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유희왕 tri-ally 6.5화(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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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선배가 매장 문을 열고 시현에게 걸어오고는 인사하기 위해 든 시현의 손에 하이파이브를 날렸다. 그리고 그의 뒤로 같은 학우들로 보이는 고등학생 다여섯명도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 시현아. 많이 기다리진 않았어?"
"학교 끝나자마자 오긴 했는데 준대희라는 분이 오셔서 병훈이와 듀얼하는 거 보고 있었어요."
"뭐? 대희 쌤이 여기 오셨어??"
"조금 전에 통화하려고 계단실로 들어간 것 같던데, 어디 가야할 일이 생겼나본지 급하게 나가시더라고요."
"그래? 만약 학원 오는 도중에 만났으면 인사라도 했을 텐데.... 어쨌든 오늘 학원에 오셨다는건 콘마이랑 관련해서 웬만한 일은 마무리되었다는 뜻이니 저녁 쯤에는 올 수도 있겠지.
자, 그럼 어제 말한 대로 우리 저 방에 가서 덱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근데 고등학생이신 것 치고는 이른 시간대에 왔네요?"
"아, 오늘은 5교시부터 동아리 시간인데, 듀얼 관련된 활동하는 동아리라서, 다른 부원들과 함께 대회 준비하겠다고 허락 받고 왔어. 뭐, 지금 하는 일도 일종의 대회 준비....라고 볼 수도 있지. 나중에 맞붙을 지도 모르는 너와 듀얼 연습하는 거니까."
선배가 시현을 데리고 매장 문을 열고 나가 비어있는 교실로 가려 하자 병훈이 무슨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있는가 싶어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아니 선배, 시현이랑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갑자기 카드인지 뭔지 모를 물건들을 배낭에 잔뜩 담아서 들고 온 거에요?"
"아, 내가 어제 시현이랑 듀얼했는데 시현이의 덱을 좀 보강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장기 쌤에게 들은 말로는 카드 살 형편이 안 된다고 하길래."
"오.... 그 듀얼에서 누가 이겼어요?"
"내가 이기기는 했는데, 조금 아슬아슬한 승리였어. 특히 공격 선언 시의 우선권을 이용해서, 바렐로드의 효과로 내 몬스터의 공격 무효를 무력화한 것은 보통 플레이가 아니더라. 듀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치고는 재능이 상당해. 원한다면 너도 옆에서 듀얼 같이 보게 해줄 수 있는데, 어떡할래?"
그 말을 듣자 병훈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뻘쭘한 듯이 몸을 뒤로 빼며 말했다.
"흠..... 실은 시현이의 덱을 개량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붙어보고 싶었는데 선배도 긴장했다니, 개량 전에도 시현이에게 진 저는 아직인 것 같아 저도 덱을 좀 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그럼 시현이 끝나고 네 덱도 좀 봐줄까?"
"그럼 선배 저에게도 카드 주시는 거에요?"
"야, 넌 용돈으로 사면 되잖아. 그리고 유토피아 덱은 인지도는 있어도 굴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보니 관련 카드도 별로 비싸지 않고.... 넌 일단 그 말림패가 되는 ZW의 매수나 좀 조절해봐. 걔네 때문에 저번 달 클래스 승급 심사에서 장기 쌤에게 지고...."
"아, 그 기억만큼은 제발....."
승급 심사라.... 아마 루키에서 골드 클래스로 갈 수 있는 기회였나 본데 거기서 떨어진 모양이다. 그것도 패가 말려서. 본인이였어도 그런 기억이 있다면 상당히 부끄러울 것 같았다.
"혼자 덱 손보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시현이꺼 끝나고 나 불러. 그럼 이따 보자고!"
책상을 앞에 두고 앉고는 본인의 덱을 꺼내 카드를 늘어놓는 병훈을 뒤로 한 채, 시현과 류 선배는 불이 꺼진 빈 교실로 들어갔다.
<시현의 덱 연구소>
(1) 개요
선배는 배낭에서 꺼낸 태블릿을 두들기더니 지난 수업에 사용되었던 시현의 덱 리스트를 띄웠다.
"그래서, 현재의 덱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군.
트레이서나 리차저 같은 녀석들을 제외하면, '바렛'이라는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효과로 파괴되고 다른 바렛을 불러올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즉, 카드 혼자서는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는 거지. 그리고 이 탄환들을 격발시킬 수 있는 대상 지정 효과를 가진 링크 몹은 바렐로드를 제외하면 전부 자신 턴에만 발동할 수 있는 기동 효과야. 비록 탄환의 효과들이 비대상 묘지행이나 비대상 무효화 같이 강력하긴 해도, 결국 이 사이클이 돌아가지 못하면 사실상 벽돌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러면서 선배는 회색으로 칠해진 덱 케이스를 하나 꺼내더니 그것을 열어 한 10~20장 정도 되는 것 같은 카드들을 책상에 내려놔 시현 앞에 두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새로운 플랜을 정립할 필요가 있어. 때마침 드래곤족은 초창기부터 데뷔해 수많은 서포트를 가진 메이저 종족이니까 굿스터프 형태로 짜면 좀 더 유동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질 거야. 그럼 어떤 카드가 있는지나 함 볼까?"
(2) 고려해본 카드
"이 녀석들은 네 덱에 딱 어울리는 필수적인 카드들이니 웬만해선 투입하는 것을 권장해."
● 카오스 드래곤 파츠(휘백룡+암흑룡+테리토리)
"이 녀석들은 묘지의 광/암 속성 중 반대 속성을 제외하고 패에서 특수소환할 수 있는 카드지. 그리고 필드에서 묘지로 보내지면 서로 반대쪽의 몬스터를 가져올 수 있어서 일반 소환권 필요 없이 2장 분의 소재를 마련할 수 있지. 덤으로 카오스 테리토리는 (2)번 효과로 제외된 광/암 속성 몬스터를 회수하고 드로우까지하니 패가 마르는 것을 방지해줄 수 있어. 개체 수를 늘려 링크 소환으로 이어가는 것이 특기인 네 덱에 안성맞춤이네."
"오....."
"다만 네 덱의 몬스터는 대부분 어둠 속성이다보니 매수 조율을 잘 해야 할 거야. 빛 속성인 와이버스터는 어둠 속성을 제외하고 소환하니 조건 만족이 쉽지만, 어둠 속성인 코라프서펜트는 빛 속성을 제외해야 하는데 그게 짝꿍인 와이버스터랑 휘광룡 세이퍼트, 천구의 성각인 정도이니...."
"일단 서로를 가져오는 구조인 만큼 덱에 카드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각각 2장 씩은 넣어야 하겠네요."
●드래곤메이드 파츠(체임+환대+정리정돈)
"이 녀석은 상대의 방해가 많을 때, 예를 들어서 증식의 G를 맞은 상황일 때 최소한의 견제를 세울 수 있지. 아니면 중요한 카드를 무사히 발동해야 하는데 상대가 패트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 이 카드를 일반 소환해서 상대의 견제를 빼는 플레이도 가능하고. 본래 드래곤메이드 덱에서는 중요한 초동이지만, 여기서는 용병이니 막혀도 전개에 큰 지장은 없을 거야."
"그럼 이 카드 1장으로 어떤 걸 할 수 있나요?"
"체임을 일반 소환 후 환대를 가져오고 스트라이커 드래곤을 링크 소환, 그 후 환대로 체임을 소생한 후 몬스터 2장으로 천구의 성각인을 세울 수 있어. 전개력이 충분하다면 정리정돈을 가져와서 견제 수단을 마련할 수도 있고, 다음 턴에 (2)번 효과로 패/묘지의 체임을 다시 소환할 수 있으니 후속 마련에도 도움이 되지.
휴, 하필이면 드래곤메이드가 성능은 그닥이지만 특유의 디자인 때문에 수요가 높다보니 구하느라 좀 고생했어. 나중에 관심이 생긴다면 드래곤메이드 덱을 만들어보는 걸.... 추천하지는 않을게. 지갑이 상당히 깨지거든."
"뭐... 그렇게 짜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물론 시현은 덕질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는지 그런갑다, 하고는 넘겼다.
●붉은 눈 파츠(블랙 메탈+암다메+흑성룡)
"붉은 눈은 듀얼을 소재로 한 애니 중에서도 초대작에 데뷔한, 역사적으로 유서깊은 카드군이지. 정작 받은 지원들이 대부분 나사가 몇 개 빠진 정도가 아니라 빠질 나사가 한 두개 남은 상태라(...) 단독으로 굴리기에는 힘들어.
대신 이 중에는 개별 성능이 우수해서 용병으로 불려다니는 녀석들도 있지. 그게 바로 이 셋이고. 아, 그리고 이 몬스터는 흑성룡이랑 한 세트야."
선배가 이름이 금빛으로 쓰여진 일반 몬스터 카드 1장을 꺼냈다.
"[붉은 눈의 흑룡]. 일반 몬스터에 능력치도 시원찮아서 전용 덱을 짜지 않는 이상 실전성은 제로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초대작 주인공의 친구가 사용한 에이스 중 하나라 그 상징성 때문에 현재까지도 한정판 일러로 여러 번 재록되면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 나도 어릴 때 이 카드를 뽑고는 엄청 좋아했는데, 그때의 기분은 어제처럼 생생해."
시현이 눈을 크게 뜨며 선배의 손에 들린 카드를 집으려는 순간, 선배가 붉은 눈 카드들을 다시 회색 덱 케이스에 넣어버렸다.
"아, 일단 이 녀석들은 좀 나중에 써보자."
"네....?"
"내가 붉은 눈 덱을 짠 건 아니지만, 이 카드는 내게 있어선 상당히 소중한 보물같은 존재라서 말이지. 이건 너가 하는 거 봐서 충분히 성장했다 싶으면 그때 주려고.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지? 듀얼리스트만이 카드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카드도 듀얼리스트를 선택한다고. 특히 흑룡같은 레전드급 몬스터라면 더더욱. 내가 보기엔 너도 충분히 노력하면 흑룡에게 인정받는 듀얼리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알겠지?"
"어.... 들어본 지는 모르겠지만 맞는 말이네요."
