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우드에서 제작하고 EA에서 배급한 RTS 게임 엠페러 : 배틀 포 듄
지금까지도 듄 IP로 나온 게임들 중에서 최고의 퀄리티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당시 미디어믹스화가 부진했던 듄 시리즈의 인지도를 게이머들 한정이긴 하지만 상당히 높여준 일등공신이기도 함. 국내에서도 한국어 더빙으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아마 해본 사람들이 있을 것
근데 그렇다고 듄 팬들은 이 게임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약간 좀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그도 그럴게 게임 자체는 상당히 잘 만들었지만 설정오류 부분이 상당히 심각한 경우가 많기 때문
대표적인 예시 몇 개 뽑아보자면
1. 듄 시리즈의 세계관에는 아트레이데스, 하코넨과 맞먹는 영향력을 지닌 오르도스 가문이 있다
실제 : 원작에서 오르도스 가문은 이름만 언급되는 걸로 끝이다. 무역을 중시한다느니 이익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한다느니 하는 건 전부 웨스트우드의 창작
2. 모든 보병들은 총을 들고다닌다
실제 : 듄 세계관에서는 홀츠만 방어막이라는 물건의 존재 때문에 실탄 총기는 사실상 실전 무기로서는 사장되었다. 저속총이라고 특수목적용으로 사용하는 특수 화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이것도 게임처럼 무슨 돌격소총마냥 난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님
3. 하코넨 가문은 데스 핸드라는 이름의 핵무기를 슈퍼무기로 사용한다
실제 : 듄 세계관에서 핵무기의 사용은(정확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쓰는 경우') 사용자가 어떤 위치건 간에 멸문 처분이 내려질 정도로 엄청난 중죄로 취급된다. 원작에서 하코넨이 아트레이데스를 멸문시킬 때도 온갖 무기들을 다 끌고왔지만 핵무기만큼은 끝내 사용하지 않았다
4. 오르도스의 주력 전차인 레이저 탱크는 호버링으로 이동한다
실제 : 듄 세계관에 반중력 비행 기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설정상 아라키스에서 이거 키는 순간 샤이 훌루드 느님께서 미친 듯이 달려들어서 사실상 봉인이다. 영화에서 아트레이데스도 하코넨도 죄다 오니솝터 타고 날아다녔던 거 생각하자
5. 또(...) 레이저 탱크의 레이저는 방어막을 킨 상대에게 맞을 경우 사용자와 피격자 양 쪽 다 사망한다
실제 : 원작에서는 단순히 둘 죽는걸로 안 끝나고 전략 핵폭탄 수준의 핵폭발이 발생한다. 게다가 이 핵폭발도 3번에서 언급한 멸문 조건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방어막 대상으로 일부러 쏴서 핵폭발 일으킨다는 방법도 안 통한다
이 외에도 사실상 이름만 빌려온 수준의 세계관 설정이라던가(레토 공작이나 하코넨 남작 같은 원작 등장인물들 하나도 등장 안 함) 등등 원작을 봐온 팬들이 본다면 그야말로 무슨 지거리야 수준의 설정오류들이 많지만
그래도 듄이라는 IP의 생명력을 21세기에도 늘려준 건 괜찮지 않냐며 아예 나쁘게 보지는 않는 편
그 사루두카 근위대? 그것도 고증 오류라고 봤던거 같은데. 아무튼 게임 자체는 잼있었음
내 첫 패키지로 구매한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