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여름ㆍ저녁 한때의 카페 풍경
한여름의 작은 카페
낡은 에어컨 소리 윙윙 울리고
전축은 계속 지루하게 돌아간다
갑자기 전깃불이 나갔다
전축도 꺼지고 에어컨도 꺼졌다
삽시간에 사방은 암흑으로 바뀐다
촛불을 켠다
촛불을 켜니 갑자기 주변이 달라 보인다
어린 시절의 시골 밤
호롱불 켜던 추억도 되살아나고
이곳이 마치 어느 외딴 곳
별빛 반짝이는 바닷가같이도 생각된다
갑자기 나는 노래 부르고 싶어졌다
나는 소리 높여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을 불렀다
더 다정스럽고 더 포근한 분위기
촛불을 가운데 두고 그녀와 나는
섬마을의 소년 소녀가 되어
애틋하고 순진하고 멜랑콜리한 사랑을 속삭인다
잠시 후 전기가 들어온다
모든 것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레코드도 다시 돌기 시작하면서 조용필이 악써서 부르는
“그대는 왜 그대는 왜 촛불을 키셨나요”가 나온다
에어컨의 신경질적인 바람소리도 다시 들려온다
촛불도 꺼지고 별빛도 사라지고
우리는 섬마을 아이에서 다시금
서울 아이로 되었다
애틋한 사랑도 식었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마광수, 책읽는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