카드가 듀얼리스트를 선택한다....? 본인이 지어낸 얘기는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현이였지만, 본인에게 딱 필요한 카드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해 그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기서부터는 흔히 말하는 취향픽. 설명도 간결하게 할테니 혹시 질문 있으면 하고!"
1. 융합/싱크로/엑시즈/링크 몬스터
●[스타브 베놈 퓨전 드래곤]
"메인 덱의 몬스터들이 대부분 어둠 속성이니 소재 모으기는 어렵지 않을 테고, 이 녀석만의 특기가 있다면 바로 변수 창출.
자체적으로 타점을 올리고, 몬스터 효과를 복사할 뿐만 아니라 파괴되면 상대 필드의 몬스터를 전부 파괴하는 등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상대 덱에 따라 투입을 고려해볼 수 있어.
●[대인룡 카이베르트]
"능력치도 레벨 대비 평균 정도는 되고, 어둠 속성인 점, 그리고 파괴를 주요 수단으로 삼는 바렛 특성 상 두 효과 모두 유용하게 쓸 수 있어. 아무래도 바렛의 탄환 효과가 대부분 몬스터 견제에 치중된 만큼 마/함도 견제할 수 있는 이 카드를 넣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크로노다이버 리단]
"이쪽은 전투보다는 유틸리티에 특화된 카드야. 그러니까, 전투 이외의 방법으로 어드밴티지를 버는 카드라고 할 수 있지. 상대 덱 탑의 카드를 훔쳐오는 효과는, 카드 하나하나의 긴밀한 연계가 중요한 현 메타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를 창출할 수 있고, 몬스터로서 특수 소환되는 함정 카드 [팬텀 나이츠 셰이드 브리간딘]을 사용하면 비대상 바운스라는 강력한 견제기도 가질 수 있어. 상대가 마법/함정을 주로 쓰는 덱이라면 효율이 더 좋아지니 참고해."
●[수호룡 피스티]
"이 녀석은 한때 대란을 일으켰던 수호룡 몬스터의 일원이지. 필드에 내놓으면 드래곤족 몬스터만 소환할 수 있는 제약이 걸리는 대신 묘지/제외 상태의 드래곤족을 소생시킬 수 있는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어. 원래는 얘 말고도 수호룡 링크 몬스터가 더 있었지만 너무 강력했던 나머지 공식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바람에....
2개 이상의 링크 마커가 가리켜야 한다는 조건은 같이 쓰도록 설계된 [성유물의 수호룡]을 사용하면 좀 더 쉽게 만족시킬 수 있겠다."
●[아이:피 마스카레나]
"링크 몬스터를 주력으로 삼는 이 덱 특성 상 상대 턴에 링크 소환하는 것은 충분히 유용한 효과지. 덤으로 소환된 몬스터에게 파괴 내성을 주기도 하고. 특히 바렛의 파괴 후 리쿠르트 효과는 엔드 페이즈에 발동이라 전개에 적극적으로 쓰기 어려운 점을 보완해 줄 수도 있어."
●[트로이메어 유니콘]
"비교적 가벼운 소재 조건에, 링크 소환되면 필드의 카드 1장을 주인의 덱으로 되돌리는 카드야. 보통은 상대 카드를 덱으로 돌리겠지만, 급하면 바렛 몬스터를 대상으로 발동해 탄환 효과를 격발시킬 수도 있지. 다만 바렐로드와는 다르게 대상을 지정하는 효과에 체인 불가 능력이 없어서 상대가 체인해 효과를 발동하면 자신의 카드가 덱으로 돌아가게 되니 조심해."
●[바렐코드 드래곤]
"'토폴로직'을 처음 카드군으로 지정한 카드인 만큼 [토폴로직 폭탄 드래곤]과 연계하면 상대에 따라선 굉장한 시너지를 낼 수도 있어. 자신의 (2)번 효과로 인해 링크 앞에 존재하면 효과로는 파괴되지 않아서,폭탄 드래곤의 링크 앞에 이 카드를 꺼내 상대 필드의 메인 몬스터 존의 카드만 날려버리거나 [아르테미트 슬레이]같은 카드로 직접 묘지로 보낸 다음 (3)번 효과로 상대 필드의 공격력 3000 이상의 어둠 속성 몬스터를 제외하면서 토폴로직 몬스터를 한 번에 뽑을 수도 있어. 정 급하다면 몬스터 3장을 소재로 이 카드를 꺼낸 다음 전투를 실행하면 너 나 가리지 않고 필드의 몬스터를 정리해버릴 수도 있는 등,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로 활용이 가능하지."
2. 마법 카드
●[어둠의 유혹]
"몇 번이고 언급했지만 이 덱에는 어둠 속성 몬스터의 비율이 높으니 패에 어둠 속성 몬스터가 없어서 패를 몽땅 버리게 될 일은 거의 없을테고, 카드를 제외한다는 패널티도 [수호룡 피스티]나 [암흑 차원의 해방] 같은 카드들로 상쇄할 수 있어."
●[탐욕의 항아리]
"아무래도 [리볼부트 섹터]의 묘지 소생 효과나 [소운 바렐 드래곤], [바렛 싱크론]을 제외하면, 묘지에 쌓인 바렛들은 생각보다 꺼낼 기회가 많지 않아. 거기다가 바렛들을 마구 리쿠르트 하다 보면 덱의 바렛이 다 떨어질 때도 있고. 그래서 묘지 자원을 회수할 수 있는 이 카드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아르테미트 슬레이]
"앞에서 여러번 언급했던 그 카드야. 엑스트라 덱에서 몬스터 1장을 묘지로 보내고, 그와 같은 종류인 상대의 몬스터 1장을 덱으로 되돌릴 수 있어. 이 효과에 대해 몬스터 효과를 체인할 수 없으니 제거기로도 유용하지만 진짜 의의는 원하는 몬스터를 즉석에서 묘지로 보낼 수 있다는 점이지. 이 덱에서는 [바렐코드 드래곤], [바렐로드 F 드래곤] 등이 있겠다.
다만 이 카드도 상대를 좀 가리다보니 엑스트라 덱을 잘 안 쓰는 덱 상대로는 쓰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지."
3. 함정 카드
"아무래도 [하루 우라라] 같은 패트랩들은 가격이 상당하다 보니 남은 패트랩 자리는 함정 카드로 보충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중 일부는 일반 함정이라 [트랩트랙]의 서포트를 받을 수 있으니 네 덱의 전략과 상대에 따라서 적절한 카드를 덱에 넣어 봐. 물론 함정만 잔뜩 잡히면 곤란하니 매수 조절은 필수!"
●[격류장]
"파괴되면 덱에서 다른 몹을 불러오는 바렛과 궁합이 괜찮은 카드. '파괴 내성을 가진 에이스 몬스터'가 있다면 활용도가 더 늘텐데..."
●[방황의 바람]
"[무한포영]과 상호호환 관계. 패에서 바로 내려놓아 쓸 수는 없지만 효과 무효화가 영구적으로 유지되고 딱 1번 재활용도 가능!"
●[붕계의 수호룡]
"무난하게 쓸 수 있는 드래곤족 전용 갓버드 어택. 흠이라면 릴리스하고 발동이라 바렛의 리쿠르트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
●[성유물로부터의 자각]
"심플하게 상대 턴에 링크 소환하는 효과. 2장 째의 마스카레나 같은 느낌으로 써도 되고, 트레이서로 체인해 이 카드를 파괴하면 소재 수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니 재량껏 써보자!"
●[암흑 차원의 해방]
"제외된 어둠 속성 몬스터를 소생하는 효과. 이 덱에서 몬스터를 제외할 일은 생각보다 많으니 발동 못 할 일은 잘 없을 거야."
계속 카드를 하나씩 설명하던 선배는 대화의 8할이 본인의 대사라 그런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숨소리를 내며 헐떡이다가 겨우 한숨을 돌리고는, 지금껏 소개한 (붉은 눈 카드를 제외한) 카드들을 시현에게 내밀고는-
"그럼 이제 이 카드들을 활용해서 너가 덱을 짜 봐. 그리고 이것들은 방금 설명한 것보다는 덜 중요해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메인 덱에 들어가는 카드들이니 이것들도 한 번 보고."
선배가 회색 케이스에 조금 남아있던 카드까지 탈탈 털어내자 신규 카드만 거의 30장이 되어갔다. 이걸 다 넣는 것은 무리이니 일단 필수적인 것부터 넣어볼까.
(3) 구축 완료
"자, 그래서 어떻게 됐어?
..... 음, 수정 전 덱리처럼 [증식의 G]를 대체한 [합승]을 3꽉하였고, R 드래곤이랑 헤비 트리거는 사이드로 뺐네?"
"네, 카오스 드래곤이랑 드래곤메이드 파츠를 넣다보니 안 그래도 무거운 덱이 더 무거워지는 바람에 말림패가 될 확률이 높아서요. 그리고 바렛도 트레이서를 제외하면 종류 당 1개씩으로 줄이고 섹터의 매수도 1장으로는 부족해서 2장으로 늘렸고요."
"음, 필드 마법은 회수하기 어려운 만큼 한 장 더 채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아 그리고.... 성방이랑 실린더는 결국 사이드로 뺐구나? 너가 '하노이의 숭고한 힘' 네타를 의식하고 넣은 건지 아니면 그냥 처음부터 있길래 계속 쓴건진 모르겠지만, 이 녀석들은 실전에선 힘을 별로 못 써. 너도 나랑 듀얼하면서 느꼈겠지만, 베틀 페이즈에 발동하기도 전에 제거되어 버린다니까?"
"저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래도.... 가끔씩 생각지도 못한 변수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넣어볼 생각도 있어요."
"듀얼할 때의 비장함만 보면 승리를 중시할 것 같은 인상이였는데, 의외로 마음 한구석에는 로망이 있구만? 나도 그런 스타일의 듀얼리스트를 좋아 해.
그럼 이 정도면 한 번 연습하면서 다뤄볼 만하니, 슬슬 듀얼을 시작해볼까?"
(4) 연습 듀얼
"시현아, 그럼 나는 무슨 덱 쓰는지 안 궁금해?"
"음.... 어제 선보인 드라이트론이 티어 덱이니까... 완전 실전파 듀얼리스트이신가요?"
