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후드를 눌러쓴 마도사는 벨벳에 전체적인 분위기를 돌아보며 그녀가 보통 내기가 아님을 파악하게 된다.
연령은 16살 정도 되는 계집의 몸을 하고 있지만 뿜어내는 마력의 농도는 매우 짙고 신비한 것이였다.
“인간이 아니군.. 대체 정체가 뭐냐”
벨벳은 상대를 똑바로 응시하며 한쪽 미간을 구겼다.
“내가 할 소린데?인간 맞아?”
고위 마법사 정도가 되면 상대방으로부터 마나의 파동을 감지하는 것이 가능했다.
마도사는 뜻밖에 존재가 등장한 것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내 마법 결계를 깨는 인간이 엘베록 왕국에 존재할 리 없어..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나.. 대답에 따라 널 죽여버릴 수도 있다”
마도사는 아울라와야의 고서를 들고 있었다.
저 안에는 수많은 저주가 기록되어 있고 형체를 마법봉이나 검 혹은 활등으로 자유자제로 바꾸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벨벳도 가지고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속 인벤토리에 넣어뒀을 뿐이다.
“네 녀석들이 꾸미는 짓거린 결코 해서는 안되는 금단의 영역이다”
마도사는 기분 나쁜 미소를 내지으며 턱을 문지르고 있었다.
“호오.. 재밌는 소릴 하는군?정체가 더욱 더 궁금해 졌다.. 아더!”
대검을 뽑아든 검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벨벳 시야 앞까지 순식간에 달려왔고 매섭고 빠른 묵직한 일격을 날렸다.
“그라도라스의 방패!”
“어이- 어이- 어이ㅡ!!나한테는 그건 의미 없다고!!”
패-앵
“(마법 배리어가 일격에!?특수 무기!)”
마법 배리어가 유리조각처럼 깨져버림과 동시에 묵직한 검사의 일격은 벨벳의 어깨 깊숙히 상처를 냈고 그대로 지하 8층까지 나가 떨어졌다.
광!광!광!광!광 -
검사와 마도사는 겹겹이 층을 이루는 구멍 아래로 뛰어내렸고 지면에 처박힌 벨벳은 어깨를 불로 지져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대형 콜로세움 경기장과도 같은 넓이에 공간 한가운데,그녀가 우려하던 피의 나무가 우뚝 서 있는 것을 본 벨벳은 사색이 된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바닥 아래에 그려진 우라보스의 8망성.. 이 주술에 정체 그리고 발동 조건.. 모든 것이 떠오른 벨벳은 격노한 얼굴로 마도사와 아더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런 저주 받을 것들!네놈들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알기나 해!”
마도사는 아울라와야의 고서의 형체를 듀얼 소드로 바꿨다.
아더 켈 클라우디아 역시 미소를 지으며 1미터 50정도 되는 무게 100kg나 되는 대검을 한손으로 들고 짙은 미소를 내짓고 있었다.
마도사는 그 어떤 동요나 흔들림 없는 엄숙한 말투로 벨벳의 질문을 받아쳤다.
“알다마다!더러운 쉐퍼 왕가와 왕족들.. 그리고 엘베록에 거주하는 모든 인간들에게 내릴 천벌이지!신을 대신해 내가 심판을 내릴 것이다!”
마도사 앞으로 걸어 나온 검사는 야비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크크큭 네 년 피는 블러드 트리에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
게임 밖으로 나오면 능력이 반감되고 마력도 약화된다.
그래도 인간을 상대로 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저 두 녀석은 보통 인간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죽게 되면 화랑과 두 번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다.
벨벳은 모든 마나를 집중해 두 사람을 상대로 도주하기로 마음먹었다.
마도사는 듀얼 소드를 공중으로 날려버리고는 양 손을 펼쳐 마법 스펠링을 외쳤다.
“불과 바람의 균형을 이루어 적을 섬멸한다!블레이즈 템퍼스트!”
스펠링 엑셀!!
벨벳은 스펠링을 단축해 마법을 시전 하는 마도사의 역량에 크게 동요했다.
저건 능력이 아닌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용 할 수 없는 기술이다.
강렬한 불꽃 폭풍이 자신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자 벨벳은 캐스팅 어펠을 시동해 허공에 마법진을 만들어 파이어 스톰을 만들어내 응전했다.
화르르르르르 촤아아ㅡㅡㅡ아
강력한 마력이 서로 충돌하자 거대한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마도사는 풍압을 일으켜 밀려오는 불꽃의 파도를 손쉽게 잠식 시켜 버린다.
“캐스팅 어펠이라..귀찮은 재주를 가졌군!”
마도사가 던진 두 개에 듀얼 소드가 땅에 꽂혔다.
