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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2주간, 오르카의 전 병력들은 철충 생산시설을 타격해 파괴하기 위한 준비에 매달렸다. 십수 번에 이르는 전략회의, 수십 번에 이르는 시뮬레이션, 수백 번에 이르는 반복 훈련은 물론, 군수 제조 시설은 한계까지 가동하여 작전 수행에 필요한 물자들을 확보하고, 위성 촬영, 공중 정찰도 몇 번이고 반복하여 철충들이 생산되는 최종 타격목표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해낸다. 정찰을 막는 철충들의 위장과 각종 방해가 너무도 거셌던 탓에, 철충들의 이동 루트를 역산하는 방식으로 겨우 알아낼 수 있었다.
실패따위 용납되지 않는, 그야말로 오르카의 명운을 건 건곤일척의 대승부. 이번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한계를 모르고 불어나는 철충의 물결 앞에 힘없이 파멸할 수밖에 없을 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장성부터 사병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열과 성을 다해 작전 준비에 임했다.
시간은 흘러 작전결행일, 스틸라인과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앵거 오브 호드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스틸라인과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적들을 피해 은밀하게 이동, 앵거 오브 호드는 철충들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기동한다.
스틸라인과 발할라의 이동 경로상에 있는 철충은 호드와 캐노니어즈의 공격으로 요격하는 한편, 최종 타격목표를 둘러싸고 있는 철충들을 유인해 방어를 흩뜨린다.
각자 정해진 도달지점에 닿은 스틸라인 및 발할라의 인원들은 각자 눈속임용 진지를 구축하고 신호기를 설치, 완료하는 즉시 빠르게 이탈한다. 스틸라인은 방어선 쪽으로 합류하여 철충들의 공격을 막고, 발할라는 철충의 측후방 타격 및 사보타주를 통해 철충의 진격속도를 늦춘다.
이 시점부터 호드는 철충 유인에 전념, 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앞서 설치한 눈속임용 진지 및 신호기 쪽으로 철충들을 유도한다. 함정에 빠져 피해를 입은 철충들을 캐노니어즈의 포격지원과 함께 확실하게 무력화한 뒤 다시금 철충들을 함정으로 유도하는 것을 반복한다.
이렇게 철충들을 흩트러뜨려 둠브링어 부대원들이 최종 타격목표까지 80% 이상 확률로 도달할 수 있는 루트가 확보되면, 그 즉시 3개로 편제된 비행편대가 호위병력들과 함께 발진한다. 호위병력들은 둠브링어와 거리를 두고 비행하며 철충의 대공 화력이 둠브링어에게 닿지 않도록 총력을 다한다. 플레어, 채프, 공중발사형 기만체, 회피기동, 경우에 따라 육탄돌격까지, 그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3개의 편대가 최종 타격목표 근처에 다다르면 두번째 편대의 메이가 핵탄두를 탑재한 ALBM을 발사, 타격목표를 지키고 있는 철충들에게 괴멸적인 피해를 입힌다. 철충들이 태세를 정비하기 전 메이 외의 부대원들도 탑재한 무장을 순차적으로 투사하여 방어를 깎아내고, 마무리는 역시나 메이가 쏘는 두 발의 ALBM. 둠브링어는 타격 후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즉시 이탈한다. 호위 병력의 일부가 남아 뒤이어 도착할 AGS의 강하를 돕는다.
둠브링어가 이탈한 후 펙스의 AGS가 공중 강하를 위해 대규모로 발진한다. AGS들이 착륙하여 목표지점을 확보하는 과정은 현장에 남은 호위병력들이 보조한다.
“현장 연결됐습니다.”
AGS들이 성공적으로 강하한 후 현장의 영상을 사령부로 전송했다. 둠브링어의 폭격 탓에 폭심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있었다. 대부분의 철충들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고, 어쩌다 겨우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소수의 철충들 역시 AGS의 총격으로 작동을 정지했다. 사령부의 인원들은 여기까지 문제 없이 작전이 수행되었음에 안도하면서도 긴장을 놓지 않고 영상을 바라보았다.
“이상한걸.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둠브링어의 폭격으로 시설을 완파시킬 가능성은 1% 미만이었는데.”
