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내 관광(?) 을 마친
신이치와
다른 세 사람은
소노코 호텔로 돌아온 뒤
곧바로
각자의 방으로
알아서 들어가고
소노코와
모미지가
방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신이치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핸드폰을 꺼낸 뒤
뭔가를 기다리듯이
가만히 서 있기만 했고
마치
기다리고 있던 것 마냥
곧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 나야.
알아보라는 건?”
“ 네 말이 맞았어.
올림푸스.
일본 뒤에
미국만 있는 건 아니야.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은 척 했지만
사실은......
미국과도 커넥션이 있었어.
홍해무역회사 지분 삼 할은
모스크바가 가지고 있더군.
확실히
중간관리자급이 결정할 사안은 아니야.
최소한
국장급 이상은 관련이 있어.”
“ 주일러시아대사를 캐봐.”
“ 비탈리?”
“ 그래.”
“ 친구 아니었나?”
“ 필요할 때만 찾는 건 친구가 아니야.
비즈니스지.”
다음날 아침
신이치는
고이즈미 신지로와 조식을 함께해야 했다.
당연히
그 조식자리에는
이오리 무가든
스즈키 소노코든
심지어
오오카 모미지조차도
밖에서
그 둘의 조식이 끝날 때까지 기
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 들었니?
어제 삼십대 재벌을 포함해
일본회의와 회동이 있었어.”
“ 어제?
협상이 하루 사이에 끝날 리는 없을 테고...
이견이 갈렸나보네요?”
“ 정부가 제안한 경기부양책이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거든.
총 삼조 엔이 필요한 국책사업을
덤터기 씌우더군.
또
보상이라고 부르긴 뭐하지만
검찰수사나 세무조사, 국회청문회는 없던 걸로 해주겠대.”
“ 그게 다라고요?”
“ 어.”
신이치는
손에 든 샌드위치를 내려놓았다.
“ 소노코 그룹과
모미지 콘체른은 뭘 제안했는데요?”
“ 사내유보금을 써서
국내투자를 늘릴 거야.
물론
일자리창출을 위한 정부정책에
적극 협력했다는 걸
선전하겠지.”
“ 그게 다에요?”
“ 어.”
냅킨으로 입가를 닦은
쿠도 신이치는
두 손바닥을 마주대고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지 않으면
험한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으니까.
어렵게 마련한 협상테이블에서
별 쓸데없는 주제를 놓고
시간만 낭비했다.
아무리
첫 번째 협상이 간보는 자리라지만
적어도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정했어야 옳다.
이래서
정치가들과 기업가들은
어느 나라든지
오십보 백보라니까.
쿠도 신이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의 성지라는
미국조차
20, 30대 젊은이의 투표율은
매우 낮았다.
이미 정치적인 입장이 뚜렷한
장년층과 비교하면
젊은 세대의 지지율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는 비율이다.
어떤 사람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토론하고
마침내
각성해서
정치적인 입장을 바꿔
투표에 나서는 건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행위였다.
그런데
일본이나 한국이나
진보와 보수를
너무 쉽게 말하고 구분하며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이
선거에 참여하기만 하면
마치
이 세상이
내일이라도 당장 바뀔 듯
호들갑떨었다.
일부 언론과 인터넷이 떠들어대는
진보적 변화는
사실
허상에 가깝다.
왜냐하면
투표결과는 실제 까보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위
선거전문가의 예측이나 예상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대다수의 젊은 세대는
진보적이다.
맞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추악한 위선에 반발한 젊은이가
각성하고 변화했을지라도
그들의 정치적인 입장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조식早食의 마지막은
따뜻한 차 한 잔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내각총리대행이
또다시
소노코 호텔을 찾자
총지배인을 비롯해
전 직원은
긴장한 모습으로 주변을 맴돌았다.
이런 과도한 친절과 굽실거림이
재벌이나 정치가를 우쭐하게 만든다는 걸
왜 모를까?
정치적인 영향력이나
돈이 많은 것뿐
정치가도 재벌도 사람이다.
정치가나 재벌이라고
총알이 알아서 피하지도 않았고
배때기에 칼날이 안 박히는 것도 아니었다.
찻잔을 내려놓은 신이치는
한숨을 쉬었다.
“ 내가 왜 안식년을 가지려고 했는지 알아요?”
“ 흠.
단순히 휴식이 필요한 건 아니었나보구나?”
“ 이 나라 밖에서
날 아는 이들은
굳이
일본이란
어정쩡한 나라의 국적을 고집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안심하지요.”
신이치를 원하는 나라는
아주 많았다.
미국도 영국도 프랑스도 러시아도
심지어는
중국도 그를 원했다.
“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애국심은 아니에요.”
“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쿠도 신이치가
일본 국적을 유지하는 이유에
애국심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 형은 그 이유를 알겠어요?”
“ 어정쩡해서?”
“ 오! 비슷해요.”
신이치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중재자역할이다.
만약
미국과 러시아에 분쟁이 발생했다 치자
당사자들끼리 합의에 이르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양측으로부터 신뢰받는 중재자였다.
“ 내 조국은
미안한 얘기지만 강대국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약소국도 아니지요.”
주모를 외치고
국뽕을 아무리 들이켜도
일본은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나라다.
미·중·러 3국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불쌍한 나라였다.
하지만,
강대국의 국민이라고 해서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 작년 한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납치 중
미국 국적을 가진 피해자가
전체의
육십 퍼센트를 차지했어요.”