그는 손바닥을 한되 모아 자세를 낮춰 바닥에 손을 대고 소리쳤다.
“리버스 그래티비ㅡ!!”
우라보스의 8망성이 즉각 반응하며 대지에 중력을 역류시켜 벨벳을 속박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중력장 마법이라면 벨벳에겐 그다지 큰 위협은 되지 않는다.하지만 이 공간은 우라보스의 8망성이 술자의 마력에 5배를 증폭 시켜주는데다 아울라와야의 고서가 주문 캐스팅 사용 시간을 없애고 마력 밀도를 5배 더 가중 시켜주고 있었다.
벨벳은 지면에서 당기는 엄청난 마력에 저항하며 무릎 꿇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마법에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사는 휘파람을 불며 자신을 노려보는 벨벳 앞에 섰다.
“터프한 여자군!꼭 내 여동생을 보는 느낌이란 말이야,어떻게 이런 상태에서 서 있을 수 있는 거지?”
“아더.. 베어버려라.. ”
아더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힘겹게 서서 버티는 벨벳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대검을 휘둘러 그녀에 옆구리를 후려 갈렸다.
쳐---억!
“크-학!!”
강력한 데미지를 입었으나 그리 멀리 날아가진 못했다.
그건 지면에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이 너무 강해,밀려 나가는 반동에 6배를 반감 시켰기 때문이다.
어깨 충격에 이어 옆구리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된 벨벳은 지면에 쓰러져 꼼짝도 못한 채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크하하핫 튼튼해!내 일격을 정면으로 받고 버텨 낼 수 있다니!이년 아주 골 때리는데?”
마도사는 후드 속에 가려진 그늘사이에서 매서운 눈동자를 번쩍이며 벨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간이 아니야.. 뿔이 그 증거지”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치는 벨벳의 흐트러진 머릿결 사이로 작은 뿔이 모습을 들어냈고 검사는 크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 계집애는?혹시 드래곤이냐?아니면 미노타우로스?대체 넌 뭐하는 녀석이냐고!!”
아더는 벨벳의 머리를 사정없이 걷어차며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힘겹게 가드를 올리고 방어하는 벨벳은 아더의 일격에 충격을 흡수하며 버티고 있었다.
이제까지 이토록 궁지에 몰려본 일이 없었던 벨벳은 자비 없는 아더의 대검이 자신에 양팔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나서야 비명을 내지르고 우라보스의 마법진으로부터 해방 될 수 있었다.
“허억..허억...(팔이 움직이지 않아... 큰일이야...)”
양 팔에 인대가 모두 끊어진 벨벳은 간신히 호흡을 유지하며 시체처럼 덩그러니 누워 있었다.
아더의 대검은 벨벳에 머리위에 형틀 마냥 고정되어 있었다.마치 마도사의 집행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질문을 바꾸도록 하겠다 계집.. 네 정체는 무엇이냐?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곳을 조사한 거지?”
벨벳은 죽고 싶지 않았다.
화랑과 헤어지기엔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았던 만큼 이대로 리셋되어 다시 알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이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짓은 더더욱 할 수 없었던 벨벳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레브아 티탄 그레이셔- 라비무트.. 로갓 캐라이더..”
벨벳의 주문이 고요함을 깨트리며 아더와 마도사의 귓가에 맴돌았다.
아더는 기묘한 표정으로 볼 품 없게 쓰러진 벨벳을 바라봤다.
“이년 뭐라는 거야?”
마도사는 벨벳이 내뱉은 주문이 알고리즈 마고의 고대어라는 것을 감지했다.
“목을 날려!!어서!!”
“이런!!”
아더의 대검은 벨벳의 주문이 만들어낸 마력장을 관통하긴 했지만 파괴 시키진 못했다.
치치치치치치치치치치 -
“어이 어이 어이!!내 마검을 받아낸다고!!앙ㅡ!!”
검사의 마검이 마력장을 뚫고 강렬한 불씨를 튀기며 벨벳의 심장을 향해 점차 내려오고 있었다.벨벳은 목청 높여 주문을 외쳤다.
“크레이시샨!프로푸롬 바라이카!”
벨벳이 주문을 모두 외우자 강렬한 빛이 번쩍이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아더와 마도사는 불길을 단숨에 잡아 블러드 트리를 무사히 지켜냈다.
“자폭 한거야?”
“아냐.. 달아났어.. 저건 고대 주문으로 방금 사용한 것은 텔리포트야..(대체 저건 뭐란 말인가?저런 걸 쓰는 녀석이 세상에 존재했단 말이야?)”
서둘러 계획을 실행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 마도사는 로브를 휘날리며 아더를 데리고 신속히 장소를 벗어났다.
