골반이 곧 아작날것 같아 다그치는건 관두고 다 큰 어른이 훨씬 작고 여려보이는 소년에게 애절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소년의 도움을 받아 겨우 살아난 나는 내가 재밌는 사람이라 생각했는지 미소를 띠는 소년에게 다시 손을 얹었다
" 고맙다 "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첫 대면도 끝나고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그 소년은 언제나 공원에 와서는 혼자 그네를 탔다
물론 나도 그 소년을 만나러 가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고 소년에게 선물을 준비하거나 등등 오랜만에 느낀 친구라는 존재 같았다 친구라는 것이 언제부터 비슷한 또래의 나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서로 친하다면 그것만으로 친구가 되는게 아닌가
같이 장난도 치고 그러면서 소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소년은 이 근처 중학교를 다니며 왕따를 당하는듯했다 그럼에도 나는 소년을 친구로 생각하며 항상 이야기를 들어줬다 인생에 활기를 찾았던 걸까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하며 좀 더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 소년을 기다렸다 날씨가 안 좋긴 하지만 혹시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 음.. 안 오는 건가 '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오진 않겠지 아무리 미쳤더래도 앞도 안보이는데 그런 가녀린 소녀같은 소년 '선이' 라는 아이는 이런 폭설을 뚫기엔 몸이 먼저 날아갈껄 다시 말하지만 이 묘사는 내가 사심을 갖고 말하는게 아니라고 이봐
그렇게 어두워지기 시작한 동네를 훑으며
" 아~ 날씨 좋다~! "
애써 태연한 척 바보같이 기다리던 나는 집으로 가려고 일어났다
그런데 저 멀리 선이가 보였고
" 선아! "
선이는 내가 외치는 걸 듣지 못했는지 어디론가 급히 걷고 있다
좀 더 다가가서 선이를 불렀지만 여전히 못 들었는지 다리 쪽으로 걸었다
잠시 눈보라가 강하게 눈앞을 강타했고 안경이 눈으로 뒤덮여 앞이 잘 안 보여서 안경을 벗어서 안쪽 옷으로 닦고 다시 쓰고 보인 것은 선이가 그러니까 앞서 말했던 이런 눈보라에 금방이라도 날아갈꺼 같다고 그랬었다 그게 현실로 일어나면.. 다리 밑으로 떨어져가는 모습뿐이었다
순간 시간이 멈춘듯했다 주마등이 스치듯 선이와의 추억이 떠오르며 급히 달렸다 이럴 때 중력이란 것이 작용하지 않는 그런 기이한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밑에 푹신한 물건이 가득하진 않을까 지나가던 초능력자가 그를 공중에서 멈춰주지 않을까 아니면..
그 생각들이 전부 끝나기도 전에 선이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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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렸다
눈 때문에 길이 어딘지도 분간이 안되는 길을 도로를 넘나들며 달렸다 넘어지기도 하고 다리 밑까지 달렸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마냥 신기록을 갱신하려고 있는 힘껏 마지막까지 끝까지 힘을 짜내서 달렸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가
선이는 아직 살얼음뿐이었던 물에 빠져있었다 수영을 할 필요도 없는 허리보다 아래로 오는 물살을 가르며 선이를 건졌다 뭍으로 건지자마자 일단 코 쪽에 손가락을 대본다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가슴팍도 그렇고 분명 손가락에 맞바람이 부는게
숨을 쉬고 있다
선이를 업고는 또다시 달렸다