오메가가 AGS의 현장 영상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제까지 철충 개체수가 늘어나는 추세로부터 역산했을 때, 철충 생산 시설은 상당히 대규모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둠브링어의 최대 화력으로도 약 60% 정도를 파괴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라 추측했는데, 전송되는 영상에서는 시설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좌표를 잘못 특정했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둠브링어가 목표를 타격하기 직전 철충이 예상 목표 지점으로부터 방사형으로 이동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시설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잖아. 왜곡장이 펼쳐져 있었다면 잘못 관측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철충의 생산이 멈춘 것을 보면 충분히…”
참모들이 화면을 지켜보며 의견을 나눈다. 만에 하나라도 작전 수립 및 수행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면 반드시 바로잡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에서 의도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오르카에게 두 번째 기회는 없다. 이번 작전에 들인 자원을 다시 짜내는 것도, 2주에 달하는 시간을 버는 것도 불가능하니까.
“생산량을 생각하면 그 규모는 적어도…. 하지만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설마…”
오메가는 다른 모두가 그러하듯,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해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두뇌를 짜냈다. 순간, AGS 발 밑의 흙이 들썩이는 것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매우 큰 규모로 추정되었음에도 위성정찰과 공중 정찰에서 한 번도 그 외관이 포착되지 않았다. 허나 현장에 왜곡장 등의 관찰 방해 요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지하?”
오메가의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삑삑거리는 경고음이 막사 내에 울려퍼졌다. AGS의 센서에 비정상적인 진동이 감지되었음을 알리는 경보였다.
-기기기긱, 기기긱.
거친 기계의 구동음과 함께, 흙더미 사이를 헤치고 수많은 포탑과 정체불명의 거체 하나가 솟아오른다.
“젠장!”
“모두들 피해! 즉각 이탈!”
오메가는 AGS들에게 명령을 내려 일시적으로 거리를 벌리도록 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오르카의 비행병력 역시 빠르게 날아올라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했다.
-두두두두두!
포탑들이 상승하는 바이오로이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사격을 개시한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즉각적으로 회피기동을 펼친 덕에 어찌어찌 공격을 피하며 유효 사거리 바깥으로 달아날 수 있었다.
사방이 흙먼지로 자욱한 가운데, 송출되는 영상에는 이제까지 본 적 없었던 거대한 크기의 로봇 한대가 잡혀 있었다. 로봇은 하반신을 땅 속에 묻고 상반신만 드러낸, 네 팔 달린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곳곳에 부자연스러운 변색과 뒤틀림이 존재하는 것이 철충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응사해, 오메가!”
사령관이 다급하게 외친다. 이 상황에 현장의 병력들이 무력화되면 작전은 실패할 것이 명백하다. 급작스레 적이 나타난 탓에 선수를 빼앗겨 버렸으니 어떻게든 대응하여 만회해야만 한다.
“아니, 잠깐만.”
하지만 오메가는 공격명령을 입력하기 직전 멈춰섰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AGS들에게는 적의가 없어 보이는걸.”
오메가가 AGS중 한대에게 명령을 입력해 포탑으로 천천히 다가가도록 만든다. 포탑과 연결된 카메라는 AGS의 표면에 새겨진 오메가 산업 마크를 잠시 관찰하더니 이내 관심을 끄고 이리저리 주위를 살폈다. 정체불명의 철충 복합체 역시 근처의 AGS들을 하나씩 바라보다가 경계를 풀고 무기를 내렸다.
“그런 눈으로 보지는 말아줄래? 나도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니까.”
순간 오메가를 향해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오메가는 미간을 손으로 짚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받아쳤다.
——————————————
“저 철충, AGS만 공격하지 않는건가?”
“아닙니다. 교전 개시 시점에 포세이돈 인더스트리 소속의 AGS는 피격당해 파괴되었습니다. AGS라서 공격을 피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럼 오메가 산업의 AGS만 공격을 피했다는거야? 어째서지?”
“철충이 다시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 이 상황을 규명하고 저 철충 개체를 무력화해야하네.”
“그 부분은 일단 안심해도 될 것 같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방어시설들이 접근해오는 철충을 공격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애초에 저곳이 철충 생산시설이라는걸 잊으면 안돼. 지금은 잠시 멈춘 상황이지만, 언제 다시 생산을 재개할지 몰라.”
예상치 못한 전개에 참모진들의 논의가 달아오른다. 다행히도 분초를 다툴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위협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공격을 피해 달아난 바이오로이드들도 무한정 공중에서 체공할 수는 없고, 이 기묘한 교착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미지수였으니까.
“이러면… 됐다.”
한편, 오메가는 현장의 AGS들을 철충과 케이블로 연결해 각종 소스코드를 읽어내는데 여념이 없었다. 상당한 보안으로 무장되어 있었지만, 오메가의 AGS들은 비교적 쉽게 보안을 뚫고 내부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데이터 전송 시작할게. 그 쪽 단말로도 보낼테니까 해석하는 것 좀 도와줘.”
