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 경기 봤을 땐 밴픽 구렸다, 4경기는 페이커가 던졌다, 3경기는 에포트가 던졌다, g2 운영이 신박하다 이렇게만 생각됐는데
오늘 일어나서 다시 한번 보고 나니까 감상이 좀 달라짐
1. 문제로 지적받던 밴픽은 오히려 t1이 더 좋았다...
1경기는 밴픽에 확실히 문제가 있었음. 하지만 이렇게 밴픽을 하고도 이긴다면 향후 세트에 엄청난 밴픽 이득을 가져올 수 있었기에 해볼만한 도전이었고
1경기 털린 후로는 바로 피드백 되어서 2,3,4경기 모두 t1이 밴픽 우위를 점해서 초중반 주도권을 가져왔고
중간에 몇번 실수가 있긴 했지만 결국 초반 설계한대로 바론까지 먹는데 성공함.
코치진 무능하다고 욕 먹는데 오히려 코치진은 부족한 인원수에 반해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다고 생각.
2. 페이커보단 봇듀오가 더 문제였다.
페이커가 돋보이게 까였는데
오히려 봇듀오, 특히 서포터 차이가 너무 컸음.
페이커는 초중반 모두 자신이 수행해야 할 플레이를 나름 잘 해줬고 그래서 팀적으로 이득을 얻는, 특히 바론 먹을 수 있는 발판은 모두 페이커가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했음.
또 짤리거나 딜을 못 넣는 상황도 다 납득이 되는 근거가 있었음.
물론 페이커 쉴드치는 건 아니고 페이커도 경기 흐름 끊는 잔실수가 꽤 있었고 한타 때는 캡스보다 못한 것 맞음.
근데 봇듀오는 집중력 부족으로 인한 실수 플레이가 경기 내내 너무 많이 나왔음.
특히 3,4 경기 유리했던 상황에서 역전의 발판이 되는 한타가 모두 서포터 때문에 이뤄졌는데
3경기 바론 먹고 굴리면 승기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던 시점에 에포트가 엉뚱한 장소에서 와드 지우다 짤리고
4경기도 중간이랑 아래쪽 억제기 타워 다 깨고 골드 우위를 굴릴 수 있던 시점에 마타가 탱커인 오른한테 닻줄 박고 이상한 한타가 일어나서 결국 망함.
특히나 이 두 번의 한타는 다 바론 먹고 승기를 굳히려던 시점에서 벌어진 실수라 더 뼈아픔
거꾸로 말하면 g2가 기회를 잘 포착하고 잡아먹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실수는 기존 t1의 경기에선 거의 나오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이었음.
아마 긴장해서 제대로 된 판단이 안 된 거 같음.
테디도 시발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용히 묻혔지만 카이사로 이상한 진입궁 써서 짤리고 망한 한타 더 크게 말아먹는데 일조했음.
패배의 숨은 공신이라고 생각.
탑은 칸이 밴픽 밀어준 만큼 충분히 활약했고 클리드도 4경기 빼고는 계속 얀코스 상대로 비등하거나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고 봄.
3. g2 운영이 더 우월했다...?
1경기 23스플릿 같은 거나 불리하더라도 어떻게든 이득을 보려는 기발한 플레이는 리스펙할만하다고 생각.
근데 3,4경기는 g2가 유연하게 잘하고 분명 강팀이지만 g2가 잘해서라기보다는 t1이 더 잘하고 유리한 고점을 점했다가 제풀에 고꾸라졌다는 느낌이 더 강함.
바론을 주고 이득을 취했네 대지를 주고 탑을 땄네 이러면서 운영을 칭찬했지만 그 운영도
결국 다 t1이 강요했거나 상황을 만든 후에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점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함.
오히려 승기를 잡고 실수만 줄이면 이기는 상황에서, 그리고 이 부분에선 역대 가장 탄탄한 모습을 보여줬던 t1이
반대로 실수를 연발하며 큰 한타 패배가 연달아 나왔고
그래서 t1 선수들도 패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 간에 호흡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거 같음.
선수들 간에 호흡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결국 한타니까.
결과적으로 약세라고 봤던 운영 부분에선 오히려 t1이 g2보다 상대적 우위였고
반대로 장점이었던 한타와 실수가 적다는 점에선 오히려 g2보다 못했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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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까 더 아쉬움.
담원처럼 처음부터 운영에 발리거나 바론 한타에서 대패하는 식이 아니라
좋은 설계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승기를 굳히는 시점에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한타 대패하고 역전당해서 더.
물론 다시 한번 말하지만 g2도 잘했기 때문에 이런 실수도 잘 포착할 수 있었던 거겠지.
lck 다른 팀이었다면 국룰대로 그냥 줄건 줘 하고 시간 질질 끌다가 타워 내주고 무난하게 발렸을 것.
결론은 둘 다 잘했고 우실줄의 표본 같던 lck의 대표주자 t1이 오히려 우실줄을 못 지켜서 졌다.
그냥 서로 막상막하였고 많이 던지기도 했지만 많이 잡아먹기도 해서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고 봐요. 단지... g2 서포트가 말도 안되는 슈퍼 플레이를 계속 했었고, 우리는 원래 폼이 잘 안나와서 결정적인 실수를 했을 뿐. 고작 종이 한 두장의 차이지만 결정적이었을만큼 팽팽한 경기였다고 보는...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하고요. ㅠ
걍 g2가 skt보다 운영도 전투도 더 잘해서 이긴거구먼 뭔 소리여
이커가 말리기 시작하면 생기는 문제가 이젠 고질병처럼 다가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