"뭐... 실전 용도고 있고 즐겜 용도로 만든 덱도 있지.
난 속성별로 1개씩, 총 6개의 덱을 만들었어. 입문은 기아기아로 시작해서, 같은 기계족인 열차랑 머시너즈도 접하다보니 '땅기계 굿 스터프'로 정립이 되었고, 현재는 드라이트론과 이 덱을 메인으로 쓰고 있어.
그리고 내가 엑시즈 소환이 도입되었을 때부터 듀얼을 시작했다보니 엑스트라 덱에 엑시즈 몬스터는 꼭 넣는 편인데, 초반엔 샤크, RR도 만들어서 '육해공 엑시즈'라는 컨셉을 잡았다가, 드라이트론을 접하게 된 이후로는 뭔가 불편해서 아예 속성 별로 1개씩 만들어서 덱이 총 6개가 되었지....
자, 그럼 너에게 상대할 덱을 고를 특권을 줄게. 하나 골라 봐."
선배가 외투의 단추를 풀고 옷깃을 양 손으로 잡고는 안쪽이 보이도록 펼치자 외투 안쪽 주머니에 총 6개의 덱 케이스가 들어있었다.
시현은 알록달록하게 주머니 밖으로 빼꼼 튀어나온 6개의 덱 케이스 중 갈라진 대지 혹은 바위들을 표현한 듯한 검은 선이 여러 개 그어진 갈색 덱 케이스를 골랐다.
"오, 감히 내 주특기인 땅기계를 고르시겠다? 그럼 너가 바로 박살이 나버릴 텐데?"
"하지만 케이스만 봐서는 어떤 덱인 줄 모르잖아요...."
"엥? 넌 내 말 안 듣고 뭐했냐? 속성 별로 나눴으니깐 이 갈색 덱 케이스가 땅기계 아니겠어? 파란 색은 샤크, 검은 색은 RR, 그리고 빨강이랑 초록은 각각 화염 속성이랑 바람 속성....."
음.... 그런 거였나? 속으로 내가 이런 것도 몰랐다니, 하며 머쓱해진 시현은 선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가락으로 케이스 1개를 가리켰다.
"그럼.... 저 빨간색, 그러니까 화염 속성으로 갈게요."
"오, 뭔 덱인지 모르는데도 도전하는 거야? 실은 나도 이 덱으로 하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네. 그럼 네 바람대로 이 덱으로 상대해주지!"
그러면서 선배는 주머니에서 말발굽처럼 생긴 아치 모양의 투명한 무언가를 입에 넣고 꼈다. 듀얼 관련 기능이 있는 물건이기라도 한 걸까?
"듀얼!!"
《TURN 1》
"드로우 페이즈, 드로우!
패에서 [드래곤메이드 체임]을 일반 소환하고 유발 효과 발동합니다!"
체임이 작은 솔로 바닥을 쓰는 중에도 선배의 듀얼 디스크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마음 놓고 전개해도 되겠지.
"체임의 효과로 덱에서 가져올 카드는 [드래곤메이드의 정리정돈].
그리고 패에서 마법 카드 [카오스 테리토리]를 발동해, 패의 [앱소루터 드래곤]을 묘지로 보내고, 덱에서 [휘백룡 와이버스터]를 가져옵니다!
또한 묘지로 보내진 앱소루터의 효과로 [바렛 트레이서]를 서치!"
[앱소루터 드래곤]이 소용돌이치며 사라지자 그 자리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휘백룡 와이버스터]가 날개를 펼치며 모습을 드러내었고, 와이버스터와 체임이 필드 위에 생성된 링크 마커에 흡수되었다.
"소환 조건은 링크 몬스터 이외의 몬스터 2장! 링크 소환! 링크 2, [아이:피 마스카레나]!"
그러자 이번엔 휘백룡이 있던 곳에 남아있던 빛의 입자들이 검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반대 속성인 [암흑룡 코라프서펜트]가 비상하며 링크 마커에 흡수된 후, [스트라이커 드래곤]이 눈을 번뜩이며 작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시현의 패에는 [리볼부트 섹터]와 2장 째의 와이버스터가 손으로 들어왔으며, 섹터의 약실 부분이 끼기긱하는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60도로 회전하더니 그 안에서 [바렛 트레이서]가 튀어나왔다.
"[바렛 트레이서]의 효과로 자신을 파괴하고 덱에서 [실버바렛 드래곤]을 특수 소환! 그 후, 스트라이커의 (2)번 효과로 실버 바렛을 대상으로 지정하고, 실버 바렛의 효과 발동! 자신을 파괴하고, 상대 엑스트라 덱의 카드 1장을 제외합니다!"
[스트라이커 드래곤]에 장전된 [실버바렛 드래곤]이 -탕-하고 울린 총성과 함께 류 선배의 듀얼 디스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엑스트라 덱 수납 공간의 뚜껑이 열리며 15장의 카드가 시현 주위를 원형으로 맴돌았다.
류 선배의 덱은 소개한 6가지 덱 중 화염 속성인 BK.
그리고 그 중에는 [CNo.79 BK 장성의 카이사르]라는 카드도 있었는데, 엑시즈 소재를 2개 제거하고 몬스터의 소환을 무효로 하는 효과와, 원본 넘버즈 79를 소재로 가지고 있으면 전투하는 상대 몬스터를 흡수하는 등, 바렐로드의 완벽한 카운터였다. 하지만 엑덱에 2장이나 들어있었기에 실버바렛으로 저격하기에는 좀 아까운데.... 그러던 중 딱 한 장 들어있는 어떤 카드에 눈이 갔다.
[네가로기어 아제우스]. 엑시즈 몬스터가 전투를 실행한 턴, 몬스터 엑시즈 위에 겹쳐 소환하고 소재를 2개 제거하는 것으로 자신 이외의 카드를 전부 묘지로 보내는 효과였다. 장성의 카이사르는 애니에서 봤던 전용 마법으로 실행하는 랭크 업으로 꺼내야 했지만, 이 카드는 더 간단한 조건에 강력한 필드 클린 효과까지.... 딱 봐도 이게 더 위협적이구나.
"전 [네가로기어 아제우스]를 제외합니다!"
그 말과 함께 류 선배의 디스크에서 그 카드가 탄피가 떨어지듯 -챙-하는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툭하고 떨어져버렸다.
"아니 이거.... 상대의 카드를 훔쳐보다니, 스포츠맨 정신에 어긋나는거 아니야?"
"뭐, 이것 또한 룰의 일부니까요."
"그래.... 맞는 말이긴 하지. 하지만 그 말은 내가 꼭 기억해두겠어. 그럼 이제 밑준비는 다 끝난 거냐?"
"카드 2장을 세트하고, 묘지의 [카오스 테리토리]의 효과를 발동해 제외되어 있는 와이버스터를 덱 아래로 되돌리고 카드 1장을 드로우합니다.
그 후 엔드 페이즈, 파괴된 실버바렛의 효과로 덱에서 [바렛 리차저]를 특수소환합니다."
{유시현 LP 8000, 패 3장 류해운 LP 8000, 패 5장}
《TURN 2》
"그럼 간다! 내 차례다, 드로우!
스탠바이 페이즈, 패에서 [무한포영] 발동! 대상은 마스카레나다."
푸른 전기를 두른 육각형 모양의 결계가 마스카레나를 감싸려던 찰나.... -쨍그랑!- 탄환 한 발이 결계를 꿰뚫어내었다. 그 안에 있던 마스카레나는 자신을 구해주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팔을 들어올리며 환호했으나....
그 탄환이 자신의 몸통 또한 관통하여 시원한 바람구멍을 낸 것을 보고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어쩔 줄 몰라하다가 점점 작은 데이터 조각으로 분해되어 후두둑,하고 떨어져버렸다.
"함정 카드 [택티컬 익스체인버]의 효과로 마스카레나를 파괴하고 묘지의 [바렛 트레이서]를 특수 소환했습니다."
함정 카드를 발동했을 때 짧게 선배의 디스크에 불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발동하지 않은 것을 보면 [무덤의 지명자] 같은 카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상대 필드에 몬스터가 존재하는 것으로 패의 [BK 프로모터]를 특수 소환! 그리고 이 카드를 릴리스하는 것으로, 덱에서 이름이 다른 BK 몬스터 2장을 링 위로 출전시킨다!"
갑자기 듀얼 필드 주위로 거대한 복싱 경기장(링)이 나오더니, 스포트 라이트의 빛을 받고 있는 류의 손에 솔리드 비전인지 실물인지 모를 마이크가 들렸다.
"자, 선수 소개합니다! 소환 시 동료나 카운터 함정을 가져오는 [BK 어퍼커터]! 그리고 몬스터 존에 있으면 BK 몬스터를 1번 더 일반 소환할 수 있는 [BK 치프 세컨드]!"
땡~! 경쾌한 벨소리와 함께 링 위로 올라온 두 선수가 주먹을 치켜들자 주위에서 시끄러운 박수 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졌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는 링 밖의 대기장으로 이동하더니....
"이어서, 레벨 4인 스위치 히터와 프로모터로 오버레이! 엑시즈 소환!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스피드의 강자! [BK 킹 뎀프시]!"
두 몬스터가 주먹을 맞댄 후 생긴 소용돌이에 흡수된 후 등장한 새로운 선수는, 자세를 낮춘 상태로 이리저리 잔상을 남기며 정신 없이 움직였다.
"소환에 성공한 킹 뎀프시의 (1)번 효과를 발동하고, (2)번 효과도 발동! 엑시즈 소재를 1개 제거하는 것으로, 이 턴 BK 몬스터는 상대 효과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역시 정리정돈의 효과를 의식하여 낸 몬스터인 것을 알아챈 시현은 팔을 휘둘러 세트된 카드를 뒤집었다.
"함정 카드, [드래곤메이드의 정리정돈]을 발동해 [바렛 리차저]와 [BK 킹 뎀프시]를 주인의 패로 되돌립니다!"
링 위에서 사람보다도 거대한 솔이 나타나 바닥을 쓸자 먼지 바람이 일어나며 두 몬스터가 휩쓸리는 듯 하였으나....