오메가의 말과 동시에 사령부 쪽으로 철충의 데이터가 전송된다. 알파와 닥터, 그 외에 데이터 해석이 가능한 인원들이 모두 데이터를 나눠받아 해석에 매달렸다.
“...뭐야? 이거.”
“이상한걸요.”
데이터를 가장 먼저 해석한 것은 알파와 오메가였다.
“이거, 오메가 산업 소유의 시설로 되어있는데?”
“하지만 이런 시설이 있다고는 전혀… 오메가,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아니, 나도 몰랐어. 애초에 오메가 산업의 시설들은 북미 쪽에 집중되어 있었어. 북미 바깥에도 조금은 있었지만, 기업전쟁과 철충 습격으로 전부 박살났다고. 이 정도 규모의 시설이 있었다면 분명 기억했을 거야.”
해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 시설은 오메가 산업의 소유였다. 두 사람 모두 펙스 소속인 덕에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메가 산업이라고? 이제껏 우리가 맞서싸우던 철충들이 오메가 산업의 시설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래서 오메가의 AGS만 무사했던거야? 똑같이 오메가 산업 소속이니 아군으로 인식된 것도 당연하네.”
“어찌 이런 일이…. 아니, 그걸 생각해봐야 무의미하지. 오메가, 시설을 완전히 정지시킬 수 있나? 자폭 프로토콜을 가동한다던가.”
“나도 조금 전부터 시도해보고 있는데 안 돼. 자폭, 전력선 차단, 그 외 어떤 방법으로도 사보타주할 수 없게 철저하게 막혀 있어.”
“포탑이나 저 거대 철충을 공격해보는건 어떨까? 지금 이 쪽에 적의를 보이고 있지 않으니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면….”
“그건 안될 것 같아요. 소스코드상 선제공격을 받으면 아군일지라도 반드시 반격하도록 짜여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알아냈음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내부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쉬웠지만, 그것과 별개로 외부에서 어떠한 조작도 할 수 없도록 강한 보안이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두들 포기하지 않고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안녕… 하신…가.]
순간, 기괴하게 변조된 기계음이 AGS의 마이크를 통해 사령부로 전해진다.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의 말소리가 한순간에 멎었다.
“설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그 가운데에서도, 오메가는 특히나 동요하며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오메가 산업의 회장… — —, — … — 일세.]
곧이어 들려온 한마디로, 사령관은 오메가가 왜 그리도 두려워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오메가 산업의 회장이 바로 이 목소리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름을 말하는 부분의 음성이 뭉개져 들을 수 없었지만, 그 목소리에 녹아든 짙은 악의는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인사올리는군. 잘… 지내셨는가…. 클클….
아니, 어쩌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 아무리 이 나라 해도… 죽은 뒤의 미래까지… 속속들이 알 수는 없으니…]
“...?”
오메가가 여전히 공포에 빠져 어쩔 줄 몰라하던 그때, 알파가 왠지 모를 위화감을 눈치챘다.
[그래서… 이 곳을 찾아주신… 고마운 손님은 누구신가…? 보르비예프? 블랑코? 패튼? 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만… 광대 옷이나 잣는 문리버의 그 멍청이만은 아니길 비네.]
“어, 어떻게… 어떻게 살아있는거야? 네 시체는 내가 여기 오기 전날 산산조각내 버렸는데!”
오메가의 새된 목소리가 막사를 울린다. 어찌나 무서웠는지, 그녀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보였다.
“진정해요, 오메가! 이거, 녹음된 음성이에요!”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은 알파가 오메가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이 음성은 상대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오메가는 그 말을 듣고서야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굳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을 보면… 내가 죽고 나서 이 시설이 원래 목적대로 잘 작동한 모양이지? 으흐흐… 안절부절하는 그 얼굴을 상상하니 주책맞게 미소가 지어지는구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회장의 목소리는 불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말을 이어나갔다.
[펙스의 회장이여. 너의 레모네이드와 함께 들어와라. 문은 이쪽에서 열어줄테니.]
흙바닥이 한 번 더 들썩이며 원기둥 형태의 무언가가 솟아오른다. 문이 열리니 그 안에 있는 것은 엘리베이터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쪽에서 해줄테니 말야. 크흐흐흐….]
가래 끓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음성은 종료되었다. 막사 안에는 적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 누구 하나 입 여는 일이 없었다. 한참동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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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서술이 애매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대비해 말하자면 오메가 회장은 죽은거 맞음. 생전에 녹음해둔 음성이 나온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