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군수 좋은 날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그리폰 안에서 사장의 열혈 노예 노릇을 하는 김 소린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군수 좋은 날이었다.
선 자리에 (그래도 결혼은 못 하지만) 간답시는 앞집 헬리안님을 전차 길까지 모셔다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쉬고 있는 군수제대가 있을까 하고 행정반에서 어정어정하며 전화 거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말투로 통화를 하고 있다가 마침내 실향민인 듯한 양복쟁이를 난민 복지관까지 호위해주기로 되었다.
첫째 번에 인력이 550이요, 둘째 번에 탄약 650에 대성공 붙어 50%추가와 제조권은 덤이요.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수복권 한 장 구경도 못한 김 소린은 권총식 한 번 돌리러 공방에 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권총식 한 번의 자원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보스전에 단죄의 마탄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물건을 못 팔아 앓는 카리나에게 도감 업적 보상으로 일일 한정 반값 제조권이라고 사줄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카리나가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주간 공유 보상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본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의사에게 보인 적이 없으니 무슨 병인지는 알 수 없으되 반듯이 누워가지고, 일어나기는 새로 모로도 못 눕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4주차 출석보상으로 120 보석을 받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 소린이 오래간만에 보석을 얻어서 장비창고 확장을 해주었더니 김 소린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년이 며칠간 일일 보상으로 알약만 놓고서 도망쳤다.
마음은 급하고 8-1n은 열리지 않아 교정 되지도 않은 5성 옵티컬을 없는 자원 써가며 6강까지 한 것을 그 오라질 년이 달라는 강화할 자원과 육성할 코어는 안 주고, 손으로 움켜서 두 손에 박스가 찌그러지도록 다른 지휘관이 빼앗을 듯이 알약을 한 가득 가져오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고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김 소린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년, 조랑복은 할 수가 없어, 못 사줘도 병, 사줘도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하고 김 소린는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김 소린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1편 끝.
카리나가 지휘관이랑 결혼에 골인 하다니!
카리나 뺨 더때리고싶다
ㅋㅋㅋ
슬슬 이쯤되면 모든 장르의 패러디에 나오는 방망이 깎는 노인도 나올법 한데 말이죠..
ㅋㅋㅋㅋㅋ어우야 이럴수가 좋네요. 소설 읽는게 대체 얼마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