-쌔앵-하고 무언가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 그리고 퍽-!!! 하고 강렬한 폭음과 함께 바람이 뚝 그쳤다. 시현의 시선이 폭음이 일어난 방향으로 돌아갔다.
"속공 마법, [금지된 성창] 발동! 킹 뎀프시의 공격력을 800 내리는 것으로, 이 턴 다른 마법/함정의 효과를 받지 않아!"
[드래곤메이드의 정리정돈]의 중앙을 뚫고 금빛 장창의 날끝이 번쩍였다. 투창을 마친 킹 뎀프시는 이내 자세를 재정비했다.
"그럼 킹 뎀프시의 (1)번 효과로 [버닝나클 크로스카운터]를 가져오고, 패에서 [BK 스위치 히터]를 일반 소환해 유발 효과 발동, 방금 묘지로 보내진 치프 세컨드를 소생하지. 그리고, 치프 세컨드가 필드에 존재하는 것으로 BK 몬스터를 한 번 더 일반 소환할 수 있어!"
치프 세컨드가 들고 있던 물병을 공중으로 집어 던지자 초록색의 어떤 형체가 링으로 뛰어들더니 그 물병을 잽싸게 가로챘다.
"입장해라, [BK 글라스 조]!"
다른 선수들에 비해 거대한 덩치를 가졌지만 주걱처럼 튀어나온 턱이 약점으로 보이는 선수가 입장하자, 링 바닥에서 노랗게 빛나는 소용돌이가 그를 포함한 2명의 선수를 빨아들였다.
"레벨 4인 글라스 조와 치프 세컨드로 오버레이! 나오너라, [No.79 BK 항성의 카이저]!!"
저 몬스터는.... 조금 전에 봤던 [CNo.79 BK 장성의 카이사르]의 원형이 되는 몬스터다. 그럼 여기서 랭크 업을 할 생각인가? 하지만.... 그렇게 둘 수만은 없지.
"[바렛 트레이서]의 효과를 발동해 [스트라이커 드래곤]을 파괴하고, 덱에서 [매그너바렛 드래곤]을 특수 소환합니다! 그리고 엑스트라 덱에서 특수 소환된 스트라이커가 파괴되었으니, 패의 [바렛 리차저]를 묘지로 보내고 묘지의 [아이:피 마스카레나]를 특수 소환!"
이로서 마스카레나의 효과를 발동해 링크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본래는 상대의 행동을 보고 바렐로드나 토폴로직을 꺼낼 생각이였는데, 포영 때문에 계획이 좀 틀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트로이메어 유니콘]을 소환하는 플랜 B가 생겨서 다행이랄까나. 만약 처음부터 고링크 몬스터를 꺼냈다면 포영 맞고 바탕이 파란 [푸른 눈의 백룡]이 되었겠지.
"카이저의 효과로 묘지의 프로모터를 이 카드 아래에 겹쳐 엑시즈 소재로 하겠어. 그리고 카이저의 공격력은 자신의 엑시즈 소재 1개당 100 오르니 현재 공격력은 2600.
.... 메인 페이즈 종료 전, 발동할 카드 있어?"
항성의 카이저를 꺼낸 것을 보고 랭크 업을 할 것이라 예측했는데, RUM이 없었던 걸까? 그래도 마스카레나의 효과를 발동할 수 있는 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이럼 쓸 수 밖에.
"마스카레나의 효과 발동! 상대 메인 페이즈에 링크 소환을 실행합니다! 마스카레나와 트레이서를 소재로 링크 소환! 링크 3, [트로이메어 유니콘]!"
링 뒤쪽에서 노란 안개가 걷히더니 한 마리의 유니콘이 머리에 달린 뿔을 시현의 [메그너바렛 드래곤]에 겨누었다.
"유니콘의 효과로, 패 1장을 버리고 필드의 카드 1장을 덱으로 되돌립니다! 대상은 매그너바렛!"
그리고 여기서 체인해 매그너바렛의 효과를 발동하면 상대 필드의 키드 1장을 묘지로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이 효과는 대상을 지정하지 않는 효과이니 킹 뎀프시가 부여한 내성도 무시한다. 게다가 킹 뎀프시의 공격력은 [금지된 성창]에 의해 내려가 유니콘보다 낮은 1500이고, 스위치 히터 역시 마찬가지. 이대로 턴을 받으면 다음 턴에 고링크 몬스터를 꺼내서 필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
"체인, 속공 마법 [RUM 퀵 카오스]를 발동! 자신 필드의 넘버즈 1체를 카오스 넘버즈로 진화시킨다!"
선배가 갑자기 발동한 속공 마법에서 쇠사슬이 튀어나와 메그너바렛을 꽁꽁 옭아맸다. 애니에서 본 적 있던 RUM은 일반 마법이였는데, 랭크 업을 속공으로 한다고...? 그 순간 선배가 한 말이 기억났다. 체인 불가 효과가 없어서 상대에 의해 방해받을 수 있다고. 이렇게 되면 기껏 불러낸 몬스터만 덱으로 돌아갈 텐데....!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 카이저의 위로 뜬 거대한 보랏빛 먹구름이 붉은 번개를 드리우며 점점 아래로 내려앉자, 카이저는 하나의 붉은 유성이 되어 날아가 먹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다 잠시 후.... 칙칙한 녹색과 검은 색이 섞인 빛의 구체가 폭발하면서, 그 안에 있던 형체가 점점 전사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난 항성의 카이저 1체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재구축! 카오스 엑시즈 체인지!
나타나라, 결투장의 황제! 불꽃 같은 투지가 담긴 주먹으로 적을 날려버려라! [CNo.79 BK 장성의 카이사르]!!!"
카이저가 카이사르로 성공적으로 랭크 업을 마치자, 유니콘의 뿔에서 흘러나온 검은 안개가 메그너바렛을 덥쳤으나 쇠사슬에 포박된 상태라 탄두에 든 폭발물을 터뜨리지 못한 것인지 그대로 몸체가 점점 흐려지며 필드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매그너바렛의 효과는 링크 몬스터의 효과 대상이 되었을 '때'에 발동할 수 있지! 하지만 유니콘의 효과에 다른 카드로 체인했으니 그 효과는 발동할 수 없어! 이거 안 됐네, 너가 불러낸 몬스터를 네 손으로 덱으로 돌려보내다니!"
"......."
"그럼 배틀 페이즈, 킹 뎀프시로 [트로이메어 유니콘]을 공격!
이 순간, 카이사르의 효과 발동! 원본 넘버즈인 항성의 카이저를 소재로 가진 것으로, 덱에서 BK 몬스터 1장을 묘지로 보내고 전투를 실행하는 상대 몬스터를 이 카드의 엑시즈 소재로 한다! 카오스 드레인!"
카이사르의 가슴에 달린 코어가 열리더니 마치 블랙홀처럼 유니콘을 자신에게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그의 뒤에서 나타난 다른 BK 몬스터(카이사르의 효과로 덱에서 묘지로 보내진 몬스터)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뿔을 붙잡은 탓에, 결국 유니콘도 크기가 야구공만하게 쪼그라들며 한 줄기 빛이 된 후에는 그의 주위를 떠도는 붉은 위성이 되고 말았다.
{카이사르 ATK: 3400-> 3600}
"이렇게 되면 상대 몬스터가 필드에서 벗어난 것으로 리플레이 발생! 킹 뎀프시, 스위치 히터, 카이사르로 직접 공격이다!!"
시현은 양 주먹을 든 채로 스텝을 밟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선수들을 피해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솔리드 비전의 영향 때문인지 가장자리의 바 뒤로 몸을 넘길 수 없었다. 사실상 그림의 떡에 불과한 링 밖을 뒤돌아 바라본 시현은 고개를 다시 돌리는 순간 주먹이 자신의 눈 바로 앞까지 온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퍼억!!-
스위치 히터와 킹 뎀프시가 날린 훅에 얼마 없는 시현의 볼살이 순간적으로 출렁거리며,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를 때려 눕히기라도 한 것처럼 시현은 옆으로 픽,하고 쓰러졌다. 겨우 두 다리를 펴 일어나려고 했더니 이번엔 카이사르가 가시가 돋친 너클을 찬 주먹으로 시현의 턱을 위로 올리며 강렬한 어퍼컷을 날렸다.
"끄아아아아아!!!"
{유시현 LP 8000-> 1400}
얼마나 세게 날린 건지 시현의 몸이 몇 초 정도 공중에 떴다가 그대로 추락하였다. 다행이라면 링 가장자리의 바가 트램펄린처럼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 지난 주말에 했던 듀얼처럼 등에서 -뚝- 소리가 나는 일은 없었다는 것 정도?
선배는 링의 가장자리에 둘러싸인 바에 기대어 쓰러진 시현에게 팔을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며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였다.
"다운!!!
1!
2!
3!
4!
5!
6!"
그러나 시현은 일어서기는 커녕 방금 머리를 뒤흔든 충격 때문에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서, 건조대에 널린 빨래처럼 바에서 주르륵 미끄러지며 바닥에 완전히 드러눕고야 말았다.
"7!
8!
9! ...........
야 뭐해, 일어나야지. 아직 라이프 남았잖아. "
9까지 세고 팔을 든 채 뜸을 들이던 선배는 시현의 손을 잡고 그를 일으켜 세워줬다. 아직도 가격당한 왼쪽 뺨과 턱이 치과에서 마취 시술이라도 받은 것처럼 얼얼했다....
"난 카드 2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 나만 때리면 섭섭하니깐 너도 내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라고!"
"윽......."
{유시현 LP 1400, 패 2장 류해운 LP 8000, 패 0장}
《TURN 3》
"드로우 페이즈.... 드로우!"
선배의 듀얼디스크에 불이 들어왔다가 3초 뒤에 꺼졌다. 굳이 킹 뎀프시의 (2)번 효과를 지금 쓰지 않는 것을 보아 아마 [트로이메어 유니콘]이 그랬던 것처럼 대상을 지정하는 효과에 체인을 걸어 탄환을 못 쏘게 할 작정인 것 같았다.
"[리볼부트 섹터]의 효과 발동! 현재 몬스터 수 차는 3, 따라서 묘지의 3체의 바렛을 소생합니다!"
