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니콜라스 로일
역자 - 오문석
출판사 - 앨피
쪽수 - 348쪽
판형 - A5 신국판
가격 - 15,000원 (정가)
데리다는 누구인가?
해체, 차연, 대리보충, 로고스 중심주의, 글쓰기, 파르마콘…….
이 알 듯 모를 듯 통일된 번역어를 만들기조차 어려운 말들을 만들어낸 이가 데리다이다.
이 책의 저자 니콜러스 로일은 영국 서ㅅㅅ 대학의 영문학 교수로, 데리다와 해체주의와 관련한 저서를 다수 펴낸 ‘유명’ 필자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 시리즈의 규범대로 데리다를 소개하지만, ‘중심’을 설정하는 시리즈의 규범과 독자들의 기대를 일순간 무너뜨리며 데리다 읽기의 새 장을 열어젖힌다. 이 책 ??자크 데리다의 유령들??은 옮긴이의 말마따나 “해체론을 실현하는 데리다의 실천적 방법에 대한 메타적 해설”을 넘어, 아예 데리다 자신이 되어 데리다와 해체를 경험하는 독특한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데리다와 해체론을 정의한다는 것
데리다가 해체하려고 한 것은 ‘중심’이었다. 중심이란 무엇인가? 중심은 필연적으로 비중심, 비주류를 상정한다. 그 무엇이든지 간에 중심이 되는 순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중심의 권위를 획득한다. 그렇다면 해체론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중심을 흩어지게 하여 없앤다는 뜻이다. 어떻게?
여기서 데리다와 해체론을 정의하는 어려움이 나온다. 데리다는 서술하며 변형한다. 서술과 변형이라는 이 모순된 언어의 결합이 데리다의 저작을 가리킬 때 가장 빈번히 쓰이는 ‘해체’라는 말에 얽힌 비밀을 조금이나마 풀어준다. 데리다는 해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고, 이 책의 저자인 로일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해체라는 말 없이 데리다를 이해하기란 해체를 이해하기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로일의 설명이다.
해체란?
그렇다면 해체란 무엇인가?
1989년판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실린 해체에 대한 정의와 이 책의 저자인 로일의 정의를 비교해보면 다소나마 감을 잡을 수도 있을 듯 하다. 우선 사전의 정의.
해체deconstruction[f. DE + CONSTRUCTION]
a. 한 사물의 구성을 풀어 헤쳐놓는 행위
b. 철학 이론. 문학 이론.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와 관련한 비판적 분석의 전략으로, 철학적 언어와 문학 언어 속에서 당연시되는 형이상학적 가설 및 내적 모순을 폭로하는 쪽에 관심을 둔다.
그리고 로일의 정의.
해체. n. 생각지도 못한 것: 불가능한 것의 경험: 생각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 : ‘사물 자체’에서 언제나 이미 작동하는 불안정화의 논리 : 모든 동일성을 그 자신이면서 동시에 그 자신과 다르게 만드는 것 : 이론적 실천적 기생충 혹은 바이러스 : 이른바 사회, 정치, 외교, 경제, 역사적 현실 따위에서 목하 벌어지는 일 : 미래의 열림(Royle 2000, 11)
한국에서 데리다
옮긴이는 1990년대 한국 지성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은 1980년대 ‘사회과학의 시대’를 마감하는 몇몇 상징적인 사건들과 함께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사태의 중심에 언제나 ‘프랑스 철학자들’이 있었다. 당시까지는 이름도 생소했던 프랑스 철학자들(푸코, 리오타르, 데리다, 들뢰즈 등)이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의 주도 세력으로 거론되었으며, 그 결과 ‘프랑스 철학=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불확실한 인상까지 남겼다. 이러한 인상은 1980년대까지 한국 지성계를 주도했던 칸트, 헤겔, 마르크스 등의 ‘엄숙한 독일 철학’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사태를 단순화하자면, 그 당시 독일 철학은 지는 해였고 프랑스 철학은 뜨는 해였다. …… 마르크스주의 내부에서조차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담론이 득세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도 헤겔, 마르크스는 ‘죽은 개’ 취급을 받아야 했다.”
