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1세기 초 그 어느날
지금은 유게이들에게 지게에 실려 뒷산으로 산행 당하게 생긴 본인에게도 청춘이 있었으니
아무튼 각설하고 매형네 사돈댁이라는 참으로 먼 친척네 복권방 알바를 하던 시절
금요일 저녁 이미 1차를 끝내고 왔는지 살짝 취기가 돈 두 양반이 로또를 구매하러 왔는데..
자동으로 한장씩 구매하던 중 한 양반이 말하길
행님 그 지갑에 로또는 뭡니까?
에이 이거 뭐 생각 날 때 재미삼아 사는거지 사 놓고 보지도 안헌다
그래도 맞춰는 봐야 할꺼 아이요
하믄서 옥신 각신 하다가 내가 받아 기계에 넣는데
?
5등이면 5000원 4등이면 5만원 뭐 나와야 할게 안나오고 은행 뭐시기..
다시한번 더 넣고 보니..
3등
그 순간 술 취한 아재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빠른 셈으로 22% 공제액을 두들긴 후 실수령액을 계산한 두 신사의 눈빛은 총명하게 빛나고 있었음이라
그 뒤 두 신사가 그날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주 5일제가 자리 잡아가던 그 시기
마누라 몰래 불타는 금요일 밤을 보내며 로-얄 샬루트를 까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해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