납치하고 보니
열에 여섯은 미국인이란 뜻이다.
“ 그 뒤를
프랑스, 영국, 중국이 뒤따랐지요.
자! 뭐가 보여요?”
“ 경제력과 납치의 상관관계?”
“ 땡.”
“ 그럼
국력과 납치의 상관관계?”
“ 아니요.”
신지로는
모르겠다는 듯
두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 납치된 사람의 숫자만 놓고 보면
중국과 인도가 일, 이등을 다투거든요.
하지만,
몸값을 지불하지 않는 나라는
납치인지 아닌지조차 확인할 수가 없어요.
왜일까요?
애초에 납치범이
중국과 인도에 몸값을 요구하지 않거든요.
그냥 실종돼서
사라져버리는 거지요.”
중국인과 인도인을 납치할 경우
몸값을 받을 확률이 희박하단 사실을
납치범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피해자 가족이
개인적으로 협상하면 모를까
국가가 직접 나서서
송환협상을 주도하진 않았다.
“ 이 나라는 어디에 속할 것 같아요?”
신지로는 대답하는 대신
끈기를 가지고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 케바케.”
“ 케바케?”
“ 무식한 아재 같으니.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요.”
일본정부는
해외로 나간 국민이 사고를 당하거나 실종되거나 살해당해도
별다른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물론
여론을 의식해
어떤 사건은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현지 수사당국에 몽땅 맡긴 채
방관했다.
체면을 중요시 하니 뭐니
자위할 수 있겠지만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국제무대에서
신사인 척 해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막말로
세계 속에 일본의 위상은
돈 뜯어먹기 좋은 호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나마
대한민국보다는 낫다고 해야 하나?
대한민국의 위상은
북한보다 낮았다.
“ 일본은
내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만약
내가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고
상상해봐요.
과연 어떻게 될까요?”
“ 방해가... 심해지겠구나?
그럼
안식년을 가지겠다는 것도
일본을 떠날 맘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겠네?”
“ 그렇지.
그런 거에요.”
신이치가
조국에 별 기대심이 없듯
일본정부도
신이치를 활용할 수 없었다.
“ 일본과 한반도가
회색지대로 남아있는 한
나에 대한 경계심은 흐려지겠지요.”
그게 바로
양키와 무슬림, 불곰친구를 모두 사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 부분을
더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평범한 학교생활을 즐기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실하게 보여줄 생각이기도 했고.
“ 어떤 사건들은 말이에요.
어떤 큰 목적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되곤 해요.”
“ 무슨 뜻이야?”
“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 말이지요.”
신지로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2차대전 때의 군벌독재 당시
일본 경찰과 검찰은
사정司正을 핑계로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어떤 목적을 위해 계획된 이슈는
대중의 눈을 가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정치공작, 표적수사, 함정을 파놓고
증거를 끼워 맞추는 식의 음모는
아주 흔한 경우였다.
“ 일본회의가
어떻게 단시간에 이 나라를 장악했을까요?
그깟 종이쪼가리 몇 푼으로?
아니에요.
그들은
태생적으로 밝혀져선 안 되는 비밀을 품고 있었지요.
나치의 부활
아니
제 4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스펙터와의
긴밀한 협력관계.
아마도.....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을 걸요?”
일본의 민주주의가 기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 겉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분명 민주화됐지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썩은 내가 진동하지요.”
왜냐하면
과거의 잘못된 악습과 폐단을
확실히 심판하지 못한 채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두루뭉술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쁜 놈들은
떵떵거리며 잘만 살고 있었다.
“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근래는
연예인이나
엔터테인먼트를 활용해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더 쉬워졌지요.
그럼
옛날엔
주로 어떤 방식을 써서
사람들의 시선을 돌렸을까요?”
“ 범죄?”
“ 굿.”
그 옛날
나라를 뒤흔들고
대중을 충격 속에 빠트린 강력범죄나
공안公安사건 가운데
상당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다.
“ 꼭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에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 중엔
이익보단
범죄 자체가 목적인 경우도 많지요.”
“ 위험한 발상이군.”
“ 동의해요.”
범죄에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테러로 둔갑했다.
“ 세계화니 뭐니
인터넷 같은 정보기술의 발달은
축복만은 아니에요.
이젠 누구라도
손가락 하나로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길 수 있는 요지경이 돼버렸으니까요.”
“ 위험한 일인 걸 알면서
그 둘을 끌어들인거야?”
“ 그녀들은 다치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고요.”
크랭키에게 집중적인 감시를 맡겼으니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이상
소노코나 모미지를 대상으로 한 계획범죄는
곧바로 발각될 것이다.
다음 내용이 기대됩니다!!!!
아마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시카리오 시리즈에서도 다루지 못한 남미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테니까 말입니다. 아마 제 글이 남미에 올라오면 아마도 남미 ㅁㅇ 카르텔은 저를 죽이겠다고 길길히 날뛸테니까 말입니다. 그것도 영화 시카리오에 나오는 멕시코 카르텔이 배신자를 처형하는 것 이상급으로.....
그 지독하다는 남미 카르텔과 대결이라. 상상만 해도 기대됩니다.
남미 카르텔에서도 가장 지독하다는 브라질 카르텔을 어떻게 구워삷는지를 제대로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 소설의 중반부 스토리는 바로 그런 부분을 제대로 묘사한 부분이니까 말입니다.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