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로
코시자와 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이초와…… 국공을 말씀이십니까?”
고이즈미 신지로가 되물었다.
나이초와 국공,
국가공안위원회를 빌려 쓰고 싶다는
코시자와의 말을
총리는 예상치 못했고, 되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국공.
정식명칭 일본국가공안위원회(国家公安委員会, National Public Safety Commission),
국가 공안에 관한 경찰운영을 주관하는
총리 직할 조직.
명목상으로
일본의 경찰은 자치경찰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가공안위원회의 지휘를 받았고,
국가공안위원회의 수장인 국가공안위원장을
총리가 임명함으로써
총리는
일본 경찰 전체에 대한 지휘권을 가지고 있었다.
자위대, 국가공안위원회,
그리고
내각정보위원회,
이 세 기관이
일본 총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칼이었다.
코시자와는
지금 그 칼을 빌려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코시자와 카네모토가
단순히 코시자와 그룹의 회장일 뿐이었다면,
절대로 그는
총리인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 없다.
재계(財界)는
절대로 권력에 대항하지 못한다.
일본의 정치권은 하나의 계급을 형성하고 있고,
재계가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권력에 대항하지 못했다.
에도막부 시대에
조닌(町人, 에도시대 도시 상인)들은
풍부한 기술력과 자본으로
하나의 특권 계급으로 성장했다.
조닌 문화를 이룰 정도로
그들은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있었지만,
끝끝내 조닌들은
정치 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자본력이
지배 계층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때마다,
지배 계층인 무사 계급은
조닌들을 탄압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했다.
사치를 했다는 이유로
전 제산을 몰수당한 이시카와 로쿠베가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메이지유신 이후
신분제가 폐지되었고,
자본주의가 자리 잡은 이후
일본에서 금력의 힘은 계속 증가했지만,
지금까지도
일본의 재계는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사 계급이 독점하던 권력은
원칙적으로
국민들의 손에 넘어갔다.
일본 헌법에서는
민주 선거를 통한 내각제를 표방했다.
그러나
그런 헌법이 무색하게
정권은
언제나 자민당에 손에 있었고,
자민당의 최대 계파가
그 권력을 향유했다.
그리고
최대 계파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코시자와와 같은 막후 권력이었다.
전쟁 이전부터
막후에서 일본을 지배하던 코시자와 가문의 가주가
총리에게
나이초와 국공의 힘을 빌리겠다고 했다.
-대답이 없군.
전화기 너머로 코시자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그 목소리에 담겨 있는 불쾌감을 느꼈다.
무슨 짓을 꾸미려고 하는 거지?
고이즈미 신지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가 해야 하는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말씀이라……. 원하시는 대로 하시죠.”
총리가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고맙군.
코시자와의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고마움 같은 것은 담겨 있지 않았다.
“아닙니다.
또 필요하신 게 있으신지.”
총리가 말했다.
그의 마음과는 전혀 다른 어투로.
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총리는
귀에서 전화기를 떼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미 전화는 끊겨 있었다.
총리는 잠시 동안
그 화면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코시자와
그리고
그가 지배하는 일본 우익 원로들의 지원이 없이는
절대로 이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선거는
언제나 자민당이 승리한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문제는
자민당 내에서
주도권을 어느 계파가 잡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코시자와 세력의 지원 없이는
절대로
자민당 내 주도 계파 자리에 올라설 수 없다.
그러다
그는 고개를 들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호출 버튼을 눌렀다.
몇 초도 안 되어
문이 열리고
공관 비서관 중 하나가 들어왔다.
“니시무라(西村)를 불러오게.”
총리는
나이초의 수장인 내각정보관을 호출했다.
그리고 동시에
고이즈미 신지로는
진짜 쿠도 신이치(올림푸스)의 엄청난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오싹 돋는 것을 느꼈다.
사실
코시자와와 통화를 하면서
고이즈미 신지로는
속으로 실컷 비웃었으니까.
딱
쿠도 신이치(올림푸스)가 말한 대로
코사자와는
마치
쿠도 신이치가 조종하는 실에 조종당하는 목각인형마냥
그대로 움직였으니........
실제로도
고이즈미 신지로는
코시자와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터져나오려는 비웃음을 참느라
진짜 고생했다고나 할까?
말 그대로
호랑이도 모자라서
굶주린 용들이 세 마리나 득실거리는
용굴에 처들어간
쥐새끼가
가진 거 다 내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꼴보다
더 바보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고
이미
고이즈미 신지로는
미리
쿠도 신이치(올림푸스)에게
모든 것들을
다 듣고 난 뒤에
코시자와인지 코딱지인지 하는 한심한 늙은이가
뭐라고 지랄거리면
그것에 맞춰서
그대로 대답하라고
예행연습까지 다 마쳐놓은 상태였으니.......
그것이
바로
코시자와가
전화를 기다린 20분동안
고이즈미 신지로가 준비한 일이었으니........
아마
고이즈미 신지로의 속마음을
코시자와가 알았다면
아마 그는
그 자리에서
분노와 어이없음이 뒤섞여서
머리에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곧바로
혈압이 터졌을 테니......
소설 잘 보고 갑니다. 일본 정치는 "양복 입은 다이묘" 즉 세습제가 떠오릅니다. 가면 라이더 지오 오즈 편에서도 주인공이 국회의원으로 나오는 걸 보면 일본 정치는 참 보수적으로 보입니다.
진짜 일본만 그런 세습제가 그대로 정치계에서도 유지가 되는 것을 보면 진짜로 일본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모부와 역사 선생님이 이야기 하시길. "일본은 상상 외로 보수적 이다." "특히 만화나 애니 로 일본을 접한 사람들은 환상이 사라지면 놀랄 것이다." 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사실 일본에 대해서 알게 될 수록 놀라는 부분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플로피디스크를 쓴다는 것과 요즘 세상에서도 아직도 TV에 대용량 하드드라이브를 설치해서 그 하드드라이브에 영화나 애니, 오락쇼같은 그런 방송을 저장할 수 있고 그것이 최신 텔레비젼의 진수라는 것을 보고 나서 받은 충격이라고나 할까요? 일본은 USB 안에 영화나 애니를 저장하거나 외장하드에 TV를 연결해서 다운로드한 그런 방송이나 영화, 애니를 볼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아니 외장하드도 필요없이 1테라바이트 급 USB를 TV에 직접 꽂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사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비디오, DVD가 전멸한 이유 중 하나가 대용량 USB에 영화나 애니를 저장해서 그냥 그것을 TV에 꽂은 뒤에 곧바로 시청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어서인데 일본은 아직은 그렇게 하는 것이 힘든건지 불가능한건지..........
플로피디스크와 하드라니...상상도 안 갑니다.
그런데...... 진짜 놀란 부분이라면 일본의 시골 동사무소와 은행 지점은 지금도 플로피디스크를 쓰는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난 사건이 과거 코로나 지원금을 지방 마을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줘야 하는데 플로피디스크에 저장을 할 때 실수를 해서 단 한 사람에게 우리나라 돈으로 수억의 돈을 한 명에게 송금을 하게 하고 나중에 그 돈 좀 다시 돌려달라고 사정사정했다는........... 진짜...... 그 부분은 가상도 아닌 실제로 나온 일본 뉴스이고 그 뉴스 때문에 일본은 지방의 공무원들과 은행 지점이 사용하는 컴퓨터가 플로피디스크를 쓰는 그런 구형 컴퓨터를 쓴다는 것이 알려졌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부분이라면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들 중 플로피디스크를 쓰는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냐고 물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 플로피디스크가 뭔지나 알기는 할까요?
다들 모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