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의 자퇴율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생각나서.
농번기엔 책가방을 치워두고 낫과 호미를 쥔 채 논으로 밭으로 향하는 아이들
'계집애가 먹물은 먹어서 뭘해' 하루종일 공업용 미싱앞에 앉아 손에 쥔 푼돈으로 동생들 먹여살리던 공순이 누나, 언니들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예외적인 행운'으로 여겼을 종류의 사람들은 마치 공룡처럼, 오래전에 멸종된 생물의 화석 정도로 취급되는 세상이니까(나도 영화에서나 봤지 저런건)
아이들이 공교육이 제공하는 수준의 경험과 지식을 갈망하지 않게 된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고 그럼에도 꾸역꾸역 공교육 12년을 채웠던건 그저 관성의 영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만 해도 누가 굳이 공교육을 마쳐야할 가치가 있냐고 묻는다면 떠오르는건 반은 강압에 의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야했던 이들과의 이런 저런 추억거리들, 하나같이 본래 교육기관의 존재 목적과는 무관한 부수적인 체험들 뿐이니까
여튼, 저렇게 세상이 점점 낯설어진다
이게 늙는건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