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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거의 6개월 만이지만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올려봅니다....
로마의 하층민들이 모여 사는 수부라 지구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 수포로 돌아간 다음엔 이곳에는 희망이 사라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바로 펑거시우스의 농장에 대한 수부라 지구의 우선 채용이었다.
그가 버섯이 감춘 비밀들을 파해치고 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로마 시민이라면 누구나 암암리에 알고 있는 '명목상의 비밀' 이었다.
물론 그 성장 조건이나 핵심 기술등은 누구도 따라 하지 못 하는 상황이었지만.
가령 버섯에 뿌리는 특수 비료의 제작법이나 버섯의 생장 조건 등
잡설은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수부라 지구의 사람들 모두는 펑거시우스의 농장에 소속되기를 꿈꿨다.
노예가 아니지만 끼니를 챙겨 주고 임금은 어지간한 일들보다 높았으며 일의 난이도는
단순 반복작업만해서 매우 지루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어려운 일들도 아니었다.
또한 밀과 콩, 보리 농사쪽 인원으로 차출된다고 하여도 그리 큰 손해는 아니었다.
보리 꿀로 만든 사탕이라는 것을 받을 수도 있었고 이를 팔아 돈을 벌거나 영양을 채울 수도 있었다.
감미품은 로마시민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사람이라도 매우 바라는 것이니.
"그러니까 제발 내가 뽑혔으면 좋겠는데"
"이봐 누군들 안 그러겠어? 난 솔직히 무료 급식소 배급원 자리라도 얻었으면 하는데
최소한 굶기지는 않을 것 아냐"
"하긴 그 부자 펑거시우스니까 이 수부라 지구 사람들에게 매일 무료 급식소를 운영할 수 있는 거겠지."
"물론 수부라 지구 모두가 먹을 양은 되지 않는다지만 솔직히 여기 사람들 중에서
버섯 콩죽 한 끼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잖아"
콩치즈...아니 두부를 넣은 버섯 된장찌개를 먹지 않은 수부라 사람은 없었고
때때로 기념일이나 펑거시우스의 가족들의 생일에 나오는 보리 엿을 아껴먹는 경험은 누구나 한 일이었다.
때때로 수부라지구 바깥의 사람이 궁금함에 한번 먹으러 왔다가 얻어맞고 도망치는 상황을 본 것도 모두가 공유하는 경험이었고
그나저나 펑거시우스 이 사람은 대체 얼마나 돈이 썩어나길래 이런 자선을 벌이는 걸까?
"이렇게 뿌리는 돈이 다 우리의 재산이 될 겁니다."
루시우스가 말했다.
"난 아직도 모르겠다 아들아, 돈을 아끼고 모으는 것만이
돈을 버는 것으로 아는 나로서는 네 생각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구나"
그러나 루시우스의 아버지는 옛날 기준으로도 옛날 사람이었고
밑바닥 경험으로 인해 저축 검약을 미덕으로 아는 사람이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아버지, 저희가 돈 빼고 뭐가 있습니까? 권력? 뒷배?
우리를 뒷밭쳐줄 지지자가 없다면 우리는 언제 먼지처럼 흩날려도 알아줄 이가 없을 것입니다."
루시우스는 빈민을 포함한 시민들의 지지를 믿고 있었다.
"그럼 이 낭비되는 돈을 모아서 어느 높으신 분들에게 바치면 안 되느냐?
그러면 클리엔테스(피보호자) 계약도 쉽게 맺을 수 있을 텐데"
그리고 루시우스의 아버지는 그 빈민의 지지를 받던 그라쿠스 형제가 개처럼 도살당하던 것을 직접 본 사람이었다.
"그건 쉬운 방법이지요, 우리가 망하기엔 말입니다. 처음에는 저희를 보호해 주다가 저희의 밑천마저 내놓으라며 나올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들이 부리는 종이 되겠지요. 지금 저희는 뒷배를 둘 때가 아니라 우리의 몸값과 영향력을 키울 때 입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설득한 루시우스는 수부라 지구 무료급식소에 갔다.
"혹시 저 사람 루시우스 펑거시우스 아냐?"
"저 사람이 여긴 왜왔지?"
무료급식소에 급조된 연단 위에 오른 루시우스 펑거시우스 타이푸니우스
"반갑습니다 수부라 지구의 로마시민 여러분. 저는 루시우스 펑거시우스 타이푸니우스라고 알려진 사람입니다."
""루시우스 펑거시우스 만세!""
오랜 시간 동안 환호가 이어졌다. 그것은 순수한 의도도 있었지만 좋은 인상을 남겨서 먹을 것을 더 받거나
좋은 조건으로 고용될 수 있을까? 라는 속물적인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제가 드릴 말은 앞으로 제가 가진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가요?"
