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정치 조직인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몇 가지 근거를 짚어볼까요?
1.불을 찬탈한다는 목적
불을 계승하지도, 꺼뜨리지도 않고 꺼져가는 불이라도 그대로 찬탈해서 인간의 시대를 열자는 지향점은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수단을 반달하고 농업국가로 돌아가는 대신(...)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우션을 먹여서 노동계급이 소유하게 만들자는 지향점과 충분히 비슷해 보입니다.
2.흑교회 세 자매의 무기
아리안델 DLC가 나오기 전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던 점인데, 첫째 자매의 주무기가 낫, 둘째 자매의 주무기가 일본도라는 걸 보니 뭔가가 떠오르더라고요. 마침 셋째 리리아네의 주무기가 공개된 적이 없으니 리리아네의 주무기가 망치라고 상상해도 무리는 없지 않을까요? 낫, 일본도, 망치라니 이거 완전 전공투 아닙니까...
3.오벡 숙청
유리아가 오벡을 죽이라는 퀘스트를 주는 이유는 오벡이 망자의 왕을 자칭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흔한 조직 내 권력 몰아주기죠.
4.이성을 잃은 망자를 혐오하는 이유
론돌의 구성원들은 전원이 이성을 유지하는 망자들이며, 이성을 잃은 망자는 망자의 왕 후보자(...)였더라도 짤 없이 제거 대상이 됩니다. 현실 속 사회주의 사상가 및 활동가들에게도 주욱창을 찌를 열의만 넘치는 통제되지 않는 군중은 골칫거리였죠. 괜히 볼셰비키가 제정 러시아 잔당들이 아닌 다른 사회주의 분파들이나 아나키스트들을 때려잡으려 든 게 아닙니다. 결혼식 마치고 망자의 왕이 되어도 게임 내에서 우호 세력이 생기는 일 따위는 없는 이유, 법왕 설리번 보스전에서 론돌의 그림자를 백령으로 부를 수 있는 이유도 알 수 있겠네요.
5.심연의 감시자가 배척받은 이유
간단합니다. "임" 한 마디만 해도 "개소리 집어쳐! 무슨 임을 만난다는 거야? 학생들과 시민들을 우롱한 너를 단죄하러 왔다!" 모드로 몰려와서 폭력깽판을 치는 극렬 반공 준군사조직이 대중의 환영을 받기는 힘들었겠죠. 이들에게 국토가 털리지 않은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겠지만, 제 아무리 뿌리깊은 반-심연주의자라도 사상검증을 일삼으며 팔란대검 L1으로 모든 걸 휩쓰는 깡패(아아 반어법이여)들이 몰려오는 걸 원치는 않았겠죠.
6.카사스와 패왕 워닐
카사스의 모티브가 중동권이고, 심연을 섬기다 몰락했으며 심연의 감시자들에게 봉인당하고 있다는 걸 보면 냉전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상황이 떠오르네요. 제 3세계의 흔한 군벌 독재자가 사회주의 컨셉을 내걸고 독재를 시도했고, 얘네를 봉쇄하기 위해 팔란의 불사대가 소-아전쟁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대하듯이 뒷공작과 견제를 감행한 게 아닐까요.
7.죄의 불
심연의 영향을 받아 인간을 불태우는 저주받은 불이라니, 딱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나쁜 점만 물려받은 끔찍한 혼종 아니겠습니까. 욤의 왕국은 이 혼종 때문에 백성들 등골이 빠져서 몰락했고, 설리번은 이 위험한 혼종을 지배 이데올로기로 활용하려는 음흉한 놈인거죠.
8.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재료
아리안델 DLC와 고리의 도시 DLC 스토리는 결론적으로 화가가 새 회화세계를 그릴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이야기가 되었죠. 화가는 새 세계를 그리기 위해 반드시 불을 보아야 하되, 불에 휩쓸리지는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물감은 다크 소울이여야 하죠. 그렇습니다. 새 회화세계와 같은 이상적인 사회는 부르주아 시민사회가 이룩한 자유와 천부인권 등의 좋은 유산들을 물려받으면서도 모든 게 시장논리로 돌아가는 디스토피아로 전락하면 안 되고, 만인의 평등 및 인간성을 고려하는 곳이 되어야겠죠. 화가가 줄곧 새 세계가 차갑고 상냥한 곳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아리안델과 프리데가 불을 거부한 것도 이렇게 보면 말이 됩니다. 화가가 차갑고 상냥한 세계를 만들겠다고 한 건 주민들 입장에서 헬-아리안델 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시장경제의 폐단(뜨거움)이 느껴지지 않는 적절한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포부를 밝힌 게 됩니다. 프리데는 불의 계승에 대해 회의적이면서도 론돌 본토의 사회주의에도 회의주의적인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불이 아예 없어 썩어들어가는 낙후된 농업국가 회화세계에 산업화 및 시장경제의 첫 단추를 끼우기 싫어서 동네 성당 신부님이었던 아리안델을 설득했던 겁니다.
9.절대다수의 망자 및 불 꺼진 재가 어둠을 본질로 삼으면서도 불을 추구하는 이유
당연합니다. 제 아무리 진성 좌파라고 해도 돈이 없으면 생활할 수가 없잖아요.
이야...이걸 이런 식으로 해석을...? 프롬뇌 아종이 또오...?
좋은 가르침 겸허히 받들겠나이다 사회학프롬뇌이시여
이야...이걸 이런 식으로 해석을...? 프롬뇌 아종이 또오...?
모름지기 진정한 프롬뇌는 작품 외적으로도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망자끼리
좋은 가르침 겸허히 받들겠나이다 사회학프롬뇌이시여
과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생각없이 던진 드립잌데 이렇게 봐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생각없이 던진게 이렇게 고퀄이라니 여윾시 배운분이시다 고생많으시네요 토닥토닥
에고 감사합니다 매생님도 즐거운 일주일 보내시길 바라요
망자의 왕을 오백이 자청한적 있나요? 유리아가 일방적으로 죽이라고 하지 오백의 대화에서는 모르지 않나요
오벡 본인이 자청한 적 없어도 유리아가 일반적으로 그렇게 말했다고 보면 딱 피도 눈물도 없는 숙청과 비슷한 모양새가 되죠... 역적 혐의 뒤집어씌워서 모살하는 거나 반동분자 낙인 찍어서 인민재판으로 죽이는 거나...
반->방
냉전소울이였던겁니까?
세기말이면서도 로스릭, 흑교회, 깊은 곳의 성당, 이루실 등등의 세력권이 맞물리고 대립하는 걸 보면 충분히 그럴듯합니다?
dlc1에선 핵겨울, dlc2에선 포스트 아포칼립스로군요 ㅎㅎ
론돌 세 자매의 무기는 아마도 모두 검일 것입니다. 프리데는 지금은 낫잡이(...)이지만 엘 프리데일 때는 검사였다고, 론돌의 암술 기적 중 검은 검에서 막내 리리아네가 언급되니 세명 모두 본래는 검사가 아닐까 합니다~ 오벡 숙청의 경우에는 주인공 재의 귀인에 대한 입당 시험(...) 혹은 유리아 개인의 개인적인 감정을 공무로 위장한 게 아닐까 합니다. 오벡은 망자의 왕은 커녕 오히려 자신을 암살자라고 비하하는 인물이었죠. 여러분들에 의해 유리아가 차인 게 아닐까 의심 중입니다 ㅋㅋ
리리아네도 검사 맞을거에요 흑교회 창시자는 셋다 검사라는 언급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