리볼부트 섹터의 실린더가 60도씩 세 번 돌아가며 트레이서, 리차저, 실버바렛 순으로 사출하였다. 그리고 듀얼 필드 중앙에 나타난 푸른 회로에 실버바렛과 리차저가 흡수되었다.
"소환 조건은 바렛 몬스터 2장! 링크 2, [부스터 드래곤]!"
아직 선배는 이 몬스터의 소환에 반응하지 않았다. 아마 더 높은 링크의 몬스터를 꺼내면 그 때 발동하겠지. 게다가 몬스터 효과의 발동을 막는 카운터 함정을 가져오는 것도 봤고.
"[부스터 드래곤].... 대상을 지정하는 효과에 체인 불가인 몬스터군. 그럼 킹 뎀프시의 효과 발동, 자신의 엑시즈 소재를 1개 제거해 이 턴 BK 몬스터는 상대 효과의 대상이 되지 않아."
이걸로 상대 몬스터를 치울 수단 역시 얼마 남지 않았다. 하나는 대상을 지정하지 않는 탄환 효과로 제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묘지의 [드래곤메이드의 정리정돈]을 제외하고, 묘지에 존재하는 [드래곤메이드 체임]을 특수 소환합니다!"
체임이 천천히 링 위로 오르자 전에 선수들이 받았던 것처럼 그녀를 중심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모였다. 그러나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복싱 선수가 자신 앞에 마주 보자 당황스러운듯 홍조를 띠며 링 뒤쪽에 있는 시현을 흘깃 쳐다보았다.
"소환한 체임의 유발 효과로 덱에서......"
링크 소환이 봉쇄되었다면 체임의 효과로 2장 째의 정리정돈을 들고 와서 한 턴 버틸 생각이였다. 하지만 선배가 그 생각을 모를 리가 없었지.
"이 순간 카운터 함정 [버닝나클 크로스 카운터] 발동! BK 엑시즈 몬스터 1장, 킹 뎀프시를 파괴하는 것으로 상대가 발동한 몬스터 효과를 무효로 하고 파괴!"
체임이 작은 솔을 꺼내 바닥을 닦으려는 순간, 킹 뎀프시의 주먹이 허공을 가로질러 그녀의 코로부터 정확히 3cm앞에 멈췄다. 그러고는 더 이상 움직이지를 않았는데.....
"어음.... 숙녀를 상대로 얼굴 빵은 좀 그런가....? 그래도 지금은 듀얼이잖아, 킹 뎀프시! 설마 레이디 퍼스트라고 패스해주는건 아니지??"
킹 뎀프시가 머쓱한 듯 글러브를 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정말 천천히 주먹을 내질러 그녀의 팔을 툭치자 체임은 부끄러운 듯 몸을 움츠리며 빛나는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 필드의 BK 엑시즈 몬스터를 1장 파괴하는 것으로, 그것과는 이름이 다른 BK 몬스터를 엑스트라 덱에서 특수 소환!
검은 권위를 두르고 입장하라, [BK 치트 커미셔너]! 그 후, 이 카드는 그 몬스터의 엑시즈 소재가 된다!
여기서 잠깐 설명을 하자면, 치트 커미셔너가 필드에 존재하는 한 공격 가능한 상대 몬스터는 공격해야만 하고, 자신은 다른 BK 몬스터가 존재하면 공격 대상이 되지 않지. 즉, 링크 몬스터라서 공격 표시로밖에 존재할 수 없는 [부스터 드래곤]은 내 몬스터에 박치기할 수 밖에 없다고!"
그 말과 함께 치트 커미셔너는 [부스터 드래곤]의 머리를 양 손으로 붙잡고는 강제로 카이사르와 스위치 히터의 앞까지 끌고 갔다. 아직 메인 페이즈라 부스터 드래곤을 소재로 다른 몬스터를 꺼낼 수는 있기는 하지만, 링크 몬스터는 공격 표시로만 존재할 수 있으니 무조건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었고 이대로 그냥 둔다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 카이사르의 (3)번 효과로 엑시즈 소재로서 흡수당하는 결말일 것이다.
"아니, 배틀을 강제로 시키다니.... 이건...."
"너가 말했잖아, 겉보기엔 반칙 같아 보여도 그것 역시 룰의 일부라고. 그 말, 그대로 갚아주지."
선배가 팔짱을 끼며 보라는 듯 시현의 말에 응수했다. 평소엔 든든한 형의 모습 같았지만 이럴 때만 꼭 얄밉더라....
"그럼 [바렛 트레이서]의 효과를 발동해 [리볼부트 섹터]를 파괴하고 덱에서 [매그너바렛 드래곤]을 특수 소환! [부스터 드래곤]의 효과로 매그너바렛을 대상으로 지정하고, 매그너바렛의 효과로...."
그러나 이마저도 예상했다는 듯, 선배는 남은 1장의 세트 카드도 뒤집었다.
"카운터 함정, [엑시즈 블록]! 치트 커미셔너의 엑시즈 소재를 1개 제거해, 그 발동을 무효로 하고 파괴한다!"
붉은 기운이 치트 커미셔너의 오른 손에 모아지더니, 그 손을 움켜쥐는 순간 매그너바렛이 천천히 찌그러지며 작은 점만한 폭발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자, 정리정돈으로 패로 되돌릴 수도 없고, 탄환 발사도 실패했어. 이제 네가 뭘 할 수 있지?"
".....이 순간, 묘지의 몬스터 효과를 발동합니다!"
시현의 메인 몬스터 존 중앙에 작은 마법진이 형성되더니 축구공 비슷한 크기의 유룡이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필드에 내려앉았다. 이 몬스터는 전 턴에 [트로이메어 유니콘]의 패 코스트로 버려졌지.
"자신 필드의 몬스터가 상대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묘지의 [요성룡 라르바우르]를 특수 소환!
그리고, 이 카드가 특수 소환에 성공한 것으로, 패 1장을 버리고 필드의 몬스터 1장과 종족/속성이 같은 몬스터 1장을 패에 넣습니다! 라르바우르 자신을 대상으로, 어둠 속성/드래곤족 몬스터를 서치!"
덱에서 카드 1장을 가져온 시현은 엑스트라 덱에서 '그 카드'를 꺼내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당장이라도 떨어뜨릴 것 같이 손을 떨다가 다른 손으로 카드를 잡은 쪽의 손목을 붙잡으며 진정시킨 후 듀얼디스크에 세팅하였다.
"묘지의 암흑룡을 제외하고 [휘백룡 와이버스터]를 특수 소환!
그리고.... 애로우 헤드 확인! 소환 조건은 효과 몬스터 3체 이상! [부스터 드래곤], [휘백룡 와이버스터], [요성룡 라르바우르]를 링크 마커에 세트!
닫힌 세계를 꿰뚫는 폭풍! 링크 4, [바렐로드 드래곤]!"
[바렐로드 드래곤].... 재능은 충만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시현이 사용하기엔 조금 이른 카드라 생각했고, 그래서 이 카드를 저격하기 위해 카이사르를 꺼냈다. 그런데.... 정말 예상대로만 나올 줄이야.
하긴, 트레이서의 효과를 발동한 시점에서 어둠 속성 몬스터만 소환할 수 있는 디메리트에 의해 [천구의 성각인]을 꺼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카이사르를 일부러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꺼낸 덕에 [토폴로직 폭탄 드래곤]으로 요격하는 것도 불가능. 그리고 지난 듀얼에서도 봤듯이, 바렐로드는 공격 선언 시 우선권을 이용해서 카이사르의 (3)번 효과의 발동을 틀어막고 컨트롤까지 빼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서 이 상황의 돌파구는 바렐로드 하나 뿐이라고 생각했겠지.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이참에, 듀얼은 네 마음대로 되지만은 않는 법이라는 것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알려줘야 겠다고, 류는 생각하며 디스크에 나타난 화면을 터치했다.
"카이사르의 효과! 1턴에 1번, 엑시즈 소재를 2개 제거하고 상대 몬스터의 특수 소환을 무효로 하고 파괴하지."
바렐로드를 중심으로 붉은 벼락이 원형 감옥처럼 그를 감싸더니, 카이사르가 바닥을 너클을 낀 주먹으로 강타하자 -콰앙!!-하고 링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그와 동시에 커다란 벼락이 하얀 섬광과 함께 내리쳤다. 마치 신이 천벌이라도 내리는 것처럼.
시현은 질끈 감은 눈을 천천히 떴지만 그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바렐로드(였던 것)의 흔적인 검은 잿가루 뿐이였다.
"그리고, 엑시즈 소재로서 묘지로 보내진 글라스 조의 효과로 묘지의 프로모터를 패로 회수하겠어!"
{카이사르 ATK: 3600-> 3200}
시현은 번개가 친 자리에 남은 매캐한 연기 냄새에 눈을 뜬 후에도 여전히 코와 입을 소매로 가리고 있었다. 그런데, 소매에 가려진 표정은 절망이 섞인 비탄이 아니였다.
......녀석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고 있었다.
"그럼 묘지로 보내진 와이버스터의 효과로, [암흑룡 코라프서펜트]를 가져오고, 묘지의 와이버스터를 제외해 특수 소환!"
시현은 긴장해서인지 아니면 역전할 생각에 차마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건지,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같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트레이서와 암흑룡을 집어들었다.
"레벨 4인 [바렛 트레이서]에, 레벨 4인 [암흑룡 코라프서펜트]를 튜닝!"
트레이서가 소용돌이 모양으로 회전 비행하며 4개의 불타는 고리로 변하자 코라프서펜트가 그 사이로 통과하며 그 링 안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링 위를 떠도는 고고한 패자여! 그 거친 영혼이 새겨진 오른 팔로, 유일무이한 왕자의 징표를 새겨라! 싱크로 소환! [레드데몬즈 드래곤 스카라이트]!!"
마지막 돌파구였던 바렐로드마저 퇴장한 후 승산이 없어 보였던 시현의 필드에 날아온 몬스터는 다름 아닌 스카라이트였다. 이 녀석을 꺼낸 듀얼은 병훈, 다연과의 듀얼에서 각각 1번 씩이였지만 전자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이길 수 있었고, 후자는 효과를 발동하지 않고 게임을 끝내기 위한 타점 확보용으로만 쓰였는데 오늘 다시 꺼내게 될 줄이야....