"그것은 바로 이 로마의 앞날에 희망이 드리웠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 나라 로마에는 희망이라는 단어는 귀족과 부호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루시우스는 바로 그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이 나라,
이 시대 로마에 다시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니 어쩌면 전생에서부터
"하지만 그것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저라는 존재는
우리 같은 밑바닥의 하류층 인생일지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 것입니다."
아니다 그는 신의 축복을 받았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닐 테니까.
"모두 희망을 가지십시오! 앞날에 대한 희망과 계획 없인 발전이나 개선이란 없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단 한 명의 영웅이 아닙니다! 영웅 그들은 이끄는 사람일 뿐
바꾸는 사람은 언제나 여러분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자신이 좋아하는 말이었다. 초인 독재가 불러온 미래의 참상들,
자신이 위버멘쉬라 여기던 이들이 불러온 지옥도를 그는 보고 듣고 겪어 봤다.
자신만이 민족의 구원자라는 콧수염 짝불알 보헤미안 상병과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는 반신반인부터 멋들어지게 혁명이라 부르자는 군인까지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 나라 로마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이 굶주리지 않고
자급자족이 가능한만큼의 벌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굶주림과 가난을 비관하며 테베레강에 투신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기원전 436년 로마에 기근이 일어났을때에 많은 평민은 희망을 잃고 테베르 강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 나라 로마의 시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외치면서 자기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나라!"
로마 원로원이 그라쿠스 형제들을 참살한 이래로 로마의 시민과 빈민들의 외침은 원로원과 귀족들에게 닿지 않았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 나라 로마의 안전을 지키는 병사들이 돌아왔을 때에 자신을 반겨줄 행복한 가정이 있는 나라!"
포에니 전쟁의 원정을 다녀온 장정들을 반기는 것은 장정이 사라져 가족 대대로 물려내려온 밭을 지주들에게 팔고
나아가 자신을 노예로 팔아버린 가족들이었다.
"부디 제 발걸음에 힘을 보태 주십시오, 부디 이 나라 로마에 희망이라는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저는 앞으로 민회에 진출하고, 더 나아가 훗날 호민관 선거에 나가고자 합니다! 수부라 지구의 시민여러분, 부디 저를 지지해주십시오!"
""우와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이런 루시우스의 언젠가 호민관이 되겠다는 당당한 포부는 그리 원로원의 견제를 받지 않았다.
당연했다. 호민관이 된다면 귀족이 될 수 있으니까.
당연히 밑바닥 출신 졸부가 귀족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라 받아들여졌다.
그 어떤 지지기반이 없기에 어떤 무리수라도 던져서 자기 몸값을 키우려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당돌한 녀석이란 말이지."
"뭐 우리로서야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2번에 걸친 노예 생활에 군복무까지 마친 놈이니 윗사람에 대한 존중을 잘 배운 놈이고
아랫것들의 불만을 잘 달래주면서 우리들에게 이것저것 챙겨줄 녀석이 들어올테니 말입니다."
그렇게 막대한 부를 손에 넣었음에도 루시우스는 이들에게 단순히 재미있는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다.
언젠가 자신들중 하나가 되기 전까지는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핫핫하! 그건 그렇지, 그나저나 그놈의 곰보버섯이 자라는 산이랑
알수 없는 양송이 버섯이 자라는 곳이랑 심지어 최근에는 송로버섯까지 구해오지 않는가?"
"최근에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루시우스가 신의 축복을 받아서 버섯을 기르는 방법을 배웠다고 하더군요."
"미친소리! 버섯이 재배가 가능하다면 신화시대에 진즉에 기르는 사람이 나타났을 거요"
껄껄껄, 원로원 귀족들이 웃었다.
"아들아! 미친것이냐? 올리브 기름을 왜이리 긁어모은 것이냐?"
이 시대로서는 평범한 반응 아니 당연한 반응이리라
"그냥 올리브 기름이 아닙니다. 잿물을 붓고 끓인 올리브 기름이지요"
"그래서 그게 뭐 어쨋다는 것이냐?"
"갈리아 바르바로이 주술사들의 비법입니다.
본디 머리칼을 세우는 데에 쓰는 물건입니다만....어느 군단원이 써보고 나중에 씻어내니
머릿기름때가 지워졌다고 하더군요 동물성 기름으로 만드는 것이라지만....
올리브 유로 만드는 것 또한 나쁜 일은 아닐겁니다.
