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병행하느라 하루 게임할 수 있는 시간이 5~6시간 정도였음.
그러다 오늘 겨우 클리어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졸라 재미있게 즐겼음.
처음 DLC 지역에 진입한 뒤 이놈에게 썰리며 난이도를 실감하고, 그림자 나무 조각 얻으면서 DLC의 레벨 시스템을 이해함.
본편에서 얼마나 레벨을 올렸든 이 DLC에서 나는 레벨 1이나 다름 없음.
그래서 구석구석 숨겨진 것들을 찾아서 성장해야 함.
남들은 이거에 큰 불호를 느끼던 모양인데, 나는 양호했음.
원래부터 놓치는 아이템 없이 맵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녀야 직성이 풀렸고, 설령 레벨이 모자라다고 해도 커버할 수단은 널렸거든.
영체라던가, 조력자 NPC라던가.
인정 협회는 알 바 아님.
난 이걸 아머드코어 하듯이 플레이해서인지 그런 거에 저항감이 없었음.
강적이 있다면 정말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클리어 해야 한다는 주의거든.
난 이 게임을 개발자들이 던져주는 퍼즐이라고 생각함.
최고난이도의 퍼즐에 도전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풀어내면 되는 거지.
암산으로 풀고 싶으면 풀어도 되는데, 그런 사람들은 소위 팬티 차림의 고인물이라서 함부로 따라했다간 다리 찢어질 수 있음.
아무튼 남들은 불호를 느끼는 시스템에 전혀 불편함을 못 느낀다?
즐거움 밖에 없었음.
솔직히 최종 보스 빼고 상당히 재미 있었고.
일단 난 2회차, 레벨 190 언저리에서 시작함.
그림자 나무 조각 발견하는데로 가호 레벨 올려가면서 탐험하고 보스를 만남.
처음 만난 메인 보스는 신수 사자무.
여기서 난이도에 말이 많은 이유를 이해하겠더라.
인간형이 아니라서 흐느적대니까 패턴 파악이 힘든데, 공격하거나 회복할 틈이 찾기 힘들어.
나도 초반엔 어떻게 싸우냐며 욕하면서 했음.
그러다 상대가 공격하는 타이밍에 물러나지 않고 상대 쪽을 향해서 회피 기동을 하니까 공격할 틈이 만들어지더라고.
감 잡았다 싶으면 바로 영체랑 NPC 동원해서 잡았음.
한 30~40트 걸렸나?
다음으로 만난 건 첫 통곡의 벽 렐라나.
졸라 간지나는데, 패턴은 자비 없었음.
익숙해지고 잡는데 거의 50~60트는 한 거 같음.
메스메르 잡으러 가기 전에 여기저기 들리다라 만난 미친 불의 왕.
처음 만나서 싸우는데 이놈 패턴 보고 번뜩 했음.
딱 가드 카운터로 싸우기 좋은 녀석이라고 느꼈거든.
그리고 예상대로 대방패 들고 싸우니까 자비 없어 보이는 패턴도 재미있어지더라.
10~20트 쯤 했음.
메스메르는 그 악명 때문에 긴장했지만 가호 레벨이 많이 올라가서인지, 아니면 대방패가 센 덕분인지 의외로 할만 했음.
한 20트 언저리에서 깼거든.
폭룡 베일.
이놈은 대방패를 의식한 건지 타겟팅도 머리에만 고정되고, 방패로 막을 수 없는 측면 공격이 많더라.
그래도 길 가다가만 용사 에이곤 씨랑 협력해서 잡았음.
40~50트는 한 거 같아.
몸 여기저기가 뜯겨나간 탓인지 날개과 다리가 짜리몽땅해 보여서 처음엔 영화 던전 앤 드래곤에 나온 뚱룡이 같았음.
그래서 이게 뭐야라고 했다가…
와…
씨…
개쩐다아아아아아아!!!!
하면서 싸웠음.
박력 하나는 1순위임.
그렇게 도중에 있던 어느 징그러운 보스도 잡고,
조력자가 되어주던 NPC들과 다 대 다 전투를 즐긴 뒤에…
마침내 최종보스에게 도달했는데…
나 솔직히 최종 보스에 불만 있음.
왜 하필 라단이야?
본편에선 라단과 미켈라 연결점이 없었는데 여기서 이러니 너무 뜬금 없게 느껴졌음.
물론 도중에 라단의 부활을 암시하는 단서들이 몇몇 있었지만 아니길 바랬음.
하지만 그 각지의 영웅들이 모여 전쟁 축제로 장례를 치뤄줬던 라단이라고!!
죽음으로서 비로소 완성된 라단이라고!!
왜 여기서 부활시키고 지랄이야, 이 미켈라 새꺄!!!
그어어억!!!
라단 님!! 넌 죽었어야 했어요!!
처절하게 산화한 영웅이 다시 부활해 미켈라의 꼭두각시가 되다니!!
이런 추한 일이 어디 있나요!!
트라이 횟수는 최고 수준인 80~90트.
과연 DLC 최종보스라고 패턴은 진짜 미쳤더라.
평소라면 도전하는 맛으로 즐겼을 터인 보스전 트라이도 라단과 미켈라 서사가 묘해진 탓에 짜증 내면서 트라이함.
난 게임에서 중요한 게 비주얼, 난이도, 스토리, 이 세 개의 균형이라고 생각함.
이 중 하나가 어그러지면 게임 전체 인상에 문제가 생기거든.
멀리 갈 것도 없이 라오어2도 그렀잖아?
그럼 엘든링 DLC를 볼까?
비주얼 - 말해 뭐해? 가는 곳마다 경치를 감탄하면서 봤다.
난이도 - 확실하게 호불호 갈리는 영역이지만, 나에겐 명백한 호였음.
스토리 - 미켈라는 고통이 가득한 그림자의 땅을 상냥한 규율로 바꾸려고 했음. 그렇기에 신이 된 자신의 반려로 택한 게 모그 시체로 부활시킨 라단임. 왜? 미켈라가 라단 빠돌이었으니까.
도중까진 흥미롭게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서 짜쳤잖아!!!
쓰벌!!! 차라리 고드윈을 부활시키라고!! 그거라면 본편의 언급도 있으니 납득이 되잖아!!
남들은 스토리가 난해해서 ㅈ도 신경 안 쓴다는 프롬 게임이지만, 프롬뇌를 파는 나로선 스토리는 중요하다고!!
하아아아아아……….
뭐, 결국 클리어는 했음.
DLC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미켈라 서사가 납득이 갔다면 더 만족스러운 마무리가 될 수 있었을 거야.
그래도 게임은 정말로 마음에 듬. 들려오는 각종 논란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야.
뉴비에겐 미안하지만, 나처럼 오래 프롬겜을 즐겨온 사람들을 위한 매운맛 선물 같달까?
유입에만 신경 쓰고 올드비들은 뒷전으로 두는 게임 회사도 있다보니 이런 건 정말 고마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납득 되게 즐겨야 할 테니 오늘 거 같은 패치가 있던 거겠지만.
그래도 DLC를 구매한 건 후회하지 않음.
….아, 다 쓰고 보니 한 가지 더 거론해야할 불만 거리가 떠올랐다.
최적화 씨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
메인 보스도 아니고 고작 필드 보스인데다, 이미 여러번 잡아본 저놈에게 무려 10트나 했어!!!
그것도 싸우다 진 게 아니라 게임이 자꾸 튕겨서 리셋되는 게 10트였다고!!!!!
비주얼, 난이도, 스토리와는 별개로 최적화는 게임의 기본 조건이잖아!!!
제대로 일 안 해, 프롬 이 새끼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