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물은 고라니(Hydropotes inermis).
비호감스러운 울음소리를 가진 농민과 군인의 주적이 되시겠다.
제주도를 제외하면 한국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어
어찌보면 한반도를 대표하는 야생동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오늘은 고라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고라니는 이 넓은 지구상에서 오로지 중국 동부와
한국에만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사슴과(Cervidae)의 동물이다.
중국에 서식하는 아종을 중국고라니(Hydropotes inermis inermis),
한국에 서식하는 아종을 한국고라니(Hydropotes inermis argyropus)라 한다.
두 아종 사이에 큰 유전적 차이는 없다.
이 중 중국고라니는 수가 매우 줄어들어 멸종위기이다.
가장 큰 원인은 당연히 환경오염이다.
고라니의 영어이름인 ‘Water deer’가 의미하듯이,
고라니는 물가, 특히 큰 풀이 우거져 있는 강이나 하천 주변에 주로 서식한다.
그러나 중국 고라니가 주로 서식하는 양쯔강 유역의 수질오염은 심각하여
중국 고라니의 생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자연적인 서식지는 중국 동부와 한국이지만,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 고라니가 외래종으로서 서식하기도 한다.
유럽에 퍼진 고라니는 제국주의가 한창 판을 치던 시절에
유럽 귀족들이 외국의 동물을 가져와 자랑하며 과시욕을 채우기 위해
영지에 풀어 키우거나 동물원에 전시하던 개체들이 탈출하여 번식한 것이다.
하지만 키가 큰 풀이 우거진 물가를 선호하는 습성 탓인지
한반도처럼 널리 전역으로 퍼지지는 못했다.
영국에서는 남동부에 한정적으로 서식하고 있고,
프랑스에는 한때 고라니가 서식했지만 2000년 이후로는
발견된 적이 없어 절멸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에서는 고라니가 농가에 피해를 입혀 문제가 되지만
영국에서는 고라니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가 크게 조명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영국 내에서 고라니의 서식지가 한정적이라 영향이 작고,
고라니 외에도 영국 내에 외래종 사슴으로
꽃사슴(Sika deer, 왼쪽)과 문착(Muntjac, 오른쪽)이 들어와있는데
꽃사슴이 미치는 경제적, 생태적 피해가 압도적이라
고라니에 의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다.
고라니의 큰 특징은 수컷의 커다란 송곳니이다.
이 이빨 때문에 ‘Vampire deer’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뿔이 없다는 것 또한 매우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사슴과(Cervidae)에 속하는 종 중에서 뿔이 없는 건 고라니가 유일하다.
고라니의 머리뼈 사진이다. 이빨이 잘 보이고 있다.
사진을 보면 앞니와 어금니와는 다르게
송곳니가 박혀있는 이틀(Alveolus)의 크기가 이빨 자체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송곳니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박혀있어 움직임이 가능하다.
평소에는 풀을 뜯는 데에 방해가 안 되게 송곳니를 뒤로 접고 있다가
적 혹은 다른 수컷과 싸울 때에는 앞으로 당겨 내민다.
송곳니의 유동성은 송곳니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싸움에 의해 송곳니가 충격을 받으면
송곳니를 둘러싼 연조직과 송곳니의 움직임이 쿠션 역할을 하여 충격량을 줄여준다.
물론 그래도 종종 송곳니가 부러지는 개체들이 존재한다.
고라니는 상대방을 물어서 상처를 입히지는 못한다.
송곳니가 길기 때문에 무는 데에 방해가 되고,
설령 문다고 해도 반추동물(Ruminants)은 위턱 앞니가 없기 때문에
무는 것으로 데미지를 주기가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송곳니가 안 위험하다는 건 아니다.
고라니는 머리를 곡괭이처럼 내리찍으며 송곳니로 상처를 입힌다.
송곳니가 워낙 날카롭기 때문에 크게 다칠 수 있다.
고라니의 송곳니는 항상 날카롭게 유지된다.
그 이유는 반추동물(Ruminants)의 특성에 있다.
반추동물은 풀을 잘게 씹어 삼키고,
소화 중이던 풀을 게워내서 다시 잘게 씹어 삼킨다.
그 때문에 거의 하루 종일 턱을 움직이고 있다.
고라니 역시 마찬가지인데 풀을 씹을 때 턱을
양 옆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턱에 난 털과 송곳니가 계속 마찰되게 된다.
털이 숫돌 역할을 하여 송곳니에 날을 세우는 것이다.
발달된 송곳니를 가진 사슴은 고라니 외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고라니와 다르게 뿔을 가지고 있다.
솔기머리사슴(Tufted deer, 위쪽)은 머리 위의 털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작은 뿔을 갖고 있고,
문착(Muntjac, 아래쪽)은 밑둥이 피부로 덮인 특이한 뿔을 갖고 있다.
고라니처럼 뿔이 없고 송곳니가 발달되어있으면서
사슴 비스무리하게 생긴 동물들이 있다.
왼쪽은 쥐사슴(Mouse deer), 오른쪽은 사향노루(Musk deer)다.
하지만 이 동물들은 사슴이 아니다.
쥐사슴은 쥐사슴과(Tragulidae)에 속해있고,
반추동물(Ruminants) 중 가장 원시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동물이다.