갈리아 족이 포마드용도로 동물 기름 비누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었다고 하니 대충 이야기를 지어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고작 그따위 요설에 이렇게 많은 올리브 기름을 긁어 모았다는 것이냐? 허, 그래서...뭐 성과는 있었느냐?"
"예 연금술사들을 동원해서 최적의 생산 조건을 구성하고 세탁효능을 검증해보았습니다.
거기다가 잿물 부은 기름을 사용해보니 삭힌 오줌과 표백토를 쓴 것보다 빨래가 잘 되더군요"
"그렇단 말이냐? 냄새나는 오줌대신 쓸 수 있다고, 그게 가능하다니....
그게 좀 더 일찍 발견되었다면 너희 증조모께서 세탁소에서 일하실 적에
상처가 썩은 오줌이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덧나 돌아가시지 않으셨을 수도 있었겠구나..."
루시우스의 아버지는 한탄을 담아 말했다. 루시우스는 그런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술을 가져왔고
둘은 말없이 보리시럽과 물을 탄 와인을 마시면서 튀긴 닭고기를 씹었다.
루시우스의 놀라운 비법의 물비누는 불티나게 팔렸다.
생산이 수요를 못따라가는 상황이었으나
그렇다면 쉴세 없이 생산하면 되는 것 아닌가?
강가의 토지를 대량으로 구매한 다음 수차를 개량하여 제분소와 비누공장을 지었고
수부라 지구의 빈민들을 대거 고용하였다.
자신의 기업체에 수부라 지구의 싼 인력들을 대거 동원하는데에 큰 도움을 준 의원을 접대하며
그렇게 일상에 대해서까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다가 목욕탕에서 다음에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무렵
의원이 한가지 요구를 했다.
"그나저나 자네 그 뭐냐 비누라는 것좀 몇 암포라 가져올 수 있겠는가?"
"아 올리브 비누 말이군요? 얼마든지요"
"고맙네, 이게 없으면 요새 목욕탕에 가도 즐겁지가 않더군, 씻을 때에도, 창녀를 안을 때에도 말일세"
"세상이란 원래 자기 멋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라지만 지린내 나는 오줌은 이제 질릴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그나저나 몸의 영양과 피를 빨아먹는 기생벌래를 죽이지 않겠습니까?"
"그거 좋지! 한대 말아주게"
리키니우스는 자신의 비법인 쑥 정향 청호두 액을 버무린 환약을 먹였다.
대체의학 신봉자인 전생의 어머니 때문에 익힌 것이었다.
"크으 맛없군"
"여기 보리사탕이 있습니다. 하나 까 드십시오"
"아! 달구만 그나저나 왜 이런 벌레들이 자꾸 나오는 지 모르겠네"
"제가 조사해본 바 가룸을 담글때 사용하는 생선들에게 기생하던것이 낳은 알이 살아남아 우리 몸속에 들어오는 것이더군요"
미래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렇다.
"웩, 그거 끔찍하구만"
"뭐 저희 가문의 가룸은 좀 낫긴 하지만 다들 맛이 익숙치 않다더군요."
이탈리아의 앤초비와 멸치액젓을 섞어만든 듯한 것이었다.
"가룸은 중대사항이니 말이지, 콩 가룸도 좋지만 역시 전통적인 가룸이 우리에게는 더 소중한 법이지."
"그건 맞는 말입니다. 물론 저는 건강을 생각해서 저희 가문 비전의 가룸을 즐깁니다만."
"그건 맛이 너무 약해"
기원전 436년에 로마에 기근이 일어났을때에 많은 평민은 희망을 잃고
(그들의 생명을 연장함으로써 고통을 당하기보다는 오히려 머리를 싸매고 몸을) (티베르)[테베레] 강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이 구절은 "로마의 혁명가와 그라쿠스 형제"라는 대체역사 소설에서 따왔습니다.
물론 완전히 따라하진 않았습니다. ()가 생략한 부분이고 []가 추가한 부분입니다.
로마의 혁명가와 그라쿠스 형제에서는 기원전440-439년이라고 하지만 기근이 있던 것은 맞으나
https://erenow.org/ancient/ancient-greece-and-rome-an-encyclopedia-for-students-4-volume-set/171.php
여기서는 436년이라고 하는 군요 그것 또한 수정했습니다.
괜한 참견일지 모르겠지만, 조심스럽게 한 마디 남겨보자면 전개가 너무 빠릅니다. 하나하나가 최소 한 화, 많으면 4~5화짜리 에피소드가 될 수 있는 사건이 역사서처럼 간략하게 축약된 다음 소모되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 하나하나를 조명할 물리적인 분량이 부족해서 글에서 '인물'이 잘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