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음악
―Aygün Bɘylɘr
자전거를 타고 장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황혼을 보았
습니다
길 한 모퉁이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오래도록 멀리 있는
동무 생각을 했습니다
옆에 동무가 있었다면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그렇게 노
을처럼 붉어갔을 겝니다
오늘은 자전거에 정선 곤드레 막걸리와 메밀꽃주 몇 통
을 싣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노을이 지면 또 어두운 산골짜기 외딴 민가에선 호롱불
돋아나고 저녁밥 짓는 연기 피어오를 겝니다
오늘은 쓸쓸함을 대신해 소박하고 찬란한 별들이 돋아
날 겝니다
저 별들이 보내오는 빛 속에서 동무가 보내온 편지를
읽습니다
쓸쓸함이란 혼자 있는 고독이 아니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저 찬란한 빛의 서신을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줄 동무가
단지 멀리 있다는 것
밝고 환하게 출렁이는 빛의 음악을 창가에 놓아두누 라일
락 가지들이 연주하고 있는 밤입니다
누군가의 고독을 완성하기 위해 이렇게 밤은 왔습니다
누군가는 창밖을 바라보며 별의 항구 쪽으로 걸어가고
누군가는 창문을 닫고 하염없이 내면으로 걸어가고
누군가는 한 잔의 술을 마시며 고독을 완성해가는
밤보다 깊은 밤입니다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박정대, 달아실시선 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