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너무 울려서, 찬찬히 음미해보고 싶었어...
딴데에도 올린건데 좀 보충함
실질적인 사용가치를 잃어버린, 정말로 헛되다고 분류할 수 있는 응모 편지조차도 헛되지 않았어.
응모 편지는 이미 실질적인 사용 가치를 잃어버린, 어쩌면 진짜 헛될뿐인 존재일 수도 있었지만. 거기에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을 읽어줬다는 증거' 라는 의미를 부여해서 헛되지 않은 존재가 된거지. 더 나아가 그로 인해 히요리는 어떠한 증거를 남길 수 있는, 헛되지 않은 존재가 될 수 있는거야.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는 그걸 히요리에게 알려주는,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중요한 메시지지. '나' 는 네가 남겨준 증거를 봤고, 거기에 감사를 표한다는 거니까.
히요리의 편지를 단순한 편지로 격하하는건 쉬워. 내용도 별 거 없고, 오래된 추첨 응모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죽은' 존재지. 어찌보면 헛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쉬울 뿐이야. 일종의 수박 겉핥기지. 헛됨에도 불구하고 편지를 보낸 히요리. 헛될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히요리에게 답장을 보낸 메루. 그리고 그로 인해 히요리의 편지에 생성된 의미를 전혀 보.지못하는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