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다이나(Medina).
워싱턴주, 미국.
“도착했습니다. 부사장님.”
캐딜락 뒷좌석에서 잠들어 있던
신시아 챔버는
자신을 깨우는 운전기사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 그녀의 눈에
머다이나에 있는 챔버가(家) 저택의 모습이 보였다.
5일 만에 보는 집의 모습이었다.
한달 동안 진행되었던
그 작전이 끝나고,
다시 업무로 복귀한
신시아 챔버를 기다리는 것은
어마어마한 양의 업무 폭탄이었다.
도버 아메리칸 인슈어런스 보안감사 부문 부사장으로서의 업무는 당연했고,
홍콩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법인 설립을
일본
그것도
이가 닌자 가문이 관장하는 곳으로 전환하는 문제도
들여다봐야 했다.
단지
거기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보험회사 부사장이기 이전에
CIA 요원이었다.
그것도
밀러 국장이 신뢰하는
기프티드 전담 요원이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차에서 내린 신시아 챔버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네 시.
잠들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신시아 챔버는
그 어느 때보다 침대가 필요했다.
아침, 저녁으로 비행기를 타면서
5일 동안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뉴욕을 돌았다.
호텔에서는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회의 자료를 검토했다.
이동하는 비행기와
차량 안에서
잠깐씩 눈을 붙이는 게 전부였다.
일단
한두 시간이라도
눈을 좀 붙이자.
그렇게 결정을 내린
신시아 챔버는
캐리어를 끌고 현관문을 열었다.
5일 만에 찾아온 그녀를 반긴 것은
텅 비어 있는 집이었다.
조용한 집 안에는
사람의 온기라고는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신시아 챔버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거실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 그녀의 귀에,
자동차가 접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챔버가로 다가온 자동차는
주차장에 들어와 멈추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열렸다.
“엄마!”
양손에 축구공을 들고,
운동복에
목이 긴 양말,
축구화까지 갖춰 신은 마리아가
5일 만에 만난 엄마를 발견하고는
손에 든 축구공을 던져 버리고
신시아 챔버에게 달려들었다.
신시아 챔버는
그런 마리아를 안아 주면서 말했다.
“우리 마리아.
그동안 잘 지냈어요?”
“응.
나 엄마 보고 싶다고 울지도 않고 잘 지냈어.
엄마, 보고 싶었어.”
마리아는
신시아 챔버의 품 안에서 머리를 비비며,
그녀의 작은 손으로
엄마를 꼬옥 끌어안았다.
신시아 챔버는
그런 마리아를 품에 안았다.
피로가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축구 교실 갔다 왔어요?”
“응.”
요즘 마리아는
유소년 축구 클럽에서
본격적으로 축구를 배우고 있었다.
트레이시의 영향이었다.
트레이시와 축구공으로 놀던 마리아는
축구의 재미에 흠뻑 빠져 있었다.
마리아를 안고 있는
신시아 챔버의 귀에
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왔어요?”
현관문에
앤 챔버가 서 있었다.
앤 챔버가
축구 클럽에서 마리아를 데려온 것이었다.
“응. 별일 없었지?”
“있을 게 있나요?”
그렇게 말한
앤 챔버는
신시아에게 다가와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그렇게
피 한 방울 안 섞인 세 모녀는
잠시 동안
서로를 안아 주었다.
상황을 정리한 사람은
앤 챔버였다.
“마리아는 일단 씻고, 옷 갈아입어요.”
마리아는
경쾌한 대답과 함께
2층으로 우다다 하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엄마도 샤워할 거죠?
그 전에 차 한잔할래요?”
“그럴까?”
“피곤해 보여요.”
“괜찮아.”
앤과 함께 주방으로 들어간
신시아 챔버는
식탁에 앉아
차를 끓이는 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규는 연락 없었니?”
신시아 챔버가 앤에게 물었다.
“어제 전화 왔어요.
엄마한테 전화했는데 전화기 꺼져 있다고 하던데요?”
“비행 중에 전화했었나 보다.”
“나도 그럴 거라고 했어. 다시 전화하겠지.”
“그래…….”
그렇게 말한
신시아 챔버는
손목에 달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4시 반,
일본은 오전 10시 반이었다.
전화를 걸어 볼까?
그렇게 생각하던
신시아 챔버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앤에게 말했다.
“우리가 갈까?”
차를 끓이던 앤이 몸을 돌렸다.
“일본으로?”
“응.
마리아랑 같이.
가족 여행 겸해서.”
“너무 좋죠.
근데 휴가 낼 수 있겠어요?
요즘 안 그래도 너무 바쁘다면서.”
“괜찮을 거야.
아니, 무조건 가자.
지금 당장은 무리지만
2주 안에
어떻게 해서든 일주일은 시간을 만들어 볼게.”
“좋아요.
나는 좋은데…….
우리가 간다고
규가 좋아할까 모르겠네.”
앤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