"스카라이트.... 그 녀석도 나쁘지 않은 효과를 가지고는 있지. 하지만 카이사르의 공격력은 3200이니, 스카라이트의 파괴 효과 범위에는 들어오지 않아!"
"맞아요, 지금은 공격력이 카이사르보다 낮으니. 하지만.... 전 아직 일반 소환을 하지 않았죠."
그 말을 들은 선배는 방금 시현이 [요성룡 라르바우르]의 효과로 가져 온 몬스터를 떠올렸다. 그럼 스카라이트의 공격력을 올리기라도 할 셈인가? 그런 효과를 가진 카드가 어떤게 있었지?
"패에서 [DMZ 드래곤]을 일반 소환하고, 기동 효과 발동합니다! 묘지의 [실버바렛 드래곤]을 공격력을 500 올리는 장착 카드 취급하여 스카라이트에 장착!"
묘지에서 올라온 실버바렛의 머리에 달려있던 탄두가 쏙,하고 빠져나오더니 스카라이트의 머리에 그대로 장착되어, 그의 오른 손에 용접이라도 하려는 건지 레이저을 쏴 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잠시 후, 스카라이트의 오른 손은 거울처럼 맑게 빛나는 은으로 코팅되어 있었다.
그리고 [DMZ 드래곤]의 몸에 파란 갑주가 채워지며 2장 째의 [스트라이커 드래곤]이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소환되었다.
"이제 스카라이트의 기동 효과를 발동합니다! 자신 이하의 공격력을 가지는 필드의 특수소환된 몬스터를 전부 파괴하고, 파괴한 몬스터 1체 당 500 데미지를 줍니다! 앱솔루트 파워 플레임!!"
스카라이트가 오른 손으로 주먹을 쥐고는 땅을 내려치자 링 전체를 집어삼킬 정도의 거대한 불기둥이 스카라이트 자신을 제외한 모든 몬스터를 덥쳤다.
"그럼... 묘지의 [BK 리베지 가드너]의 효과 발동! 이 카드를 제외하는 것으로, [BK 스위치 히터]를 다음 턴 스탠바이 페이즈까지 제외한다!"
몸 앞뒤로 갈비뼈 보호대를 낀 스위치 히터는 불기둥 안에서 열기를 간신히 버티는데에 성공하고는 까맣게 그을려 재만 남아버린 글러브를 뒤로 한 채로 링 밖으로 나갔지만, 나머지 선수 2명은 그만큼 운이 좋지 못했다. 치트 커미셔너는 열기를 견디지 못한 채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특유의 -쨍그랑- 하는 파괴 효과음과 함께 사라져 입고 있던 검은 코트만 덩그라니 남아버렸고, 카이사르는 황제라는 이명답게 좀 더 오래 버티기는 했지만 결국 몸에서 천천히 힘이 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치트 커미셔너의 뒤를 따라가고 말았다.
"파괴된 카드는 총 3장, 따라서 데미지는 1500. 하지만... 아직 내 라이프는 다 깎이지 않았어! 다음 턴이 오면 전에 패로 회수한 프로모터를 다시 소환해서...."
{류해운 LP 8000-> 6500}
"다음 턴 같은건.... 없어요....!"
자신의 몬스터를 제외해 데미지를 줄인 선배의 플레이는 충분히 센스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스카라이트를 막을 수 없었다.
"배틀, 스카라이트로 플레이어에게 직접 공격!"
스카라이트가 입에서 지옥불 같은 옥염을 내뿜자 정사각형 모양의 링 꼭짓점의 네 기둥이 불기둥처럼 붙타오르고, 바닥은 불에 완전히 그을리며 분출 중인 화산 같은 생김새가 되어버렸다.
"크윽.... 네 몬스터도 내 것처럼 뜨겁구나.... 하지만....!"
{류해운 LP 6500-> 3000}
"이 순간, 묘지의 [DMZ 드래곤]을 제외하고 효과 발동! 카드를 장착한 몬스터가 전투를 실행한 후 이 카드를 제외해, 그 몬스터의 장착 카드를 전부 파괴하는 것으로 한 번 더 공격할 수 있습니다!"
"아니?!"
장착 카드가 파괴되었으니 스카라이트의 공격력은 원래대로 돌아와 3000. 그리고 류의 남은 라이프도 3000. 그러면.....
"스카라이트로 다시 직접 공격! 작열의 크림즌 헬 버닝!!!"
스카라이트의 오른 손에 다시 불길이 일자 실버바렛이 입혔던 코팅이 아이스크림 녹듯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 길고 날카로운 흉터가 새겨진 맨살이 드러났다. 링 주위로 치솟은 불길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선배는 스카라이트가 그의 코 앞까지 날아오고 나서야 가드를 올렸지만, 스카라이트는 제 주인이 당한 것을 그대로 돌려주기라도 하려는 건지,
"우와아아아아아!!"
{류해운 LP 3000-> 0 듀얼 종료}
혼신을 담은 어퍼컷을 날려 선배의 몸과 입에 물고 있던 마우스 피스를 전부 저 위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선배가 링 바닥으로 추락한 후, 천장에 달려있던 전광판에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카운트 다운을 외치기 시작했다.
"1!
2!
3!
4!
5!
6!
7!
8!
9!
10!
Knock Out!!!"
선배가 10초 안에 일어나지 못하자 KO 선언과 함께 땡땡거리는 종소리가 시현의 귀를 메웠다. 정말.... 내가 이긴건가? 시현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스읍.... 하....."
시현이 제자리에 서서 얼어붙고는 폐가 쪼그라들기라도 할 것처럼 가쁘게 숨 쉬는 것 말고 아무것도 못하는 사이, 선배는 온몸을 완전히 뻗어 누운 상태에서 천천히 눈을 뜨고는 끙차,하는 말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켜 세워 시현에게로 다가왔다.
"나올 수 있는 모든 수는 다 틀어막았다고 생각했는데.... 듀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 정도까지 오다니 역시 넌 듀얼 실력을 타고난 것 같구나. 자, 땀 많이 뺐을 텐데 이거라도 마셔."
선배가 배낭 옆쪽에 꽂혀있던 음료수 병을 하나 꺼내 시현에게 건넸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듯이 차가운 푸른 액체가 들어있는 것을 보니 스포츠용 이온 음료인 모양이다.
"아... 감사합니다."
음료수 뚜껑을 따고 한 모금 들이키니 지금껏 쌓여왔던 갈증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역시, 듀얼하고 나서 먹는 건 뭐든지 맛난 건가....
기분이 좀 진정되고 나서, 방금 듀얼을 돌아보았다. 그토록 이기고 싶었던 류 선배를 상대로 아슬아슬했지만 이겼다. 하지만 상대한 덱이 드라이트론이 아닌 그보다 약한 BK였고 아무래도 선배가 좀 봐준 듯한 느낌도 적잖이 들었다. 이겼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불편하다고 해야 할까나.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좀 이른 목표인 것 같았지만, 결국 어제 당했던 첫 패배를 갚으려면 대회에서 다시 만난 드라이트론을 쓰러뜨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는 음료를 1/3 정도 마신 시현 옆에 걸터앉으며 할 말이 있다는 듯 헛기침을 하였는데....
"너, 혹시 올해 말에 열리는 대회에 참가할 의향이 있어? 너가 수업 들을 때도 장기 쌤이 콘마이에서 대회를 연다고 언급했을 텐데."
"가능하다면 나가보고 싶기도 하지만 제 실력이 대회를 나갈 정도로 뛰어난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그래? 난 중학생이였을 때부터 대회를 나가기 시작했는데, 작년에 4강까지는 가본 적 있지만 아직 우승은 못해봤지. 그리고 하필 그 작년 대회에서...."
자신도 나름 진지하게 할 얘기가 있다는 듯 눈알을 몇 번 위로 굴리면서 입술에 손을 갖다 댄 선배는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었는지 한 번 숨을 크게 내쉬고 말을 이었다.
"내가 너랑 처음 듀얼했을 때 드라이트론이 내게 있어서 특별한 덱이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알아?"
"음.... 대회용 덱이라서요....?"
"사실 드라이트론은 원래 내 덱이 아니라 여동생의 덱이야. 어릴 때부터 난치병을 앓고 있어서 하루종일 병원 신세였다가, 결국 작년에 저 하늘의 별이 되고 말았지만....."
그러면서 선배는 자신의 여동생이 세상을 뜨게 된 소식을 들었을 때가 대회 경기 바로 전날이였으며, 그 때문에 경기 날 듀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나머지 4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는 얘기까지 덧붙였다.
"난 그 날 이후로 다짐했어. 나중에 기적적으로 병이 나으면 나랑 같이 듀얼도 하고 대회도 나가보고 싶다고도 얘기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동생의 꿈을 대신해서라도 이루어주겠다고. 하지만 지금도 국가가 둘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언제까지 이렇게 평화로운 듀얼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니 아무래도 여동생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건 이번 대회가 마지막일지도 몰라.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누구보다도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싶어.
지금까지 이 사실은 웬만하면 지인들 앞에선 꺼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누군가에게는 꼭 말하고 싶었어. 전에 장기 쌤에게 듣기로는 시현이도 몇 주 전에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 너가 바로 내 얘기를 들어줄, 듀얼에 누구보다 진심이고 내 각오를 이해해줄 만한 내가 인정한 '라이벌'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약간의 눈물이 고여 투명해보이게 된 선배의 눈동자와 무거운 숨소리가, 선배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몸소 가르쳐주었다. 선배의 사정을 듣고 눈이 번쩍 뜨인 시현은 숨을 죽인 채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 내가 여기서 꺼내기에는 너무 진지한 얘기를 했나? 가능하면 우리 둘이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지만, 뭐 그렇다고 너무 부담 가질 필요까지는 없어. 앞으로도 너와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러면서 선배는 시현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아마 똑같이 주먹을 대라는 의미인가, 시현도 얼마 안 되는 힘으로 작은 주먹을 쥐고는 선배의 주먹에 맞부딪혔다. 약간의 오해가 있었지만, 그가 누구보다도 다른 이들을 돕고 싶은 사람이라는걸 알게 되고 나서는 역시 훌륭한 선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둘 사이의 훈훈한 분위기를 깨뜨리기라도 하려는 건지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소리쳤다.
