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문제가 시작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광기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광기가 이성으로부터 탄생했다 믿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까지의 이성을 '감성을 기반으로 한 이성' 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 '감성' 그 자체로 대체할 여지를 줘 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이성은 한계가 있으므로, 그러한 한계를 가진 이성을 통해 성립되려 했던 문명과 가치관 또한 한계가 있다는 믿음이 탄생한 것은 아니었을까
2차대전의 광기 중 가장 큰 광기로써 비판받는 나치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그 광기를 이성의 한계로, 혹은 이성 그 자체의 광기로 이해하려 했지만
악의 평범성에 따르면, 그러한 광기와 악의는 무사유에서 비롯되는 광기와 악의로 해석될 수 있다
무사유는 이성인가?
나치의 광기는 진정으로 이성에서 탄생한 광기였는가?
겉으로 보기에 인간성이 결여된 합리성으로, 이성의 형태를 한 광기처럼 보이는 비극이더라도
그 비극이 이성 그 자체가 아닌, 이성의 형태를 한 빈 깡통에 불과하다면
그게 정녕 이성의 한계라고, 이성의 광기라고 이해할 수 있는가?
세계대전으로부터 이성의 한계를 읽어낸 시선들은
사실은 이성의 한계를 읽은 게 아니라 단지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하지 못해 통째로 포기한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