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손톱을 엄청나게 길게 기른(적어도 10센티미터 이상) 여인은 아름
답다
(매니큐어 색깔은 별 의미가 없다 손톱의 길이가 긴 것이 중요하다)
비수처럼 긴 손톱은 ‘예쁜 손톱’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손톱’ ‘으스
스한 공포감을 주는 손톱’이 된다
나태하고 권태로운 손톱도 된다
손톱이 아주 길면 손놀리기가 불편해진다 그래서
밥 먹을 때, 단추를 잠글 때, 글씨를 쓸 때, 화장을 할 때
그녀의 손동작은 지극히 우아해진다 귀족적으로 된다
긴 손톱의 여인이 15센티미터도 넘는 뾰족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모습은 너무나 고혹적이다
모든 것이 위태롭게 보이고, 불안해 보이고, 가냘퍼도 보인다
무시무시한 가냘픔, ‘일부러 불편하게 하기’의 상징인 손톱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복합이다
딱딱한, 그래서 감각도 생명도 없는 손톱이 마치 생명체처럼 자라
난다는 것이 신기해서 나는 좋다
손톱을 길게 기른 여인은 대개 본능적이다 백치미와 관능미가 있
다 오히려 착하다
그 여인의 손톱에 긁히우고 싶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마광수, 책읽는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