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밀 아지트 중 한 곳에
앉아 있었다.
도쿄 외곽에 자리 잡은
한 건물 지하실에 마련되어 있는
이 아지트는
시마다가
선거 때 사용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었다.
선거기간에는
시마다의 선거운동원들,
물론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선거운동원들이
합법적이지 않은
선거운동을 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당연히
선거가 끝나면
이곳은 다시 빈 공간이 되었다.
사람들과 서류가 사라지고,
이곳을 관리하는
전직 야쿠자 출신 관리인 두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
물론
이 아지트의 소유주인
시마다는
가끔 이 사무실을 사용하고는 했었다.
보통 누군가에게 교훈을 줄 때,
이 장소를 사용하고는 했다.
다른 용도,
예를 들면
비공식 정치후원금을 받는 장소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시마다가 이곳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보통 누군가가
이 장소에서 고통받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시마다는
오늘도 같은 의도로 이 장소를 찾았다.
혹시 니시야마구치구미에서
늦게라도 연락이 오면,
동영상을 가져오겠다는 연락이 온다면,
이곳으로 오라고 할 생각이었다.
누가 동영상을 가지고 오든,
물론,
구미쵸에게 직접 오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그게 누구이든 간에,
시마다는
직접 그 머리를 깨 버릴 생각이었으니까.
그러나
전화는 끝끝내 오지 않았다.
시마다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아지트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마다의 얼굴은
차분해 보였다.
분노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시마다의 마음은 얼음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지금 당장은 술을 먹고 싶지도,
비서를 포함해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니시야마구치구미의 조직원의 목을
하나하나 전부
다 그의 손으로 따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회적인 죽음을 안겨 주는 것이
우선이다.
시마다가 가지고 있는 권력을 이용해
조직을 박살 내는 것이 먼저다.
조직이 박살 나고 나서야
야쿠자 놈들은 뒤늦은 후회를 할 것이다.
감히 나를,
이 시마다를 거역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다.
후회한다 해도 이미 소용없다.
그때부터 시작이니까.
새로 시마다의 손발이 될 개들을 동원해
조직이 박살 난 놈들을
하나하나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이곳으로 잡아 올 것이다.
구미쵸를 비롯해 간부들만 잡아들여도
두 자릿수가 넘어간다.
얼마나 걸릴까,
한 번에 한 놈씩 잡아 온다면?
오래 걸릴 것이다.
아주 오래 걸릴 것이다.
차라리 잘되었군.
시마다는
그렇게 생각했다.
즐거운 사냥을
오래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즐거움은
사냥에서 끝나지 않는다.
잡아 온 사냥감을 도축하는 즐거움도
오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고통으로 점철된 비명이
이 공간을 가득 채울 것이다.
시마다는
그 장면을 상상했다.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간부 중에
여자가 있었으면 좋겠군.
시마다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장면을 막 전환하려던
그 순간.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치켜 올라갔던
시마다의 입꼬리가
다시 원위치로 내려왔다.
그의 얼굴이
평소의 도사견 같은 얼굴로 돌아왔다.
특별한 지시가 있을 때까지
절대 방해하지 말라고 했는데,
천박한 개들이
자신의 사색을 방해하고 있었다.
지금 이 공간에는
시마다 자신과,
평소에 이 아지트를 관리하라고 맡겨 놓은
전직 야쿠자 두 명밖에 없었다.
그의 비서와 운전사는
아지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니,
소음의 근원은
전직 야쿠자 두 놈일 것이라고
시마다는 단정 지었다.
잘되었군.
안 그래도
손이 조금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는데.
시마다는
사무실 구석에 놓인 드라이버,
1번 우드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리 들어와, 이 새끼들아!”
시마다가 소리쳤다.
사무실 밖에까지 충분히 들릴 수 있도록.
시마다의 기대처럼
외침이 문을 뚫고 나갔는지,
밖에서 들리던 소음은
뚝 그쳐 버렸다.
“개새끼들…….”
시마다는
손에 든 드라이버의 헤드 부분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어디를 때려야 할까?
마음 같아서는 머리를 후려갈기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러면 죽을 테니까.
엎어 놓고 옆구리를 갈기는 게 좋을까?
아니면
세워 놓고 허벅지를 갈길까?
아니면 불알?
어디가 가장 좋을까 하고 고민하던
그 순간에
문 열리는 소리가
시마다의 귀에 들어왔다.
시마다는 고개를 돌렸다.
“이리로 와, 이 개새…….”
시마다는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시마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