눈보라가 치는 바람에 안경이 벗겨져 떨어졌지만 이미 물에 빠진 데다 선이의 무게까지 감당하려니 흐릿한 앞을 헤치며 일단 예비 안경이 있는 편의점까지 달렸다 아니 달릴만한 기력까지는 없기에 최대한 똑바로 걸었다 숨은 가빠져갔지만 걷는 동안 업혀있는 선이가 뒤로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하며 앞으로 숙여가며 물과 눈으로 인해 서서히 감각이 없어져가는 다리를 움직였다
물에 빠진 사람의 무게는 훨씬 무겁다 그건 직접 빠져봐도 알겠지만 다들 한번쯤은 어디선가 배운적이 있겠지 가녀린 몸을 가진 선이도 이렇게나 무거운데 정말 사심이 없다는걸 다시 말한다
편의점 뒷문으로 들어가 급히 안경을 찾아 한 손으로 얼굴에 걸친 뒤 살고 있는 자취방으로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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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허름한 빌라인데다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차디찬 몸을 이끌고 조심스레 한 발짝씩 계단으로 살고 있는 3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올라가는동안 미끄러질까봐 벽을 짚으며 가고 싶어도 선이가 굴러떨어질까봐 정말 조심스레 움직였다
도착하자마자 학교와 군대에서 배웠던 구급법으로 체온이 돌아오게끔 하고는 편의점 알바를 뛰면서 첫 월급으로 샀던 푹신한 침대에 선이를 눕히고 이불을 덮은 뒤 집에 있던 온풍기를 적정한 온도로 맞추고 선이 쪽으로 집중시켰다
그러고 나서야 몸의 뻐근함을 느끼고는 온풍기가 벌겋게 비추는 선이가 누운 침대 쪽에 기대어 온풍기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그대로 잠에 빠졌다
에취ㅡ!
내 재채기 소리에 깼다
그러고 보니 오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그대로 침대에 기대어 잠들었었다
어느새 온풍기로 인해 옷은 말라있었고 아직 내 심장은 잘 뛰고 있었다 정말 정신없었던 것 같다 편의점 뒷문을 잘 잠그고 나왔던가 불은 껐던가 이제서야 기억을 더듬는다
꼬르륵...꼬륵..
아 그러고보니 새벽 6시쯤에 폐기 냉장고를 뒤져다 배를 채운게 다였다
그 어느 시계보다 정확한 배꼽시계는 마구 울려댔다 폰을 꺼내 시간을 살펴볼 시간도 귀찮고 하니 일단 부엌 선반이나 뒤적거려보자 하고 일어났다
그 전에 잠시
선이 쪽을 잠시 살폈다 아직 잠들어있다 체온도 돌아온 걸 확인하고는 한계까지 힘냈던 엉망진창이 된 몸을 이끌고 우선 배를 채우기 위해 선반을 뒤적였다 컵라면이랑.. 밥은.. 야채죽 있네 인스턴트긴 하지만 직접 하는것보단 맛이 좋으니까 간도 짭짤한게 내 입맛에도 맞고 선이도 생각해서 야채죽을 한가득 끓였다
콜록콜록..
야채죽이 다 끓어갈 때쯤 선이가 자던 방 안에서 기침소리가 났다
급히 불을 줄이고 선이가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선이는 침대에 걸터앉아 기침을 연신 해대는 중이라 말을 건네려다 말고 곧바로 다 끓여진 죽을 그릇에 담아 상을 꺼내와 차리고는 선이 앞에 두고 혀가 데일 까바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서 후후 불어가며 선이의 입에 가져다 댔다 정신없어 보이지만 선이도 꼬르륵 소리가 나고 하니 입을 벌려 내가 끓인 야채죽을 곧잘 받아먹었다
기억에는 없지만 아마 내가 아팠을때도 부모님께서 그랬었을것처럼
다 먹고는 다시 잠들었다
선이에게 물어볼 것도 할 말도 많았지만 그냥 두었다 왜 그랬는지 뭔가 고민이 있었는데 내가 잘 들어주지 않은 게 아닌지 자책하면서도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깨끗이 비운 그릇을 보며 컵라면이나 꺼내다 식사를 시작했다
다시 잠든 선이가 깨기라도 할까봐 조용히 조리가 다된 컵라면을 열어 후루룩 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게끔 그러면서도 뭔지 모를 감정이 속에서 올라올 것만 같아 묵묵히 아무 말 없이 공복인 배를 채워나갔다
(분명 긴것같은데 다듬고 나면 짧아보이는 이상한 느낌..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