"야, 류! 후배랑 잠깐 할 일이 있어서 10분 정도만 기다리라더니, 벌써 30분 지났거든? 빨리 안 오면 너만 빼고 우리들끼리만 듀얼할 줄 알아!"
"알았어, 방금 막 끝났으니 지금 금방 간다!"
선배는 동아리 부원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고는 시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 난 이제 다른 활동을 할 시간이 된 것 같네. 난 월수금 일주일에 3일씩 수업 들어오니까, 내일 또 볼 수 있겠다. 그럼 안녕! 이번 듀얼은 꽤나 만족스러웠어!"
등을 돌린 채 배낭을 한 쪽 어깨로만 맨 채로 서둘러 문 밖으로 나섰다. 시현은 선배가 깜빡하고 들고가지 않은 이온 음료를 마저 마시며 숨을 돌리려고 했으나....
"선생님이 좀 늦어서 미안! 학원으로 오는 길에 딸이랑 만나서 몸 컨디션 어떤지 확인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느라...."
"아, 안녕하세요."
시현에겐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카드 샵에 쌓인 재고들을 옭기고 진열대에 배열하는 것 같은 몸 쓰는 일에는 별로 자신 없었지만, 무상으로 수업을 해주는데 이 정도는 거뜬히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선생님과 처음으로 만나 카드샵 심부름을 하기로 약속했을 때에는, 손님이 왔을 때 자기가 없으면 대신 봐주는 일도 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지만 이 동네가 원래부터 사람이 별로 없었던 건지, 아니면 전쟁의 여파로 듀얼의 인기가 급락이라도 한 건지 손님은 거의 오지 않아 실질적인 업무는 이런 육체적인 노동이 다였다. 뭐, 오히려 편하니까 시현에게는 좋은 일이였지만.
"근데 교실 안에서는 뭐하고 있었니? 혹시 듀얼했어?"
"네, 류 선배가 덱 개량을 시켜준다고 해서 여러 카드들을 받은 후에 연습듀얼도 했어요."
"정말? 결과는 어떻게 됐어?"
"제가 이겼어요. 선배가 일부러 드라이트론보다 약한 덱을 쓰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했네! 우리 학원에 류를 이을 인재가 온 모양이구나! 대회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걸!
....아차, 그렇지. 이 얘기도 해야지. 어젯밤에 누가 데스크 위에 하얀색 USB를 놔두고 갔는데, 오늘 와보니 그 자리에 없는 거야. 혹시 내가 오기 전에 누가 미리 가져갔니?"
하지만 분명 시현이 학원으로 들어올 때 USB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은이가 어제 비슷한걸 쓰는 걸 본적 있기는 한데.... 걔는 아직 학원에 오지도 않았고.
"일단 제 거는 아니에요. 어제 소은이가 노트북을 들고 와서 USB를 꽂는 건 봤는데...."
"그래? 그럼 나중에 소은이에게도 물어봐줄 수 있겠니? 오늘도 소은이가 갑작스런 일 때문에 학원에 못 온다고 해서... 나중에 학교에서라든지 어디서든 만나면 좀 전해주렴."
장기 쌤도 교실로 들어가신 후 혼자 남은 시현은 마치 무언가를 빠뜨린 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다. 듀얼 중에 들려야할 목소리, 그러니까....
아, 정신없이 듀얼하느라 라이고우의 존재를 잠깐 잊을 뻔했다. 오늘 듀얼을 라이고우도 보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필이면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운 상태였으니...
-"라이고우, 내 말 들려?"
시현은 저번처럼 라이고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아주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머리 속으로 말을 걸었다.
.......................................................................................................
여기인가...."
라이고우는 자신의 본거지인 아지트가 있는 골목으로 향하던 중 방향을 틀어 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 분명 그 녀석 말대로라면 이쪽인데, 어째서인지 그를 반긴 것은 붉은 벽돌이 막은 막다른 길. 그렇게 헛다리를 짚었나 싶어 돌아가려는 순간,
"어서 와, 라이고우."
이 목소리는.... 바로 '그'였다. 야생 정령으로 방황하던 시절, N에너지 중독으로 인해 멀쩡한 듀얼 에너지를 먹어도 단 물 빠진 껌 맛만 나던 자신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겠다고 다가온 녀석. 발목에 N에너지의 발현을 억제하는 족쇄 같은 것을 채워줘 간만에 본인 입에 '미각'이라는게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몸 여기저기를 개조해서 '언체인드'라는 힘도 주는 등(그 녀석이랑 만나기 전에는 자신의 덱이라는게 없어서 자기 자신이랑 여기저기에서 주운 잡카드로 듀얼을 걸고 다니곤 했다.) 은인이라고 생각했던 녀석이지만.....
지금은 매번 후드를 쓰고 검은 옷으로 몸을 꽁꽁 가려 자기 정체는 드러내지 않으면서, 정작 라이고우에게는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걷고 이것저것 캐묻고 확인한다며 지난 주말부터 계속 불러내 귀찮게 하고 있어 짜증나는 불청객 정도로 알고 있다.
담 위에 걸터앉아 거만한 자세로 라이고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던 그는 바닥으로 내려와 가볍게 착지하였다.
"이번에도 또 그 일 때문인가. 동료들 몫도 줘야 하는데 꼬박꼬박 듀얼 에너지를 바치게 하니까 내가 얼마 먹지도 못했잖아."
라이고우가 투덜거리며 입 속에서 수제 듀얼디스크를 꺼내자 그는 미리 가져온 듯한 수건으로 디스크 여기저기에 묻은 타액을 닦았는데, 한 두번 해본 일이 아니라는 듯 3번 정도 표면을 쓸자 마치 새것처럼 윤기가 났다.
"내가 너에게 해준 거 생각하면 이 정도는 기본 아니겠어? 그냥 수수료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받아 들여."
"그래 그래, 나도 그 얘기는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거든? 도대체 인간이 듀얼 에너지를 대체 어디다가 써먹겠다고...."
"나도 하는 일이 있어서 그래. 그래도 라이고우가 시현이의 듀얼을 통해 에너지를 많이 벌어온 덕분에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는 걸."
'그'는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추고는 상냥한 주인처럼 라이고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론 라이고우는 그의 손을 무는 시늉을 하며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그럴 만도 한게, 지난 주말의 일 이후로 '그'는 라이고우에게서 자신을 도운 대가로 지불하라는 듀얼 에너지의 양을 거의 3배 가까이 늘렸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에도 개인 사정이라니 여러가지 구실을 들어 '에너지 세금'의 양을 조금씩 올리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요규량이 껑충 뛴 것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였다. 예전에는 풍족하진 않아도 자신과 동료들이 하루종일 굶는 일은 없었는데, 이젠 자기 배만 채우는 것도 어려워졌으니...
"..... 정말이지? 내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거."
"물론이지. 걱정 말고 날 믿으라구. 내 목적을 이루고 나면 너가 원하는 것도 이루어줄테니까."
걱정 말고 날 믿으라.... 라이고우는 문득 몇 년 전에 TV에서 자주 송출되던 어느 고리대금기업의 광고가 떠올랐다. 이름이.... '빈즈 머니'였나. 초록색 콩에 눈코입과 팔다리가 달린, '불쾌한 골짜기'를 연상시키는(라이고우의 개인적인 생각이였다.) 캐릭터들이 어쿠스틱 풍의 노래를 부르며 대출 홍보를 하는 것이였다. 걱정 말고 믿으란 말도 그 가사에서 나왔고.
..... 광고 밑에 작은 하얀 글씨로 적힌 30%가 넘는 이자율이 대놓고 이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던 건 안비밀이였지만.
근데 더 웃긴 건, 사람들을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려는 이 광고가 시현이 같은 어린 애들이 보는 만화 채널 같은 곳에서도 버젓이 나왔다는 것이였다. 그래서 애들은 가사에 숨겨진 의미도 모른 채 은근 중독성있는 이 노래를 따라불렀다고 한다. 나중에 그 아이들이 자신처럼 삶의 벼랑 끝으로 몰렸을 때 이 광고를 떠올리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면....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다시 돌이켜보니, 라이고우의 상황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구에 처음 온게 태어난지 10년 정도 지났을 때이고, 인간으로 따지면 고딩 혹은 청년쯤 되는 나이쯤에 야생 정령으로 떠돌아다니다 그 녀석을 만나게 되었으니. 분명 지구에 처음 올 때만 해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대를 했는데, 거기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어서 떠돌이 삶을 살다가 이젠 저 고리대금업자인지 뭔지 모를 녀석에게 에너지까지 뜯기고 있다.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아! 생명의 은인에서 악덕 사장 내지는 고리대금업자가 되기까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 몸에 뼈 밖에 안 남을 정도로 마르면 몸에서 콩팥이라도 떼어가는 건 아닌가? 정말 녀석이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까지 버틴다고 해도 과연 약속을 지키기는 할까? 앞길이 막막하기만 할 뿐이였다. 허나 시현이랑 동료들은 아직도 자신을 고고하고 강인한 한 마리의 늑대로 알고 있을 터. 정작 자신은 이런 인간들에게 꼬리나 흔들며 있는 것 없는 것 모조리 끌어모아 바치는 신세였다. 눈물이 핑 돌아서 앞발로 눈물을 훔치려는 찰나,
"라이고우 뭐해? 멍이나 때리고."
'그'가 자신의 볼을 꼬집으며 상념에 빠진 자신을 다시 이 가혹한 현실로 끌고왔다.
"아, 암것도 아냐. 그래서, 더 볼 일 있어?"
"그래서, 요즘 시현이랑은 사이 어때? 지난 주말의 돌발 상황 때문에 좀 마찰도 있었을텐데, 새 주인이랑도 사이가 틀어지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들은 라이고우가 정색했다.
"......새 주인 같은 거 아니거든."
"새 주인 아니면 뭔데, 친구?"
라이고우는 계속 대답이 없었다.
갑자기 모든게 싫어졌다. 시현이도, 동료들도, 그리고 이 삶도.... 너무 수치스럽고 화가 치밀어서 그냥 이 세상에서 싹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헛생각도 들었다.