사향노루는 사향노루과(Moschidae)에 속해있고, 분자유전학적 분석에서
소과(Bovidae)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즉, 분류학적으로 과(Family) 수준에서 사슴과(Cervidae)에 속한 고라니와 다른 동물들이다.
사슴과(Cervidae) 내에서 유일하게 뿔이 없다는 형태적 특징 때문에
과거, 형태학적 특징만으로 분류를 하던 시절에는
고라니가 사슴 중 가장 원시적인 종이라고 여겨졌다.
마침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반추동물인 쥐사슴도 뿔이 없기도 해서,
초기의 사슴도 뿔이 없었고, 그 특징을 유지한 채 고라니가 먼저 갈라져나왔고,
다른 사슴들은 뿔을 발달시키며 진화했다고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DNA가 발견되고 분자유전학적 분석 기술이 발전하여 분류학에 도입이 되었고,
새롭게 발견된 분자유전학적 사실들은
기존의 학설을 뒤집어 놓았다.
위 그림은 최근의 분자유전학적 분석을 토대로 한 사슴과(Cervidae)의 계통분류이다.
사슴족(Tribe Cervini) 내에서의 분류가 논문마다
분석 결과가 조금씩 다르는 등 아직 애매모호한 부분들도 있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대부분의 논문에서 일관적인 결과를 보인다.
또한 분자유전학적 분석에 의한 사슴아과(Cervinae)와
노루아과(Capreolinae)의 분류는 앞발허리뼈(Metacarpal bone)의
형태에 의한 분류와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 신빙성을 더해준다.
사슴의 앞발허리뼈는 3번째와 4번째 앞발허리뼈는 융합하여
크게 발달되어 있지만, 2번째와 5번째 앞발허리뼈는 퇴화되어 작게 남아있다.
퇴화된 2번째와 5번째 앞발허리뼈의 형태에 따라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먼쪽(Distal), 즉, 발가락뼈(Phalanges)에 가까운 쪽이 남아있는 그룹을 Telemetacarpalia,
몸쪽(Proximal), 즉 앞발목뼈(Carpal bone)에 가까운 쪽이 남아있는 그룹을 Plesiometacarpalia
라고 한다. Telemetacarpalia는 노루아과(Capreolinae)와 일치하고,
Plesiometacarpalia는 사슴아과(Cervinae)와 일치한다.
이것은 고라니의 골격이다. 빨간 원 안에 보이는 것이
5번째 앞발허리뼈(Metacarpal bone)이다.
Telemetacarpalia, 즉 노루아과(Capreolinae)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고라니에 초점을 맞추어 보기 간단하게 정리한 계통분류도이다.
사슴과(Cervidae)로부터 고라니가 가장 먼저 갈라져나왔다고 보는 기존의 학설과 달리
사슴과가 두 아과(Subfamily)로 갈라지고,
노루아과(Capreolinae)에서 노루족(Tribe Capreolini)이
갈라져나온 후에야 비로소 고라니가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라니는 원시적인 사슴이 아닌 것이다.
이 계통분류도를 바탕으로 하여 고라니의 뿔의 진화에 대해 살펴보자.
기존의 학설대로 고라니가 뿔이 없는 조상의 특징을 지금까지 유지시켜왔다고 가정하여보자.
이 가정 하에서 고라니 외의 다른 사슴들이 모두 뿔을 가지려면
A 시점에서 사슴아과(Cervinae)의 공통조상,
B 시점에서 말코손바닥사슴족(Alceini)과 흰꼬리사슴족(Odocoileini)의 공통조상,
C 시점에서 노루속(Capreolus)의 공통조상,
이 셋에게 뿔이 발달하는 중요한 진화적 이벤트가 우연히도 독립적으로 모두 발생해야 한다.
이런 일이 절대로 없으리란 법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확률이 너무 낮다.
다른 가설을 보자.
A 시점에서 사슴과(Cervidae)의 공통조상에서 뿔이 발달하는 진화적 이벤트가 일어났고,
그렇게 사슴들이 뿔을 발달시키며 진화하던 도중
B 시점에서 고라니속(Hydropotes)의 공통조상에서 뿔이 퇴화하는 이벤트가 일어났다.
앞의 가설보다 간단하고 확률적으로 더욱 있음직하다.
물론 아직 화석 등으로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는 않은 상태이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고라니는 발달시킨 뿔을 도로 퇴화시킨 특이한 진화양상을 가진 동물이다.
고라니는 과학적으로 연구가치가 높은 종이다.
현재 거의 한반도 고유생물자원이나 다름없고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사슴으로서 연구가치가 있는 고라니.
이런저런 문제는 있어도 다들 고라니를 아껴주자.
뭐야 왜이리 유익해요?
그리고 비명소리 비슷한 울음소리를 낸다.
뭔글인진 중간까지만 읽다 말앗ㅅ는데 별로 안아끼고싶어요
아끼기 싫어요 이번에 우리 외가쪽 농작물 조져서 울상인데 이새1끼들이 싹 다 쳐먹어서 망했다구요 지금도 덫이랑 전문 포수 분들 모셔서 조지고 있는데도 또 나와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