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당군 " 은 소설 " 유의전 " 에 등장하는 용 , 정확히는 전직 " 용왕 " 이다
피처럼 시뻘건 혀와 눈동자 , 같은 색으로 번뜩이는 붉은 비늘 , 타오르는 불길 같은 갈기를 지녔는데
원래 " 전당강 " 의 용왕이었지만 ,
천계에서 내려온 대장군과 언쟁을 벌이다 그 성질머리가 폭발하여 서로 피튀기는 혈전을 벌였고
서로 격전을 벌이던 와중에 홍수를 일으켜 흔히 " 오악 " 이라 묶어 부르는 다섯 산을 물에 잠기게 만들었다
당연히 엄청난 익사자와 피해가 발생하자 천계에서 " 전당군 " 의 형님인 " 동정호 " 의 용왕에게
아우인 " 전당군 " 을 포박한 뒤 궁전 깊은 곳에 유폐시키라는 명을 내렸고
" 동정호 " 의 용왕은 어쩔 수 없이 아우인 " 전당군 " 을 찬란한 금빛 사슬로 포박한 뒤 유폐시켰다
( " 전당군 " 도 자기 잘못을 알아놔서 순순히 따랐다고 한다 )
사실 , 하계의 미천한 용왕 " 따위 " 가 천계의 장군을 상대로 싸움을 건 것도 엄청난 일인데
( 아무리 하계에서 날고 기는 이름난 용왕이어도 ,
드높은 천상의 궁궐이 있는 천계에서 볼 때는 그저 하계 짐승들의 왕 취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서로 생사결을 펼쳤어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는 것은 더더욱 엄청난 일이며
그만큼 " 전당군 " 이 용왕 중에선 이례적으로 강자에 든다고 볼 수도 있다
아무튼 , 그렇게 알아서 자숙하던 와중에
" 유의 " 라는 서생이 뜬금없이 찾아와 " 동정호 " 의 용왕을 뵙겠다며 나섰고
" 동정호 " 의 용왕이 무슨 일인지 물으니 편지를 건넸는데
그 편지를 읽은 " 동정호 " 의 용왕은 탄식과 함께 통곡했다
편지 내용은 다른 게 아니라 , 이 " 동정호 " 의 용왕의 딸이 " 경수 " 를 다스리는 용왕의 차남 ,
그러니까 둘째 아들과 혼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둘째 아들놈은 아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하녀들과 정분을 내거나 운우지정을 즐기는 식의 패악질을 벌이는 망나니라
이 시집간 딸이 장인 , 장모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오히려 딸을 구박하고 가두었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읽은 " 동정호 " 의 용왕은 눈물을 쏟으며
" 이 어리석은 늙은이가 보는 눈이 없어 그 따위 망나니에게 내 금지옥엽 기른 딸을 가져다 바쳤구려 "
하고 분함과 슬픔을 억누르지 못한 채 부들부들 떨었고 , 궁궐 안의 모든 이들도 슬퍼하며 통곡하는데
" 동정호 " 의 용왕이 갑자기 눈물을 감추며 말하기를
" 이를 전당이 알까 두려우니 , 모두들 울음을 그치라 ! "
하고 다급하게 말했지만
" 그 쳐죽일 년놈들이 내 사랑스러운 조카딸한테 뭐가 어쩌고 저째 ?
하는 식으로 격노하며 천지를 불사르는 천둥과 번개를 뿜어내고 ,
닥치는 대로 얼려죽이는 혹한과 우박을 휘감으며 " 경수 " 로 날아가 " 경수 " 를 다스리는 용왕인 " 경하군 " 과
그 " 경하군 " 이 통솔하는 용왕군 전 병력 , 그리고 자신의 조카딸을 홀대한 사위 모두와 싸웠다
이윽고 , 잠시 후에 돌아왔는데 " 전당군 " 이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기에
" 동정호 " 의 용왕이 걱정되어 일이 어찌 되었는지를 묻는데
( 이때 모습이 원작에서도 용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인데 ,
곱상한 미남이 아니라 거칠고 강인한 느낌의 미남이라는 식의 묘사가 있다 )
" 전당군 " 은 태연하게
' 육십만에 이르는 용왕군 전체를 전멸시켰으며 농지 팔백 리를 폐허로 만들었고
" 경하군 " 과 그 일족 전체를 모조리 잡아먹었다 '
고 답했으며 , 이게 사실인지 확인하니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 전당군 " 의 승리와 딸이 온전히 돌아온 것에 대한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근데 , " 전당군 " 이 술에 거나하게 취하여 " 유의 " 를 붙들고 농담하며 즐겁게 이야기하다가
' 내 아리따운 조카가 이제 홀몸이 되었는데 , 자네가 거두는 것이 어떠한가 ? '
하고 말하는데 , 이 태도가 ' 거절하면 너는 어찌 되는지 말 안해도 알지 ? ' 하는 식의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라는 협박에 가까운지라
" 유의 " 가 한 차례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 나는 불쌍한 여인이 가련한 처지에 빠져 있는 것을 사내답게 도왔을 뿐인데
어찌하여 힘으로 여인을 취하라 겁박하시오 ?
나는 ' 전당 ' 의 비늘 한 조각보다 못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의리도 도리도 모르는 졸장부가 아니올시다 "
하고 말하니 , " 전당군 " 이 자신의 실언을 사과하고 친우가 되기를 원하자
" 유의 " 가 흔쾌히 받아들어 둘은 막역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뭐 그래도 이후에 " 동정호 " 용왕의 딸이 인간으로 변해서 접근한 뒤에 혼인하고
" 유의 " 도 자신이 혼인한 여인이 " 동정호 " 용왕의 딸인 것을 알고
이렇게 저렇게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이후에 " 구운몽 " 을 포함한 다른 작품에서도 언급되거나 얼굴을 살짝쿵 비추는데
이 " 전당군 " 이 있다는 설정이 붙으면 다른 애들이 " 동정호 " 의 용왕 일족을 직접적으로 건들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신경을 긁거나 약올리는 식으로만 건들거나 아예 쫄아서 냅둔다
잘못했다간 저 전직 용왕이 뭔 깽판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