"실은 시현이한테 괜찮다고 말한 거, 그냥 거짓말이야. 하마터면 시큐리티랑 안 좋은 일로 엮일 뻔한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만날 사이니깐 일부러 좋은 말로 안심시켰을 뿐이고...."
그러자 '그'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라이고우를 바라보며, 그 대답에 흥미라도 생긴 건지 '그'는 무릎을 굽혀 앉아 라이고우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왜 그래? 지난번 일이 그렇게까지 마음 속에 박혔어? 그럼 시현이 말고 다른 인간으로 바꿔주기라도 할까?"
그 말에 라이고우는 놀랐다. 시현이를 대체할 다른 인간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물론 없는데 그냥 해본 말일 수도 있지만.) 매번 능글거리며 말하는 얄미운 모습의 '그'가, 웬일로 이번에는 정말 진심이 담긴 듯한 투로 말하는 것이였다.
물론, 방금 말은 그냥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한 말이였다.
사실 시현이와 처음 만났을 때에는 보기보다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건 이후로도 시현이를 미워한 적은 없고. 걔가 그런 짓을 했던 건 원래 천성이 나빠서 그런 건 아닐 거다. 전쟁으로 가족들을 잃고 학교에서도 제대로 적응 못하는 애인데 과거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다짜고짜 듀얼 걸고 다니는게 아닌게 다행이지.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때 잘못했으면 자신이나 시현이나 굉장히 곤란해지는 상황이여서 한편으로는 따끔하게 쓴소리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한 번 감정적으로 욱한 녀석을 또 자극하기에도 어렵고.... 한편으로는 자신과 비슷하게 외톨이 신세인 시현이가 안쓰러워서 화를 내지 못한 것도 있었다.
"아니.... 진심은 아니고, 그냥 홧김에 해본 말이야. 오늘은 유난히 기분이 더러워서 말이지. 크흠...."
갑자기 라이고우가 눈을 크게 뜨며 말을 멈추었다.
"이번엔 또 뭐야? 시현이가 텔레파시 보냈어?"
"....아, 시현이가 텔레파시를 보냈어. 방금 전에 그 선배랑 듀얼했다는데. 하.... 그러니까, 방금처럼 틈날 때마다 불러서 이런 맛있어 보이는 듀얼을 놓치니깐 작작 좀 부르라고!!"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예시가 생겨 드디어 '그'에게 한소리할 자신감이 생긴 라이고우는 이때다 싶어 소리쳤다. 저 멀리서 소리가 메아리치는 걸 보면 본인이 봐도 꽤나 크게 소리를 지른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녀석은 '오늘 얘가 미쳤나?' 싶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것을 보아 그냥 개 짖는 소리 정도로 여긴 모양이다.
"흠흠,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내일은 간만에 시현이 듀얼하는 거 곁에서 지켜봐. 아, 다음 번엔 또 시현이 몰래 찾아올 필요 없으니 학교에서 시현이랑 기다리고 있어. 이번엔 내가 직접 학교로 올 테니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했어, 라이고우."
그러면서 그 후드티 녀석은 휴대폰으로 메세지인지 뭔지 모를 신호를 전송했다.
그 녀석과의 대화가 끝난 후, 카드 샵에서 심부름을 하고 있는 시현을 찾아갔다.
-"시현, 듀얼 잘 끝났냐? 나 없이 혼자서 하느라 참 즐거웠겠어?"
-"아.... 미안. 듀얼하기 전에 미리 말해둘걸 그랬네. 근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길래 늦었어?"
-"뭐.... 늘 하던 일. 그래도 한 가지 희소식이라면, 내일은 웬만하면 따로 나갈 일 없을 거라는 것."
-"그래? 그럼 오늘은 굶은 거야?"
-"굶지는 않았고.... 적당히 배만 채웠어.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그래, 나만 불행한 건 아니고 시현이도 자기 나름의 고민이 있을 테니, 일단 지금은 시현이랑 같이 에너지를 버는 데에 집중해야겠다.
뭐, 계속 버티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믿고 싶다.
...... 그날 밤, 학생들이 모두 학원에서 빠져나온 후의 일이였다. 장기 쌤까지 학원을 마저 정리한 다음 소등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이번엔 반대쪽 엘레베이터에서 안내 음성과 함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나온 준대희는 천천히 걸으며 어두컴컴한 학원 앞까지 빠름 걸음으로 들어와, 장갑을 낀 손으로 도어락의 터치스크린을 누르고는 문을 열어 내부로 들어왔다.
이런 야심한 시각에 그가 다급히 찾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대희가 자신의 개인 공간으로 들어가 꺼낸 건 자신의 개인 컴퓨터. 즉시 그는 컴퓨터를 작동시킨 후 나온 4개로 분할된 CCTV 화면 중 오른쪽 위에 있는 화면을 클릭해 확대하였다.
대희는 키보드로 옮겨가 열심히 무언가를 하느라 분주해진 손 대신 한 쪽 귀와 어깨 사이로 휴대폰을 간신히 고정시키고는 힘겹게 전화를 이어나갔다.
"아, 네. 이번 대화 관련한 회의도 잘 끝났다고요? 그럼 전 이제..."
.......
"네? 시현이요?"
.......
"아, 네. 저희 학원 학생 맞습니다. 근데 무슨 일로...."
.......
"음..... 일단 내일은 제가 스케줄이 안 맞아서 여러울 것 같고 목요일에는 가능할까요?"
..........
"아, 그럼 차라리 그분들이 이쪽으로 오는 것보다는 제가 그쪽으로 가는게 더 낫겠네요. 나중에 시현이에게 물어보고 일정이 되면 본사로 한 번 데려오겠습니다. 네에, 그럼 안녕히 계세요, 네에에!"
'네'라는 단어만 수도 없이 반복한 대희는 계속된 회의 참가 요청 전화에 지쳤다는듯 한숨을 쉬고는 컴퓨터를 통한 작업을 이어나갔다.
"이 순간 카운터 함정 [버닝나클 크로스 카운터] 발동! BK 엑시즈 몬스터 1장, 킹 뎀프시를 파괴하는 것으로 상대가 발동한 몬스터 효과를 무효로 하고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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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함정, [엑시즈 블록]! 치트 커미셔너의 엑시즈 소재를 1개 제거해, 그 발동을 무효로 하고 파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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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카라이트의 기동 효과를 발동합니다! 자신 이하의 공격력을 가지는 필드의 특수소환된 몬스터를 전부 파괴하고, 파괴한 몬스터 1체 당 500 데미지를 줍니다! 앱솔루트 파워 플레임!!"
.
.
"이 순간, 묘지의 [DMZ 드래곤]을 제외하고 효과 발동! 카드를 장착한 몬스터가 전투를 실행한 후 이 카드를 제외해, 그 몬스터의 장착 카드를 전부 파괴하는 것으로 한 번 더 공격할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 열정적으로 듀얼 중인 소년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던 중, 대희는 '카운터 함정'을 발동하는 장면과 '스카라이트'의 활약 장면을 여러번 돌려 보며 이 부분을 따로 편집해 파일 형태로 저장했다.
파일명은, '정령 진화 프로젝트 테스트 듀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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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거의 4달 만에 글을 올리는군요. 여러 개인 사정이 겹쳐 많이 바빠지는 바람에 업로드 주기가 불규칙해진 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번 화 로그 완성한게 1월 달 쯤이니 늦어도 2월 안에는 올라와야 했는데, 어쩌다보니 이 지경까지 왜 버렸군요....
아무튼 그래서, 이번 화는 드디어 시현의 덱이 한 차례 개량을 거치고 나서의 듀얼입니다. 그만큼 이번 로그는 제가 많이 신경쓰면서 작성했고, 지난 글들을 반면교사 삼아서 이번엔 메인 덱의 몬스터를 다양하게 해서 플랜도 늘리고, 로그에서도 바렐로드 대신 스카라이트로 게임을 닫는 것으로 구상했는데.... 만족스러우셨을지 조금 걱정되기도 하네요.
그리고 이번에 나온 류의 다른 덱에 대해서도 한가지 말하자면, 속성 별로 1개씩 총 6개의 덱을 만든 것은 GX의 미사와가 6개의 덱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따왔습니다. 원래 초기 구상에는 땅기계랑 샤크, RR 3가지로 생각해두고 있었다가 드라이트론을 아래에 나올 이유 때문에 추가하였고, 또 이번 화가 연습듀얼이라 좀 적당한 파워의 엑시즈 덱이 필요했는데 훈련 교관 이미지에 화염+엑시즈 테마인 BK가 여기에 어울릴 것 같아서 그것도 추가하다보니 어느샌가 이렇게나 늘어나버렸군요....
물론 이 덱들은 모두 비중있게 다룰 수는 없으니 이번에 나온 BK는 '연습 상대' 혹은 '훈련 교관' 느낌을 내기 위한 약덱이라 중요한 듀얼에서는 앞에서 언급된 초기 구상의 3인방 위주로 쓸겁니다.
아, 한 가지 더. 나중에 다시 한 번 시현과 대적하게 될 드라이트론을 픽한 이유에 대해서도 말하자면, '라이벌 포지션이니까 강한 인상을 주는 마듀 초기 티어 덱을 줘야겠다'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우니 덱과 관련된 서사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바로 먼저 세상을 뜬 여동생의 덱을 가지고 대회에서 이긴다는 목표였고요.
또한 덱의 특징으로도 보면 드라이트론은 여러모로 기존 덱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도록 의도했습니다. 기존에 쓰던 덱들은 엑시즈 몬스터 위주로 굴러가는 반면, 드라이트론은 엑시즈 몬스터를 쓰기는 하지만 메인은 의식 몬스터인 점이라는 점이 원래 자신이 쓰던 덱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죠. 그리고 그 중에서도 류의 스타팅 덱인 '땅기계'는 '우주의 기계'인 드라이트론과 대비되는 것도 있죠.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앞에서도 언급되었듯 제가 요즘 들어 시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글 쓸 여유가 없어서 다음 글은 언제 올릴 수 있을 지 막막하지만.... 일단 그나마 여유 있을 때 찔끔찔끔씩이라도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글을 마치고, 여러분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로그 오류나 오타 지적 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