옮긴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프랑스 철학의 유행을 불러일으킨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의 출처는 프랑스가 아닌 미국이었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데리다와 함께 출간된 프레드릭 제임슨이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 및 지성계의 급진적인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다시 말해서, 뜨는 해, 즉 프랑스를 지원한 것은 사실상 미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프랑스 철학자들에 대한 이해는 미국이라는 필터를 거쳐,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미국산 담론의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만큼 편협하고 왜곡된 관점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명칭은 여러 해프닝만을 남기고 급격히 무대에서 철수한 지 오래다. 덩달아 프랑스 철학에 대한 열기도 한풀 꺾인 상태이다. 물론 아직도 68세대의 뒤를 잇는 새로운 프랑스 철학자들이 관심을 받고 있긴 하지만, 예전만 못하다.”
데리다도 그렇다.
“한때 그의 기괴한 용어들이 많은 사람의 입에서 합창처럼 연주된 적이 있다. 그의 독특한 용어들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것도 수차례다. 차연(이 책에서는 ‘디페랑스’), 대리보충, 로고스중심주의, 음성중심주의 등과 아직도 합의되지 않은 글쓰기(요즘은 ‘에크리튀르’라는 멋진 발음이 유행이다.), 파르마콘 등이 자주 사용되는 데리다의 유행어였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로 알려진 데리다는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사실상 ‘미국산 데리다’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데리다 학파를 가리켜 우리는 ‘해체주의’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스 로일이 혐오하는 ‘해체주의’라는 용어는 물론 ‘이즘ism’을 선호하는 학문 분류학자들의 편리를 따른 호칭이다. 이때 예일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미국 ‘해체주의’는 문학비평(이론)적 관점이 강했다. 그로 인해 초창기 미국 문학비평계를 선도했던 ‘신비평’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새로운 ‘자세히 읽기close reading’라는 인상을 줄 정도로 꼼꼼한 텍스트 읽기, 게다가 텍스트 외적 상황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텍스트 내재적 접근법’, 텍스트에서 발견되는 ‘모호성’ 등이 그 흔적들이다.
알다시피 ‘내재적 접근’과 ‘자세히 읽기’, 텍스트의 ‘모호성’은 신비평의 기둥을 이루는 개념들이다. 물론 예일대학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소위 ‘예일학파’ 소속 비평가들, 즉 폴 드 만, 제프리 하트만, 힐리스 밀러, 해럴드 블룸 등은 데리다를 통해서 ‘신비평’을 넘어서기를 바랐지만, 대외적으로는 사실상 신비평의 확대재생산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해체주의’ 혹은 ‘해체비평’은 ‘미국산 데리다’를 통해 ‘신비평의 확장’을 노린 비평 담론으로서, 그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권에서 거론된 대부분의 데리다 관련 비평 담론의 성격을 규정하였다. 뒤늦게 밝혀진 폴 드 만의 나치즘 부역 사실보다 더 문제적인 것이 어쩌면 데리다의 신비평 부역 사실이 아닐까 싶다.”
이 지점에서 옮긴이는 데리다가 현대 철학의 사고 창고로 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그 철학의 뿌리가 ‘독일 철학’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산 비평 담론의 재생산에 복무하던 데리다는 이제 독일 근현대 철학을 배경으로 하는 유럽 형이상학의 적자로 재평가받았다. 그와 동시에 문학비평적 관점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던 데리다의 다른 모습들이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형이상학 극복’이라는 중차대한 과제와 관련하여 ‘해체’라는 단어가 구사하는 전략적 이중성(해체와 건설을 동시에 뜻하는 하이데거의 ‘Abbau’)이 새롭게 강조되었으며, 타자성에 대한 레비나스의 선구적 관점이 알려지며, 정체성을 형성하게 하는 동시에 형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타자의 괴물적 성격이 크게 주목받았다.”
이로써 데리다는 이로써 문턱과 경계의 사상가로 새롭게 읽히게 되었다.