벨벳은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화랑이 리턴을 눌러주기를 기다리며 하수도 끝자락에서 정신을 잃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화랑은 붉은 오크와 한가롭게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브록실그까지 말을 타고 가면 22일 걸리지만 걸어서 가면 50일은 족히 걸린다.이브가 왜 비공정을 만들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가는 기분이다.. 그냥 시간만 걸리면 그나마 났다.. 몬스터들도 나온다.. 벌써 우리 앞에 트롤 무리가 나타나 길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번 트롤 공격 때는 벨벳이 통구이를 만들어 손쉽게 이놈들을 쓰러트렸는데 오늘은 아스트랄 소드에 모든 것을 걸어 볼 수밖에 없어졌다.
재생하기 전에 목을 떨어트리면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
“가자 홍피그!!”
“킁킁 취이이익!!”
후다다닥
홍피그가 몸 빵을 하면 난 그 뒤에서 트롤들에게 치명상을 입히며 하나하나 목을 떨어트려 나갔다.불로 공격하지 않으면 단숨에 목을 치는 것이 필승법인 것은 지난 경험을 토대로 습득한 지식이다.
트롤은 재생만 가진 호구가 아니다.강한 공격력과 어느 정도 민첩성을 지닌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다.
홍피그는 트롤의 공격을 가드로 막으면 그 뒤에서 재빠르게 달려 나와 아스트랄 소드로 트롤의 손목을 날리고 자세가 무너지면 그대로 목을 날려버렸다.
종종 트롤의 재생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 모험가들은 장기전에 돌입해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어?잠시만?트롤에 재생 능력?저걸 카피하면 엑스맨의 로건처럼 상처가 치유되려나?
난 스마트 폰을 꺼내 트롤을 비추고는 재생 능력만 가져오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 후 사진을 찍어보였다.
그러자 용량 20GB를 사용해 트롤에 재생 능력을 카피하게 되었고 그것을 테스트 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홍피그를 후방으로 물리고 트롤과 1:1 맞짱 떠 보기로 한 것이다.
트롤의 매서운 강철 도끼는 내게 가벼운 상처가 아닌 신체 일부를 날려버릴 기세로 다소 위협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팔이 날아간 트롤의 재생 장면을 본 일이 없는데다 X맨 로건 팔이 날아간 것도 본 적이 없다.과연 다리나 팔이 날아가면 재생 될까?딱히 테스트하기 싫었다.
난 아스트랄 소드로 강철 도끼를 파괴하고 트롤의 머리통을 일격에 떨어트렸다.
재생 능력을 카피했지만 테스트해 볼 기회는 없었다.
일단 트롤의 피는 비싼 재료라고들 하니,난 가방에서 넣어둔 빈병을 꺼내 트롤의 피를 조심히 담아 코르크마개로 입구를 막아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이브에게 문자를 넣어 트롤을 해치웠다며 인증 샷을 찍어 보냈는데,이브는 1분 후 그곳 포탈을 열어 달라고 나에게 부탁을 해 왔다.
@트롤의 피를 수집하려는 거지?
@응
@그럼 화랑 오라버니~ 라고 불러봐
이브는 빤히 액정 화면을 보며 바쁘게 펜을 두드렸다.
@그 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어?
@어;;;
@후.. 그래.. 문이나 열어.. 불러 줄 테니..
난 이브의 연구실로 문을 열었다.
이브는 로즈를 비밀방에 두고서 문을 닫고 나온 상태였다.
주변을 돌아보니 트롤의 시신은 무려 4구나 되었다.
이브는 빈 포션병을 30여개나 들고 나왔지만 이것도 부족하다 싶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다 이브?”
“그래.. ”
그게 다야?
오빠라고 안 불러 줄 거야?
난 이브를 빤히 바라보며 계속해서 시선을 들이대고 있었고 그녀는 조용히 트롤의 혈액을 체취하며 애써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뭐 잊을 말 없어?나한테 해줘야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이브는 트롤의 혈액 체취 작업에만 몰두하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울.보.?”
“아니.. 울 오빠겠지?”
이브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나를 응시하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난 조건 없이 널 도와주는데.. 넌 나한테 바라는 것을 제시해.. 조금 불공평 하다고 생각 안해?”
그렇게 비집고 들어오면 할 말 없어지잖아..
오빠라고 말하기 싫다 이거구만..
트롤의 피는 갖고 싶고 오빠라고 말하긴 싫고..에이 내가 당했다 그래..
하기 싫다는 애한테 억지로 들어 뭐하냐..
난 빈 포션병을 가지고 트롤의 혈액 채취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다.
트롤의 피는 응고되는 속도가 빨라 서둘러 수집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홍피그도 이 작업을 도왔다.
그나저나 벨벳 녀석.. 슬슬 리턴 시켜도 되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