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샷을 못찍어놔서 https://gall.dcinside.com/cyberpunk2077/176490 이글에 있는 짤들을 참고했음
흔히 조슈아 퀘라고 하는 이 퀘스트는 사펑 서브퀘들 중에서 불쾌하기로 악명이 높은 퀘스트다
따라서 이 글은 대체 어떤 점에서 불쾌했는가를 따져보고 조슈아에 대해서 평가를 해보고자 한다.
시작부터 신박하게 의뢰인이 죽고 시작한다.
별로 안 중요한 중간과정은 생략하고 조슈아는 V가 자신과 함께하기를 바라며
자신을 보고 V 또한 자신처럼 참회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묻지마 연쇄살인범인 조슈아는 자신이나 용병인 V나 동등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V는 살인자가 맞지만 묻지마 살인마인 조슈아와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결코 동등하지 않다.
단, 기독교식 절대적인 선의 존재에 대한 논리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유일신의 종교에서 신은 항상 완전하며 절대적인 선이자 최고의 가치이다.
따라서 그 절대적인 가치 앞에서는 묻지마 살인이나 용병의 살인이나 동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조슈아 자신은 참회까지 했으니 그렇지 못한 V는 자신이 구도해줘야하는 존재라는 논법이다!
꽤 그럴듯한 논리이지 않는가? 현재가 중세시대였다면 넘어갔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레일에 사람을 묶어놓고 기차의 방향을 바꾸는 실험이라던가, 여러 윤리 문제들을 통해서
절대선, 절대적인 정의라는건 결코 존재할 수 없고 모든 가치가 늘 상대적이라는걸 이해하고 있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말의 의미는 우리는 신처럼 절대선같은 허황된 개념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을만큼 성숙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따라서 조슈아의 믿음과는 다르게, 똑같은 살인자로 분류되더라도 조슈아와 V는 눈꼽만치도 동등하지 않다.
또한 퀘스트 내에서의 조슈아의 모습은 절대선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졌다는 점도 있다.
그는 흉악 범죄자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에게 총 맞아 죽은 빌에겐 눈길 한줌도 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뻔뻔하게도 피해자의 어머니가 자신을 쉽게 용서할 것이라고 가볍게 믿어버렸다.
이는 그의 회개가 겉만 번지르르한 위선이라는 것과 자신의 행위가 착각으로 인한 과대망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그가 이걸 자각하고 이용하는 비열한 놈이라는 얘긴 아니다.
그냥 돌아버린 얼간이라는 것 뿐, 그래서 더 역겨운 것이지만.
이제 대단원, 예수의 십자가형의 재현에 대한 것이다.
예수의 재현이라 함은, 조슈아는 예수의 레플리카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이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앞서 레플리카에 대해서 말해보자.
레플리카는 쉽게 말하자면 복제, 짝퉁을 의미한다.
사이버펑크 세계는 이미 구성체를 비롯하여 원본과 레플리카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이지만
위에서 설명했듯이 조슈아는 예수를 햇갈리기엔 너무나도 눈에 띄게 추하고 역겨운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레플리카가 반드시 원본보다 못한 열등한 것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아니다' 다.
뒤샹의 작품 LHOOQ는 모나리자의 레플리카에 콧수염을 그려넣는 재치를 더해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하였다.
즉, 레플리카라 하더라도 새로운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할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레플리카는 어떨까?
원본 모나리자를 찍은 사진을 프린트한 그림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 물론 전혀 없다.
하다못해 원본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다면 이는 가짜라도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예술적인 가치가 아닌, 그저 상업적인 가치일 뿐이다.
공교롭게도 조슈아의 십자가형 재현 또한 이미 기업의 이득을 위한, 상업적인 가치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조슈아는 이를 그저 수단으로 삼았을 뿐이고
창의력을 통해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반전은 끝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조슈아는 죽음의 순간까지 눈꼽만치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지 못했다.
적어도 예수는 한 종교의 선지자로써, 하다못해 당대의 부조리와 싸우며 새로운 윤리를 창조해낸 예술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슈아는 그저 과대망상으로 인해 2000년도 넘는 이전 시대의 낡은 윤리의 레플리카 따위나 만든 것이다.
사이버펑크에선 변화는 좋든 나쁘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긍정해야 하는 것으로 강조된다.
하지만 이는 변화가 아닌 먼 과거로의 회귀, 오히려 퇴행에 가까운 행위가 아닌가.
물론 앞으로 예수의 고행을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집에서 간편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BD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의 고행이 겨우 그런식으로 가볍게 소비되어도 될만한 것이었던가?
무신론자인 나야 뭐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떨까?
하지만 퀘스트 내내 판단을 햇갈리게 만드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조니였다.
위의 말대로라면 조슈아의 재현 앞에 경건하게 선 조니는 ↗ㅂㅅ이라는 얘긴가?
바로 그렇다.
지 골수팬한텐 이딴식으로 말하면서 정작 본인도 구성체까지 되서도 아직 기원전에 살고 있는듯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조니 이 새끼가 모순적인건 한두번도 아니고, 그렇기에 제일 인간다운 케릭터긴 하다.
근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조니 이 ㅂㅅ새끼..
아무튼 조니 욕으로 제작진이 정교하게 잘 만든듯한 조슈아 퀘에 대한 글을 마치겠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조슈아는 누구도 용서받을수 없는 죄를 지었고 그 죄책감들 덜기위한 수단으로 브레인댄스를 선택한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성공적인 브레인 댄스 제작을 위해 최선을 다하죠.
게임 커뮤에 흘려보내기엔 이토록 아까운 명문과 깊은 통찰이라니~ 해당 퀘스트를 구성한 작가의 의도와 상통한다고 믿습니다. 대부분 공감하지만 약간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낡은 윤리를 흉내낸 조슈아가 그저 역겨운 존재일까’ 하는 부분입니다. ‘변화가 아닌 과거로의 회귀’ 혹은 역행. 조슈아의 행위는 결코 거시적일 수 없다는덴 동의 하지만, 병폐로 가득한 사이버펑크 세계관에서 주요인물들이 느끼는 갈증은, 이 시대에 언급하기조차 민망하고 촌스로운 ‘정의, 사랑 내지 윤리의식’ 등이라고 봅니다. 대부분의 사이드퀘스트에서도 이런 문제들을 은유하거나 풍자하더군요. 문제는 그것을 자각하고 행하는 자가 하필 ‘조슈아’라는 것이 넌센스겠죠. 혁명이 이슈로 그쳐버린 시대에 존재 아닌 존재로 다시 나타난 ‘조니’가 영혼이 아닌 데이터 조각으로 치부되는 것과 비슷하게도 보여지던군요. 그래서 조니 요놈이 해당 퀘스트만큼은 그토록 경건했을 지도… ㅎㅎ 조슈아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봤는지도 모르죠. 그게 연민이든 뭐든. 아무튼 중단편 영화로 내놔도 손색없는 플롯과 전개였어요. 아침밥 올려놓고 쓰느라 국 다 탔네요. 나누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만 줄이겠습니다. 훌륭한 글 잘 봤습니다. 훍속에 진주 같은 글.