“데리다의 이미지에서 문화적 엘리트주의와 보수주의에 연루된 미국 신비평의 전통이 떨어져 나가고, 데리다의 문화적·정치적 급진성이 조명을 받는다. 데리다의 급진성은 정신분석학의 유행(주체 형성 과정에 대한 라캉의 프로이트 재해석)과 맞물리며 문화적 정체성 비판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서양의 정체성 형성에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동양이라는 타자의 희생)을 비롯한 각종 포스트콜로니얼리즘(포스트식민주의) 논의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사고 창고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제는 데리다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떠한 최신 담론에도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목 차
옮긴이의 글_매번 새롭게 반복되는 데리다라는 ‘유령’
약어
1장_왜 데리다인가?
알제리 출신의, 유대인, 프랑스 철학자
긴급 대 감속
결정불가능자
건재하다
질문에 답함:왜 데리다인가?
2장_중심 생각들
중심 생각 깨부수기
상자 속의 자크
탈중심화
‘중심 생각들’을 생각하지 않는 법
이것은 누구의 생각이었나?
3장_해체라는 지진
다시 왜 데리다인가
서술과 변형
해체론을 정의한다는 것
지진의 의사소통
재미있는 놀잇감
4장_멋대로 해라
기상천외한 혁명을 향한 욕망
재창조의 유희
신계몽주의
해체론에 대한 신앙
온다
셰익스피어와 불가능의 경험
브론테와 불가능의 경험
겁먹음
정치와 문학
5장_대리보충
저 위험천만한 대리보충이…
점 세 개
대리보충이란 무엇인가?
말과 글
자위행위
유령적 결론
6장_텍스트
컨텍스트, 모든 논의의 출발점
텍스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
초과
컨텍스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
반복가능성
순식간에 요약하기
7장_디페랑스 혹은 차연
언어와 의미의 조건, 디페랑스
국제 탁구 심판되기
신학과 연관된 모든 것을 차단하기
쇼핑 목록 적기
의식의 새로운 문제적 성격
엘리자베스 보웬의 쇼핑 목록
‘한정된’ 구매 목록과 ‘무한정의’ 구매 목록
8장_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
‘해체는 문학에 어울린다’
문학과 역사
반영성
마중
아포리아
법 앞에서
프로이트적 일탈
독서 훈련
문학과 법
9장_괴물들
안내장
쓰는 법
미래 속으로
도래
용납할 수 없는, 견딜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것
정의正義
10장_비밀의 삶
단독성 개념
유독 나에게만 이런 일이 발생한다
비밀의 통로
11장_시적 휴지
「쿠블라 칸」
독서불가능성
약물
시적인 것
선물
12장_데리다 이후
데리다가 일으킨 균열
균열 1. 참고문헌
균열2. 불가능한 필수
균열3. 무소속
균열4. 유머 감각
균열5. 유령화
균열6. 현전
균열7. 죽음
균열8. 애도
균열9. 전쟁의 글쓰기
데리다의 모든 것
자크 데리다의 저작
데리다 인터뷰와 기타 논의
데리다 에세이 및 단문 톱 10
데리다 선집
연대순으로 추려 뽑은 데리다 저작
자크 데리다 관련 도서
참고문헌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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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의 서적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편에 속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다른 학자의 해설서를 올립니다.
데리다가 어떻게 서구가 가진 보편적 중심 생각들을 해체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생각들이 자기의 길을 갈 수 있게 만드는 토대를 제공합니다. 데리다의 해체 이후 주류에 가려진 비주류들의 사상에 큰 영향을 주는데, [학생운동], [인권운동], [여성운동], [탈식민주의 운동], [탈권위주의 운동] 등의 사회운동에 영향을 주고, 전위예술, 포스트 모더니즘 등을 통해 문학, 미술, 음악 등의 각종 예술사조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해당 책은 해체의 시작인 데리다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책입니다. 그래도 난이도는 있습니다;;
제목은 데리다의 유명 저서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패러디한 것 같군요.
오늘은 철학서를 소개해주셨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자크와는 다르다! 자크와는!
오늘은 철학서를 소개해주셨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우리가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자크와는 다르다! 자크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